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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하랑님의 서재입니다

곤륜환생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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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하랑
작품등록일 :
2023.05.10 1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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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6.27 1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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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5.26 1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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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쪽

완성하다

DUMMY

거력부의 몸에서 뿜어져 나온 피가 사방에 흩뿌려졌다.

바로 앞에 서 있던 백연이 피를 뒤집어 쓴건 당연한 일이었다.


‘......피.’


머리가 멍했다.

직전까지 칼날처럼 날카롭던 정신이 순식간에 안개 낀 듯이 흐려졌다.

내력을 과하게 끌어쓴 탓이었다.


‘마지막 검격.’


백연은 멍하니 자신의 손을 내려다보았다.

지금의 몸에서 닿기 힘든 경지. 마지막 순간 그의 검격은, 한 차례 경지를 건너뛰었었다.


확실하게 거력부를 끝장내기 위해 무리한 것이다.

덕분에 온몸이 말을 듣지 않았다.


눈을 깜빡이는데 앞이 흐렸다.

주변의 소리가 먹먹하게 잠겨오는 느낌이었다.


고요하던 주변이 사람들의 목소리로 채워지며 동요하고 있었다.


‘재밌네.’


멍한 와중에도 드는 생각이었다.

거력부가 절대 쓰러질거라 예상치 못한 사람들의 표정.

흐릿한 시야 너머로도 보였다.


놀람과 기쁨이 섞인 사회자의 목소리가 울리고.


‘저 사람은, 하오문 사람이지.’


혹여나 관객중에 만금장의 일원이 섞여 있었더라도, 당장은 위험하지 않다.

아직까지 주루는 하오문의 영역이니.


‘......만금장.’


방주 대리.

만나야 했다. 거력부를 제거했으니.

그렇게 생각하며 걸음을 내딛으려는데, 갑자기 바닥이 훅 가까워졌다.


“아.”


바닥이 가까워진게 아니라, 그가 쓰러진 것이었다.

손을 짚고 일어나려는데, 피범벅인 무대가 지나치게 미끄러웠다.


‘방주 대리를 만나야 하는데.’


그렇게 생각하며 재차 몸을 일으키려던 순간.


“백연.”


훅 다가온 누군가가 그를 붙잡았다.

흐릿한 눈을 몇번 깜빡이고 위를 쳐다보니, 익숙한 얼굴이 있었다.


“......청휘?”

“청휘? 누구야, 그거.”

“......아.”


백연이 고개를 저었다.

아니구나.

순간 착각하고 말았다.


“소홍 사형?”

“그래.”

“사형. 얼굴에 피가.”

“헛소리 그만. 무리했어, 너.”


백연은 입을 다물었다.

그를 끌어당긴 사형이 읏차, 하는 소리를 내더니 자신의 몸을 들쳐 업는 것이 느껴졌다.


“눈 좀 붙여. 하오문, 왔으니까.”

“......고마워.”

“쉿.”


그 목소리를 마지막으로, 백연의 정신은 수면 아래로 침잠했다.



※※※



-당신은, 검이 무엇이라고 생각하시오?

-모든 것.

-헛허. 검귀다운 대답이구려.

-그러는 당신은?

-노부가 생각하는 검이라. 역시......


번쩍.

백연은 눈을 떴다.


잠시 눈을 깜빡이자 이윽고 초점이 돌아왔다.


“음? 벌써 일어났군.”


익숙한 목소리가 귓가에 와 닿았다.

저게 누구더라.


“......방주 대리.”

“거력부를 제거했다는 소식을 듣고 바로 왔다.”

“지금, 시간이.”

“자네가 정신을 잃은지 한 시진 정도 됐지. 그나저나 뭔가를 계속 중얼거리던데, 악몽이라도 꾼 건가?”


몸을 반쯤 일으켜 앉은 백연이 머리를 짚었다.


“비슷한 걸 꾸긴 한 것 같군요.”


달갑지 않은 기억이 왔다간 듯 했다.

고개를 털어 애써 정신을 차린 백연이 주변을 둘러보았다.


작은 방이었다.

촛불 하나만으로 전부 밝혀질 정도의.

안에 있는 사람은 방주 대리와 자신을 포함해 총 셋이었다.


“사형.”

“백연, 괜찮아?”

“아, 멀쩡해.”

“미안하지만, 자네 상태는 그리 멀쩡하지 않아.”


방주 대리가 끼어들었다.

백연이 그를 지그시 노려보자 그가 웃었다.


“그렇게 노려보지 말도록. 나는 사실을 말했을 뿐이니.”

“......웃기도 하는군요.”

“음? 왜. 놀랐나?”

“조금은.”

“자네는 돌려말하는 법이 없군.”


재차 웃는 방주 대리의 모습.

그 광경에 백연은 눈을 깜빡였다.

냉막한 인상인줄 알았더니, 의외의 모습이다.


“여하간, 거력부를 정말로 제거할 줄이야. 때문에 우리 계획이 한달은 앞당겨졌어.”

“시작한겁니까?”


방주 대리가 고개를 끄덕였다.


“무영방도들은 이미 이 주 전부터 옥수에 들어와 있었다. 곧 움직일 생각이었지. 자네는 단지 그것을 앞당긴 신호탄일 뿐이었고.”

“그렇군요.”


역시 짐작하고 있던 것과 같았다.

하오문의 움직임, 방주 대리의 등장, 만금장의 확장.

전부 전쟁을 가리키고 있었으니.


“지금쯤 옥수에 자리한 모든 만금장의 지부가 동시에 공격당하고 있을 것이다.”

“생각보다 빠르군요.”

“자네와 헤어지자마자 준비했지. 거력부가 쓰러지는 것과 동시에 움직일 수 있게.”

“제가 실패할거라는 생각은 안했습니까?”


방주 대리가 턱을 매만졌다.


“염두에는 두고 있었지. 만약 그랬다면 원래 계획했던 대로 움직였을 것이고.”

“아니, 월영비도의 위치를 말하는 겁니다. 제가 죽으면 아는 사람이 없는데.”

“그 정도 밖에 안되는 무인이 월영비도의 위치를 알고 있다? 오히려 믿기지 않는 소리가 아닌가.”


백연은 침묵했다.

틀린 말은 아니었다. 다만, 그가 겪은 일이 너무 예외적이라 그렇지.

결국 이겼으니 아무래도 좋을 일이었다.


“무튼, 이제 깨어났으니 우리의 조건에 대해 이야기 해보도록 할까.”

“조건은 이미 이야기 된 것 아니었습니까?”

“그것에 대해 말하는게 아니다. 새로이 욕심이 나는게 좀 있어서 말이지.”


잠시 방주 대리의 눈을 쳐다본 백연이 고개를 끄덕였다.

새로운 거래라, 나쁠건 없었다. 하오문은 계산이 확실한 편이니까.

억지로 몸을 일으켜 앉은 백연이 방주 대리가 앉아있는 탁자 앞으로 다가갔다.


소홍이 옆으로 자리를 비켜주었다.


“우선 이전의 조건은 그대로다. 옥수에서 만금장의 세력을 몰아내는 것. 이것은 시작했고. 암야서고는 이미 출입 자격을 얻어놨다. 가고 싶으면 말해라.”


암야서고의 출입 자격. 방주 대리의 신분임을 감안해도 매우 빨리 얻어낸 것이다.

눈앞의 방주 대리는 생각보다도 더 능력이 출중한 듯 했다.


‘우선은 몸을 회복하고.’


곤륜산에서 할 일이 많으니, 전부 처리하고 가야한다.

암야서고의 위치는 이곳에서 가깝지 않았다.

한번 다녀오는데 소모되는 시간이 만만치 않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향후 삼 년간 곤륜파와 하오문의 조건없는 동맹......이 부분은 조금 손보고 싶은데.”

“무슨 의미입니까?”


방주 대리가 미소지었다.


“그저 동맹 대신, 하오문의 전격적인 지원을 약속하고 싶다.”

“......일단 내용부터 들어보죠.”

“우선, 천라방(天羅幫)이 관리하는 하오문의 정보를 자유로이 제공하겠다. 푸른 등급의 정보까지 곤륜파의 무인이라면 대가 없이 제공받을 수 있고, 붉은 등급 이상부터는 원래 책정된 정보료보다 낮춰 받을 생각이다.”

“무슨.”

“아직 안 끝났다. 또한 곤륜파에 일정량의 자금과 식량을 매달 제공하고, 하오문이 사들이는 영단을 싸게 구매할 기회를 주겠다. 어때, 좋은 조건이지 않나?”


백연이 떨떠름한 표정을 지었다.

방주 대리의 말대로 좋은 조건이었다. 문제는, 지나치게 좋은 조건이라는 것이었다.

하오문은 계산이 확실하다. 그리고 이건 월영비도로 감당이 되질 않는 수준의 조건이다.


“......대체 원하는게 뭡니까?”


헛웃음을 지은 백연이 들어나 보자는 생각으로 입을 열었다.

방주 대리의 답은 짧았다.


“곤륜파 제자인 자네의 신분과 무력.”

“거절하겠습니다.”


즉답이었다.

방주 대리는 의아한 표정으로 물었다.


“어째서지? 하오문에 들어오라는 것도 아니고, 하오문이 요청하는 임무에 힘을 빌려주는 정도면 되는데.”

“바쁜 사람이라서 말이지요.”


어쩐지 조건이 너무 좋다 싶더니, 수락할 수가 없는 거래였다.

하오문에 들어가지 않는다 해도, 하오문이 부탁하는 일을 맡아 나다니기 시작하면 시간이 많이 끌린다.

그렇게 되면 곤륜파를 재건하는 일은 더욱 느려질 터.


‘내가 아니라 다른 누가 제자들을 가르칠 수 있으면 모를까.’


지금의 곤륜파는 하나부터 열까지 전부 자신이 처리해야 할 일 투성이였다.

하오문의 일에 시간 끌릴 여유 따위가 없었다.


“......그러면 조금 양보하지. 횟수를 정하는건 어떤가.”

“예?”

“세 차례. 요청하는 일에 세 번 자네의 힘과 신분을 빌려주면 된다.”


‘잠깐만.’


백연이 눈을 가늘게 떴다. 아무래도 이상했다.

하오문에서 이렇게까지 할 이유가 없는데. 다른 연유가 있는게 아니라면.


“......혹 그게 하오문의 요청입니까, 아니면 무영방 방주 대리의 요청입니까?”

“내 요청이지.”


그렇게 답하며 웃는 방주 대리. 그에 백연이 한숨을 내쉬었다.

조건이 좋은데에는 전부 이유가 있는 법이거늘.


“칠방중에 몇이나 함께입니까.”

“셋.”

“......과반은 안되는군요.”

“하지만 천라방이 우리의 편이다. 실질적인 세력은 비등하지.”


추측컨데, 하오문의 내부에 세력 다툼이 있는 것이었다.


“차기 문주입니까?”

“맞다.”


백연은 속으로 혀를 찼다.

차기 하오문주의 자리를 두고 하오문이 두 갈래로 나뉜게 분명했다.

무력을 담당하는 무영방과 정보를 담당하는 천라방, 그리고 하나의 방을 더 포함한 세 방이 한 세력.

나머지 네 개의 방이 한 세력.


‘암야서고의 출입 자격을 쉽게 얻어냈으니 그쪽을 포함해서 셋이겠군.’


하지만 거절하고 발을 빼기에도 너무 좋은 조건이었다.

자신이 힘을 몇차례 빌려주는 것 만으로 얻어내는 것이 너무 많다.


‘다만 세력전에서 무영방쪽이 지면.’


그때는 조금 위험할지도 모르겠지만, 아마 그 시점이 가까운 미래는 아닐 것이다.

적게 잡아도 삼 년 이상. 그리고 그 시점에 다다르면 곤륜파는 스스로를 지킬 수 있다.


잠시 머릿속으로 계산을 마친 백연이 이윽고 입을 열었다.


“두 번.”

“......좋아. 두 번이다.”

“쉽게 승낙하는군요.”

“자네의 가능성을 크게 보고 있다는 의미지.”

“눈이 좋으시군요.”

“보통 그럴때는 겸양의 말을 하지 않나?”


백연이 어깨를 으쓱였다.


“제가 그러면 기만입니다.”

“핫하. 그 정도 실력이면 그래, 그 말이 맞구나.”


방주 대리가 손을 내밀었다.


“앞으로 자주 보게 될 듯 한데, 통성명이나 하지.”

“백연입니다.”

“본 방주 대리는, 흑랑이라 부르면 된다.”


백연이 흑랑의 손을 맞잡았다.

동맹 체결이었다.



※※※



“월영비도, 신강 안에 있는것은 알고 있겠지요.”

“그래. 확증은 없으나 신교대전 와중에 잃어버린 것이니, 그 안에 있으리라 짐작하고 있었다.”


백연이 종이 위에 손을 짚었다.

간략하게 그려진 지도였다. 그럼에도 상세했다.

황실이 보면 반역도로 몰아 죽일 수 있을만큼.


“여기부터 여기. 일직선으로 그어서.”


백연의 손이 지도 위를 그었다.

신강 아랫부분을 가르는 선이었다. 산에서 산을 잇는 줄.


“이 선을 따라 움직이다 보면, 커다란 무덤이 있습니다.”

“무덤?”

“예. 월영비도는 그 안에 있습니다.”

“누구의 무덤이길래, 그 속에 월영비도가 들어가 있는 것이지.”


백연이 무심히 답했다.


“검귀의 무덤입니다.”

“처음 듣는군.”

“뭐, 굳이 말하자면 무덤도 아닙니다. 무덤이랍시고 만들어놓은 거대한 구조물이지요.”


과거에 있었다.

모름지기 무덤은 이래야 한다며 설치던 미친 인간이.

정작 그렇게 정성스레 만든 무덤 안에 묻힌 사람은 없었다. 무덤의 주인이라 할 수 있는 이 조차 신강의 외딴 산자락에서 죽었으니까.


“그런데 아직 아무도 이것을 발견하지 못했다고?”

“숨겨져 있습니다. 술법으로. 제가 괜히 선을 따라 움직여야 한다 말한게 아닙니다. 그 선을 따라 가다 보면, 가까이 갈수록 입구가 자연스레 보이기 시작할겁니다.”


악취미가 있는 놈이었다.

무튼, 무덤안에 월영비도가 있는 것 만큼은 확실했다.

그 외에 다른 무구나 비싼 것도 꽤 있었지만.


‘지금의 나는 어차피 못가.’


너무 위험했다.


“......진위 여부는 확실하겠지?”

“확실합니다.”

“좋다. 전부 기록했느냐, 팔영?”


후욱. 허공에서 갑자기 튀어나온 듯이 나타난 노인이 고개를 끄덕였다.

뛰어난 잠행술이었다.


“토씨 하나 틀린것 없이 그대로 기록해뒀습니다.”


지도를 말아쥔 흑랑이 노인에게 지도를 건네었다.


“보관해두거라. 그리고 준비해놓은 것을 가져오거라.”

“예.”


그림자처럼 스르륵 사라진 노인이 다시 나타났을 때 손에는 작은 나무 함이 들려 있었다.

함을 받아든 흑랑이 백연에게 그것을 내밀었다.


“이건 친분을 다지기 위한 선물이다.”


나무 함을 받아 여는 순간, 향기로운 냄새가 주변에 퍼져나왔다.

바닥에 깔린 얇은 무명천 위에, 손가락 두 마디만한 크기의 동그란 약이 놓여있었다.

약에서 흘러나오는 기운이 피부로 느껴졌다.


“영단?”

“공수한지 오래되지 않은 것이다. 상품(上品)이지.”

“혹, 성분이.”

“특정한 성질을 띄지 않는 기본적인 영단이다. 제갈세가에서 만드는 것이니 안전할 터.”


백연이 영단을 꺼내들었다. 감촉이 가볍고 부드러웠다.

그럼에도 연한 갈빛을 띈 표면은 단단했다.


“지금 몸 상태가 별로일텐데, 회복하는데 도움을 줄 것이다. 이 자리에서 섭취해도 된다.”

“호법, 서줄게.”


나직히 끼어든건 소홍의 말이었다.

자신의 사형을 쳐다본 백연이 피식 웃었다.


“부탁해.”


중얼거린 백연이 망설임 없이 영단을 한입에 넣었다.

약간의 쌉싸름한 맛이 스치고, 청량한 감각이 입안을 감돌았다.

몇번 씹어 삼키는 순간, 몸 속에서 기운이 일었다.


영단의 기운을 섭취하는 방법은 어렵지 않다.

하단전을 기준으로 혈도를 따라 기운을 순환해 돌린다. 원을 그리는 것 처럼.

영단의 기운을 혈도에 가둬놓은 채로 돌려 녹여내는 것이다.


보통 무인들은 그 과정이 짧지 않다. 대게 한 시진 또는 그 이상.

그러나 백연은 달랐다.

그가 전생에 검귀였기 때문은 아니었다.


‘이 몸. 저번에도 느꼈는데, 지나치게 기운이 잘 달라붙어.’


마치 자연지기의 사랑을 듬뿍 받는 것 마냥.

영단이라고 예외는 아니었다.


그렇게 눈 깜짝할 사이에 운기가 끝나고, 백연이 눈을 떴다.

흑랑의 얼굴이 볼만 했다.


“......벌써 끝났다고?”

“감사합니다. 덕분에 몸이 한결 가볍군요.”


진기도 거의 세 배가 넘게 불어 있었다.

워낙에 축기해놓은 기운의 양이 적었던 탓이다.

순식간에 한달치가 넘는 공력이 공짜로 굴러들어왔다.


백연이 씩 웃었다.


그때였다.


“......흑랑님.”


벽의 그림자가 기울어지듯 움직이더니, 온통 검은 옷을 뒤집어쓴 사람 하나가 튀어나왔다.


“사영(四影)? 무슨 일이냐.”

“만금장을 공격하는 도중, 문제가 발생했습니다. 강자가 둘 있었습니다.”

“너희가 못 이겨낼 정도더냐.”

“송구하지만, 그랬습니다. 칠영과 십삼영이 죽었습니다.”


흑랑의 눈썹이 꿈틀거렸다.

순식간에 표정을 굳힌 그가 몸을 일으켰다.


“인상착의는?”

“곰처럼 덩치가 큰 사내 하나와, 비쩍 마른 사내 하나였습니다. 사용하는 무공과 인상착의를 보건데 혈령쌍귀(血靈雙鬼)로 추정됩니다.”

“......위치는?”

“이쪽으로 오고 있습니다.”


동시에 바깥에서 쿵, 하는 소리가 들렸다.

대기를 훑고 지나가는 기의 파동을 느낀 백연이 미간을 좁혔다.


“사형.”

“응.”

“도망가.”


이번에는 소홍이 있을 자리가 아니었다.

전투의 여파만으로 위험하다.

잠시 침묵하던 소홍이 이윽고 입을 열었다.


“......너, 짜증나.”


휘익.

백연은 소홍이 던진 것을 얼떨결에 받아냈다.

그건 자신의 검이었다. 깨끗하게 닦아져 검집까지 씌워져 있는.


“먼저 간다. 죽으면 혼나.”


순식간에 소홍이 기척을 감추며 사라졌다.

그에 흑랑이 허, 하는 소리를 냈다.


“살수 무공인가.”

“조금 배웠을겁니다.”

“곤륜파는 재미있는 곳이군.”


백연은 대답하지 않고 검을 빼들었다.

맑은 소리와 함께 뽑혀나온 은빛 검신이 촛불의 불빛을 받아 이지러졌다.


쿵, 쿵. 진동 소리가 계속해서 울렸다.

그리고 다음 순간.


“여기냐, 하오문의 쥐새끼들이 숨어있는 곳이!”


콰앙!


폭음과 함께 건물의 바닥이 산산조각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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