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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경신인 님의 서재입니다.

나는 쓰레기다

웹소설 > 자유연재 > 일반소설

완결

화경신인
작품등록일 :
2021.05.12 16:48
최근연재일 :
2021.07.06 15:04
연재수 :
48 회
조회수 :
14,108
추천수 :
328
글자수 :
207,292

작성
21.06.18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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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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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글자
11쪽

숨은 꿩 찾기 - 2

DUMMY

꿩이라는 놈이 그렇다. 까투리라는 암놈은 위험이 닥치면 그 위험에서부터 멀리 달아나는데 장끼라는 수꿩은 위험이 닥치면 몸뚱어리는 내버려두고 대가리만 풀숲에 들이민다. 자기 눈에 보이지 않으면 모든 위험이 사라졌다고 믿는 탓이었다.

이제 대가리를 숨긴 꿩을 찾아 나서야 했다.


다음날 소부와 난 경찰행세를 하며 충무로 일대 여관을 돌아다녔다. 오기자 얼굴을 여관관계자에게 보여주고 있는지 없는지 묻고 다녔다. 기자라면 분명 어딘가 짱 박혀서 기사를 쓰고 있을 것이다. 그러기에는 여관이나 여인숙 모텔 그런 곳이 제격일 것이다.

“젠장! 왜 이렇게 여관이 많아! 한 달을 돌아 댕겨도 다 못하것는디요! 행님!”

충무로 일대 여관만 뒤지는데도 시간이 빠듯하다. 그러나 우리가 할 수 있는 게 이것 밖에 없으므로 해야만 했다.

거의 해가 질 무렵 핸드폰이 울렸다. 윤발이다! 우리는 급히 모텔로 돌아갔다.

“형님 들어 보십시오.”

윤발은 자기가 녹음한 내용을 틀었다.

전화벨 소리가 여기저기 울리고 사람들이 서로 떠드는 소리가 점점이 들린다. 나는 가만히 귀를 기울여 듣고 있었다. 2-3분 정도 지나자 여자의 목소리가 들린다. 톤이 높아서인지 뚜렷하게 들렸다.


‘뭐라고요? 진짜, 오선배 맞아요?’

‘···’

여자의 목소리가 컸던 탓인지 다들 조용히 여인의 통화 소리에 집중하는 듯 했다.

‘난리 났죠. 그나저나 어디예요? 편집장님이 화가 많이 나셨다고요!’

‘···.’

‘편집장님 지금 나가고 안 계세요. 오시면 말씀 드릴게요! 오선배 진짜 어디 있는지 안 알려 주실 거예요?’

‘···’

‘뭐라고요? 어디? 다시 말해 봐요?’

‘···’

‘덕지사? 맞아요?’

‘···’

‘아~~ 가운데가 주! 덕주사? 거긴 어디예요?’

‘···’

‘월악산이요? 여긴 선배 땜에 난리 났는데 정작 본인은 산 좋고 물 좋은 곳에서 신선놀음이나 하고 있네요. 흥!’

‘···’

‘알았어요! 내일이 마감일인데, 아시죠? 그때까진 오실 수 있는 거예요?’

‘···’

‘네, 알았어요. 조심이 올라 오세요!’

수화기를 내려 놓는 소리가 나더니 여기저기 기자들의 질문이 이어졌다.

‘뭐야? 오기자야? 어디레?’

잠시 소란스럽더니 전화 받은 여인이 큰 소리로 말한다.

‘오기자님은 지금 월악산에 있는 덕주사라는 곳에서 기사를 쓰고 있고, 내일 저녁에는 도착한답니다. 자기는 아무일 없으니 걱정하지 말랍니다’

‘뻔뻔하긴? 누가 지 걱정을 한다고! 싸가지라곤!’


***


“여기가 틀림없지?”

우리는 한 밤중에 차를 타고 서울에서 3시간 거리에 있는 월악산 자락에 있는 덕주사라는 곳으로 갔다. 좁은 길을 따라 올라가니 제법 큰 주차장이 보인다. 그렇게 큰 주차장에는 달랑 세대의 차가 있었다. 조금 후미진 곳에 차를 대고 주변을 둘러 보았다.

이번엔 꿩이 제법 멀리 날아왔다!

현재 시각 새벽 2시를 가리키고 있었다. 깊은 숲속에 있는 탓에 차량의 시동을 끄니 사방이 조용하기만 하다.

“다들 잠시 눈 좀 붙여라!”

나는 차에서 내려 덕주사 일대를 천천히 살펴 보았다. 4월 초에서 중순으로 넘어가는 날씨라 아직 밤바람은 싸늘하기만 하다. 더군다나 월악산의 깊은 숲속은 입김이 보일 정도로 쌀쌀한 냉기를 품고 있었다. 그런 냉기가 폐부 깊숙이 닿으니 기분이 상쾌해졌다.

어둠에 잘 보이지 않았지만 멀리 있는 한 개의 가로등 덕분에 희미하게 윤곽을 잡을 수 있었다.

담배에 불을 붙이고 천천히 차량이 주차된 곳으로 가 봤다. 두 대는 일반 승용차이며 한 대는 지프차였다. 나는 지프차를 살펴 보다 이상한 느낌에 라이터를 켜고 보니 문짝에 ‘대한민국최고OO주간지’라는 문구가 있고 문구 옆에는 섹시한 여성이 도도한 포즈로 정면을 응시하고 있는 시트지가 붙어져 있는 것을 확인하였다.

‘음. 이곳에 있는 것이 틀림없군!’

나는 차량으로 돌아와 아직도 잠에 취한 팀원들을 깨웠다. 비몽사몽 잠에서 깬 팀원들은 나를 멍하니 쳐다 보고 있었다. 나는 간략하게 현 주차장에 주차된 차량을 확인한 것을 알려주고 윤발이를 향하여 물어 보았다.

“그거 챙겼냐?”

윤발이는 잠시 차를 나가 트렁크를 열더니 무엇인가를 들고 다시 들어왔다.

“네, 형님! 여기 있습니다.”

“아따! 이게 뭐다요?”

소부는 졸린 눈을 끔벅이며 신기한 듯 윤발이의 손에 올려진 물건을 살펴 보았다.

“이건 스냅차지라는 일종의 폭탄이예요.”

“뭐? 폭탄? 오메 무시라!”

소부는 놀란 듯 몸을 뒤로 뺀다

“하지만C4처럼 폭발력이 사방으로 퍼지는 게 아니고 아주 작은 반경에 원하는 방향에만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형님께서 준비하라고 해서 준비는 했지만 정말 쓸 줄은 몰랐네요.”

“그래! 차량이 폭탄으로 터져버리면 테러다 뭐다 해서 관심을 끌게 되고 좋지 않다. 이건 무선으로 폭발 시킬 수 있고 원하는 미세한 부위만 폭발 시킬 수 있어 자동차 등에 사용하면 차량정비불량이나 운전미숙으로 처리 할 수 있다.”

나는 간단하게 스냅차지에 대해서 설명을 해 줬다.

“윤발이가 이거 구하느라고 애 많이 썼다. 바로 설치해라!”

윤발이는 장비를 들고 지프차로 다가가 차량 밑으로 굴러 들어갔다. 지프차의 높은 차고는 윤발이가 들어가도 남을 만한 공간이 있었다. 입에는 얇은 플래시를 물고 있었다. 2분도 지나지 않아 윤발이가 나왔다.

“형님! 설치 했습니다.”

“그래 수고했다. 확실하겠지?”

“그럼요! 걱정마이소! 확실하게 브레이크와 핸들 쪽에 장착했습니다.”

“그럼 일단은 차에서 좀 쉬어라!”

담배를 한대물고 불을 켜며 주차장을 가로질러 사찰 경내로 천천히 움직였다. 스님들도 다들 주무시는지 조용하기만 한 경내를 바람소리에 흔들리는 풍경소리만이 은은하게 울려 퍼진다.

풍경소리를 들으니 마음이 갑자기 편안해지는 듯 했다.

아무도 없는 덕주사를 천천히 살펴 보고 있는데 갑자기 한 곳에 불이 켜진다. 나는 본능적으로 옆의 불당 뒤에 몸을 숨겼다. ‘잘못한 것도 없는데 왜 숨지?’ 뒤늦게 헛웃음이 난다.

불이 켜진 방에서는 비교적 젊은 스님이 나와 다른 건물로 속으로 사라진다. 그 스님을 시작으로 방에 불이 켜지면서 스님들이 하나 둘씩 일어나 다른 건물로 들어가거나 빗자루를 들고 경내를 쓸거나 했다. 아무도 나의 존재에 대해서 오가며 합장만 할 뿐 ‘어디서 왔는지? 왜 왔는지? 등’ 일체의 질문도 없다.

바삐 돌아가는 경내의 모습을 보면서 천천히 주차장으로 돌아왔다.

시간을 보니 새벽 4:30······ 차 안에서는 팀원들이 코를 골며 곤히 자고 있다.

잠시 후 ‘뗑에엥~~~~~ 뗑에엥~~~’ 범종이 울리기 시작했다. 범종이 울리자 눈탱이가 눈을 뜨고 일어나 차 밖으로 나오더니 범종 소리가 울리는 곳을 향해 합장을 하고 고개를 숙인 후 잠시 그대로 있다가 고개를 든다.

“지미! 뭐가 이렇게 시끄러! 아으~~~흑!:

소부가 차 밖으로 나오며 구겨졌던 몸을 펴는지 기지개를 켜며 한마디 한다. 윤발이는 이런 소동 속에서도 꿋꿋이 잠을 잔다.

“저 놈의 종소리 저거 언제 그쳐? 시끄러 죽것네!”

소부는 담배를 한 대 물며 귀를 막는다.

“아침엔 28번 울리게 되어 있으니 앞으로 열댓 번 더 칠거유! 저녁엔 33번 치니 아침인걸 감사하게 생각해유!”

“눈탱이! 니가 그걸 우찌 아노?”

“하따! 행님도 지가 이래 뵈도 불교 신자유! 후후”

“아따! 그랬냐~~? 몰랐네잉! 니미아미타불!”

소부는 담배를 입에 물고 합장을 하며 눈탱이를 바라본다. 눈탱이도 소부에게 마주 합장을 하며 올바른 불호를 외운다.

“나무아미타불!”

“크크크”

“참! 행님! 아침불공이 끝나면 밥을 먹는데 그때에는 손님도 같이 식사를 하니 그때 가면 오기자를 확인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눈탱이가 좋은 정보를 알려 주었다.

“오! 그래! 근데 우리가 가면 너무 눈에 띄지 않을까?”

“행님! 잠시만 기다려 보시면 보살들이 올깁니다. 거기에 같이 섞여 들어가면 괜찮을 낍니다”

눈탱이는 발우공양에 대하여 설명을 하였다.

“지미럴 뭐가 그렇게 복잡혀! 난 안 먹을란다!”

소부가 눈탱이의 발우공양 설명에 지쳐 차 안으로 들어갔다. 자연히 나와 눈탱이만 남았고 그 후로도 눈탱이의 발우공양법은 계속 되었다.

해가 뜨려는지 산등성이가 조금씩 밝아 온다. 눈탱이의 말대로 갑자기 몇 대의 차들이 올라오고 삼삼오오 여인들이 내린다. 또한 등산복 차림의 사람들도 몇 명 눈에 보였다. 눈탱이와 나는 그들 틈에 껴들어 자연스럽게 이동하였다. 아무도 우리의 존재에 대해서 의심을 갖거나 하지 않았다.

“못 보던 청년들이네. 이런 이른 시간에 공양하러 오다니. 착한 청년들이야!”

졸지에 착한 청년이 된 우리는 아주머니들 틈에 섞여 같이 움직였다. 아주머니들은 우리를 가운데 두고 공양에 대해서 알려주며 걸어갔다.

커다란 방에 들어서니 바닥에는 플라스틱 매트가 두툼하고 기다랗게 갈려 있고 아주머니들은 익숙하게 어디에서 보자기 같은 것들을 가져다 우리 앞에 놔 주었다. 그러자 눈탱이가 합장을 하며 고개를 살짝 숙인다. 나는 눈탱이가 하는 것을 그대로 흉내 내며 합장을 한다.

잠시 후 스님들이 한 손에 보자기를 들고 자리에 앉자 어디서 죽비소리가 났다. 그러자 모두 조용히 보자기를 풀었다. 우리도 스님들을 따라 앞에 놓인 보자기를 풀었다. 거기엔 깨끗한 나무로 만든 네 개의 짙은 밤색그릇과 수저가 있었다.

잠시 후 어려 보이는 스님들이 커다란 통을 들고 조심스럽게 스님들 사이로 간다. 스님들은 각각의 그릇에 밥을 덜고 국을 담고 반찬을 담았다. 우리도 같이 따라 했다.

다시 한번 죽비소리가 나자 모두 오관게(五觀偈)를 읊었다.


계공다소양피내처(計功多少量彼來處) - 이 음식이 어디서 왔는가

촌기덕행전결응공(村己德行全缺應供) - 내 덕행으로는 받기가 부끄럽네

방심이과탐등위종(防心離過貪等爲宗) - 마음의 온갖 욕심을 버리고

정사양약위료형고(正思良藥爲療形枯) - 몸을 지탱하는 약으로 알아

위성도업응수차식(爲成道業應受此食) - 도업을 이루고자 이 공양을 받습니다.


그 큰방에 많은 사람들이 있었지만 아무도 없는 듯 조용하게 식사를 하였다. 덜그럭거리는 소리 하나 없이 침묵 속에서 기나긴 식사를 하였다. 나는 식사 중에도 오기자를 확인하려 했지만 확인이 쉽지 않았다. 그릇까지 깨끗하게 물로 비워 먹으니 그제서야 식사가 끝났다.

스님들이 합장을 하며 방을 빠져나가고 나머지 사람들도 조용히 일어나 천천히 방을 빠져 나가기 시작했다. 슬쩍 고개를 돌려 살피니 저 멀리 얼굴이 희멀건 하며 통통한 사람이 눈에 들어온다. 사진에서 봤던 오기자다. 이것으로 모든 것이 확인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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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6 밝혀지는 음모 - 2 +1 21.07.02 178 6 12쪽
45 밝혀지는 음모 +1 21.07.01 184 5 9쪽
44 문회장의 죽음 - 2 +1 21.06.30 184 7 8쪽
43 문회장의 죽음 +1 21.06.29 242 6 10쪽
42 문회장 피격 당하다 +1 21.06.28 194 7 9쪽
41 여우사냥 - 2 +1 21.06.25 179 6 8쪽
40 여우사냥 +1 21.06.24 196 6 9쪽
39 재개발지역 +1 21.06.23 196 7 9쪽
38 프로포즈 +1 21.06.22 200 6 9쪽
37 세기의 날치기 사건 +1 21.06.21 205 5 9쪽
36 어느 조합장의 죽음 +1 21.06.20 218 8 18쪽
35 수련 +1 21.06.19 228 6 11쪽
34 숨은 꿩 찾기 - 3 +1 21.06.19 216 5 16쪽
» 숨은 꿩 찾기 - 2 +3 21.06.18 219 4 11쪽
32 숨은 꿩 찾기 +1 21.06.18 219 5 10쪽
31 미인계 - 2 +1 21.06.17 227 4 9쪽
30 미인계 +1 21.06.17 241 4 12쪽
29 후보 제거 +1 21.06.16 232 4 9쪽
28 파견 +1 21.06.15 252 6 11쪽
27 다희의 위기 - 2 +1 21.06.14 262 5 13쪽
26 다희의 위기 +1 21.06.14 257 6 10쪽
25 보라카이에서 생긴 일 - 3 +1 21.06.11 243 5 14쪽
24 보라카이에서 생긴 일 - 2 +1 21.06.11 255 4 7쪽
23 보라카이에서 생긴 일 +1 21.06.10 266 4 9쪽
22 일본출장 - 6 +3 21.06.09 283 6 9쪽
21 일본출장 - 5 +1 21.06.08 275 6 9쪽
20 일본출장 - 4 +1 21.06.07 271 5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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