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곤륜환생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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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하랑
작품등록일 :
2023.05.10 1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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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6.10 1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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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쪽

보법

DUMMY

※※※



“이곳에서 묵고 있었구려. 생각도 못했소.”


진무는 넉살이 좋은 사람이었다.

자연스레 합석하는 모습, 시키지도 않았는데 비싼 술을 시켜 인연이라며 건네는 것 하며, 어색한 표정으로 앉아있는 사형들에게 한마디씩 물으며 술을 따라주는 것 까지.


유려하게 뻗은 눈매 만큼이나 시원시원한 성격이었다. 쾌남 호인이라 해야겠지.


‘그저 친절하기만 한 것은 아니겠지만.’


백연의 재능을 탐내고 있는 것일 터. 그런 속셈을 알면서도 백연은 가만히 웃어주었다. 음흉하게 다가와 뒤통수에 칼을 꽂는 사람들보단 이런게 나았다. 적어도 진무가 그에게 가진 감정은 호의에 가까운 듯 했으니.


“음? 이건 뭡니까.”


백연이 자신의 앞에 놓인 잔을 보고 눈썹을 치켜올렸다. 이거 술이 아닌데.


“공자는 아직 많이 어린 듯 하여 다른 것으로 시켰소.”

“......”


아무래도 호인은 아닌 듯 싶었다. 저 넉살좋은 웃음으로 사람께나 등쳐먹고 다녔겠지.

앞에 놓인 차를 들어 단숨에 들이킨 백연이 눈을 가늘게 떴다.


진무는 그의 눈빛을 알아채지 못했다.


“화산의 이대 제자분이시라니!”


단휘의 감탄. 이어지는 진무의 웃음이 경쾌했다.


“그렇소.”

“허면, 매화검수이신 것인지요?”

“......그건 아니오. 아직은 수련이 부족하지. 화산의 매화검수는 고고하다오.”

“그렇군요. 그렇다 해도 대협이라면 틀림없이 매화에 닿을듯 싶군요.”


이어지는 청율의 대화가 매끄러웠다. 백연의 사숙은 이러한 대화에 능통한 듯 했다. 청율은 자신을 낮추지 않으면서도 사람을 기분좋게 만들어주는데 능했으니.


술을 한모금 두모금 넘기고, 음식을 나누다 보니 이윽고 대화는 돌다가 백연으로 향했다. 자연스러운 듯 보였지만, 진무가 유도한 것이리라.


‘어울려 줄까.’


그러지 않을 이유도 없었다. 화산에는 백연 자신도 관심이 많았다. 이대 제자와 친분을 만들어 두는 것은 좋은 일이다.


“공자는 그럼 하오문과는 어떤 관계시오?”

“그냥 알고 지내는 관계입니다. 일을 한두차례 같이 해서.”

“그렇소? 그렇다기엔 흑랑이 공자를 귀하게 여기는 듯 보였소만.”

“전혀 아닙니다.”


진무가 술을 따르며 웃었다.


“하오문 무영방의 방주 대리에 대한 이야기는 나도 잘 알고 있소. 구파라면 익히 아는 인물이지. 성정이 과묵하고 냉정하기로 소문이 자자한데, 그런 그가 당신을 친히 마중 나오지 않았소.”

“그렇습니까?”

“세간에서 그를 뭐라 부르는지 아시오? 적귀(寂鬼)라 하오. 말 없는 귀신이라는 뜻이지.”


그랬던가. 그다지 침묵을 즐기는 인물로 보이지는 않았는데.


“거기에 성화방주가 기다리고 있다니. 그 이름이 나온것 만으로 당신은 평범한 사람이라 부르기엔 어렵소.”

“성화방주를 아십니까?”

“그를 모르는게 더 이상하지 않소? 술법무공으로 천하에 이름을 떨치는 고수중 한명인데. 한때 제갈세가의 장로와 술법무공 대결을 해 이겼다는 소리까지 있었으니. 술법무공은 천하에서 수위를 다투는 괴력난신이오. 그 무력도 괴물이고.”


그리 말하며 연신 술을 들이키는 진무의 모습. 도사인데 술을 상당히 즐기는 듯 했다. 백연에게는 한모금도 건네지 않을 만큼.


“여튼 그 두 괴물과 친분이 있다 하니. 공자가 어떤 사람인지 더욱 궁금해지는구려.”


백연은 찻잔을 기울였다. 안에 담긴 차가 모로 흔들렸다. 이 객잔의 차는 맛이 없었다.


“그냥 검객입니다.”

“혹 출신을 물어도 되겠소?”


백연은 청율을 향해 시선을 힐끗 던졌다. 미소 짓고 있는 얼굴. 말해도 별 문제는 없을 터이다.


“청해 옥수에서 왔습니다.”

“청해!”


이번에야말로 진무의 눈이 번쩍 띄였다. 놀란 기색이 역력했다.


“그곳 출신이란 말이오?”

“예.”

“허어, 나도 한번도 못가본 곳이로군. 위험하다 들었는데.”

“그럭저럭 살만은 합니다.”


틈만 나면 칼부림 하려 드는 인간들이 꽤 많지만. 그 정도는 문제 없었다.


“......그럼, 공자는 혹시 사도(邪道) 육진(六鎭)의 일원이라거나.”


물어오는 진무의 목소리가 조심스러웠다. 경계하듯이.

백연은 눈을 깜빡였다. 생소한 단어를 들은 탓이었다.


“사도 육진이 뭡니까?”

“사파의 주축을 이루고 있는 여섯 대문파에요. 하오문도 그 중 일각이죠.”


청율의 답이었다. 그의 말에 진무가 고개를 끄덕였다.


“우리는 그리 부르지.”


백연은 고개를 저었다.


“아닙니다. 오늘 처음 듣는 이름이로군요.”

“그렇소? 다행이구려.”


그리 말하며 웃는 진무의 모습. 일순 긴장되었던 공기가 풀렸다.


“사도 육진중 일부는 구파에 극히 적대적이라서 말이오. 정확히는 하오문을 제외하면 전부 그렇지.”

“그렇습니까?”

“허면, 공자는 속해있는 문파나 가문이 있소? 그 무위나 기도가 범상치 않은 것이 가르침을 받은 듯 한데.”


은근히 캐물어오는 진무. 신기한 사람이었다.

한마디 한마디에 이리 감정이 확연히 드러난다니. 지금 그의 물음에 들어있는 것은 명백한 욕심이었다. 그리고 그 욕심이 향하고 있는 것은 분명 백연 자신이었다. 그 종남파 무인의 말대로 진무는 재능에 눈이 벌게지는 사람인 듯 했다.


하지만 진무의 기대에는 응해줄 생각이 없었다. 그래서 백연은 무심히 답했다.


“저는 곤륜파(崑崙派)의 삼대 제자입니다.”

“......허어?”

“그리고 이쪽은 제 사숙과, 사형들이고요.”


거기에 더해.

중간부터 자꾸만 다른 이들을 무시하고, 자신에게만 말을 거는 모습이 조금 마음에 들지 않았다.


“곤륜파라 함은, 그 몰락한 문파를 말하는 것이오?”

“몰락한 적이 있다고 하더군요. 지금은 아니지만.”


입매를 꿈틀거리는 진무의 표정이 볼만 했다. 그러나 그 표정은 오래가지 않았다.

술을 몇차례 들이킨 그가 이윽고 얼굴에 미소를 가득 띄웠다.


‘재미있네.’


속마음이 어떻든 겉으로는 웃음을 걸고 볼 수 있다니. 진무는 꽤나 대단한 사람이었다.


“그러셨군. 이미 문파에 적을 두고 계셨다니. 아쉽게 되었소.”

“그런가요.”

“화산은 재능있는 이를 환영하니. 언제고 기회가 된다면 공자의 얼굴을 연화봉에서 볼 수 있는 날이 오면 좋겠구려.”


백연은 가만히 차를 홀짝거렸다. 그것 정말, 더럽게 맛이 없었다.

잠시 어색해진 공기. 이윽고 부드러운 목소리가 그 공기를 깨트렸다.


“그러하면 대협께선 어떠한 연유로 화산의 아이들과 서안까지 오신 것인지요?”


청율이었다. 자연스레 화제를 돌리는 모습. 그에 진무가 호응했다.


“그러고 보니 옥수에서 오셨다 했지. 모르고 있었겠구려. 근래 섬서가 어지럽소. 사방에 사파 무인들이 나타나 민초를 죽이고 약탈을 자행하지.”

“사파 무인들이 말입니까?”

“그렇소. 본래 섬서는 사파가 크게 활개치지 못하는 영역이거늘, 최근 겁도 없이 섬서를 들쑤시고 있소. 덕분에 종남과 협력하여 사파 무리를 소탕하는 중이오.”


그리 말하며 허리춤의 검파를 매만지는 진무. 그의 눈빛이 일순 날카로워졌다.


“이 기회에 삼대 제자들도 실전을 경험시켜주기 위해 데리고 나왔지. 저 아이들도 이제 화산의 일원으로써의 의무를 다할 수 있으니.”


그가 뒤편에서 식사를 하는 중인 아이들을 슬쩍 바라보았다. 얼추 다들 약관 언저리의 외양으로 보이는 이들. 젊은 검수들이었으나 구파의 무림인으로써 아주 어리다 할 정도는 아니었다.


“다만 저들은 아직 부족한 부분이 있어 서안 근처 위주로 움직이오. 섬서 외곽의 영역은 화산의 본 무력대가 맡고 있지.”

“매화검수?”

“매화검수를 위시한 이대 제자와 일대 제자들중 몇몇도 움직이고 있소.”


그 말에 백연의 눈이 날카로워졌다.

진무가 거짓을 말할 이유는 없으니, 저 말은 진실이라고 봐야 할 터. 그렇단 말은 화산의 전력중 상당수가 지금 섬서에서 움직이고 있다는 소리이다. 그런데 저만한 힘을 투입하고도 사파를 박멸하지 못한다니?


‘이상한데.’


루주가 알려주었던 정보. 수라궁이 날뛰고 있다 한 이야기가 예상보다 큰 일인듯 했다.

화산이 저리 움직이고 있다 했으니 종남도 마찬가지일 터. 구파중 둘이 저 정도로 전력을 쏟아붓는데도 일이 해결되지 않는다라.


‘유념해둬야겠네.’


루주가 정보를 알려줬을 당시에는 수라궁의 일에 개입할 생각도 했었는데, 생각이 바뀌었다. 휘말리면 위험할지도 모른다. 가급적이면 말려드는 걸 피하는게 좋을 터.


‘조심해야겠어.’


그 혼자였다면 개입했을지도 모르나 지금은 혼자가 아니었으니.

술잔과 음식이 오가는 사이, 백연의 생각과 함께 밤이 깊어갔다.



※※※



다음날.


“오늘도 뭔가 찾으면 바로 알려주고. 다들 힘내.”

“괜찮다. 수련보다 이게 훨씬 낫......크흠.”

“......못 들은걸로 해줄게?”

“하하.”


전날과 마찬가지로 그들의 하루는 암야서고에서 시작되었다.

아쉽게도 첫날에는 별 성과가 없었는데, 오늘은 뭐라도 찾을 수 있을련지.


‘너무 커.’


그가 혼자 오지 못한 이유였다. 백연 자신을 포함해 다섯 명이나 되는 사람이 서고를 훑고 있음에도 필요한 것을 찾기가 쉽지 않았으니.


‘백철 관련 자료도 별로 없고.’


전날 청율이 찾았다던 서적은 아쉽게도 그가 찾던 내용이 아니었다. 유명한 병장기들에 관해 그림과 함께 기록해둔 서적. 그 속에 백철로 만든 병장기들에 대한 정보가 존재하긴 했으나 정작 그것을 만든 이에 관한 내용은 없었다.


기약없는 싸움이었다. 암야서고에 며칠이나 머물러야 할지 모르는 상황. 그러나 백연은 상황을 즐겁게 느끼고 있었다.


‘조급할 필요 없어.’


백철 야장은 찾으면 좋지만, 못 찾아도 그만. 일반적인 철검이나 백철검이나 똑같은 검이다. 단지 있으면 좋은 정도의 의미. 무인들이 신병이기를 좋아하고, 그런 것을 지니면 무력이 상승한다곤 하나 가장 중요한 것은 단연코 본신 무력이다.


삼봉 진인이 갈대를 손에 쥔다 하여 천하 신병이기를 온몸에 두른 무인을 이기지 못하겠는가.


그렇기에 가장 우선은 보법을 위시한 곤륜의 무공들.


그를 위해 백연은 닥치는대로 손에 잡히는 비급들을 읽어치웠다. 보법이 관련되지 않은 것이라도 그랬다. 담아두면 쓸 일이 생길지 모르니.


그리고 그 과정은 생각보다 즐거웠다. 그 또한 제대로 된 비급이란 것을 별로 읽어본 적이 없는 탓이었다. 그속에서 백연은 무공 이전에, 그 무공을 어떻게 타인에게 설명하는지에 대해 알아나갔다.


‘내가 너무 직감적인 부분을 강조했네.’


다음 비급을 쓸때는 참고할 여지가 있는 부분들. 모두가 자신과 같다 생각하면 안된다. 모든 곤륜의 무인들을 그가 일일이 붙잡고 가르쳐줄 수는 없는 노릇이니. 비급만 가지고도 왠만한 정도는 성취할 수 있게 만들어야 한다.


그리고 그날 오후.


“백연.”

“응? 소홍 사형.”

“이거.”


소리없이 다가온 소홍이 서적 한권을 내밀었다.

비급이라 하기에는 지나치게 얇은 크기. 하지만 그 제목은 서적이 분명 무공 비급임을 알려주고 있었다.


“비익보(悲翼步)?”

“내용이 신기해서.”


흐릿한 제목 외에는 아무것도 드러나 있지 않은 표지. 그러나 서적을 받아들어 펼쳤을때, 그는 놀람을 감출수가 없었다.


“이게 뭐야.”


그것은 비급이되 비급이 아니었다. 얇은 비급속에 적힌 것은 한 사람의 일기, 또는 시와 같은 내용이었다. 작자가 생전에 시인이었는지. 허나 그 속에 새겨진 것은 분명 무공 구결이었다.


백연은 가만히 그것을 따라 읽다가, 순간 몸에서 일어나는 기파를 느꼈다.


“......이거 뭐야 진짜.”


무공을 쓰려한 것이 아닌데. 글귀를 따라 읽는 것 만으로도 몸의 기파가 동했다. 신기에 가까운 공능.


“사형, 대체 뭘 찾은거야?”

“찾으라면서.”

“그건 맞는데.”


그래도 이런걸 찾아올 줄은 전혀 몰랐는데.

하지만 동시에 직감적으로 알 수 있었다. 어디에서도 들어보지 못한 이 무공이, 그의 걸음을 완성 시켜줄 열쇠라는 사실을.



※※※



눈을 감고 스스로의 몸을 관조한다.


‘심법은 일으키지 말고.’


곤륜산 밖으로 나왔음에도 여전히 자연지기는 그에게 민감하게 반응했다. 곤륜산에 있을 적 만큼은 아니었으나, 몸에 부담이 오는 것은 여전했다. 암야서고 바닥에 피를 줄줄 흘릴 수는 없었다.


‘집중해.’


그가 만들것은 보법이다. 전장에서 간합과 움직임을 다루는 무공. 무인의 걸음.

세상 천지에 수많은 보법이 존재한다. 그 공능과 효력은 가지각색이나, 보법의 의의는 결국 모두 한가지로 수렴한다.


‘전장의 장악.’


자신이 사용하는 무공과 더해, 전장을 장악할 수 있는가.

쾌검을 사용하는 이는 전진 후퇴가 자유로운 보법을 쓴다. 중검을 사용하는 이는 균형을 중시하는 보법을, 화산처럼 허초와 변초가 난무하는 검법을 쓰는 이들은 그 걸음 또한 환상이 섞여있다.


따라서 백연은 고민해왔다. 보법은 곧 무공의 기초. 무공의 뼈대와도 같은 것이다. 하면, 그가 보법을 만들었을 때, 그것이 앞으로 만들어질 곤륜의 무학과 어울릴 수 있을 것인가.


‘천변만화.’


자유로운 심법이 그것을 망설이게 만들었다. 앞으로 곤륜파의 무공이 뻗어나갈 수 있는 가짓수는 너무 많았다. 한가지 묘리에 어울리는 보법을 만들었다간 나중에 후회할 가능성이 높았다. 그래서 백연은 꽤 긴 시간동안 관찰만을 해왔다. 필요한 심상을 얻기 위해.


그리고 그 과정에서 백연은 세가지의 심상을 얻어냈다.


“우선은 월영신공.”


흑랑의 무공이자 무영방주들의 신공. 그 속에서 백연은 간합을 가져오는 무서움을 보았다. 그림자가 있는 공간이라면 어디든지 장악하는 신공비기. 그를 통해 일어나는 보법은 짧은 비도를 사용하는 월영신공의 전투 방식에 극대화된 이점을 제공했다. 무기의 길이에 상관 없이 자신이 원하는 간합을 가져가니, 언제나 전투의 주도권을 쥐는 것이다.


“다음은 암향표.”


화산의 절세 보법. 검귀 시절에도 본 적 있는 무공이며, 며칠 전 진무가 보여준 움직임에서도 확인했다. 그들의 보법은 전후좌우 사방으로의 전진 후퇴가 자유로운 보법. 암향이라는 이름답게 신출귀몰한 화산의 걸음은, 예측 불허의 움직임이 얼마나 무서운지 알려준다.


화산의 절기인 매화검법. 그 속에서 피어나는 수많은 허초와 변초가 예측할 수 없는 방향에서 베어들어온다면 막기가 지극히 어려워진다. 암향표는 매화의 향을 사방에 퍼뜨릴 수 있게 해주는 걸음이었다.


“마지막으로......검귀.”


백연 자신이 전생에 사용했던 보법. 따로 이름 붙이지는 않았다. 주변 이들이 귀신 걸음이라 놀리던 기억만이 남는 그 보법은, 몸을 해치는 무공이었다.


‘다리 혈맥을 따라 단타로 기를 격발시키는 방식.’


용천혈을 따라 내보내는 기파. 자연스럽게 뿌리는 것이 아닌, 기를 틀어막고 내보내는 행위를 반복한다. 그 반발력으로 인해 터져나오듯 움직이는 기파로 몸을 움직인다. 가속과 감속이 자유롭고, 일순 속도가 극한에 달했다가 바닥까지 줄어든다. 그야말로 변칙적인 움직임에 적합한 무공. 자신보다 강자를 상대하기 위해 극한까지 짜내어 만든, 악귀의 보법.


그를 통해 백연은 상대의 호흡과 박자를 빼앗았다. 전장의 흐름을 주도하는 보법. 호흡 간격을 자신쪽으로 가져오는 것은 고수들간의 대결에 있어 중요한 요소였다. 한 호흡, 반 호흡에 예측하지 못한 검격이 들어온다면 그것이 곧 죽음을 의미하니.


그리고 지금. 이곳에서 새로운 심상을 얻었다.


비익보. 그 무공의 구결은 조금 달랐다. 막연히 스치는 심상. 단순히 특정한 무공을 담았다기엔 독특하다. 구결 자체가 자유롭고 위를 향했다. 마치 사용자의 심상에 따라 변화를 반복한다는 듯이.


‘신공이야.’


이곳에 묻혀있는 것이 이상할 정도로. 하지만 그 알 수 없는 심상이, 앞의 세 심상을 하나로 엮어내 주었다. 처음부터 그것이 자신의 역할이었다는 듯이.


“후우.”


숨을 내쉰 백연이 심상을 엮어냈다. 마음이 동하는 대로. 기파를 몸을 따라 흘린다. 내력을 일으키고, 온 몸에 전달한다.


‘중요한건 중심을 잡는 것.’


부드러이 눈을 뜨며 백연이 한 걸음을 내딛었고, 다음 순간.


후욱.


소년의 걸음이 바람으로 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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