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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신이 영혼을 탐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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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반무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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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6.26 2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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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13 2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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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회. 천무지체(天武之體)

DUMMY

18회. 천무지체(天武之體)



“너, 뭐야? 내가 만든 진법을 왜 깨부숴!? 바빠죽겠는데 방해하고 난리야. 짜증 나게.”


“송구하옵니다, 저하. 첫째 왕자님께서 빨리 전하라고 하셔서.”


“정 급하면 문 앞에 있는 기원이한테 맡기면 되잖아. 한창 집중하고 있는데 너 때문에 다 망쳤어.”


‘후, 몇 번이나 말씀드렸는데.’

“죄송합니다. 우선 이 편지부터 읽어보시죠.”


“아, 알았어. 거기 두고 가.”


쬐끔한 녀석이 성질 한번 사납다.

한창 연구에 집중하던 교인은 며칠째 풀리지 않던 일이 쭉쭉 진행돼서 기분이 좋았으나.


여현이 미종진에 들어왔을 때부터 집중력이 깨진 상태였다.

그런데도 여현을 더 괴롭힌 건 조금만 더 하면 될 것 같은 생각에 무리해서 연구에 매달린 탓이었다.


‘아, 조금만 더 했으면 우리 제갈국에도 새로운 신병이기가 생길 뻔했는데. 으씨, 저 주여현 때문에 망쳤어.’


여현이 돌아간 뒤에도

교인은 집중력이 깨진 게 속상해 제갈현의 쪽지를 읽지 않았다.


‘내 다음번엔 좀 더 강력한 미종진을 만들어, 진법에 빠지면 길을 헤매다가 지쳐 쓰러지게 만들어야지. 그래야 다신, 방해 안 받지.’


귀영전에 돌아온 여현을 본 제갈현의 표정이 어이가 없었다.


“편지 전하다가 죽었어? 도영이 눈치채면 어쩌려고.”


“······! 송구합니다, 저하!”


“왜 이리 늦은 건데?”


“그게······.”


제갈현은 여현의 사정을 들은 뒤, 딱 2초간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아, 맞다. 교인이 처소에 진법이 있단 걸 내 말하지 않았군. 고생했겠네. 다른 사람에겐 절대 말하지 마.”


“예, 저하. 근데, 2 왕자 저하께서 편지를 읽지 않으셨습니다.”


“괜찮아. 그 녀석 원래 자기 전에 읽으니까.”


“······저하, 그럼, 오늘부턴 소천성공(小天星功)으로 내공심법을···.”


“그거, 이미 할 줄 아는데.”


“예? 내공심법은 기초가 중요해서···.”


“할 줄 안다고.”


제갈현은 여현의 설명이 길어질 것 같아 말머릴 뚝 잘랐다.


“저하, 아무리 그래도 기운이라는 게 막 혼자서···.”


“그래, 안다니까. ‘소천성공’이란 책이 설명을 뭐 같이 해 놔서. 나도 이거 따라 하다가 숨이 막혀 죽을 뻔했거든.”


이미 안다고 했건만

여현이 다소 의심하는 눈치라 제갈현 말투에 짜증이 실렸다.


“지금은 괜찮으십니까, 저하? 제가 저하 몸을 잠깐 살펴봐도 될까요?”


“그래 그러든지.”


죽을 뻔했다는 말에 깜짝 놀란 여현이 다급히 다가와 왕자의 상태를 살폈다.


“저하, 단전에 기를 한번 모아 보십시오.”

‘내가 저하께 이런 말을 하게 되다니. 내공심법의 ‘내’자도 모르던 저하께서 갑자기 단전에 기(氣)를 모을 수 있을 리가. 그런데도 확인하고 싶다.’


여현은 검을 처음 잡았던 그날처럼.

왠지 저하가 그를 놀라게 할 것 같은 기대감이 들었다.


가부좌를 튼 제갈현 뒤쪽에 앉은 여현이 그의 등에 살며시 손을 얹었다.


그리곤 미세하게 내공을 흘려보내, 첫째 왕자 몸을 살피는데.

별안간 여현의 눈이 점점 커지고 있었다.


‘이제 겨우 기(氣)를 느낄 텐데. 벌써 단전으로 기가 모이고 있다. 가, 가만 이건···!’


이 인간 대체 뭘까?

제갈현이 벌써 탁기(濁氣, 나쁜 기운)를 뱉어내는 토납법을 자연스레 하고 있다.


들숨과 날숨이 물 흐르듯 이어져 단전으로 모이는 기운.

이때만 해도 잘난 왕자라 그러려니 했다.


헌데.

단전에 있던 기운이 엉덩이에서 등 쪽으로 이어지는 독맥(督脈)을 따라 올라간 순간


‘벌써 기운을 돌린다고?’


여현은 숨이 멎을 뻔했다.

거기다 가슴에서 막혔던 기운이 다시 몸 앞으로 지나가는 임맥(任脈)을 따라 내려와선 곧장 단전으로 흘러 들어갔을 땐


하, 이게 뭔가?

소주천(小周天)이다.

하단전만 열려도 내공을 쌓을 기초가 되건만.


우리 천재 왕자께선 단전을 만들고 거기다 아예 소주천을 해버렸다.

제갈현 몸에서 손을 뗀 여현은 잠시 할 말을 잃었다.


“······.”


그러다 미간을 찌푸린 제갈현을 보곤 깜짝 놀랐다.


“저하, 저하! 그만하십시오.”


탁탁!

여현이 급히 점혈한 뒤, 제갈현의 안색을 살폈다.


“저하, 괜찮으십니까?”


“후! 또 그러네.”


제갈현이 흉통이 있는지.

작은 손으로 가슴께를 어루만졌다.

그의 반응에 어쩔 줄 모르는 여현.


“저하, 전에도 이랬습니까?”


“어, 한 시진(두 시간) 전에도 이랬는데, 다행히 이번엔 두통이 없네.”


“예에? 두통이 있었다구요?”

‘이제 갓 소주천을 돌렸다면 두통이 있을 리가 없다. 그렇다면···.’


두통이란 말에 여현은 설마설마했다.


“저하, 혹시 운기조식할 때 딴생각하셨습니까? 예를 들어, 오늘 갑자기 진법이 바뀌어서 고생했으니까 구자운 부전주님께 복수할 궁리를 했다던가 그런 거 말입니다.”


여현과 지내는 동안, 한 번도 보이지 않았는데.


‘대주가 그때도 지독하게, 훈련 시켰구만. 그러니 이 곰탱이가 도망갔지. 아 잊었다. 여현이가 제갈국의 손꼽히는 귀족 가문 자식인걸. 그래서 이런 것도 공포가 되는군.’


하긴 도망갔다가 잡혀 와서 훈련을 핑계로 뒈지게 맞았으니.

그렇기도 하겠다.


갑작스레 휙, 지나가는 장면 하나에 제갈현은 실실 나오는 웃음을 억지로 참았다.


“뭐, 사람이 그럴 수도 있지. 솔직히 구자운 대주가 훈련을 뭐같이 시키잖아. 내 보기엔 여현이 너도 그랬겠는데. 아냐?”


“······! 큼. 저하, 중요한 건 운기조식 중에 절. 대. 딴생각하시면 안 됩니다. 만약 그럴 것 같으면 운기조식을 멈춘 뒤, 괜찮아지면 호흡해야 하죠. 근데 두통은 언제 심했습니까?”


잠시 당황한 여현이 중요한 걸 콕 짚어주며 화제를 돌렸다.


“글쎄, 나도 정확힌···. 아, 독맥을 지나가던 기운이 심장 근처로 가려고 했을 때 흉통이 심해지면서 두통도 함께 왔어.”


하하하, 여현은 기가 막혔다.

아직 운기조식조차 제대로 한 적 없는 왕자가 벌써 중단전을 뚫으려 했다니.


이건 빨라도 너무 빠른 거 아닌가.

원래 운기조식은 하단전에 기(氣)를 돌려 내공을 쌓는 내주천이 첫 단계였다.

사실 이것도 일주일은 되어야 겨우 할 수 있건만.


첫날부터 소주천을 돌리고 중단전까지 넘본 우리 대단한 왕자님은 대체,

여현은 순간 할 말을 잊었다.


‘설마, 우리 왕자님이 타고난 천무지체(天武之體)?’


이게 아니고서야 말이 안 되었다.

내공을 수련하려면 혈맥을 뚫는 과정이 필요한데,

이걸 다 생략하고 고수들만 뚫는다는 중단전으로 직행했으니.


“저하, 혹시···그 흉통이 처음엔 가슴을 무겁게 짓눌렀다가 어느 순간 가슴을 송곳으로 찌르는 것처럼 아팠습니까?”


“어, 그랬던 거 같아. 그때 너무 아파서 운기조식하다가 기절할 뻔했지.”


‘······! 아, 정말 더럽게 부러운 천재다. 누군 20년을 넘게 수련해도 경험 못 하는걸. 저런 천재는 하루 만에 시도하다니.’


오늘따라 입안이 참 쓰다.

귀영전을 나오는 여현의 얼굴이 어두웠다.

제자를 잘 둬서 기쁘긴 한데, 한편으론 씁쓸한 게.


*


이제 막 일을 끝마치고 돌아가려던 구자운은 주인 잃은 강아지마냥 꼬리가 축 처진 여현을 보곤 무슨 일인가 했다.

허나 뒤이어 이어진 여현의 말에


“뭐, 더 이상 심법을 가르칠 게 없다고? 아니, 대체 언제 소천성공(小天星功)을 가르친 겐가? 와, 자네 대단하이.”


자운의 과분한 칭찬에 여현이 난처한 낯으로 입을 뗐다.


“부전주님, 저는 딱히 저하께 가르쳐 드린 게 없습니다. 저하께서 혼자서 책을 읽으시고···.”


“뭐, 또 책을 보고 중단전 뚫을 시도를 했단 말인가? 하하하하! 이거 아주 경사났구만. 우리 제갈국에 천무지체라니. 그래, 그래야 말이 되지. 그래서 저하께서 그렇게 훈련해도 지치지 않으신 게야. 아, 내 이러고 있을 때가 아니지.”


집무실을 나가는 자운의 발걸음이 빨라졌다.


*


다음 날 아침, 건청전(乾淸殿, 왕의 처소)이 소란스러워졌다.

평소 묘시(卯時, 오전 5시 ~ 오전 7시)가 돼야 일어나던 제갈승은 아침 댓바람부터 찾아온 제갈현을 서늘한 눈빛으로 쳐다봤다.


제갈현은 왕이 그리 보면 다소 고개 숙일 법한데. 어쩐지 당당했다.

그리고 튀어나온 말이 더 가관이었다.


“아버님, 제게 영약 좀 주십시오”


“······네가 체력 단련하기 시작한 지 겨우 일주일밖에 안 되었다. 그게 얼마나 되었다고 벌써 영약 타령이야! 영약은 단전이 형성된 뒤에나 먹는 거다.”


어린놈의 자식이 예법이라곤 담쌓았는지.

오랜만에 왕을 뵈러 온다는 녀석이 무복을 입고 왔다.

그래 놓고 다짜고짜 영약을 달라니.


주고 싶다가도 싫어진다, 이놈아!

제갈승의 눈빛이 더 사나워졌다.

그런데도 아들 녀석은 주장을 굽힐 생각이 없는 듯


“아버님, 저에 대해 다 아시잖습니까?”


‘아니, 이것들이 아주 쌍으로!’


이 일이 있기 전날.

늦은 저녁이었다.

제갈승이 힘든 하루를 끝내고 쉬려던 그때, 반갑지 않은 능구렁이가 찾아왔다.


“자네 지금 미친 겐가? 뭐, 전 세계에 있는 영약을 다 사들이라고. 영약이 어디 한두 푼인가? 부르는 게 값인 영약을 다 사라니. 나라 기둥을 뿌리째 뽑겠다는 겁니까!?”


“전하, 화를 내시기 전에 제 말을 제발 끝까지 들어 주소서.”


자운 말의 요지는 이랬다.

1 왕자가 하늘이 내려 준 귀재니까 영약을 팍팍 제공해서, 그를 빙설제국의 차세대 최강자 후보 ‘설휘’ 황자급으로 올리자고.


그 말을 듣는 내내 제갈승은 황당해서 말이 안 나왔다.

그런데 그 뒷말에.

화가 난 제갈승이 서안(書案)을 탕탕, 두드렸다.


“그만! 현이가 초견 복제 능력이 있다곤 해도 수련한지 얼마나 됐다고 이리 설레발을 칩니까. 게다가 뭐, 나더러 현이를 가르치라고. 자넨 내가 그리 한가해 보이는가? 무슨 3류 무사 아니, 2류 무사 하나 지도하는데 왕인 내가 나서?”


“전하, 제갈국 내에 전하께서 가장 강하시기 때문입니다. 1 왕자님을 지도하시기엔 저하만큼 뛰어난 인재가 없을뿐더러···.”


“그럼, 자네가 하면 되지 않는가? 자네 실력이면···.”


제갈승은 자운의 실력을 알았다.

그라면 얼마든지 제갈현을 저 하늘 위의 경지까지 이끌 거라 여겼는데.


“물론, 저도 가르칠 것이 옵니다. 제가 이리 부탁드리는 것은 그 이후를 위해섭니다. 전하, 주여현 호위무사의 무공이 절정 초입인데, 그런 자가 겨우 1주일 만에 가르칠 게 없다며 손을 들었습니다.”


“뭐, 주여현이?”

‘주여현이라면 제갈국 최고 부대 ‘백한대’ 내에서도 수위를 다투던 잔데 그런 자가 두 손 들 정도라면. 대체···.’


자운에게 아들의 재능과 그간의 일을 듣는 내내,

제갈승의 몸이 조금씩 앞쪽으로 기울고 있었다.


그리고 제갈현이 ‘천무지체’란 말을 들었을 때 제갈승은 주먹을 말아쥐며 힘들게 평정심을 유지했다.


그가 돌아간 뒤, 제갈승은 거의 뜬 눈으로 밤을 지새웠다.

오늘 제갈승은 아예 잠자리에 눕지조차 않았으니.

얼마나 피곤할까.


‘허, 이 녀석 보게.’


눈앞에 있는 아들을 보는 제갈승의 얼굴 어디에도 호감이 보이지 않았다.


“천무지체가 뭐, 그리 대단하다고. 착각하지 마라. 세상엔 너 같은 인재가 길바닥에 깔렸거늘. 무에 그리 급해서 영약, 영약 하느냐? 네가 정녕 천무지체라면 운기조식으로 충분할 터.”


“아버님, 아니, 전하. 저는 빨리 강해져야 합니다.”


“그래서, 영약이 필요하다?”


“예.”


“세상에 공짜는 없다. 정 영약이 갖고 싶거든. 날 이겨라. 그럼, 내 영약을 주지. 대신, 이 대련에 목숨을 걸어야 할 거다. 내 최선을 다해 널 공격할 테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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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 19회. 황제가 되겠다! 24.09.16 6 0 22쪽
» 18회. 천무지체(天武之體) 24.09.13 12 0 12쪽
18 17회. 매화향의 주인은? 24.09.09 11 0 12쪽
17 16회. 이상한 ‘하도영’ 24.09.07 14 0 12쪽
16 15회. 누구나 비밀은 있다 24.09.06 13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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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10회. 덫을 놓다 24.08.26 17 0 13쪽
10 9회. 능구렁이 등장이요! 24.08.25 16 0 12쪽
9 8회. 재수 없는 놈 24.08.24 15 0 12쪽
8 7회. 그곳에 더는 정파가 없었다! 24.08.23 17 0 14쪽
7 6회. 피 묻은 6결 매듭의 주인 24.08.22 20 1 13쪽
6 5회. 일촉즉발 24.08.22 23 1 12쪽
5 4회. 잿빛 저주의 시작 ‘언가주몽’ 24.08.19 30 0 12쪽
4 3회. 범인 색출(1) 24.08.18 30 0 13쪽
3 2회. 과거의 망령(2), 원수 24.08.17 42 1 11쪽
2 1회. 과거의 망령(1) 24.08.16 56 2 11쪽
1 서(序). 혈군단 vs 얼음 군단 24.08.16 95 1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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