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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고양이님의 서재입니다.

대기근을 넘어 조선을 해방하라! - 탐라제국기

웹소설 > 일반연재 > 대체역사, 판타지

들고양2
작품등록일 :
2022.05.11 10:10
최근연재일 :
2024.05.08 01:14
연재수 :
98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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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3,0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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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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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8.29 14: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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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9쪽

형제를 위하여

DUMMY

“혁명군에 들어올 사람들은 이쪽에서 줄을 서시오.”


“탐관오리를 고발할 사람들은 이리로 오시오.”


“헤어진 가족을 찾는 자들은 이곳이오.”


“배고픈 자들은 남문쪽으로 가보시오. 죽소가 설치되어 있소이다.”


광주읍성이 점령되고 난 뒤 광주 읍성 서문 앞에는 사람들로 넘쳐 났다.


다른 군현에서도 군사들을 보내어 같은 일들을 하고 있기는 하였지만 이곳은 고장군과 혁명군의 사령부가 있고 물산이 풍부한 곳인 데다 교통의 요지라 멀리서도 소문을 듣고 사람들이 많이 찾아오고 있었다.


“이 줄이 봉기군에 참가하는 줄이오?”


한 이십대 후반으로 보이는 남루한 복장의 사내가 묻자 앞에 서 있던 자가 대답하였다.


“맞소. 이 뒤에 서면 된다오.”


“그런데 혁명군이라는데에 들어가면 가족들의 생계를 책임져 준다는데 그게 사실이오?”


“방이 나 붙었으니 사실이지 않겠소?”


“나도 보긴 했지만 긴가민가 해서 말이오.”


“일단 믿어 보시오. 그런데 어디서 오는 길이오?”


“나는 남원의 양반가에 있던 노비인데 이번에 어수선한 틈을 타 도망쳐 왔소. 부모님은 달포전에 주인이 밥만 축낸다고 쫓아 냈는데 헤어진 가족을 찾아준다고 해서 이곳으로 와 본것이오.”


앞줄에 함께 있던 자가 말했다.


“그러면 이 줄이 아닌데···”


“이미 그쪽에는 이름과 인상착의를 써 내었소. 부모님을 찾고 나면 농사지을 땅이라도 얻어 볼까 하고 혁명군에 들어가려는 것이오.”


“잘 생각했소.”


“그런데 그쪽은 고향이 어디시오.”


“나는 옥과현에서 왔고 이 친구도 같은 마을 출신이오.”


“거기서 큰 전투가 있었다던데···”


“말도 마시오. 풀뿌리라도 캐어 볼까 하고 함께 산에 올라갔는데 아래쪽 개천에서 싸움이 벌어졌는데 화살이 날라가고 칼이 부딪치고 여러 명이 죽고 난리도 아니었다오.”


신이 나서 한참을 보았던 것을 이야기하였다.


“그런데, 고장군님도 보셨소?”


“멀어서 고장군님은 잘 모르겠고 강기석 장군과 이집 장군이 목책을 잡아서 던지는데 관군들이 여럿이 한꺼번에 날라가는 것이 엄첬났었소.”


“이번에 고장군님을 구하고 전사한 강기석 장군 말이오?”


“그렇소. 크게 될 사람이었는데 목숨을 잃어서 참으로 안타깝소.”


어느새 뒤에 줄이 한참 길어지면서 사람들이 둘러서서 이야기를 경청하고 있다가 동조하였다.


“나도 그 분의 무용담을 듣고 혁명군에 참가하려고 왔소.”


“나도 그런데.”


“어, 나돈데.”


그때 한쪽에 조용히 이야기를 듣던 자가 말했다.


“나는 이번 나주성 전투에서 형을 잃었는데 이번에 혁명군을 참가하러 온 것이오.”


“형이 병영성에서 왔던가 보군. 형의 복수를 하러 온 것이오?”


“아니오. 광주목에서 나주성을 공격하는 군졸로 있었소.”


갑자기 분위기가 숙연해졌고 형의 복수 운운하던 자가 급히 사과했다.


“미안하오.”


“괜찮소. 신여철의 명령을 따르다가 그리된 것을···”


누군가 조심스레 물었다.


“그런데 어찌 이곳에···”


“사실 고민이 많았다오.

하지만 오히려 혁명군에서 공격하다 전사한 우리 형을 위로하러 사람이 왔었소.

어쩔 수 없이 싸우다 죽었지만 우리는 적군이 아니고 한나라 백성이고 아까운 죽음에 안타깝다고 쌀까지 보내왔더이다.”


“참 아까운 사람들이 많이 죽었지···”


“신여철 그자가 불구덩이 속으로 군사들을 몰아넣지만 않았어도 그렇게 많이 죽지는 않았을 텐데.”


“우리 광주목사께서도 출전하면 안된다고 그렇게 말렸다지 않소?”


“신여철이 돌아와서는 명령을 제대로 안들었다고 살아 돌아온 군졸들을 손찌검을 했다더구만···”


“그렇게 군사들을 많이 죽여 놓고서는 그런 짓을 했단 말인가?”


“저놈들은 양반들이 죽지 않으면 눈도 깜짝하지 않소. 죽은 사람들만 불쌍하지.”


여기 저기서 성토의 말이 끝나자 형을 잃었다는 자가 말했다.


“그래서 차라리 이곳으로 온 것이오. 이번에 양반놈들을 싹 잡아 없애버리는 것이 나을 것 같아서 말이오.”


“참 잘하였소.”


* * *


높은 산 깊은 골 적막한 산하~

눈 내린 전선을 우리는 간다

젊은 넋 숨져간 그때 그 자리

상처입은 노송은 말을 잊었네


광주읍성 북쪽 십리 밖에 있는 공북루 앞의 넓은 공터에는 아침부터 군가가 울려 퍼졌다.


공북루는 절양루라고도 하였고 현 목사인 오두인이 공북루로 고쳐 불렀는데 임진왜란때 금산전투에서 순절한 고경명의 아들인 고종후가 의병을 이끌고 진주성을 지키러 떠나기 전 이곳에서 군사를 정비하고 출정을 하였다.


고종후는 장흥고씨인데 고려시대에 장흥으로 본관을 하사 받은 탐라성주인 고말로의 후손으로 의병을 이끌었다는 의의도 있고 담양의 금성산성으로 이어지는 길목에 위치해 있어서 유사시에 바로 북쪽으로 군대를 투입할 수 있어 이곳을 중심으로 대규모 훈련장을 조성하였다.


일차로 2천명 정도가 훈련을 시작하였는데 절반인 일천은 기존에 군대에 있다가 들어온 사람들로 운부와 함께 들어온 당취들이나 이집의 휘하에 있던 병영성 군사들, 그리고 윤기화와 함께 온 전라우수영 군사들 등이었다.


이들은 굳이 훈련이 필요하지는 않았지만 제식 훈련등 새로운 훈련을 하여 군대의 통일성을 유지할 필요가 있었고 새로운 군대 체계에 맞게 군을 편제하기위한 교육 등을 겸한 훈련을 열흘 정도 진행하기로 하였다.


나머지는 새로 이곳에서 모집한 신병들로 한달 간의 군사훈련을 거쳐서 실전에 투입할 예정으로 닷새 정도 모집하였는데 일천이 모였다.


혁명군에 들어오면 토지를 나눠주어 가족들의 생계를 책임져 준다는 것도 있었지만 여러번 치러진 전투에서의 무용담이 전해지면서 젊은이들의 피를 끓게 한 것이 컸다.


특히 강기석이 고장군을 구하고 전사한 이야기가 사람들의 입에서 입으로 전해지면서 안타까운 죽음과 희생정신 등이 미화되면서 이런 분위기를 부채질했다.


덕분에 혁명군들이 부르는 노래 중에 전선을 간다가 특히 사랑을 받았는데, 노래 가사가 비장한 것이 딱 그 상황을 가리키는 것 같아서 였고 민간에서도 많이 유행을 하였다.


그리고 곳곳에 사람들이 모이는 곳이면 이야기꾼들이 나타나서 그때의 상황을 직접 본 것처럼 떠들었고 누가 지은지 모를 시(詩)도 만들어져 퍼졌다.


제목이 형제를 위하여 이였는데 고장군이 추도식에서 강기석을 형제 같은 사람이라고 말한 것을 모티브로 삼은 듯했고 나중에 축약되어 노래로도 만들어졌다.


<<형제를 위하여>>


칼바람 부는 갈대숲 얼음장 차가운 물

눈덮힌 바위산을 며칠 밤낮을 헤맸네

땀에 절은 주먹밥으로 주린 배를 채우며

형제여, 우리는 언제나 함께였지


숨이 턱까지 차오르고 칼은 천근 같은데

끝없이 달려드는 적들을 베고 또 베고

마침내 물리쳐서 승리가 눈앞에 왔건만

형제여, 그대는 어찌 나를 위해 몸을 던졌나?


솟구치는 뜨거운 피는 내 손을 적시고

등에 업힌 그대의 온기 식어만 가고

쓰러지듯 산비탈을 달리고 달려도

마침내 안도하던 그 눈빛은 잊을 수 없네.


함께 싸우던 격전지에 다시 가보니

그날의 함성은 더이상 없고

붉디붉은 진달래 꽃만 자리를 지키네

형제여, 하지만 외로워 마라


그대의 큰 뜻은 우리 모두 가슴에 새겼으니

나도 그날처럼 형제를 지키겠다


* * *


“소식 들었나? 고장군이 상소를 올렸다 하더군.”


아침부터 한양 도성의 육조 거리에 젊은 관원들이 삼삼오오 모여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이미 읽었네. 나라의 근간을 뒤흔들겠다는 내용이 아니던가?”


“주상께서는 그것을 오늘 대전에서 논의한다고 했던가?”


“그래서 새벽부터 가마의 행렬이 끊임없지 않았던가?”


“상소의 내용을 보면 역적임이 명백한데 어찌 즉시 토벌군을 보내지 않고서···”


“지금 팔도 전체가 기근으로 난리가 아닌가? 이럴 때 일수록 민심에 신경을 써야 하지 않겠나?”


“맞는 말일쎄. 이미 전라도 전체가 봉기군들의 손에 들어왔다는 소문이 돌고 있어서 백성들이 동요하고 있네.”


상소의 건은 이번에 광주 읍성에 들어가고 난 뒤 운부 대사가 제안한 것이었다.


일전에 제주에서 여러 번 상소를 보낸 것을 주의 깊게 지켜보고 있었는지 군사를 정비할 시간을 버는 동안 상소를 올려 대화를 시도해 보는 것이 좋겠다는 의견을 내었다.


군사를 멈추고 상소를 올린다는 것은 세종의 치세를 회복하자는 의지를 확실히 하겠다는 의미도 되니 명분을 획득할 좋은 방안이었다.


“결국은 토벌군을 보내게 되겠지?”


“모를 일이지. 역도들도 먹을 것이 부족하기는 마찬가지 일 것 아닌가? 잘 달래는 것도 방법이지.”


“그런다고 말을 들을까?”


“고장군이라는 자가 재주가 많다고 하니 벼슬을 줘서 달래면 되지 않겠나?”


“나는 그자가 미륵의 화신이라는 말이 있던데 그게 정말인지 궁금하네.”


“예끼, 미륵의 화신이라니! 선비라는 자가 어찌 그런 황당무계한 말을 믿는단 말인가?”


“그래도 역병도 잠재우고, 중앙에서 내려간 군사들을 물리치고 세력을 확장하는 것을 보면 그럴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들지 않나?”


“그래 봐야 중앙군이 직접 내려가면 금방 토벌되겠지.”


“군사들이 수천이라는 말이 있던데···”


“거짓말이겠지. 이 기근에 그 많은 군사들을 먹일 식량이 있겠나?”


“식량이야 중앙군도 마찬가지 아닌가?”


“아직 강화도에 비축된 쌀이 많으니 충분하겠지.”


“그것도 이미 많이 내어다 써서 바닥이라던데···”


“어이구야. 오늘 어떻게 결정이 될 지 참···”


* * *


숭문당에서 현종이 대신들을 인견하였다.


“오늘 조보(朝報)는 다 읽어 보았으리라 생각하오.”


조보는 중종때부터 시작하여 아침에 승정원에서 제작 배포한 신문과 같은 것으로 임금에게 올라간 상소문이나 조정의 인사이동, 중국과 일본의 소식 등 다양한 기사들이 올라갔으며 임금에서부터 조정의 신하들이 볼 수 있었다.


현종의 말에 좌의정 허적이 말했다.


“예, 그러하옵니다. 고장곤 등이 올린 상소문과 역도들의 격문도 모두 돌려 보았습니다.”


이번처럼 민감한 사안에 대한 것은 사전 검열에서 걸러지는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왕이 논의를 빨리 하게 하기 위해서 특별히 조보에 별지로 내는 것을 허락하였다.


“그래, 비변에서는 무슨 결론이 난 것이 있는가?”


“아뢰옵기 황공하오나 여러 격론들이 오갔으나 이렇다 할 결론은 내지 못하였습니다.”


“결론이야 초토사를 보낼 것인가 안핵사를 보낼 것인가 둘 중 하나를 선택하는 간단한 것이 아닌가? 아니 그렇소?”


허적이 주상의 추궁에 당황해 하며 대답했다.


얼마 전 동지사가 북경에 갔을 때 강희제가 조선의 백성이 빈궁한 이유는 신하가 강하기 때문이라고 했다는 신강지설(臣强之說)이 조정에서 이슈가 된 지 오래지 않아서 대신들이 몸을 사리는 중이었다.


“그러하온데···. 팔도에 기근이 든 시점에 전쟁을 하는 것이 과연 옳은 것인지 걱정이 있사옵니다.”


호조판서 권대운이 거들었다.


“그러하옵니다. 저들을 잘 회유하여 전쟁을 피하는 것이 옳은 줄로 아뢰옵니다.”


대제학 김수항이 말했다.


“아니옵니다. 역도들의 본심이 이미 드러났으니 하루 빨리 초토사를 보내어 소탕하는 것이 옳은 줄로 아뢰옵니다.”


지사 유혁연이 말했다.


“이미 굶주림과 역병으로 죽어가고 있는 사람들이 지천이고 상번하는 군사들이 절반에도 못미치는 이 때에 군사를 내는 것은 어렵사옵니다.

마침 저들이 상소를 보내어 왔고 따로 새로운 왕을 옹립할 계획이 없다고 하고 있으니 여전히 전하의 신하들이 아니옵니까?

안핵사를 보내어 저들과 대화를 해 보는 것도 좋을 것이옵니다.”


허적이 먼저 처리해야 할 일을 아뢰었다.


“하옵고 전하, 그 전에 고장곤 등을 놓쳐서 일을 크게 만든 신여철을 먼저 추궁하심이 옳은 줄로 아뢰옵니다.”


현종이 잊고 있었다는 듯 큰 소리로 말했다.


“신여철을 들게 하라.

그리고 판중추 송시열도 고향에서 올라왔다 하였으니 어서 들라 하라.”


내관이 급히 나가서 신여철과 송시열을 들게 하였다.


신여철이 바닥에 쿵 소리가 나도록 머리를 찧으면서 아뢰었다.


“신 신여철 들었사옵니다.

역적 고장곤을 추포해 오지 못하여 주상전하께 심려를 끼쳐 드린 불충한 신하 죽어 마땅하옵니다.

죽여 주시옵소서.”


형조참판 이원정이 말했다.


“신여철은 고장군을 놓친 것도 모자라 권한도 없이 임의로 군사를 징발하여 지휘체계를 혼란스럽게 만들었습니다.

반드시 큰 벌로 다스려야 하옵니다.

함께 내려간 금군의 말을 들어보면 고장군 등이 직접 도성으로 올라올 것이라 했다 하옵니다.

허나 신여철이 기어코 함거에 태워서 죄인처럼 끌고 오는 바람에 화를 자초했사옵니다.

만약 말을 타고 빠르게 올라왔다면 중간에 탈출할 기회를 얻지 못하였을 것이 옵니다.

가능하면 조용히 데려오라는 주상전하의 당부를 저버린 신여철을 사사하시옵소서.”


여러 남인들이 한 목소리를 내었다.


“사사하시옵소서.”


사헌부 장령 박세채가 아뢰었다.


“아니되옵니다.

지금 역도들이 날뛰고 있사옵니다.

전쟁 중에 무장을 죽이는 법은 없사옵니다.

전하께 대한 충성이 과해서 사달이 난 것뿐이옵니다.

부디 헤아려 주시옵소서.”


현종이 이미 생각하고 있었다는 듯이 말했다.


“경들의 뜻은 잘 들었소.

신여철의 죄는 크나 그간의 공을 생각하여 다시 한번 기회를 줄 것이오.

신여철은 백의종군하여 공을 세워 죄를 씻도록 하라!”


신여철이 바닥에 머리를 다시한번 찧었다.


“성은이 망극하옵니다.”


신여철이 물러가자 현종이 송시열을 보며 말했다.


“판중추 송시열은 어디 할 말이 없소? 이제 아픈 것은 다 나은 것이오?”


송시열도 머리를 바닥에 조아리며 말했다.


“전하! 역도들이 이미 그 본색을 드러내었는데 제 한 몸 아픈 것이 무엇이 중하겠 사옵니까?

어서 빨리 토벌군을 보내어 역도들을 소탕하는 것이 옳은 줄로 아옵니다.”


허적이 큰 소리로 송시열을 나무랐다.


“우암은 지금 상황을 이리 되도록 만들어 놓고 수습은 못할 망정 거기에 기름을 붓자는 주장을 하는 것이오?

전하, 저들과 대화를 하는 것이 옳은 줄로 아옵니다.”


수찬 민종도가 동조했다.


“맞사옵니다.

저들은 그저 조선의 미륵이신 세종 대왕의 치세로 돌아가는 것을 원한다고 말하고 있사옵니다.

그런 주장을 하고 있는데 토벌군을 움직인다면 저들에게 명분이 생기는 것이옵니다.

부디 살펴 주시옵소서.”


교리 김석주도 말했다.


“저들의 요구사항들 중에 대동법을 팔도 전체에 실시하고 농사를 짓는 자들에게 토지를 나눠주며 환곡을 탕감해 달라는 것들이 있는데 이 모든 것들은 이미 조정에서도 논의해오던 것들이 아니옵니까?

이 기회에 대동법을 전국적으로 실시하는 것이 좋을 것 같사옵니다.”


현종이 수염을 꼬면서 말했다.


“그대는 지난번에는 고장군을 추포하는데 찬성하지 않았소?

그런데 이번에는 저들과 동조하여 대동법을 전국적으로 실시하자니 생각이 바뀐 것이오?”


김석주는 대동법을 실시한 김육의 손자였는데 대동법 실행에 있어서는 같은 서인인 송시열 등과 항상 척을 지는 편이었다.


“그런 것도 있사오나 저들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으니 잠시 시간을 벌자는 것이옵니다.

잠시 대화를 하면서 군사들을 정비하고 강도의 쌀을 가져와 군량을 확보하는 시간이 필요하옵니다.”


부호군 이단하가 반박했다.


“그것은 저들에게도 마찬가지 아니오?

전하, 잘못하면 역도들이 군사를 모집할 시간을 벌게 할 수 있사옵니다.”


지사 유혁연이 말했다.


“아니옵니다.

전라도가 곡창지대라고는 하나 이번 기근으로 큰 피해를 입었던 곳이고 적도들은 많은 군사를 움직여야 하니 곧 식량이 떨어질 것이옵니다.

또한 저들은 훈련이 덜 되었으나 중앙군은 정예병들이니 적은 군사로도 역도들을 토벌할 수 있을 것이옵니다.

그렇다면 큰 어려움 없이 저들을 토벌할 수 있을 것이옵니다.”


집의 심유가 말했다.


“그렇다면 조선의 근간인 양천제를 폐지하자는 주장은 어찌 할 것입니까?

반상의 법도를 무너뜨리는 것은 이 나라를 부정하는 것이 되옵니다.

살펴주시옵소서.”


부호군 김우형이 말했다.


“그러하옵니다. 거기다가 저들은 훈민정음을 공식 문자로 쓰자는 불경한 주장을 하고 있사옵니다.

반드시 막아야 하옵니다.”


헌납 박세당이 아뢰었다.


“지금 조선에는 노비가 너무 많고 상민들이 너무 부족하여 세수가 확보되지 않아 이번 대기근을 초래하였다는 저들의 주장은 일견 일리가 있사옵니다.

이번 기회에 노비를 해방하여 상민들을 늘리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이옵니다.

그리고 일반 백성들이 소를 제기할 때 한자를 써야 하니 어려움을 호소하는 일이 많은데 저들의 요구를 일부 수용하는 것도 충분히 생각해 볼 만 하옵니다.

게다가 훈민정음은 세종께서 백성들을 위하여 손수 만드신 것이 아니옵니까?

헤아려 주시옵소서.”


현종이 조금 생각이 움직이는 듯 보이자 송시열이 긴급히 아뢰었다.


“아니되옵니다.

저들의 요구를 하나씩 들어주다 보면 조선의 근간인 성리학마저 흔들리게 될 것이옵니다.

저놈들은 사문난적이요 만고의 역적들이옵니다.

신 송시열 목숨을 내놓고 아뢰옵니다.

지금 즉시 중앙군을 보내 토벌을 하심이 옳은 줄로 아옵니다.

통촉하여 주시옵소서.”


서인들이 함께 외쳤다.


“통촉하여 주시옵소서.”


하지만 김석주를 비롯한 서인들 일부가 함께 하지 않아 힘이 실리지 않자 장령 이세화가 나섰다.


“전하 저들이 새 왕을 옹립할 계획이 없다고는 하나 저자와 궁중에 민회인 강씨의 유복자가 나타나서 새로운 왕이 된다는 소문이 돌고 있습니다.

역도들이 의도적으로 일을 꾸미고 있을 수 있사옵니다.

하루 빨리 토벌하여 화근을 없애는 것이 옳은 줄로 아뢰옵니다.”


허적이 반박하고 나섰다.


“저자에 그런 소문이 도는 것은 사실이나 그간에 없다가 갑자기 나타난 헛 소문일 뿐이옵니다.

어수선한 이 때를 편승하여 사익을 취하려는 어리석은 자들의 소행일 뿐입니다.

또한 저들이 임창군을 두고 굳이 사실인지도 모를 유복자를 새 왕으로 추대할 리는 없사옵니다.

헤아려 주시옵소서.”


권대운도 거들었다.


“그러하옵니다. 지난번에도 이상한 노래를 고장군 무리들이 퍼뜨렸다고 하는 바람에 이번 사단이 난 것이 아니옵니까?

헛 소문에 국가의 대사를 그르칠 수는 없사옵니다.”


현종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무슨 말들인지 잘 알겠소.

당장 먹을 것이 없어서 도성안에서도 굶어 죽는 백성들이 부지기수인데 또다시 군사를 징발하는 것은 그들에게 너무 가혹한 일이다.

고장군 등이 상소를 올려 대화를 하고자 하니 안핵사를 보내어 민심을 살피고 대화를 하도록 하는 것이 옳을 것이다.

비변사에서는 누구를 안핵사로 보내는 것이 좋을지 논의하도록 하여라.”


대신들이 이구동성으로 외쳤다.


“성은이 하해와 같사옵니다.”


“또한 이완을 병조판서로 하고 유혁연을 어영대장으로 삼아 훈련도감군과 함께 군사들을 정비하여 혹시 모를 상황에 대비토록 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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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9 신해독대(辛亥獨對)와 보길도 래방(來訪) +2 22.09.17 921 14 2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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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6 사단칠정(四端七情) 논쟁 +3 22.09.03 887 19 25쪽
» 형제를 위하여 +1 22.08.29 873 17 19쪽
54 신(新) 김영철전(金英哲傳) +2 22.08.22 925 19 16쪽
53 무혈입성 +2 22.08.20 983 16 14쪽
52 나주 방어전 2 +1 22.08.15 917 18 19쪽
51 나주 방어전 1 +3 22.08.13 955 17 14쪽
50 희생 +1 22.08.07 898 19 20쪽
49 대탈출 +1 22.08.04 928 18 16쪽
48 천라지망을 펼쳐라 +1 22.08.01 958 21 18쪽
47 공세 +3 22.07.31 986 21 24쪽
46 쫓는자와 쫓기는자 +1 22.07.31 1,023 17 22쪽
45 구출 2 +1 22.07.24 1,113 21 14쪽
44 구출 1 +1 22.07.22 1,054 21 19쪽
43 조선의 미륵 +1 22.07.20 1,130 21 19쪽
42 바람처럼 달려 추포하라 +2 22.07.05 1,130 20 19쪽
41 계략에 빠지다. +3 22.07.03 1,132 23 1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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