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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고양이님의 서재입니다.

대기근을 넘어 조선을 해방하라! - 탐라제국기

웹소설 > 일반연재 > 대체역사, 판타지

들고양2
작품등록일 :
2022.05.11 10:10
최근연재일 :
2024.05.08 0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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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10.09 1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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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쪽

강남 소식

DUMMY

다음날 곳곳에 방을 붙었다.


-----------------


우리는 조정에서 제안한 협상에 응해 전라도에서 새로운 개혁을 실험하면서 더이상 피를 흘리지 않고 평화를 지키고자 하였다.


허나 송시열을 비롯한 위정자들이 비열하게 뒤로 군사를 보내어 제주를 침탈하였고 수많은 사람들이 피를 흘리며 죽었다.


하여 나 고장군이 직접 제주로 가서 저들의 선봉장인 신여철의 목을 베고 쳐들어온 적도들을 모두 잡아들였고, 통제사 유여량과 전라 좌수사 김흥운 등 장수들이 모두 장군의 덕을 흠모하며 봉기군에 가담하였다.


나 고장군은 성군이신 주상의 눈을 가리고 잘못된 길로 이끌고 있는 파렴치한 양반들을 모두 없애 버리고 새로운 조선을 만들 것이며, 앞으로의 조선은 위대하신 세종의 치세로 돌아가 양반 상놈이 없는 세상이 될 것이다.


모두들 나 고장군과 함께 일어나 새로운 세상을 여는데 동참하라!


-----------------


그 전날 밤에 상의를 한 결과, 점령지 곳곳에 방을 붙이기로 하였는데 이는 제주가 점령된 어려운 상황을 타개해 보려는 노력처럼 보이게 하려는 의도도 있었다.


방의 내용은 주로 조정에서 약속을 어겼다는 것과 이 배후에 송시열을 비롯한 양반들이 뒤에 있다는 것을 강조하였다.


이미 사전에 전라도에 개혁을 실험하는 것을 내용으로 하는 협상을 진행중인 것과 개혁의 요지 등에 대해서는 널리 알렸기에 이번에는 개혁에 대한 것 보다는 적과 아군의 구분을 명확히 하는데 중점을 두었다.


이미 특전대들이 대거 투입이 되고 당취들이 호응을 하면서 거의 확보가 된 백두대간을 통해서 사람들을 보내 다른 지역에도 같은 내용의 괘서를 내걸었다.


그리고 여의치가 않은 곳에서는 한때 곳곳에 떠돌던 12자의 구결이 담긴 쪽지들이 뿌려졌다.


“十八子 豆八十 (십팔자 두팔십)

白花謝 赤花開 (백화사 적화개)”


* * *


“이게 어찌된 일입니까?”


창덕궁 돈화문 좌측의 비변사에서는 아침부터 좌의정 허적 등 남인들이 모여서 큰 소리를 내고 있었다.


“며칠 사이에 상황이 또 다시 이렇게 바뀌다니요.”


“통제사 유여량의 장계가 거짓이었다는 말입니까?”


“통제사 유여량이라면 이익만 쫓는 자라 저쪽 편에 쉽게 붙었을 수도 있지 않겠습니까?”


“그래도 신중해야하오. 저 자들이 불리한 상황을 타개하려고 그런 내용의 방을 붙이고 다닐 수도 있는 것이요.”


한창 격론이 오가는 와중에 송시열을 비롯한 서인들이 비변사로 들어왔다.


“송시열 대감, 마침 잘 왔소.

제주를 치러 간 군사들이 고장군에게 모두 궤멸되었다는 말이 있소.

우리 몰래 군사를 움직인 결과가 고작 이것이오?”


허적이 송시열을 보고 큰 소리로 말하자 송시열이 아무런 말을 못하고 헛기침만 하고 있었다.


“어디 한번 말해 보시오. 제주 목사 노정이 반란의 수괴이고 노정만 잡으면 모든 것이 해결이 된다고 주상전하께 독대를 청하고 제주를 공격한 것이 아니오?”


호판 권대운도 거들고 나서자 이조판서 김수항이 수습을 하고 나섰다.


“아직 정확한 상황이 파악이 된 것도 아닌데 속단하기는 이릅니다.”


강화유수 김수흥도 말했다.


“맞습니다. 통제사 유여량의 장계가 올라온 것이 이제 겨우 이틀이 되었소.

곧 지방관들이 상황을 확인하고 장계를 올릴 것이니 기다려 봅시다.”


“제주의 일은 장계의 내용을 믿는다 해도 다른 곳은 어떻게 할 것이오?

분명히 장계에는 역도들의 수괴인 제주목사 노정을 사로잡았다고 했는데 벌집을 건드린 것마냥 더욱 미쳐서 날뛰고 있지 않소?”


어영대장 유혁연의 말에 호조판서 권대운도 한마디 덪붙였다.


“아마 노정이 수괴가 아니거나 사로잡은 것이 거짓말인 것이겠지요.”


분위기가 과열되자 병조판서 이완이 말했다.


“이미 각 지역으로 사람들을 보내 놓았으니 사실 확인은 나중에 따로 확인하는 것으로 하고 다른 급한 것부터 논의하는 것이 어떻겠소?”


강화유수 김수흥도 동의하고 나섰다.


“맞습니다. 지금 구례, 낙안, 보성, 정읍, 태인, 임실, 남원까지 적도들의 수중에 떨어졌다는 말이 있습니다.

그리고 이미 전주 남쪽까지 역도들의 군사들이 도착했다 하질 않습니까?”


유혁연이 다른 소식을 전했다.


“다행한 것은 전주는 전라병사 오시수를 위시한 군졸들이 합심하여 역도들을 패퇴시켰다 합니다.

역도들이 그쪽으로 몰려들면 위험 할 수 있으니 하루 빨리 원군을 파견해야 합니다.”


“그나마 거기서 라도 승전보가 올라오니 다행한 일입니다.”


다들 고개를 끄덕이고 있는 와중에 공조판서 민희가 우의정 송시열을 보며 말했다.


“송시열 대감, 이래도 전라병사 오시수가 역도들과 내통하고 있다 할 것이오?”


“지금 대책을 마련해야 하는데 그 이야기는 왜 또 꺼내는 것이오?”


대답없는 송시열대신 이완이 황급히 제지하고 나서자 병조참의 민점이 언성을 높이며 따졌다.


“이런 것일수록 사실관계를 명확히 해야지요.

또 다시 우리 남인들을 역도와 한 무리라고 내칠 요량이시오?”


“맞는 말입니다. 지금 모양새가 서인들이 사고를 치면 우리 남인들이 수습을 하고 있지 않소이까?”


남인들의 동조가 이어졌고 한참을 서로 언성을 높이며 격론이 오갔다.


며칠 전 허적이 광주에서 올라오자 송시열을 비롯한 서인들이 나서서 남인들이 역도들과 내통하고 전라도를 떼어주는 말도 안 되는 협상안을 받아 들고 왔다며 공격을 하였다.


서인들이 남인들을 몰아세워 역모로 다스려야 한다고 한참 기세를 올렸고 유여량의 첫번째 장계가 올라오자 공격이 절정에 달했다.


하지만, 현종이 전혀 흔들리지 않고 남인들을 내치라는 서인들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고, 이에 서인들이 단체로 등청을 하지 않고 버티고 있다가 갑자기 상황이 바뀐 듯하자 다시 비변사로 들어온 것이었다.


격론이 멈추지 않자 결국 좌의정 허적이 탁자를 주먹으로 치며 큰 소리로 말했다.


“우리가 이러고 있는 사이에 역도들이 도성으로 치고 올라올 것이오.

이제 그만들 하시고 하루 빨리 대책을 마련합시다.”


이에 강화유수 김수흥이 말했다.


“맞는 말입니다. 지금 즉시 중앙군을 전주로 내려 보내야 합니다.”


“하지만 전주는 읍성이 지난 전란에 소실되어 방어가 여의치 않습니다.”


어영대장 유혁연이 부정적인 의견을 내자 이완이 말했다.


“그래도 한번 적들을 패퇴시켰다 하지 않소?”


“그것은 적들의 규모가 작아서 가능했던 것이지 남쪽이 정리되어 많은 군사들이 몰려오면 물러날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지금도 그나마 동남쪽과 동쪽에 산성이 있어서 방어를 하고 있지만 서쪽이 평지라 쉽지 않을 것입니다.”


“맞는 말입니다. 임란때에는 웅치와 이치 같은 험한 길목으로 적들이 들어와서 막을 수 있었으나 이번에는 역도들이 남쪽과 서쪽에서 올라오는 중이라 방어가 쉽지 않습니다.”


“부안이 역도들의 손에 떨어지면 역도들이 서쪽에서부터 공격을 시작할 것입니다.”


“그럼 부안을 방어를 해야 하는 것 아닙니까?”


“부안은 읍성의 규모가 너무 커서 곤란합니다.

거기다가 그곳은 유형원이 있던 곳인 데다 미륵신앙이 많이 퍼져 있어 군민들이 역도들에 동조할 위험이 있습니다.”


“그렇다면 전주를 내어주고 철수를 해야 한다는 말이오?”


“전주에는 태조대왕의 어진이 모셔져 있는 곳이오. 안될 말입니다.”


“그렇다면 일단 어영군을 일부 보내서 전주방어를 하는 것이 어떻겠소이까?”


한참동안 대책을 마련하는 중에 사헌부 집의가 와서 말했다.


“지금 감찰이 확인한 결과 통제사 유여량과 전라좌수사 김흥운의 식솔들이 모두 어디론가 사라지고 없다 합니다.”


"아니, 어떻게 그런 일이..."


"주변을 탐문한 결과 승려들이 여러명 나타났고 다음날 아침에 보니 집이 비어있었다 합니다."


“아니, 그렇다면 그 괘서의 내용이 맞다는 말이 아니오?”


병조판서 이완이 물었다.


“혹시, 경상 좌수사의 식솔들은 어떻다 하던가?”


“경상 좌수사는 집이 경상도 의성이라 아직 확인을 못하였습니다.”


“상황이 이렇다면 지금 바로 훈련도감과 어영청의 군대를 최대한 동원하여 토벌대를 꾸려야 하는 것이 아니오?”


좌의정 허적이 병조판서 이완을 보며 물었다.


“병판 대감, 지금 군사들의 준비상황은 어떻습니까?”


“강화도의 군량은 이미 옮겨왔고 군사 삼천은 이틀 안으로 출발이 가능하오이다.”


“그렇다면 역도들을 어디에서 저지하는 것이 좋을 것입니까?”


“역도들이 전라도에서 올라오는 중이니 청주성에서 맞이하는 것이 나을 것입니다.

청주가 뚫리면 바로 천안을 거쳐 수원이 금방이니 그곳은 반드시 사수해야 합니다.”


“역도들이 공주를 거쳐 천안으로 바로 올라오면 어쩔 것입니까?”


“소규모의 군사들이면 가능할지 모르나 대규모의 군사라면 보급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그리고 .역도들이 병법을 아는 자들이라면 대군이 청주성에 있는데 뒤를 내주는 어리석은 짓은 하지 않을 것입니다.

청주를 중심으로 금산 쪽으로 나아가 이치고개와 진안쪽을 틀어막으면 감히 북쪽으로 올라올 엄두를 못할 것입니다.

그 다음에 영남의 군사들을 모아서 측면을 공격하면 역도들은 금방 궤멸될 것입니다.”


“좋은 생각 같습니다. 어서 빨리 주상전하께 아뢰고 군사들을 준비해서 남쪽으로 내려 보내도록 합시다.”


* * *


“잘 걸었으니 물레를 돌려 줄을 감아라!”


영차! 영차!


제주 오졸개 밖에 새로 만들어 포구에서는 오랜만에 활기가 넘쳤다.


거대한 크레인이 움직여서 정박한 배 위로 고개를 내밀면 줄이 내려와 그물망을 내려 놓고 그 위로 쌀가마니를 여러 개를 옮긴 다음 신호를 보내면 아랫쪽에서 물레를 돌려 줄을 감아 들어 올렸다.


장군이 특별히 작업을 쉽게 하기 위하여 설치을 하라 한 것으로 원래는 녹로(轆轤)라 하여 왕릉 조성 등에 이용하기도 하던 것인데 아래쪽에 회전판을 설치해서 목이 돌아가도록 개량하였고 이름을 긴목거중기라 붙였다.


“쌀가마니가 들어 올려 졌으니 흑로를 돌려라!”


긴목거중기는 이름도 길고 입에 안 붙는다고 사람들이 잘 안 썼고 별칭으로 흑로라고 불렀는데 나무 겉을 불에 거슬리고 목초액을 칠하여 검게 보인데다 바닷가에 긴 목을 빼고 서 있는 모습이 흑로를 닮았다고 붙인 이름이었다.


“빨리 수레로 실어 날라라!”


쌀가마니를 수레에 실어서 인근 창고에 저장하였고 일부는 즉시 육지로 올려 보낼 수 있게 화북포구로 옮겼다.


장군이 쌀이 들어오고 있는 광경을 흡족한 미소를 지으며 바라보면서 오조포구 입구 둑을 건너 성산 쪽으로 이동하였다.


지금의 포구는 오졸개 만 밖에 만들어져 있었고 오졸개 입구는 벽을 세워 막았는데, 썰물 때 나무판자를 세워서 바닷물이 들어오는 것을 막고 오졸개 쪽에도 판자를 세운 다음 중간에 흙과 자갈을 채워 길을 내어 놓았고 오졸개 안에 고인 물을 빼고 있는 중이었다.


오졸개 안의 물을 다 퍼내고 나면 바닥을 파내어 썰물때에도 큰 배가 정박할 수 있게 할 예정이었고 공사가 끝나면 수십척의 배가 한꺼번에 들어올 수 있는 큰 항구가 될 것이었다.


“양쪽 포구에 흑로가 네대나 있으니 쌀이 금방 금방 쌓이는 구나.”


지은남이 감탄하면서 말하자 장군이 대답했다.


“그렇죠. 흑로의 목이 돌아가게 만드는 것이 기술입니다.

화란 기술자인 피터가 많이 도와주었죠.

나중에 풍차를 만들 때에도 저 기술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풍차의 방향을 바람이 불어오는 쪽으로 돌리는 기술을 접목시켰는데 언제나 바람이 부는 쪽으로 방향을 고정시켜야 하는 풍차의 핵심 기술이었다.


“저쪽에 화란 상인들이 묵고 있습니다.”


장군일행이 성산 쪽의 부두 뒤편에 세워지고 있는 벽돌집을 향해 나아갔다.


오졸개 건너 성산쪽에는 새로 벽돌집들을 짓고 있었는데 성산 일출봉 위에서 나무를 베어와서 벽돌을 구워 만드는 중이었다.


이 당시 성산 일출봉위에는 숲이 울창하였는데 그곳은 지대가 높아 주변 상황을 바로 파악할 수 있는 곳이라 시야확보가 중요하므로 숲을 없애고 목초지를 조성할 필요가 있었다.


그래서 굵고 좋은 나무는 따로 말려 배를 만들거나 집을 짓는데 사용하고 크기가 작은 나무는 벽돌을 굽는데 사용하였다.


집 짓는 재료로 벽돌을 사용한 것은 바람이 많은 제주의 특성상 나무로 된 집 보다는 돌이나 벽돌로 된 집을 짓는 것이 나은데 돌은 따로 가공해야 하므로 벽돌을 재료로 사용해 보기로 하였다.


제주의 땅은 대부분은 화산 회토가 나오므로 유약을 바르지 않고도 질 좋은 도기가 만들어지는데, 벽돌로 구워 보니 제법 괜찮은 벽돌이 나와서 건축을 할 때 적극 사용할 계획이었다.


이곳에는 용천수가 없어 빗물을 가둔 봉천수를 써야 하는데 일출봉 쪽 언덕에 있는 연못을 더 넓게 팠고 거기서 나오는 흙을 사용해 돌로 만든 가마에서 벽돌을 구우니 일석이조였다.


장군이 제일 앞쪽에 있는 벽돌집을 향해 나아가자 화란 상인들이 다가왔다.


“헤이, 프랑수와! 오래만이야.”


“장군, 반가워!”


장군이 반갑게 몇 마디 외운 말로 인사를 하였고 프랑수와도 반갑게 대답했다.


“먼 길 오느라 힘들지 않았나?”


“바람이 잘 맞아 어렵지 않았다. 우리가 너무 늦게 온 것이 아닌지 걱정이다.”


“딱 맞춰서 잘 왔어.”


간단하게 몇 마디 인사말을 주고받고는 자리를 잡고 앉았다.


“보시다시피 이번에 세척이 들어왔고 앞으로 추가로 여러 번 더 들어올 예정입니다.

이번에는 쌀과 콩등 잡곡을 반반씩 섞어서 사왔고 다음 번에는 쌀을 주로 들여올 것입니다.”


“쌀도 중요하지만 콩도 많이 필요하니 잘 하셨습니다.

곡물을 사는데 어렵지는 않았나요?”


“이번에는 중국 강남과 대월 북쪽에서 사온 곡물입니다.

그쪽도 지난해 작황이 많이 좋은 편이 아니어서 가격이 조금 비쌌습니다.

다음번에는 더 남쪽에서 들여올 것이라 좀 나을 것입니다.”


“남쪽이라면 대월이 아닌가 봅니다.”


“네, 대월의 남쪽왕국과 크메르 왕국이라는 곳에서 사옵니다.

그쪽도 내전이 한창이라 나라 관계가 복잡합니다.”


“아, 그렇습니까? 대월이 하나인 줄 알았는데 둘이었군요.”


“네 그렇습니다. 대월이라는 나라가 지금 둘로 나뉘어져 있는데 실권은 대월의 황제가 쥐고 있는 것이 아니고 각각의 왕국에서 쥐고 있습니다.

대월 북쪽은 진씨 왕국이라 하고 남쪽 왕국은 광남국이라 하는데···”


프랑수와가 어쩌다 그쪽지역 정치상황을 사람을 시켜 지도를 가져오게 해서 한참을 설명하였다.


“오호, 두개 아니 세개의 왕국이 싸움을 벌이고 있는 중이군요. 그런데 혹시 그쪽에 참파라는 나라가 있지 않나요?”


“참파는 나라가 있지만 지금은 거의 광남국과의 전쟁에서 져서 남쪽으로 밀려 명맥만 겨우 유지하고 있고 유민들은 크메르 국경지대를 떠돌고 있습니다.”


“광남국이라는 나라가 군사력이 대단한가 봅니다. 북쪽의 찐씨 왕국의 공격도 막아내고 남으로는 참파도 위협하고 크메르 왕국의 내전에도 관여를 하고 있으니 말입니다.”


“사실 우리 동인도 회사가 그쪽을 지원하고 있습니다.”


장군이 전혀 몰랐던 사실에 깜짝 놀랐다.


“네? 그게 정말입니까?”


“네, 지난 찐씨 왕국과의 전쟁 때에도 우리가 배와 대포를 제공했습니다.”


‘이 양반들이 우리 한테는 허가를 받아야 된다니 어쩌니 하더니···’


장군이 살짝 기분이 얹짢아져서 물었다.


“무기와 배는 판매를 않는다고 하지 않았습니까?”


“특별히 그럴 필요가 있는 곳에는 예외를 두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우리도 배를 살 수 있습니까?”


“이번에 제가 이곳에 온 것이 그것과 관련된 것입니다.”


“그렇군요. 그러고 보니 지난번에 다른 곳으로 가게 된다고 했었던 것 같은데···”


“원래 페르시아 쪽으로 가기로 결정되어 있었는데 제가 조선을 계속 담당하고 싶다고 했습니다.

시작을 했으니 끝을 봐야겠지요.”


“그 말은 우리와 무역을 하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한다는 것이군요.”


“동인도회사의 총독께서 적극적으로 지원하라는 말을 하였습니다.

그래서 이번에 무기도 많이 가지고 왔습니다.

저기 밖에 대기하고 있는 큰 배에는 무기가 주로 실어져 있습니다.”


“이것 참 반가운 소식입니다.”


“제주가 청나라와 일본의 중간에 위치하고 있어서 양쪽을 연결하는 거점이 되니 아주 좋다 했습니다.

안 그래도 대만섬의 지란디아를 잃어서 아쉬워하고 있었는데 새로운 무역항을 개척할 수 있다고 많은 지원을 약속했습니다.”


“탁월한 선택입니다. 대만의 요새는 앞으로 10년 이내에 다시 찾게 해 드리지요.”


“하하하, 말만 들어도 좋습니다.”


‘십년 정도면 대만섬 정도는 먹을 수 있겠지··· 일단 이 친구 기분이 좋은 것 같으니 배부터 확보를 해 볼까?’


“그런데 배를 언제쯤 살 수 있습니까?”


“음, 그쪽은 아직 계획에 없습니다만···

10여년 이상 된 배들은 제공이 가능할 것입니다.”


‘그 정도면 감지덕지지···’


“그 정도라도 괜찮습니다. 화란에서 운영하는 배들이 얼마나 됩니까?”


“동인도회사에서 운영하는 배가 2~300척이 됩니다.

그 중에 몇 척은 판매가 가능할 것입니다.

이쪽 에서는 선원들 구하기가 힘들어 놀고 있는 배들이 좀 됩니다.”


그 말에 장군이 쾌재를 불렀다.


“선원들이 많이 필요한가 봅니다.”


“네, 데려다 놓으면 도망가는 사람들이 많아서 선원이 항상 부족합니다.

지금 크메르 왕국에 확보해둔 쌀도 많은데 운반할 사람들이 부족해 가져올 수가 없습니다.”


“혹시 우리가 선원들을 보내 주면 어떻습니까?”


“그게 정말입니까?”


“물론입니다. 이럴 줄 알고 제가 사람들을 준비시켜 놨습니다. 화란어를 몇 마디씩은 가능하고 작은 배이지만 구조를 비슷하게 만들어서 운영하는 법도 연습시켰습니다.”


얼마전 김현백이 [화란어 노걸대]라는 화란어 회화 책을 만들었다.


노걸대(老乞大)는 중국대인이라는 뜻으로 노는 옹(翁)과 비슷하게 높임말인 셈이고 걸대는 거란을 뜻하는 말이라는 설이 있는데 요나라가 있을 때 고려에서 처음 만들어진 회화책의 이름이었을 가능성이 높았다.


그 이후에 회화책마다 노걸대를 뒤에 붙여 청어노걸대 이런식으로 이름을 붙였고 화란어 노걸대가 만들어졌다.


그래서 낙원상단 상인들과 떠돌고 있던 어부들 중 젊은 사람들 위주로 화란어와 중국 광동어를 가르치고 있었다.


또한 그동안 피터와 함께 돛 세개짜리 갤리온의 절반 정도 되는 배의 위쪽 부분만 땅 위에 비슷하게 만들어서 운행 연습을 시키고 있는 중이었다.


“그렇다면 무척 기대가 됩니다. 그 사람들을 쓰면 하루빨리 쌀을 모두 실어 올 수 있겠습니다.

이제 조금 있으면 크메르 왕국 쪽이 우기가 되기 때문에 그 전에 쌀을 실어 오는 것이 좋거든요.”


‘안 그래도 선원들 좀 써 달라고 부탁하려 했는데 마침 선원들이 필요하다니 아주 잘 되었군.’


마치 어려운 일을 도와주는 모양새가 되면서 선원들을 훈련시킬 기회를 얻자 장군이 아주 기분이 좋아졌다.


“이번에 돌아 갈 때 준비된 선원들 이백명을 데리고 가십시오.

가면서 운행 연습도 시키고 하면 좋을 것입니다.

견습 선원들이니 따로 비용을 지불할 필요는 없습니다.”


“이백명 씩이나요?

그렇다면 상선 네 척은 더 운영할 수 있겠군요.

그런데, 견습이라도 임금을 지급해야 할텐데···”


“저희들로서는 쌀을 일찍 받을 수 있으니 좋은 점이 많습니다.”


쌀 운송은 다른 것들에 비해서 남는 것이 많지 않으므로 그리 수지가 맞는 장사는 아니었는데 선원들을 무료로 제공해 준다 하니 프랑수와가 아주 기뻐하였다.


“그렇게 생각해 주시니 감사합니다.”


“그리고 제가 소개시켜줄 사람이 있습니다.”


장군이 사람을 시켜서 낙원 상단주 김만수와 대행수 이세훈 등을 불렀다.


“이 사람들은 저를 도와주고 있는 낙원 상단 사람들입니다.”


장군이 상단주와 행수들을 인사시켰다.


“이분들이 앞으로 화란과 조선 사이의 무역을 담당하게 될 것입니다.

지금은 대기근과 전쟁으로 여의치 않으나 앞으로 거래할 물품들이 아주 많을 것입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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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6 사단칠정(四端七情) 논쟁 +3 22.09.03 887 19 25쪽
55 형제를 위하여 +1 22.08.29 872 17 19쪽
54 신(新) 김영철전(金英哲傳) +2 22.08.22 925 19 16쪽
53 무혈입성 +2 22.08.20 983 16 14쪽
52 나주 방어전 2 +1 22.08.15 917 18 19쪽
51 나주 방어전 1 +3 22.08.13 954 17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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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 조선의 미륵 +1 22.07.20 1,130 21 1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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