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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고양이님의 서재입니다.

대기근을 넘어 조선을 해방하라! - 탐라제국기

웹소설 > 일반연재 > 대체역사, 판타지

들고양2
작품등록일 :
2022.05.11 10:10
최근연재일 :
2024.05.19 1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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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7.22 2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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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9쪽

구출 1

DUMMY

“불이야! 불이 났다!”


다음날 새벽 병영성 여기저기서 연기가 치솟아 올랐다.


“큰일났습니다. 불이 났습니다.”


담당 군졸이 급히 보고를 하자 객사에서 잠을 자고 있던 종사관 김환(金煥)이 밖으로 뛰쳐나왔다.


김환은 이번에 조정에서 내려온 기마대를 따라서 내려온 선전관(宣傳官)으로 이곳에 남아서 임시로 병영성을 관리하고 있었다.


선전관은 왕의 지근에서 시위(侍衛)를 하거나 왕명의 출납을 맡아 서반(西班, 무반) 승지(承旨)라는 별칭으로 불리기도 하였는데 당상의 고위직 무관으로 가기전에 반드시 거쳐가야 하는 직책이었다.


그리고 겸선전관(兼宣傳官)은 다른 관직에 있으면서 선전관을 겸하는 직책으로 이번에 기마병들을 이끌고 내려온 신여철이 어영청의 정삼품 기사장겸선전관이었다.


“불이 어디에 났다는 것이냐? 자세히 일러 보거라.”


김환이 신경질적으로 묻자 군졸이 대답했다.


“군기청 창고 중의 한 곳과 옥사에 불이 났습니다.”


“역도들이 한 짓은 아니더냐?”


“역도들을 가둬둔 창고 밖에서 불이 났으니 그런 것은 아닐 것입니다. 그리고 어떤 역도들의 낌새도 없습니다.”


“알겠다. 성밖 사람들을 동원하여 서둘러 불을 끄도록 하고 만에 하나 역도들이 준동할 수 있으니 감시를 철저히 하여라!”


“옥사와 창고에 있는 죄인들은 어떻게 합니까?”


“옥사의 죄인들은 포박하여 밖으로 데려 나오게 해라.

군기청 창고는 내가 가서 확인하겠다.”


김환이 객사에 있던 어영청 군사들을 데리고 급히 군기청 쪽으로 달려갔다.


군기청에 있는 창고 중에 하나에 불이 붙었는데 이미 사람들이 많이 와서 불을 끄고 있었다.


병영성 관노중 하나가 달려와서 물었다.


“선전관 나으리, 창고에 갇힌 자들은 어떻게 할까요?”


제주의 군사들이 삼백이나 되다 보니 옥사에 가둘 수 없어서 군기청의 창고 두 곳에 가두어 두었는데 그 중 한 곳에 불이 난 것이었다.


“아직 그대로 두고 불을 끄는데 집중해라! 그런데, 어떻게 불이 난 것이냐?”


“잘 모르겠습니다. 창고 뒤에 섶나무가 쌓아졌고 거기서부터 불이 시작된 것으로 봐서 누가 불을 지른 것 같습니다.”


“이런! 어떤 놈들이 그런 짓을 한 것이더냐?”


옆에 있던 군졸이 대답했다.


“지구관 나리가 확인하라 갔습니다.”


“알겠다. 나는 일단 옥사 쪽으로 가 보겠다.”


김환이 서둘러 군기청 밖으로 나서는데 지구관 이성달이 군졸 두 명을 끌고 들어왔다.


“불 지른 놈들을 잡아왔습니다.”


“뭐하는 놈들이야?”


“오늘 번을 서던 군졸들인데 평소에 제주놈들에게 불만이 많았다고 합니다.”


퍽! 퍽!


김환이 들고 있던 등채로 끌려온 군졸들 사정없이 내리쳤다.


“이 XX 들아! 번이나 똑바로 설 것이지 누가 이딴 짓이나 하라고 했어!”


"저, 그게..."


군졸들이 억울하다는 듯이 뭔가 말하려는 듯 하자 이성달이 급히 말리고 나섰다.


“아이고 그러다가 이놈들 죽겠습니다. 나중에 옥사에 불을 지른 놈들은 또 어떤 놈들인지 이놈들에게 추궁해야 하지 않습니까?”


김환이 씩씩거리며 명령했다.


“저놈들은 일단 가둬 두거라.”


이성달이 밑의 군졸들을 시켜 중영에 가둬 놓게 시킨 뒤 김환에게 다가가 조심스레 말했다.


“선전관 나으리, 이왕 이렇게 된 것 제주놈들을 창고안에 그냥 가둬 두는 게 어떻습니까?

불이 꺼져도 좋고 불이 안 꺼져도 나으리 책임은 아닐 것 아니겠습니까?”


“흠, 안 그래도 좀 더 고분고분해지라고 가둬 두고 있다마는 그래도 불이 더 크게 번지면 나오게는 해 줘야 하지 않겠느냐?”


이성달이 좀 더 가까이 다가가서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제주 놈들이 들고 일어나게 하는게 더 낫지 않습니까?

기사장 나리도 그것을 바라고 있으신 것 같았습니다.

게다가 저놈들 숫자가 많아서 좀 다루기 힘든데 이번에 반쯤 줄여 놓으면 좋을 듯합니다.”


김환이 이곳에 오기전 김석주와 신여철 등에게 들은 바를 떠올리며 말했다.


“그렇게 되면 좋기는 한데···.”


“저 창고에 지은남이라는 자도 있습니다. 이번 기회에 제거를 하심이···”


김환과 이성달이 멀리 불타고 있는 창고 쪽을 바라보며 말을 주고받고 있는 사이에 불이 창고 지붕위까지 번져 올라가자 관노가 급히 뛰어와서 말했다.


“선전관 나으리, 불이 지붕위로 옮겨붙어서 더이상 손을 쓸 수가 없습니다!

안에 있는 사람들을 나오게 해야 합니다.”


“잠시 기다려라! 그리고 너는 믿을 만한 군사들을 모아 활을 들려서 오너라!”


김환이 이성달에게 명령하고 급히 창고 쪽으로 갔다.


“지금 창고 안의 상황은 어떤가?”


창고 앞쪽의 군졸이 말했다.


“안에서도 견디기 힘드는지 문을 두드리며 열어 달라 아우성입니다. 어떻게 합니까?”


김환이 단호하게 말했다.


“저 안에 있는 놈들은 죄인들이다! 인정을 두어서는 안된다.”


그러는 사이 창고 안에서는 백여명의 제주의 군사들이 지붕위로 불이 붙어 들어오면서 연기가 창고 안에 차기 시작하자 점점 동요하고 있었다.


“안에 연기가 점점 차오르고 있습니다.”


“문을 아무리 두드려도 열어줄 생각이 없는 것 같습니다.”


병기창고라 불에 강하고 튼튼하게 지어진 덕분에 밖에 불이 붙어도 안까지는 금방 타들어오지 않았었는데 지붕위까지 불이 번지면서 안에까지 영향을 주고 있었다.


“모두 옷을 찟어서 입과 코를 막아라.”


녹의군 대원들이 옷을 찟어서 입을 가리고 있는 사이에 지은남이 큰 소리로 말했다.


“아무래도 이놈들이 우리를 태워 죽이려고 작정한 것 같다.

이미 그렇게 작정하였다면 우리가 여기서 타 죽는다고 흉계를 꾸미는 것을 멈추지 않을 것이다.

이리 죽으나 저리 죽으나 마찬가지이니 우리는 문을 부수고 탈출한다.

문이 열리면 밖에서 공격을 할 수 있을 것이니 몸을 낮추거나 그대로 굴러서 저놈들을 제압하도록 한다!

알겠나!”


“네! 알겠습니다.”


“문 양쪽에 다섯명씩 붙어서 하나둘셋에 동시에 부딪친다! 하나, 둘, 셋!”


쿵!


녹의군 병사들이 동시에 문에 부딪치자 문이 크게 흔들리며 먼지가 떨어져 내렸다.


하지만 원래도 병기 창고라 문이 튼튼하기도 하였지만 뒤쪽에 추가로 보강을 해 두었기에 수십번을 부딪쳐도 쉽게 부서지지 않았다.


“문이 너무 튼튼합니다.”


“교대로 열명씩 돌아가면서 계속해라! 약한 부분이 있을 것이다.”


쿵! 쿵! 쿵!


계속 문을 부수고 있는 사이에 불이 더 많이 타올라 안쪽까지 불이 번져 오고 있었다.


“불이 안에까지 점점 붙어 옵니다!”


“저기 있는 오줌통을 끌고 오너라!”


지은남의 말에 한쪽 구석에 놓아 두었던 오줌통을 끌고 왔다.


“더럽긴 하겠지만 지금은 물이 이것 밖에 없으니 이걸로 라도 머리와 옷을 적셔라. 조금이라도 화기를 막아 줄 것이다.”


사람들이 얼굴을 찌푸리면서도 오줌을 손으로 떠서 옷이며 머리를 적셨다.


그 사이 창고 밖에서도 이성달이 군사 수십명을 활을 들려서 모아 왔다.


“문이 거의 부숴진 것 같습니다. 지붕도 곧 무너질 것 같습니다.”


군졸이 다급히 말하자 김환이 칼을 빼어 들고 외쳤다.


“죄인들이 탈옥을 시도하고 있다. 나오는 즉시 쏴 죽여라!”


우지끈! 쿵쾅!


창고 지붕이 뒷쪽부터 무너져 내리는 동시에 창고의 문이 부서졌다.


“공격하라!”


그 순간 군기청 입구쪽에서 소리가 들리며 녹색 조끼를 입은 군사들이 들이닥쳤다.


허현이 이끄는 녹의군 일백명이었는데 상단의 일꾼처럼 가장하여 병영성 인근의 상단 건물 여러 곳에 있다가 병영성에 불이 나자 일부는 물을 싣는 수레를 끌고 들어와 있었고 일부는 성 밖에 숨어 있다가 들어온 것이었다.


장군 등이 잡혀 있는 상황이라 불을 끄는 것만 돕고 개입을 하지 않으려 했는데 선전관 김환이 제주 사람들을 가둬서 죽이려 한다는 소식을 접하자 바로 구하러 들어온 것이었다.


제주의 군사들이 뒤를 치는 것과 동시에 지은남을 비롯한 창고에 갇혀 있던 제주 군사들도 연기를 뚫고 뛰쳐 나오자마자 문좌우로 굴러서 퍼졌다.


"쳐라!"


지은남이 크게 소리치며 장운 경공술을 이용해 앞으로 두 번을 굴러 활을 들고 있던 이성달 왼쪽 밑으로 슬라이딩 하듯 미끄러져 들어왔다.


"이놈이!"


이성달이 급히 뒤로 돌려 차고 있던 칼을 앞으로 당겨 뽑을려 했지만 이성달의 뒤쪽에서 지은남이 한발 빠르게 일어나면서 이성달의 칼을 먼저 뽑았다.


"흐아압!"


지은남이 기합 소리와 함께 그대로 칼을 사선으로 내리 치자 이성달이 비명 소리를 내며 목이 반쯤 잘리면서 쓰러졌다.


"커헉!"


병영성의 군사들은 창고문이 열리면 쏘는 것만 신경 쓰다가 뒤가 털릴 줄 몰랐던 터라 우왕좌왕 하다가 금방 제압되었다.


“상황이 정리되는 대로 창고안의 사람들을 빨리 구출해라!”


허현이 큰소리로 외치면서 보니 한쪽에 선전관 김환이 함께 온 어영청 군관들과 입구쪽으로 도망 가고 있었다.


“내가 대장놈을 맡겠다. 나머지는 옆에 있는 놈들을 맡아라!”


허현이 급히 어영청 입구 방향을 가로막으며 김환을 공격했다.


촹!


김환이 쇄도해 들어오는 허현의 칼을 막으며 소리쳤다.


“이놈들! 네놈들이 반역을 도모하는 것이냐?”


“흥! 네놈들이 우리 사람들을 태워 죽이려고 해서 구하는 것뿐이다!”


허현이 칼을 높이 들어 몰아붙이며 공격을 하였지만 모두들 무과 급제자들이라 제압이 쉽지 않았다.


김환이 칼을 휘두르며 외쳤다.


“길을 열어라! 일단 후퇴하여 후일을 도모한다!”


어영청 군관들이 기세를 올려 약한 곳을 공략하며 입구쪽으로 길을 내기 시작했고 김환이 앞장서서 달아나기 시작했다.


“네놈들은 절대로 살아서 돌아가지 못한다!”


옆에서 지은남이 합세하여 도망가는 군관들 두 명을 순식간에 베어버리고 바로 쇄도하여 도망가려는 김환의 손목을 칼로 쳐 버렸다.


김환이 칼을 놓치며 주춤하는 사이 허현이 칼을 김환의 목에 갖다 대었다.


"모두 칼을 버려라!"


병기청 안에 있는 군사들이 제압되자 병영성 내부은 금방 정리되었다.


이성달이 데려온 군사들 대부분이 제주 사람들에게 불만이 많던 자들이었는데 그들이 제압되니 나머지 군사들은 지금까지 함께 훈련도 하고 동고동락을 하였고 이성달 패거리들이 하는 짓을 고깝게 봐왔던 터라 바로 동조하였다.


안타까운 일은 창고 지붕 한쪽이 무너지면서 다섯명이 깔렸는데 나중에 불을 끄고 구조를 하였지만 이미 너무 늦어져 모두 살아남지 못하였다는 것이었다.


일부 눈먼 화살에 맞은 사람들도 있었고 화상을 입은 사람들도 있었지만 오줌을 뒤집어쓴 덕분에 목숨이 위험한 사람들은 없었다.


* * *


“해가 지기 전에 전주성에 들어가야 한다. 서둘러라.”


그 전날 태인현에 있는 거산 역참에 하루를 지낸 함거를 호송하는 행렬이 전주로 향하고 있었다.


새벽에 병영성에서 난리가 났는지 꿈에도 모른 채 부지런히 말을 재촉하여 북쪽으로 올라가는 중이었다.


“어제는 좀 경솔하지 않았던가? 양반, 상민, 천민, 노비도 모두 미륵이라니?”


전라병사 이집이 전날 장군이 한 말에 대해서 물어오자 장군이 별 일 아니라는 듯이 답했다.


“특별한 의미는 없었습니다.

스님들도 모든 중생들이 부처다라고 하지 않습니까?

그들이 듣고 싶은 말을 조금은 해 줘야 만족해서 돌아갈 것 같았습니다.”


평소에 말이 많지 않던 윤기화도 물었다.


“이십여년 뒤에 대기근이 다시 일어난다는 말은 무엇입니까?”


“음, 원래 큰 난리는 두번씩 일어나기 마련입니다.

왜란도 그랬고 호란도 그랬지 않습니까?”


“아니 그것도 그냥 한 말이던가?”


“그렇지는 않습니다만··· 제가 천기를 읽었다고 하면 믿으시겠습니까?”


이집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실제로 그렇다고 하더라도 그건 믿고 싶지 않네.

이번 한 번도 이리 힘드는데 이런 일이 두번이나 온다니···”


“그래도 이번 기근이 올해로 끝난다니 다행입니다.”


윤기화의 말에 장군이 말했다.


“올 가을이 지나면 좀 살만 할 것입니다.”


“기근이라 하면 치가 떨리니 그 말만 들어도 좋네.”


“그나 저나 세종 임금께서 미륵 이시라니 이런 말은 들어보지도 못했습니다.”


윤기화의 말에 장군이 대답했다.


“미륵이 아니시고서야 어찌 그 많은 일들을 해 내셨겠습니까?

사람들이 미륵을 너무 멀리서만 찾기에 해 준 말일 뿐입니다.”


“그렇다고 한자를 버리고 언문을 쓰다니 그게 가당한 것인가?”


이집이 엄근진 표정으로 말하자 이곳에서 토론을 할 것도 아닌지라 장군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쉽지 않겠지요. 한자를 안 쓰면 옛 성현의 말씀을 읽지 못할 것이니 말입니다.”


“저는 좋은 것 같습니다.

한자로 된 책을 읽으면 무슨 말인지 알기 어려워 혼자서 공부를 하기 너무 힘들지 않습니까?”


윤기화가 다른 의견을 말하자 이집도 그리 부정을 하지 않았다.


“허긴 우리 같은 무부들이야 반길 일이긴 하겠구만.”


“그렇습니다. 쉬운 글을 놔두고 굳이 힘든 것을 배울 필요가 없지 않겠습니까?”


갑자기 이집이 바깥을 보면서 말했다.


“그런데 병사들의 움직임이 꼭 무슨 일이 있는 것 같구만···”


“어제 일이 있어서 척후들을 여기 저기 많이 보내서 그런 것 아닐까요?”


전날 한번 호된 경험을 한 터라 경계에 신경을 쓰는 것인지 척후병들이 평소보다 많이 오가고 있었다.


“지금 오리 밖에 장례행렬이 이쪽으로 오고 있습니다.”


앞길을 살피러 갔던 척후병이 돌아와서 보고 하자 신여철이 말했다.


“다른 길로 돌아가라 이르지 않은게냐?”


“그렇게 말했는데 말을 듣지 않습니다. 가선대부 참판공의 장례행렬이라고 합니다.”


“어명을 받들어 죄인을 호송하는 중이라 하고 다시 한번 물러나라 일러라.”


척후병이 다시 말을 달려 돌아가고 잠시 후 멀리서 방울 소리가 울리며 상여꾼들의 노래 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문턱밑이가 황천이로구나 황천길이 머다드니”


“허가리넘차 어허이 어허 허어허어”


선소리꾼이 구성진 목소리로 앞소리를 매기니 상두꾼들이 뒷소리를 받는다.


‘상여소리는 어디를 가도 비슷하구나.’


장군이 익숙한 가락에 취해 있는데 이집이 중얼거렸다.


“그것 참, 어제는 사람들이 많이 몰려오더니 오늘은 상여라니···”


그 말을 듣고 장군이 문득 이상한 생각이 들었다.


‘어디선가 상여에 무기를 숨겨서 반란을 했다는 이야기를 읽은 적이 있는데 설마···?

에이, 아니야. 제주 사람들이 여기서 무슨 수로 상여를 구해...’


장군이 이내 그럴 리가 없다는 생각에 고개를 세차게 흔들었다.


“상여 행렬을 멈추고 돌아가라 전해라!”


신여철이 소리치며 앞쪽으로 나아가고 뒤쪽에 있던 군사들도 여럿이 그 뒤를 따라가고 얼마 안 있어 상여행렬과 함거가 오십여보 앞에서 맞닥뜨렸다.


“우리는 왕명을 받고 죄인을 호송하는 중이요. 상여를 돌려 길을 여라는 기사장 영감의 명령이오!”


등에 깃발을 꽃은 기패관이 달려나가 큰 소리로 외치자 장례 행렬에서도 한 사람이 나서서 외쳤다.


“장례행렬이 돌아가는 법은 없소이다.

우리는 금산사 쪽으로 가야 하니 그쪽에서 길을 비키시오.”


한참을 실랑이를 벌이는 사이 주변에 사람들이 많이 몰려 들기 시작했다.


원래는 척후병들이 곳곳을 다니며 사람들이 모여 있으면 흩어버리고 있었는데 장례행렬에 신경 쓰느라 허술해진 틈을 타 삼삼오오 모여들고 있었다.


상황이 심상치 않게 돌아가자 위기감을 느낀 신여철이 명령했다.


“상주를 비롯해서 몇명을 잡아서 데려와라. 본보기를 보여야 겠다.”


어영군 십여명이 험악한 분위기로 칼을 뽑아 들고 상여행렬로 다가서자 우두머리로 보이는 자가 외쳤다.


“시작해라!”


앞쪽에 만장을 들고 있던 자들이 만장을 대각선으로 들어 시야를 가리고 뒤에서 나무판을 든 몇 명이 나와 만장을 든 사람들 앞에 섰다.


상여행렬 뒤에서 우당탕 소리가 나자 신여철이 고함을 질렀다.


“뒤로 물러서서 활을 준비해라. 역도들이다.”


갑자기 발생한 일에 우왕좌왕 하고 있는 동안 상여 쪽에서 외치는 소리가 들렸다.


“쏴라!”


만장이 위로 들려지면서 조총을 든 상여꾼들 십여명이 앞쪽으로 나섰다.


탕! 탕! 탕!


말이 쓰러지면서 낙마를 하는 군사들이 속출했고 갑작스러운 총소리에 놀란 말이 날뛰어 낙마하는 자들도 많았다.


“활을 쏴라! 조총병들을 겨냥해라!”


신여철이 명령을 내렸지만 만장이 다시 조총병들 앞으로 내려지고 뿌연 화약연기가 주위를 감싸자 제대로 맞출 수가 없었다.


탕! 탕! 탕!


그 사이에 다시 만장이 들어올려지고 재장전한 조총병들의 총구가 다시 불을 뿜었다.


그렇게 세번의 총격이 가해지자 말을 잃은 병사들이 서른을 넘었고 그중 십여명은 죽거나 중상을 입었다.


“만장을 든 놈들부터 제압해라!”


“방패와 대나무로 막고 있어서 쉽지 않습니다.”


멀리서 활을 쏘자니 나무방패로 막아버리고 가까이 가서 칼로 제압하려니 나뭇가지를 제거하지 않은 대나무에 달린 만장을 휘두르니 쉽게 접근을 할 수 없었다.


“이러다가 말을 다 잃겠다. 어찌해야 한단 말이냐!”


신여철이 어찌하지를 못하고 전전긍긍하고 있는데 말을 잃고 뒤로 물러나 있던 훈련도감의 출신 군관 한 명이 나섰다.


“말을 내어 주신다면 제가 한번 나서 보겠습니다.”


신여철이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서둘러 말했다.


“어서 말을 주거라. 어영군 다섯도 같이 가거라.”


어영군 중에 한 명이 말을 내어주자 출신 군관이 말에 올려타고 오른짝으로 돌아서 말을 몰아 만장을 든 자들을 향해 돌진하기 시작했다.


갑자기 기병이 왼쪽으로 돌아서 들이치자 조총병들이 우왕좌왕하다가 달려드는 말을 향해 총을 발사했다.


탕! 탕!


말이 총에 맞아 쓰러지기 직전 출신군관이 말에서 뛰어내려 한바퀴를 구르면서 바닥에 착지하였다.


“내가 도감군의 김체건(金體乾)이다!”


큰소리를 외치며 뛰어들면서 두발로 맨 앞에 있던 큰 나무방패를 든 자를 방패째로 걷어찼다.


“어이쿠!”


방패를 든 자가 엉덩방아를 찧으며 나뒹구르자 바로 칼을 뽑아들고 만장을 든 자들 둘을 순식간에 베어버렸다.


동시에 뒤따르던 기병 셋이 달려들어 조총을 들고 있던 병사들 셋을 처리하자 역도들이 상여 뒤로 물러났다.


“역도들이 물러났다. 지금 바로 말을 몰아 공격하여라!”


상황을 지켜보던 신여철이 명령을 내리자 기병대 십수명과 말을 잃어버린 병사들 이십명이 전열을 가다듬고 공격을 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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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9 부안 읍성 전투 1 +1 22.10.22 734 13 17쪽
68 전략 회의 +1 22.10.17 729 13 18쪽
67 흔들리는 민심 +1 22.10.16 822 17 16쪽
66 공세의 시작 +1 22.10.11 809 16 18쪽
65 강남 소식 +1 22.10.09 804 16 20쪽
64 제해권 장악 +1 22.10.03 851 15 20쪽
63 중학생 강호동 +1 22.10.01 795 14 17쪽
62 복수혈전 +2 22.09.24 867 15 21쪽
61 성동격서 +2 22.09.24 799 14 19쪽
60 부대각 설화 +3 22.09.19 824 15 24쪽
59 신해독대(辛亥獨對)와 보길도 래방(來訪) +2 22.09.17 923 14 22쪽
58 전라도를 내어주시지요. +1 22.09.10 984 15 25쪽
57 새로운 학문의 길을 보다 +3 22.09.05 891 15 21쪽
56 사단칠정(四端七情) 논쟁 +3 22.09.03 888 19 25쪽
55 형제를 위하여 +1 22.08.29 874 17 19쪽
54 신(新) 김영철전(金英哲傳) +2 22.08.22 926 19 16쪽
53 무혈입성 +2 22.08.20 985 16 14쪽
52 나주 방어전 2 +1 22.08.15 919 18 19쪽
51 나주 방어전 1 +3 22.08.13 956 17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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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9 대탈출 +1 22.08.04 929 18 16쪽
48 천라지망을 펼쳐라 +1 22.08.01 960 21 18쪽
47 공세 +3 22.07.31 988 21 24쪽
46 쫓는자와 쫓기는자 +1 22.07.31 1,025 17 22쪽
45 구출 2 +1 22.07.24 1,115 21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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