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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경신인 님의 서재입니다.

나는 쓰레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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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화경신인
작품등록일 :
2021.05.12 16:48
최근연재일 :
2021.07.06 15:04
연재수 :
48 회
조회수 :
14,117
추천수 :
328
글자수 :
207,292

작성
21.06.23 1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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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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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쪽

재개발지역

DUMMY

다희는 그 어렵다는 국가고시인 약사고시를 단 한번에 합격했다. 이제 다희는 약국을 열 수 있는 자격이 생긴 것이었다.


“다희야! 축하해! 붙을 줄 알았어!”

“호호 고마워! 운이 좋았어”

“어디다가 약국을 열거야? 내가 알아 봐 줄게!”

“급하게 생각 안 하기로 했어. 일단 선배가 운영하는 약국에서 인턴으로 일하면서 좀 배운 다음에 그때 독립하면 될 것 같아!”

“흐흐 나랑 결혼하기 싫어서 늦추는 건 아니겠지?”

나는 장난스럽게 다희에게 다가가 옆구리를 간지럽혔다.

“오호호.. 잠..깐.. 오호호.. 잠깐만···..호호.. 그만!. .제발..흐흐흐”

다희는 유난히 옆구리에 심하게 간지럼을 탔다. 다희는 금방이라도 숨이 넘어갈 사람처럼 눈물을 흘리며 웃어 제쳤다.


다희는 졸업 후 선배가 운영하는 종로에 있는 약국에서 인턴약사로 일했다. 그 약국은 365일 24시간 연중 무휴로 운영하고 있었는데 약사는 3교대를 기준으로 운영이 되고 있었다. 약국 규모도 커서 전국에서 손가락에 꼽을 정도였다. 그곳에서 하얀 까운에 하얀 마스크를 쓰고 일하는 모습이 보기에 좋았다.


‘그래 이런 곳에서 일하면 약국 일을 금방 배우겠네!’ 나는 안심 할 수 있었다.


나는 작년 날치기 사건 이후 그렇다 할 일이 없어서 비교적 시간을 많이 낼 수 있었다. 그 동안 살던 집을 정리하고 남산 근처에 내 이름으로 된 아파트를 하나 사서 옮겼다.


***


“누굽니까?”

모처럼 김실장은 내게 와서 서류철을 줬다.

“의원님이 추진하는 재개발지역이 있는데 그곳에 재개발을 반대하는 놈들이 있단 말이야. 그 놈들 우두머리일세”

“어떻게 처리할까요?”

“죽이지는 말고 적당히 담금질 좀 해 줬으면 좋겠어! 나긋나긋하게 말이야!”

“알겠습니다.”

“기한은?”

“별도로 말씀은 없으셨네, 하지만 가능하면 빠른 시일에 끝내면 좋겠네. 참! 그리고 잘 알겠지만 노파심에 말하자면 절대로 의원님과의 연계가 드러나면 안되네. 만약 그렇게 되면 우린 철저히 부인할거야!”

“잘 알고 있습니다.”


나는 박의원이 재개발과 관련해 어떤 일을 하고 있는지 그런 건 물어 보지 않았다. 그건 나에겐 중요하지 않다. 나에게 중요한 건 내게 일이 떨어졌다는 것이다. 나는 그 일만 완수하면 된다.


***


“아따! 휑하네잉!”


소부는 성수동 재개발지역에 도착하자마자 처음 본 소감을 말한다. 재개발지역 현장에는 부서진 집들의 잔해가 널려져 있었고 도로를 따라 커다란 덤프 트럭이 쉼 없이 왕래를 하였다. 우리는 건물 잔해 사이로 난 길을 따라 천천히 이동하였다. 대부분의 집들은 다 해체가 되었는데 어느 한곳에 보니 다 허물어져 가는 집이지만 형체를 갖추고 있는 곳이 여러 채 보였다.


‘성수동 재개발 반대’, ‘원주민 무시하는 재개발 반대’, ‘쥐꼬리 보상으론 전세도 못 얻는다!’, ‘내 집 건들지 마라! 건들면 누구든 죽인다!’ 등등 집집마다 담벼락에 또는 플랜카드에 원색으로 구호를 적어 놓고 있었다. 대충 둘러본 재개발 지역의 주택은 대략 30호 정도였다.


그렇게 마을을 둘러 보고 있는데 한쪽 공터에 사람들이 모여 있고 큰 소리가 나는 곳이 있었다. 우리는 차에서 내려 그곳으로 이동하였다.


‘그러니까 구청에서는 여러분께 이주비를 드린다고 말씀 드렸습니다. 거기에 더해 현재 평당 지급하던 보상금액에 10%를 더 올려드린다고 했고 또한 이곳에 주택단지가 건설되면 최우선 입주자격을 드린다고 했습니다. 그러니 이제 그만 고집 꺾고 이주를 하세요. 지금 이주를 하시면 몇 년 후엔 좋은 새집에서 지내실 수 있습니다. 더 이상의 요구는 수용할 수 없다고 하였으니 지금 기회를 놓치지 마세요. 오늘 당장 동의서 쓰실 분들께서는 앞으로 나와 주세요.”


누군가 양복을 입고 확성기로 ‘철거반대’라고 쓴 머리띠를 두른 사람들 앞에서 이야기 하고 있었다.


‘개소리!’

‘우리가 요구하는 보상 100% 인상 전에는 한 발짝도 움직일 수 없다’

‘우우우~~~ 구청장 오라 그래!’

‘철거 결사 반대! 결사 반대!’


구청에서 나온 공무원인 듯한 사내의 확성기 소리에 반대하는 50여명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여러분 감정으로 해결할 것이 아니라 냉철하게 생각해 보세요. 구청에서 여러분께 제안하는 것은 여러분의 재산을 불릴 좋은 기회가 될 것입니다. 그러니 다시 한번 냉정하고 이성적으로 판단해 주세요. 동의서 쓰실 분들은 언제든지 성동구청으로 찾아 오십시오. 내일 모레 다시 오겠습니다. 모쪼록 좋은 소식 기대하겠습니다.’


‘우우우~~ 어용 구청장은 물러나라! 물러나라!’

‘우리 삶의 터전을 보전하라! 보전하라!’

‘재개발 전면 중지하라! 중지하라!’


구청에서 나온 사내는 그 모습을 보더니 옆에 있던 다른 2명과 함께 자리를 떴다. 그곳에 모인 사람들은 구청에서 나온 사람들이 자리를 떴지만 한동안 구호를 외치며 자릴 뜨지 않았다. 여기저기에서 ‘기자’라는 완장을 찬 무리들이 철거민들의 모습을 찍고 있었다.


‘여러분! 우리는 구청의 사탕발림에 속으면 안됩니다. 오늘 구청이 우리에게 제시한 것은 우리가 그 동안 보여준 것에 대한 작은 결실입니다. 우리는 더욱 똘똘 뭉쳐야 우리가 원하던 것을 얻게 될 것입니다. 지금 힘들다고 우리의 재산을 포기하지 맙시다! 죽을 때까지 함께 합시다!’

‘와아아와아아’

‘김철호! 김철호! 김철호!

모여있던 50여명의 주민들은 안경 쓰고 턱수염이 지저분하게 난 50대 한 사람의 말에 깊은 환호를 부르며 그의 이름을 외쳤다.


우리는 그 자리를 빠져 나와 구청직원이 움직인 곳으로 갔다. 구청 직원들은 장비들을 싣고 이동하려고 하고 있었다.


“성동구청에서 오셨나요?”

확성기를 잡고 주민들에게 말을 하던 인물이 나를 보더니 흠칫 놀란 표정을 짓는다.

“그렇소만.. 누구시죠?”

나는 안기부 소속의 대공정보실로 위조된 신분증을 보여주자 그자는 안색이 굳고 다리를 달달 떨었다.

“쉿! 우리가 여기 온 사실은 아무도 몰라야 합니다. 알겠습니까?”

“네..네!”

“뭐 선생님께 볼일이 있어 온건 아니니까 일단 안정 좀 하시지요.”

“휴.. 네, 알겠습니다.”

그 사람은 심호흡을 크게 몇 번 하더니 점차 안정을 되 찾았다.

“잠깐 저의 차로 좀 가실까요? 물어 볼게 좀 있어서··· 잠깐이면 됩니다.”


나는 그 사람의 말을 듣지도 않고 우리 차 쪽으로 걸어갔다. 잠시 후 그 사람은 내 뒤를 따라 왔다.


“현재 남아 있는 철거민들의 정보가 필요합니다. 그 정도는 제공해 주실 수 있지요?”

“네..네! 가능합니다.”


검은색 썬팅이 짙게 되어 있는 승합차 뒷좌석에 앉은 나는 옆에 앉은 사람에게 쳐다 보지도 않고 물었다. 그는 얼른 가지고 온 검은색 가방에서 서류를 찾아 나에게 주었다.


“현재 가지고 있는 정보는 철거민 전체 정보가 아니라 현재 남아있는 철거민 가장들과 그들의 간단한 가족구성원에 대한 정보만 있습니다. 그 외 가족들의 자세한 정보가 필요하다면 사무실에 있으니 드리겠습니다.”


그는 아주 협조적으로 나의 질문에 응대를 하였다.


“흠.. 일단 이것을 검토 해 본 후 추후 필요하다면 연락 드리겠습니다.”

“네, 네 언제든지 연락 주십시오.”

그는 자신의 지갑에서 명함을 빼서 내게 건네 주었다.


“저어··· 그런데 왜 안기부에서···?”


“후후 이곳에 대공과 연계되어 있다는 첩보가 입수되어 조사하러 온 겁니다. 아직 조사단계라 뭐라 말씀 드리긴 어렵습니다. 일단 대충 그 정도로 알아 두시고, 이 일은 선생님만 아셔야 하는 사항입니다. 추후로 이 사건에 대한 말이 새어나가 우리의 일이 그르치게 된다면 우린 일차로 선생님을 의심할 수 밖에 없다는 점 명심하십시오.”


나는 그가 준 명함을 살펴 보면 감정이 없는 톤으로 말했다.


“꾸울꺽··· 네, 명심하겠습니다”

“가족에게도 아니 자기자신에게 조차 이 일에 대한 언급이나 생각 따위는 하지 마십시오!”

“네, 네 명심! 꼭 명심하겠습니다.”

“아! 그리고 철거민 이주동의서도 갖고 있습니까?”

“네, 물론입니다.”

“몇 장이나 있습니까?”

“오늘은 열댓 장 정도만 가지고 왔습니다. 필요하시다면 더 드리겠습니다.”

“흠.. 알겠습니다. 일단 갖고 있는 동의서를 주시고 필요하다면 다시 연락 드리지요. 협조 감사 드립니다.”

“네, 알겠습니다. 수고하십시오!”


사내는 내게 한 무더기의 서류를 넘기고 떠났다. 철거동의서를 요구하는데 아무런 의심도 없이 그냥 주었다. 안기부가 무섭긴 무서운가 보다. 나는 ‘피식’ 웃으며 현장을 떠났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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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6 밝혀지는 음모 - 2 +1 21.07.02 178 6 12쪽
45 밝혀지는 음모 +1 21.07.01 184 5 9쪽
44 문회장의 죽음 - 2 +1 21.06.30 184 7 8쪽
43 문회장의 죽음 +1 21.06.29 243 6 10쪽
42 문회장 피격 당하다 +1 21.06.28 194 7 9쪽
41 여우사냥 - 2 +1 21.06.25 179 6 8쪽
40 여우사냥 +1 21.06.24 196 6 9쪽
» 재개발지역 +1 21.06.23 197 7 9쪽
38 프로포즈 +1 21.06.22 200 6 9쪽
37 세기의 날치기 사건 +1 21.06.21 205 5 9쪽
36 어느 조합장의 죽음 +1 21.06.20 218 8 18쪽
35 수련 +1 21.06.19 228 6 11쪽
34 숨은 꿩 찾기 - 3 +1 21.06.19 217 5 16쪽
33 숨은 꿩 찾기 - 2 +3 21.06.18 219 4 11쪽
32 숨은 꿩 찾기 +1 21.06.18 220 5 10쪽
31 미인계 - 2 +1 21.06.17 227 4 9쪽
30 미인계 +1 21.06.17 241 4 12쪽
29 후보 제거 +1 21.06.16 233 4 9쪽
28 파견 +1 21.06.15 252 6 11쪽
27 다희의 위기 - 2 +1 21.06.14 263 5 13쪽
26 다희의 위기 +1 21.06.14 257 6 10쪽
25 보라카이에서 생긴 일 - 3 +1 21.06.11 243 5 14쪽
24 보라카이에서 생긴 일 - 2 +1 21.06.11 255 4 7쪽
23 보라카이에서 생긴 일 +1 21.06.10 267 4 9쪽
22 일본출장 - 6 +3 21.06.09 284 6 9쪽
21 일본출장 - 5 +1 21.06.08 275 6 9쪽
20 일본출장 - 4 +1 21.06.07 271 5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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