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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안녕하세요?

적월미화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이춘배
작품등록일 :
2022.12.01 19:17
최근연재일 :
2024.06.14 19:12
연재수 :
580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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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2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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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3,596,7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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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1.14 1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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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431. 죽지 않기 위해 선택한 독

DUMMY

“ 아. 맞다. 야 레이브. 에테리아스 행성으로 와라. 우리가 직접 죽여버리러 갈 거니까 목 부분 용접 잘해놓고. “

윌리는 춘향의 마지막 말을 듣고 확신한다.

이것은 레이브에게 하는 경고가 아니다.

다르시를. 우리를 부르는 것이다.

자신들이 찾아가지 못했는데도

그들은 분명 살아있을 것이라고 믿고 에테리아스 행성에서 만나자고 하는 것이다.

“ 윌. 어떻게 할까요? “

윌리라는 이름은 더이상 사용하기 까다로우며

네이렌이 윌리를 알아볼 수 있게끔 하기 위해 이미 죽었다고 기록된 과거의 이름인 윌을 사용하기로 한 윌리는 알비스를 바라본다.

“ ...다르시 인도자님께서는 어떻게 생각하고 계시지? “

윌이 가볍게 물어본 질문이지만 알비스에게서 들려온 대답은 절대 가볍지는 않았다.

“ 여전하십니다. 본인은 이제 나서지 않으시겠다고... 지금 네이렌에게 필요한 건 저와 당신이라면서 둘이서만 다녀오라고 하시더군요. “

이거 참..

어차피 그 말은 듣지 않을 거란 걸 잘 알고 있으시면서도 계속 같은 말만을 하신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다르시 인도자님이 한번 좌절했을 때처럼 방에 누워서 아무것도 안 하고 계신 것은 아니었다.

다만..

움직이기가 힘든 상황일 뿐이었으며

다르시 인도자님께서도 지금의 상황을 포기하고 싶지는 않으셨다.

그렇기에 네이렌을 인도하게끔. 정보망을 연결하게끔 윌과 알비스를 보내려는 것이겠지.

“ 이제 저희만 어떻게 할지 정하면 될 것 같군요. “

지금까지는 그래도 어떻게든 다르시를 끌고 가서 함께 움직일 수 있었지만(대부분 우주에서의 생활이 전부였기에 우주선을 움직이기만 하면 됐었다) 이제부터는 다르다.

분명 위험한 자리.

그리고 전장이다.

그렇기에 다르시는 자신이 가는 것은 오히려 짐이라고 여기고 있으며...

...

실제로..

아무 도움이 되지 않는 것 또한..

사실이다.

“ ...이렇게 하자. 알비스. 이제 정보망에 접속하는 건 어느 정도 할 수 있겠지? “

“ 아 네. 접속하는 건 이제 할 수 있어요. 아직 영상은 힘들지라도 구시대 정보망처럼 간단한 메시지 정도는 주고받을 수 있습니다. 물론... 가끔 틀리지만요. “

함께 한 시간이 오래된 만큼.. 알비스는 윌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얼추 알 수 있었다.

그리고..

그렇게 해도 된다고 생각한다.

“ 알비스. “

“ 네. 제가 다녀오겠습니다. 정보망이 이어져 있다면 우리는 떨어져 있는 것은 아니니까요. “

윌과 알비스는 서로 마주 보고 미소짓는다.

과연

다시 만날 수 있을까.

전혀 알 수 없지만..

이미 죽을뻔한 일들을 수없이 겪어보았기에 두렵지는 않다.

“ 반드시 살아라. “

“ 윌님이야 말로 다르시 인도자님과 꼭 살아남으셔야 합니다. “

두 사람이 이런 말을 주고받으며 막중한 임무를 수행할 줄 누가 알았겠는가.

헛웃음밖에 안 나오면서도

네이렌을 생각하면 그 헛웃음이 희망으로 바뀌는 기분이다.

“ 자. 윌님? 선생님께 검사를 맡았으니. 저도 학생이 얼마나 공부했는지 평가해야겠는데요? “

“ ...크흠.. 난 인도자가 아니라서 보급형 아티팩트에는 영 손이 안 간단 말이지... “

알비스는 도망치려는 윌의 손목을 붙잡아 자신이 과거에 사용하던 낡은 보급형 아티팩트를 손에 억지로 쥐여주었다.

“ 그래도 하셔야 합니다. 저희가 가진 아티팩트가 두 개밖에 없는 이상 이 낡은 아티팩트는 생명줄이나 마찬가지예요. 가능하면 최신식 아티팩트를 드리고 싶습니다만... “

“ ...으으.. 이 낡은 녀석도 활성화하면 내 감정이 우울해서 견디기 힘든 수준인데. 그 아티팩트는 내가 감당할 수 없어. “

어쩔 수 없는 부분이었던지라 알비스는 씁쓸하게 미소짓는다.

“ ..길은 알고 있겠지? “

“ 이미 이 은하는 다 외우고 있어요. 괜찮습니다. 네이렌 분들과 합류하면 정보망에 접속해둘 테니 추적이랑 연락을 부탁드려요. “

어쩜..

이리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는 걸까.

이 세상에 믿고 의지할 사람이 세 사람밖에 없기에 이렇게 떨어지는 것이 싫은 걸까.

곧 믿을 수 있는 사람들. 네이렌을 만나게 된다면 모든 것이 괜찮아질 텐데도...

왜 이렇게 보내서는 안 될 것만 같은 느낌이 드는 걸까.

..하지만.

가야겠지.

움직이지 않으면 변하는 것도 없다.

“ 그래. 이곳에서 할 것도 없는 만큼 계속 관찰해주마. ‘ 다녀와라 ‘ 알비스. “







이 우주를 얼마나 오랜 시간 떠다녔었을까.

알비스는 행성이 변하고

파괴되어 별자리가 바뀌어도

아무리 우주가 달라져도

에이아 은하인 이상 이곳이 어디인지 정확하게 알 수 있을 정도가 되어있었다.

아주 작은 1인용 우주선을 타고 나아간 알비스는 드디어 에테리아스 행성을 발견하고는 씁쓸한 웃음을 지었다.

“ ...예전에는 수많은 사람이 오갔던 행성인데 말이죠... “

다르시의 노력으로 성운 추적자들의 중심 무역 거처로 유명해졌던 에테리아스 행성은 매 순간 우주선이 들어갔다 나가기를 반복했었던 바람에 먼 곳에서 겉모습만 보고 지나친 아이들은 에테리아스 행성이 뾰족뾰족한 행성이라고 착각할 정도였었다.

하지만 지금은 그 누가 봐도 동그란 행성.

그중에서도 사람이 살지 않는 것이 훤히 보이는 황폐한 행성의 모습이라고 단번에 알 수 있었다.

“ 이곳에서.. 처음 만났었을 때는 참... 이런 운명이 될 줄 몰랐었죠. “

어째서 알비스는 그들에게 이끌렸을까.

왜 그때 우연히 만나게 된 걸까.

무슨 이유로 그들에게 말을 걸었을까.

참.. 기구한 운명이다.

알비스는 조심스레 행성에 다가가고

대기권을 지나

황폐한 땅에 우주선을 몰고 착륙한다.

“ 겉보기엔 아무도 없고.... “

물론 에테리아스 행성에 도착했을 때 네이렌이 있을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이 행성의 반대편에 네이렌이 있을 가능성도 낮다.

그들에게는 인도자가, 길잡이가, 아티팩트가 없으며 에이아 은하에 존재하는 별의 위치를 가장 잘 알고 있는 알비스가 최단 거리로 달려왔기에 당연하게도 알비스가 먼저 왔을 것이다.

우주에서 날아다니며 네이렌이 올 때까지 기다리면 되지 않나 싶기도 했지만

분명 은하의 지휘관들이 공유하는 정보망에는 레이브도 있을 것이라는 확신이 있었기에 네이렌을 만나러 오는 사람은 알비스뿐만이 아니라 레이브도 분명 올 것이다.

만약

네이렌보다 레이브가 먼저 에테리아스로 와버린다면 우주에 떠다니는 알비스의 우주선을 보고 먼저 공격해버릴 가능성이 있으므로 이렇게 행성 내에서 숨어있는 것이 좋다는 판단을 내린 것이다.

알비스는 조심스레 우주선의 문을 열고..

한발.

땅을 내디딘다.

“ ... “

황폐한 땅.

분명 온갖 건물들로 화려하게 가득 차 있던 이 행성에는 아무것도 남지 않게 되어버렸다.

누군가가 다가온다면 멀리서도 알 수 있는 환경이지만

반대로 알비스가 숨을만한 적당한 곳도 없어졌다는 단점이 있었다.

알비스는 조심스레 오른손을 내밀어 손가락에 끼워져 있는 반지에 속삭인다.

“ ...활성화. “


-삑.


꽤 귀여운 소리와 함께 반지 내부에 박혀 있는 작은 케트라시움 조각들이 주황빛으로 빛나고 반지의 푸른 막을 통해 푸른 빛을 내뿜는다.

“ 동기화. “

알비스가 다시 한번 말하자 빛들이 점점 모여져 손가락에 감기고

몸으로 빨려 들어가더니

알비스의 눈이 은은한 푸른빛으로 빛나기 시작한다.

최신형 아티팩트.

반지의 형태로 만들어졌으며 수십 개의 작은 케트라시움 조각을 정교하게 깎아 설정해서 넣어두어 신체와 동기화해 기존 보급형 아티팩트처럼 큰 부피를 차지하지 않고도 충분한 효과를 볼 수 있었다.

물론 신체와 동기화하는 만큼 몸에 무리는 상당하지만 익숙해지기만 하면 이만큼 편리한 것은 없었다.

이것으로 알비스가 할 수 있는 일은 전부 마쳤다.

이제 안전한 곳을 찾아서 숨는 것밖에..

“ 알비스. “

....

분명..

아무도 없었는데..

뒤에서 들려오는 너무나도 익숙하고 편안한 목소리에 알비스는...

..

..

다시 우주선으로 황급히 들어간다.

-쾅!!!

-까득... 까드드득...!!!!!

“ 읏...! 이런...!! 함정인가...! “

분명 아까까지만 해도 아무도 없었는데...

하필이면 레이브가 먼저 와 있었다니..

우주선을 빠르게 가동하고 날아가려고 했으나.

이미 어느새 우주선으로 달라붙은 붉은 눈들이 우주선을 뜯어버리고 알비스의 멱살을 움켜쥐었다.

“ 큭...!! “

“ 알비스. 너라면 네이렌이 오기 전에 먼저 올 줄 알고 있었단다. “

그렇게 붉은 눈에게 붙잡힌 채로 다시 레이브의 앞에 던져진 알비스는 조심스레 손을 쥐고 에너지를 모은다.

하지만 최신형 아티팩트에 담긴 공격 기능 따위 전부 알고 있는 레이브는 가볍게 알비스의 손을 발로 밟아 막아낸다.

“ 크악...! “

“ 너는 전투를 위해 태어난 아이가 아니란 것쯤은 잘 알고 있잖니? 나에게 무리해서 반항하려 하지 말아라. “

알비스는 팔이 꺾인 채로 레이브의 발에 밟히면서도 두 눈만큼은 레이브를 째려보았다.

예전과 같은 눈이 아닌

적을 대하는 눈빛이다.

“ ...당신은.. 더이상 내 스승이 아닙니다. “

“ 그래.. 그렇겠지. “

이제는 레이브 자신이 알비스의 스승이 아니라는 것을 인정한다.

그럴만한 세월이 흘렀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레이브는 조금 다른 말을.. 알비스가 알 수 없는 말을 한다.

“ 언제부터였지? “

“ ...무엇을 말씀하시는 것인지 모르겠지만 그것이 무엇이 되더라도 답해줄 이유 따위는 없습니다. “

“ 아니야. 분명 네 시작은 나의 제자였다. 분명... 분명 그랬었는데 말이지.... 대체 언제.... “

그 순간

레이브는 머리 위에서 심상치 않은 기운을 느끼고 경계하며 보호막을 펼친다.

-콰콰쾅!!!!!!!!!!!!!!!!!!!!!!!

무슨 일이 일어난 지는.. 모른다.

저 거대한 폭발을 보호막으로 막아낼 수 있었을까 한다면

쉽지 않았다고 판단한다.

대체 무슨 힘일까.

무엇이 갑자기 공격해 온 걸까.

알비스가 판 함정?

의미가 없다.

고작 여기 있는 육체 하나를 파괴한다고 죽는 것도 아니었으며 알비스는 그러한 연줄 자체가 없다.

“ ...너는 뭐지? “

거대한 폭발에서 일어선 남자.

그 남자는 주위를 둘러보고서는 인상을 찌푸린다.

“ 이곳 사람인가. ..역시.. 마나는 느껴지지 않는군... “

남자는 귀가 먹먹한 것인지 손가락으로 귀를 파며 말한다.

하지만..

레이브는 그 남자의 말을 알아듣지 못했다.

그저 주위에 느껴지는 변이 에너지.

마나라는 에너지를 보고 에이아 은하 사람이 아니라는 것만 알 수 있었다.

“ ...저쪽 은하의 인간인가.. “


알비스는 생각한다.

이대로 레이브에게 붙잡히면

자신은 결국 죽는다.

어쩌면 저 남자는..

네이렌이 보낸 사람이 아닐까.

“ ...당신은.. 누구시죠? “

조심스레 알비스가 물어보자 레이브가 알비스의 앞을 막아서며 패널을 생성한다.

“ 알비스. 저 녀석은 외계 은하에서 온 녀석이다. 우리와 말이 통하지 않.. “

“ 크릭 레베른. 그러는 너는 누구지? “

....

분명..

말이 안 통할 텐데.

알비스는 우리의 언어로 이야기했는데

상대가 무슨 말을 하는지는 모르지만, 대답을 한 듯하다.

아니.. 혼잣말일 가능성도 있나.

아니... 상대는 우리의 말을 알아들을 가능성은?

...잠깐..

그러고 보니.. 네이렌이라는 녀석들은 어떻게 우리와 말이 통했지?

“ ...알비스. 저 녀석들과 어떤 식으로 소통하는 거지? “


알비스는 그런 레이브의 말에 대답할 정신이 없었다.

레이브의 말이 들리지 않았다.

알비스의 눈이 흔들린다.

크릭 레베른.

본적은 없지만 분명 들어본 이름이다.

네이렌이 막아야 하는 적.

에이아 은하에서 은하의 중심축으로 삼을만한 거대한 에너지를 가질 자.

크릭 레베른을 막기 위해 네이렌이 왔던 것이지만 결국 네이렌은 실패했고

크릭 레베른은 이곳에 도착했다.

지금 당장을 구해줄 수 있는 사람이지만

저자와 함께해서는 안 된다.

이거 참...

분명 그렇기는 하지만..

어쩔 수 없다.

고민할 필요는 없다.

확정적인 죽음보다는

협상의 여지가 있는 저쪽 인간.

크릭 레베른에게 모든 것을 걸어보는 것이 올바른 선택이다.

지금 당장을 살아남아야..

네이렌을 만날 수 있다.

“ ...알비스입니다. 가능하면 저를 구해주실 수 있겠습니까? “


작가의말

ㅇ0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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