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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반무도사 님의 서재입니다.

무신이 영혼을 탐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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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반무도사
작품등록일 :
2024.06.26 23:08
최근연재일 :
2024.09.09 20:30
연재수 :
18 회
조회수 :
367
추천수 :
6
글자수 :
98,263

작성
24.08.17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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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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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글자
11쪽

2회. 과거의 망령(2), 원수

DUMMY

2회. 과거의 망령(2), 원수



괴물이 이곳에 오기 전,

위험을 알리듯 우르르쾅 쾅!

귀가 찢어질 듯 천둥소리가 울렸다.


그 순간

콰자자자짜작!

뭔가 깨지는 소리가 들리면서 누군가

쿵, 쿵, 떨어졌다.


“······!”


돌연 주변 공기가 서늘해졌다.

아니, 서늘하기보단 오히려 북해에 있는 것 같달까.


제갈현은 뼛속까지 파고드는 냉기에 조금 전 고통은 까맣게 잊은 채, 온 신경을 집중하고 있었다.

깜깜한 어둠 속을 헤매던 제갈현의 감각에 누군가의 발걸음 소리가 들렸다.


사박사박

가볍다.


‘여자?’


아, 아냐, 고수라면 발소리조차 들릴 리가.

그리고, 또 다른 걸음 소리가 들렸다.


저벅, 저벅

뭔가 아주 조심스레 내딛는 발걸음.

소리가 그리 크진 않았지만.


여자인 듯한 소리보단 다소 무거운 그런 소리.

근데, 걷는 소리가 왜 이렇지?


“설빙환검(雪氷換劍), 제2 초식 빙유참(氷䂇斬)!”


마치 자기 초식을 알아달라는 듯 젊은 여성의 물기 어린 목소리가 들렸다.


그때

제갈현 주변으로 깃털처럼 가벼운 뭔가가 떨어지고 있었다.

가볍고 차가운 뭔가가.

방안에 이런 게 떨어질 리 없건만.


쉬이이이잇!

아름다운 꽃잎들이 줄지어 춤추듯 제갈현의 몸 주변을 휘돌고 있었다.


새하얀 꽃잎이 그와 사랑을 나누듯 어찌나 그의 몸을 훑어대는지.


남자가 부끄러움을 숨기려 하얀 꽃잎을 그의 피로 물들이는 것 같다.


멀리서 보면 꼭 장님이 연애하는 줄.

허나 실상은


스스스슷!

그에게 날아드는 꽃잎들을 피하려 몸을 이리저리 돌리기 바쁜 남자.


일반인은 절대, 들을 수 없는 그 작은 소리를 들은 제갈현이 할 수 있는 일이라곤


촤자자작!

이미 제 살을 베고 난 뒤에야 몸을 움직이는 것뿐이었다.


사사삿!

휘리리릭!

실바람 같은 여린 소리와 함께 살을 베는 섬뜩한 파공음이 겹쳐 들렸다.


스슥, 흩날리는 눈 꽃잎에 붉은 피가 맺힐 때쯤


철퍼덕!

피투성이가 된 제갈현이 비틀거리며 힘없이 주저앉았다.


휘리리릭!

웅 웅~ 거리는 소리와 함께 춤을 추듯 예리한 유검(휘어지는 검)이 제갈현 가슴을

푹! 찔렀다.


“으···윽윽! 푸-웃!”


뚝뚝 떨어지는 핏물을 입안에 머금고 있던 제갈현이 신음과 함께 피를 토했다.

하지만 제갈현을 찔렀던 예리한 칼날은 멈추지 않았다.


깊게 더 깊게 그의 가슴팍을

푸푸푹! 쑤셔 박는 검.


“아아아악!”


제갈현이 이제 죽었을까?

불행히도 아니었다.


촤자자자착!

가슴 깊이 박혀 든 검날을 이제 좀 빼주면 좋으련만.


“아파?”


이게 무슨 상황이란 말인가?

질러놓고 아프냐니.


“아프냐고, 이 새끼야!!”


제갈현은 어떤 경우에도 참으려 했다.

죽어도 자객들에게 약한 모습을 보이기 싫어서.


“······으···윽, 아아아아악!!!”


그런데도 참을 수 없는 고통에 제갈현은 소릴 지를 수밖에 없었다.

연이나


“너 못 죽어. 절. 대. 쉽게는 못 죽어!! 내가 너희들 다, 죽이려고 했는데···. 어, 으으으으흐흐!”


젊은 여성이 오히려 그보다 더 울부짖고 있었다.


“으으윽! 아아아아악아악!!!!”


제갈현은 어금니를 꽉 깨물어도 참기 힘든 고통에 몸서리를 쳐야 했다.

가슴에서 시작된 통증이 온몸으로 퍼진 듯 살을 찢고 베고, 또 찢고 베고.


무한 반복되는 괴로움에 제갈현의 몸과 정신이 만신창이가 되고 있었다.

제갈현이 이 지옥과도 같은 고통에 시달릴 때


“크크크크큭!”


그들 근처에서 아주 여린 웃음소리가 들렸다.

자기 딴엔 웃음을 참느라 입을 가리고 웃는 것 같은데.


그런데도 새어 나오는 웃음이 참기 힘든 웃음이렷다.


떨어지는 피가 거의 마를 때쯤,

여자가 피를 멈추려는 듯 남자의 몸을 얼렸다.

제갈현은 이제 그 지독한 고통에서 벗어났으리라.

천만에.


얼음 조각상이 된 제갈현은 그 속에서도 고통이 계속되었다.

죽일 거면, 제발 좀 그냥 죽이지.


무슨 원수가 그렇게 졌다고.

사람을 이렇게까지 고통스럽게 할꼬.


차라리 조금 전처럼 비명이라도 지를 수 있으면 그나마 나을 텐데.

그러질 못하니.

제갈현이 속으로 얼마나 비명 질렀는지 모른다.

너무나 아파서.


제갈현은 알고 싶었다.

그들이 대체 누구길래 이리 당당히 왕궁까지 쳐들어와서, 사람들을 몰살하는지.

그의 뜻을 알았을까?


“흐흐흐흐흑! 할아버지, 왜 그랬어, 왜 그랬냐고?”


“전하! 이미 끝났습니다. 그분과 상관없는 자입니다.”


늙은 남자에게 안긴 여자가 남자의 가슴을 두들기며 화를 냈다.


“아니, 나는 아직 분풀이도 못 했어. 복수를 제대로 못 했다고!”


“전하! 제갈국은 이미 지도에서 사라졌습니다. 허니 이제 그만···.”


늙은 남자가 수혈(睡穴)을 짚자, 왕족인 듯한 여자가 기절했다.


젊은 여자를 조심스레 내려둔 늙은 남자가 얼음 속에 갇힌 남자를 건조한 눈빛으로 쳐다봤다.

저벅저벅


“제갈현! 나는 빙설제국 천설전(千雪殿) 전주 ‘백리현’이다. 그 누구도 탓하지 마라. 정 원망하려거든 네 부모를 원망하고. 이게 다 네 애미 때문이니.”


‘······? 그게 무슨, 어머니께서 왜? 다시 말해봐.’


제갈현은 지금 백리현이 무슨 말을 하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작은 벌레조차 죽이지 못하는 어머니께서 대체 뭘 잘못했단 말인가?


꼼짝, 달싹 못하는 얼음 조각상 처지에도.

제갈현은 여전히 계속되는 아픔에 고통스러웠으나,

속으로 묻고 있었다.


어머니가 뭘 잘못했느냐고?

백리현의 얼굴이 보이기만 해도 눈동자를 굴려서라도 어찌, 어찌 물어볼 텐데.

이놈의 눈이 전. 혀. 보이지 않으니 답답할 노릇이었다.


소리 없는 절규가 계속 울렸지만,

백리현은 전혀 관심 없다는 듯 쓰러진 여자를 품에 안고 밖으로 나갔다.


그때 육합전성(六合傳聲, 소리가 어디서 들리는지 모르게 하는 수법)이 날아들었다.


“네놈도 적당히 하거라. 이만하면 충분히 복수한 거 아니냐.”


‘으윽, 누구보고?’


백리현의 마지막 말에

제갈현의 머릿속엔 물음표가 둥둥 떠다녔다.

잠시 뒤,


“크크큭! 아하하하하!”


또다시 그 웃음소리가 들렸다.

뭔가 허탈한 듯하면서도 통쾌한 웃음소리가 조금씩 커지더니.


터벅터벅, 사내가 얼음 동상 앞으로 다가왔다.

잠시 만족스런 표정으로 제갈현을 쳐다보는 남자.


“고맙다, 제갈현. 네 덕분에 일이 아주 쉽게 풀렸어.”


남자가 얼음 동상이 된 제갈현 뺨을 툭툭 치며 해사하게 웃었다.


‘무, 무슨 말이야? 네 놈 대체···.’


“이리 쉽게 무너질걸. 그땐 왜 그랬나 몰라. 괜히 전전긍긍했어, 현아. 하하하하, 아하하하하!”


제갈현의 고통스러워하는 모습을 한동안 지켜본 젊은 남자가 기분 나쁜 웃음을 날리며 떠나갔다.


‘누구야, 누구냐고!!? 으으으윽···.’


그가 떠난 뒤에도 제갈현의 고통은 계속되고 있었다.


젊은 여자를 ‘공주님 안기’한 백리현이 제갈국 궁궐 제1문‘개문’이 있던 곳을 벗어난 순간


콰자자작!

방 안에 있던 제갈현의 얼음 동상에 금이 쩍 가더니.


콰직,

소릴 내며 얼음 동상이 허무하게 조각조각 흩어져 사라졌다.

그렇게 제갈현은 죽었다.

그런데


*


“으아아아악!”


타다닥!

벌컥!


“저, 저하! 어떻게, 악몽을 꾸셨습니까?”


비명을 지르며 벌떡 일어난 나는

문을 열고 들어온 시종을 보곤 가슴이 먹먹했다.


“어, 하도영···? 네가 왜 여기···.”


살아생전 딱히 챙겨주지 않았건만.

상전이라고 이리 창백한 낯으로 뛰어오다니.


“왜긴요. 제가 저하의 전속 시종이지 말입니다. 그러니 제가 저하 옆에서 챙겨···.”


‘이게 뭐지? 아, 이게 그, 죽으면 본다는 그건 가?’

“내가 죽긴 죽었구나. 도영이가 다 보이게.”


“······예?”


도영이 고개를 갸웃했다.


“하, 그래도 죽었다고 눈은 보이네. 이거 하난 좋다. 도영이 얼굴도 이렇게 다시 보고.”


“저하! 정신 차리십시오. 이리 멀쩡히 살아계시는데, 저하께서 죽다니요.”


“하도영. 네가 죽은 게 벌써 9년 전이다. 나도 죽어서 널 만났고.”


“예에? 제··· 제가 죽다니요. 저하! 밤새도록 책 읽고, 낮잠을 이리 주무시니. 현실인지, 꿈인지 분간도 못 하시지 말입니다.”


“하도영! 너 진짜 죽었다니까. 내가 살아있다면, 이렇게 눈이 보일 리가 없지. 내가 9년 전 그때, 독에 당해 실명했는데.”


“눈이 안 보이다뇨? 저하, 이게 몇 개로 보이십니까?”


도영이 손가락 두 개를 열심히 흔들며 맞추란다.

이걸 맞춰, 말아?


죽어서 이런 유치한 질문에 답하려니 기가 찼다.


“두 개다, 두 개!”


“어, 맞추는데. 왜 저러시지? 그럼, 이건 몇 개로···.”


“그만, 귀찮다. 근데, 넌 왜 이유도 없이 웃냐?”


“헤헤헤! 웃어야 복이 오지 말입니다. 아, 저하. 점심을 걸러 배고프시죠? 잠시만 계십시오. 제가 수라간에 가서 어서 밥상을 들이라 하겠습니다.”


도영이 나가고.

또 다른 기억이 주마등처럼 휙휙 지나갈 거라 생각했건만.


어째 아무 일도 없다.

근데 왜 하필 귀영전(營影展) 일까?


귀영전은 왕세자의 처소라.

나 역시 잠깐 머물렀을 뿐인데.

죽어서 제일 먼저 찾은 곳이 이곳이라니.


좋은 기억이라곤 없는 이곳에 머물다가,

이승을 떠나려니 나는 못마땅했다.


저승사자가 나타나기 전에

마지막으로 제갈국을 쭉 둘러보면 좋겠는데.


제갈국 전체를 한눈에 담을 수 있는 곳이 어딜까?


‘그래, 거기다. 궁궐 뒤쪽에 있는 산. 거기면 분명 볼 수 있을 거야.’


저승사자가 언제 올지 몰라

마음이 급해졌다.


저벅저벅저벅,

빠른 걸음으로 방문 쪽으로 다가가던 나는 얼핏 보이는 낯선 실루엣에 발길을 멈췄다.


‘어, 뭐지?’


거울 속에 다른 이가 있다.

원래 나는 흑발에 검은 눈동잔데.

거울 속 나는 은발에 잿빛 눈이다.


그때 드르륵!

문이 열리고 도영이 들어왔다.


놀란 눈으로 거울 속 얼굴을 쳐다보는 내 모습에

도영이 조심스레 말을 걸었다.


“저하, 조금 있으면 밥상이···.”


“도, 도영아! 내 얼굴. 아니 내 머리카락, 이 눈동자가 다른데 어떻게 날 알아봤어?”


“······? 음, 저하. 어디 아픕니까?”


“···응?”


“아니, 제가 저하를 뵌 지 벌써 7년짼데, 저하 얼굴을 모르면 누가···.”


“아니, 지금 내 머리카락, 눈동자 색이 달라졌잖아!”


“하아, 오늘 진짜 왜 이러십니까? 저하께선 원래 은발에 잿빛 눈을 가지셔서 예전부터 제갈국에서 신비한 외모로 손에 꼽히시잖습니까.”


“······! 뭐어? 내가 원래 은발이라고?”


“예! 은발, 잿빛 눈! 이제 장난 좀. 그만치시죠. 이제껏 한 번도 이런 장난 안 치시는 분이 왜 이러십니까?”


도영이 웃으며 화난 체했다.


“이거, 꿈. 그래 꿈이다.”


“꿈 아니라구요. 정 못 믿으시면 제가 꼬집어 드려욧?”


도영이 나를 꼬집을 생각에 신나는 듯,

눈을 번들거리며 해맑게 웃었다.


‘뭐지, 이거 정말 꿈 아냐?’


어찌 된 영문인지 모르겠으나

나는 9년 전으로 돌아왔다.


*


그로부터 며칠이 지났다.

그때 제갈현의 시야에 낯선 것이 잡혔다.

흐릿하게 보여 특정하긴 힘든데,

그의 주변을 배회하는 뭔가가.


‘어 저게 뭐지?’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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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7회. 그곳에 더는 정파가 없었다! 24.08.23 12 0 14쪽
7 6회. 피 묻은 6결 매듭의 주인 24.08.22 16 1 13쪽
6 5회. 일촉즉발 24.08.22 18 1 12쪽
5 4회. 잿빛 저주의 시작 ‘언가주몽’ 24.08.19 23 0 12쪽
4 3회. 범인 색출(1) 24.08.18 25 0 13쪽
» 2회. 과거의 망령(2), 원수 24.08.17 34 1 11쪽
2 1회. 과거의 망령(1) 24.08.16 42 2 11쪽
1 서(序). 혈군단 vs 얼음 군단 24.08.16 72 1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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