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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고양이님의 서재입니다.

대기근을 넘어 조선을 해방하라! - 탐라제국기

웹소설 > 일반연재 > 대체역사, 판타지

들고양2
작품등록일 :
2022.05.11 10:10
최근연재일 :
2024.05.19 1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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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10.03 1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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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쪽

제해권 장악

DUMMY

제주에서 전투가 있었던 이틀 후, 판옥선 10척에 깃발을 높이 세우고 북쪽으로 향하였다.


그 전날 완도에서 수군들이 제주로 추가로 들어와서 판옥선 마다 군사들로 채우고 조용히 북동쪽으로 진격을 시작하였다.


“이 모든 것은 신여철 그놈 때문이오.

우리는 제주를 공격하고 싶지 않았는데 그 놈이 내려와 협박을 하는 바람에 이렇게 된 것이오.”


제주에서 전투가 있던 날 밤 전라좌수사 김흥운이 죽을 상을 하고 말했다.


김흥운을 먼저 잡혀온 전라우수사 이박과 한 옥사에 던져 넣어 두었더니 술술 다 불었다.


이박은 원래 나중에 전라좌수영 등을 점령할 때 다른 수사들을 설득해볼 요량으로 노정이 잘 대해주면서 타이르고 있었는데 이제 그럴 필요가 사실상 없어졌다.


자신의 처지를 대충 파악하고 있었는지 적극적으로 김흥운을 어르고 달래서 따로 고문이 필요 없었다.


“지금 통제사 유여량이 가지고 있는 배들에는 군사들이 열명 남짓 타고 있습니다.

지금 판옥선 여러 척을 이끌고 가면 모두들 항복할 것입니다.

제가 가서 설득할 수 있습니다.”


이번에 합류하게 된 녹도 만호 정운충(鄭運忠)도 사실을 확인을 해 주었다.


“유여량이 판옥선 스무척을 움직이고 있지만 통제영 군사들은 신여철이란 놈이 다 데리고 와서 남은 군사는 삼백여명 정도밖에 없었을 것입니다.


전선들을 이끌고 가서 덮치면 손쉽게 제압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런데, 전라좌수사 저놈을 살려서 데려간다면 저는 함께 할 수 없습니다.”


신여철의 협박에 의한 것이긴 하지만 결국 가라앉고 있는 배와 물에 빠진 사람들을 구해 주지 말고 상륙해서 진지를 구축 하라고 최종 명령한 것이 전라좌수사 김흥운이였기 때문에 좌수사를 아주 짐승 보듯이 하였다.


노정이 명령하였다.


“전라좌수사는 김흥운은 노동교화형에 처하라! 데려가라!”


이제 받은 만큼 돌려줄 차례였다.


* * *


하루 전, 통제사 유여량은 오매불망 제주의 소식을 기다리며 통제영 대장선 갑판을 왔다 갔다 하고 있었다.


신여철이 와서 윽박지르는 바람에 떠밀리기도 하였지만 어명이 내려온 마당에 아무것도 안하고 있을 수는 없으니 내심 좋은 결과를 기대하면서 못이기는 척 보낸 면이 없지 않았다.


이런 상황에서 패배라도 하고 온다면 지휘권까지 포기하고 백의종군한 자에게 휘둘린 죄까지 뒤집어쓰게 생겼으니 제주에서 얼른 소식이 오기만을 기다리는 중이었다.


“역도들의 수군은 움직임이 없느냐?”


통제사 유여량의 물음에 부장이 대답하였다.


“척후선들만 오가고 있을 뿐 별다른 움직임은 없습니다.”


유여량이 행여나 역도들의 수군이 몰려올까 걱정하던 것을 들킬까 아무렇지도 않은 듯 호기롭게 말했다.


“우리가 이렇게 전선을 이끌고 와서 놈들의 앞마당에 이러고 있는데 놈들이 감히 움직일 수 없겠지.

계속 경계를 강화해라!”


“그런데 군사들이 부족해 많이 힘들어 하고 있습니다.”


“그래도 우리는 직접 전투에 참가하는 것은 아니지 않느냐?

힘들더라도 조금만 참으라 일러라!”


척후선을 관리하던 부장이 돌아가고 잠시 후 종사관이 와서 알렸다.


“통제사 대감, 제주도에서 전령이 도착했습니다.”


“오호, 정말이냐? 어서 데려오너라.”


전령들이 작은 배에서 줄사다리를 타고 올라왔고 유여량이 편지를 읽으며 말했다.


“역도 노정을 사로잡았고 부서진 배가 고쳐지는 대로 이쪽으로 오겠다라...

내일 오후에 초도 서쪽 해역에서 배를 갈아타고 적의 수군 본거지로 야습을 할 것이니 전투 준비하고 그곳으로 오라 하는 구나”


옆에 있던 종사관이 말했다.


“초도 방향으로 오라 한 것은 아마 우리가 제주로 합류하는 것처럼 보이게 하려는가 봅니다.”


“아마 그럴 것이다. 내일 낮에 출발하면 될 것이다.”


유여량이 전령으로 온 자들 중 한명에게 물었다.


“내가 못 본 듯한데 너는 소속이 어디냐?”


전령이 부복을 하며 말했다.


“저는 녹도만호 소속 기패관 일삼이라고 합니다.

제가 이곳 지리를 잘 알아 척후로 활동하였고 이번 전투에서 공이 있었기에 전라좌수사께서 기패관으로 삼아 전령으로 보내셨습니다.”


“손과 얼굴에 상처도 많고 곳곳에 피가 많이 묻은 것을 보니 전투가 치열했었나보구나.

제주에서의 상황을 자세히 말해보아라.”


“네, 어제 한낮이 좀 지나서 제주에 도착하여 전라좌수사의 명령으로 화북포구를 십여차례 대포로 공격을 하여 반시진만에 초토화시키고 상륙하였습니다.

역도들도 10여대의 대포를 쏘며 저항을 하였지만···”


일삼이가 한참 동안 제주 전투에 대해서 설명하였다.


설명이 끝나자 유여량이 흡족한 듯 크게 웃으며 말했다.


“하하하, 결국 반역의 수괴를 잡았구나.

이제 역도들의 수군 본진만 깨뜨리면 적들의 손발을 자르는 것과 같겠구나.

내일 낮에 출정하여 저녁에 초도 서쪽에서 맞이하겠다 전하여라.”


“알겠습니다.”


전령들이 제주로 돌아가고 나자 근엄하게 있던 유여량이 입이 귀에 걸려 큰 소리로 말했다.


“내가 어제 아주 큰 배로 옮겨 타는 꿈을 꾸더니 이런 좋은 소식이 기다리고 있었구나.”


옆에 있던 종사관이 말했다.


“감축 드립니다. 조만간 조정에서 큰 상을 내리실 것입니다.”


“내 늘그막에 드디어 정승 반열에 오르게 되는구나.

어서 빨리 조정에 장계를 올려야겠다.”


“좋은 생각이십니다.

통제사 영감께서 어명을 받들어 전라좌수영과 경상좌수영의 군사들을 제주로 보내 섬을 점령하고 노정을 사로잡으라 명했다 하시지요.”


“바로 지필묵을 준비하여라!”


* * *


다음날 저녁 손죽도와 초도 사이의 해역에 통제영 소속 전선 20척이 도착하자 그 전날 왔던 전령선이 다가왔다.


“통제사 대감, 지금 초도 앞에 제주에서 온 전선들이 기다리 있습니다. 그쪽 바다가 파도가 잔잔하니 그쪽으로 와 달라 합니다.”


“알겠다. 어서 노를 저어라!”


가는 도중에 유여량이 전령에게 물었다.


“군사들이 모두 몇명이 온 것이냐?”


전령으로 온 일삼이 대답하였다.


“제주에 전라 좌수사가 삼백의 군사들과 남아 있고 일천이 왔습니다.”


“이쪽의 군사들 오백과 합하면 일천오백이니 싸워볼만 하겠구나.”


“제주로 갔던 판옥선들도 함께 가서 가리포진 뒤쪽으로 보내 상륙하는 것처럼 속여 적들을 분산시킬 계획이라 합니다.”


“좋은 생각이로구나.”


곧 제주에서 온 전선들이 멈춰서 있는 초도 서쪽 해상에 도착하자 판옥선 두 척이 먼저 앞으로 나왔다.


한 척의 판옥선에서 녹도만호 정운충이 나와 큰 소리로 말했다.


“통제사 대감, 경상 우수영의 대장선을 제외한 아홉 척에서 팔백명의 수군이 옮겨 탈 것입니다.”


“그런데, 신여철은 오지 않은 것인가?”


“신여철은 저쪽 경상좌수영의 대장선에 타고 있습니다.”


정운충이 가리키는 쪽에 판옥선 누각 위에 갑옷을 입은 경상 좌수사와 신여철이 보였다.


뒤에 있던 종사관이 갑자기 고개를 갸웃거리며 말했다.


“대감, 신여철의 성정에 저렇게 조용히 손만 흔들고 있는 것이 이상하지 않습니까?”


유여량은 이미 정승이 될 욕심에 의심을 할 생각을 잊어버렸다.


“너무 민감하게 굴지 마라.

신여철도 이 전투가 끝나면 자기가 저지른 죄에 대한 벌을 받아야 할 것이니 마음이 무겁겠지 않겠느냐?”


앞쪽으로 온 다른 판옥선에 타고 있던 옥포 만호가 큰 소리로 말했다.


“통제사 대감, 저희들 배를 붙이고 건너 가겠습니다.”


유여량이 큰 소리로 외쳤다.


“여덟 척의 배를 먼저 저쪽으로 붙이도록 하여라!”


배들이 서로 가까이에 붙자 제주에서 온 판옥선들에서 사다리가 여러 개 나와서 걸렸다.


“군사들은 즉시 배에 옮겨 타라!”


명령을 내리고 군사들이 옮겨 타기 시작하고 정운충도 통제사가 타고 있는 대장선으로 걸어 들어갔다.


“어서 오시게. 고생 많이 하였네.”


통제사 유여량이 팔을 넓게 벌리고 환영하였고 정운충이 칼을 빼서 통제사의 목에 갖다 대면서 외쳤다.


“모두 항복하라! 경거망동하는 자가 있으면 즉시 처단하라!”


“아니 이게 무슨 일인가?”


“우리는 이제 봉기군들이오. 그대는 조용히 항복을 하면 되는 것이오.”


유여량의 얼굴이 흙빛이 되어 물었다.


“그럼, 신여철은?”


“신여철은 고장군에게 목이 잘려서 죽었다. 갑옷 한 벌은 남겼지.”


“으음.”


통제사 유여량이 신음 소리를 내면서 주저앉았다.


그 사이에 초도 동쪽과 남쪽의 만 사이에 숨어있던 조민수가 이끄는 십여척의 전선들이 통제영 판옥선을 둘러싸 버렸고 모든 배가 점령되었다.


혹시나 해서 대포에 장전을 모두해서 여차하면 쏠 준비를 해놓고 있었지만 사용할 일은 없었다.


다음날 저녁 해질녘에 전라 좌수영에 대장선을 비롯한 판옥선 다섯척이 나타났고 전라 좌수영도 바로 점령되었고 그 다음날은 통제영이 점령되었다.


유여량은 앞장서서 전라 좌수영과 통제영의 성문을 열게 도왔고 통제영에 도착하여서는 다시 장계를 썻다.


지금 역도들의 수군 본진을 깨뜨리고 통제영에 노정을 데려와서 가두고 있고 제주에 갇혀 있던 전라우수사 이박도 구출했으며, 명령만 내리면 바로 강진으로 상륙하여 후방을 교란하겠다는 내용의 장계를 올렸다.


유여량은 처음에는 협조를 안하겠다고 버텼지만 전라 좌수사 김흥운이 20년의 노동교화형을 받을 것이라는 말을 듣고 생각을 바꾸었다.


나이가 김흥운보다 10살 이상 많아 환갑에 가까운 터라 6개월의 노동교화형으로 줄여주고 편한 곳으로 배정해 주겠다는 말에 바로 협조하였다.


그 다음날은 윤기화와 정운충이 경상 좌수영으로 판옥선 십여척을 몰고가서 이번 제주 원정에 참가하지 않았던 진영의 판옥선들을 나포하거나 깨뜨렸다.


통제영과 전라 좌수영에 각 십여 척의 판옥선을 주둔시키고 남쪽 해상을 제해권을 완전히 장악하였고 나포한 나머지 배들은 모두 가리포진 인근에 보내었다.


통제영은 허운이 전라좌수영은 윤기화가 맡기로 하였고 정운충등 새로 합류한 군사들은 완도의 가리포진으로 따로 훈련을 받고 서쪽 바다를 공략하는 데 힘을 보태기로 하였다.


* * *


남쪽 바다의 제해권을 장악하고 있는 사이 고장군은 병영성으로 올라와서 고영후를 만났다.


“이번에 큰일을 했다고 들었다.”


“해야 할 일을 했을 뿐입니다. 아직 밖으로 소문이 난 것은 아니겠지요?”


“여기서는 몇명 밖에 모르고 있는 사실이다.

제주가 점령되었다는 소문도 우리가 이겼다는 소문도 모두 단속 중이다.

제주에 전투가 있었다는 소문정도만이 있을 뿐이다.”


“다행입니다.

며칠 정도 시간을 벌어야 합니다.

그런데 사람들은 보내어 두었겠지요?”


“그래, 소식이 오자 마자 편지를 가지고 바로 북쪽으로 올라갔다.”


“돌아선 사람들이 안심하고 협조하겠군요.”


이번에 합류한 녹도 만호 정운충과 통제사 유여량 등의 가족과 식솔들을 빼내어 오기 위해 며칠 시간이 필요하였고 쌍봉사의 당취들에게 연락해서 가족들을 피신시키기로 하고 편지를 들려 보냈다.


당취들은 본업이 스님들인지라 전국 곳곳을 누비고 다닐 수 있었고 만나는 사람도 광범위하니 이런 일에 아주 적합하였다.


“그런데 보성과 낙안 쪽은 어찌 되었습니까?”


“특전대 일백이 어제 출발했고 녹의군들 오백이 오늘 새벽에 출발했다.

쌍봉사 쪽의 당취들도 호응을 할 것이고 두 곳은 수비군이 많은 편이 아니니 곧 좋은 소식이 들릴 것이다.”


“잘 되었습니다.

그리고 아마 별일 없으면 오늘 유여량의 수군이 궤멸될 것이고 내일이면 전라좌수영이 점령될 것입니다.”


“거기에 보성과 낙안이 우리 수중에 떨어지면 순천 도호부만 고립되는 모양새가 되니 곧 그곳도 점령 가능 하겠구나.

무엇보다 남쪽 제해권이 장악이 되면 이제 북쪽으로 진격할 일만 남았구나.”


“네, 그리고 저는 내일 바로 광주로 갈 것입니다.”


“그래, 남쪽이 모두 정리되면 나도 올라갈 수 있을 것이니 그곳에서 보자.”


* * *


다음날 장군이 조용히 광주로 올라갔다.


광주는 여전히 시끌벅적하였다.


“어서 오거라. 고생 많았다.”


관아 건물 한참 멀리까지 유형원과 운부가 나와서 맞이하였다.


“하하하, 제주 유람을 잘 하고 돌아왔습니다.

이곳의 분위는 여전하군요.”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찾아오고 있다.

이제 교육 체계가 많이 잡혔고 협조하는 사대부들도 많아서 일이 훨씬 수월해졌다.”


“그래도 당장 써먹을 수 있는 사람들이 있으니 다행한 일입니다.”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면서 관아 건물을 들어서니 한쪽에 연무장처럼 차려 놓은 곳에 사람들이 북적거렸다.


“아니 저쪽에 사람들이 왜 저리 많습니까?”


“하하하, 이게 다 너 때문이 아니겠느냐?”


“네?”


“너가 저기서 운동을 하고 나서 신여철의 목을 베었다는 소문이 퍼지는 바람에 저렇게 되었다.”


“???”


여전히 장군이 의아해하고 있자 운부가 말했다.


“장군께서 하신 외공술 덕분에 신여철의 칼을 받아 내고 목을 베었다는 소문에 녹의군 병사들이 쉬는 시간이면 죄다 달려와 장운 외공술을 연마하고 있습니다.”


“소문이 벌써··· 제가 여기 있는 것을 알면 귀찮아질 것이니 빨리 들어가야겠습니다.”


장군과 일행이 알아보는 사람들이 있기 전에 재빨리 안으로 들어가 자리를 잡고 앉았다.


“그런데 어찌 소문이 벌써 난 것입니까? 제주의 일이 알려지지 않게 하기로 한 것 아니었습니까?”


운부가 대답하였다.


“원래 그렇게 하려고 하였습니다. 그런데 어디서 알려진 것인지 이미 소문이 나버리는 바람에 차라리 우리가 일부러 퍼뜨린 것처럼 보이게 그냥 내버려 두었습니다.”


유형원도 말했다.


“그래, 어차피 한번 난 소문이 단속한다고 없어질 것도 아니지 않겠느냐?

남쪽에 수군들이 모자라서 급히 군사들을 많이 내려 보냈으니 남쪽에 무슨 일이 있다는 걸로 여길 것이니 속을 것이다.”


“이미 제주가 점령되었는데, 동요하는 민심을 잠재우기 위해 역으로 이겼다는 소문을 내고 있다고 믿게 하려는 것이 로군요.

그것도 나쁘지가 않습니다.

게다가, 녹의군들이 운동을 열심히 하는 효과가 있으니 그것도 좋고요.”


한동안 장군이 열심히 근력운동을 하고 있을 때 관심을 가지는 사람들이 있어서 어떻게 하는지 알려주곤 하였는데 그들이 중심이 되어 운동을 하는 사람들로 북적이니 좋은 일이었다.


“그렇다. 덕분에 예전에는 주면 비린내가 난다고 싫어하던 생선가루를 아주 잘 먹고 있다.

그리고 병사들이 먹는 쌀 소비도 많이 줄어 들었다.”


그동안 밥 양을 줄이도록 여러가지 방안을 강구하였지만 어느 정도 이상은 줄어들지 않았다.


아무래도 양푼이 고봉밥을 먹던 조선 먹방러들이 쉽게 대식의 전통을 포기할 리가 없었는데 어쩌다 보니 그 전통이 없어지게 되었다.


“하하하, 다행한 일입니다. 그렇게 노력해도 줄어들지 않더니 이렇게 해결이 되는군요.”


“이렇게 쉽게 해결되는 것을 억지로 줄이느라 그리 고생을 하였었다.

그건 그렇고, 어떻게 신여철을 잡았는지 자세히 말해보거라.”


장군이 한참을 제주에서의 전투와 이후의 일들에 대해서 이야기하였다.


“신여철을 죽인 것은 통쾌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많이 죽어서 참으로 안타깝구나.”


“참으로 그렇습니다. 어서 하루 빨리 전쟁을 끝내도록 해야겠습니다.

남원과 구례쪽은 어떻게 되었습니까?”


운부가 대답하였다.


“특전대 일백이 어제 이미 출발하였고 따로 사람을 보내 지리산 쪽의 당취군들을 움직이게 해 놓았습니다.

그쪽에서 삼백 정도를 동원할 수 있다 하였으니 두 곳은 금방 정리될 것입니다.”


“그렇게 되면 안심하고 백두대간을 통하여 곳곳에 연락을 취할 수 있겠군요.

물자가 필요한 곳에 전달도 할 수 있고요.”


“그리고 조만간 무주와 금산 쪽에서도 들고 일어날 것입니다.”


“무주는 원래 계획이 있었는데 금산은 어쩐 일입니까?”


“금산 쪽에서 향반들이 몇명 찾아왔습니다.

자기네들이 사람들을 일백 정도 준비해 두었는데 전주를 공격할 때쯤 알려주면 바로 일어날 것이라 했습니다.”


“혹시 저들의 계략에 의한 것은 아닐런지요?”


“대화를 해보니 그럴 것 같지는 않았습니다.

금산은 이곳과 거리가 멀어서 그럴 이유도 없을 것이고요.”


“그렇겠군요. 금산까지 떨어지면 전주는 고립무원이 되어 견딜 수 없게 되겠군요.”


“맞습니다. 순천 도호부도 조만간 그렇게 될 것이고 그러면 전라도 전체가 우리의 수중에 떨어질 것입니다.”


“이제 며칠 내에 화란 상인들의 배만 들어오면 만사형통일 텐데 아직 소식이 없군요.”


“이제 남풍이 불기 시작하고 있으니 강남 갔던 제비가 돌아오지 않겠느냐?”


“맞는 말입니다. 시간이 너무 늦었으니 이제 저는 그만 쉬어야겠습니다.”


“그래, 그러려므나. 먼 길을 와서 피곤할 터인데 늙은이들이 너무 오래 잡고 있었구나.”


* * *


장군이 처소로 돌아오자 그곳에 어여쁜 손님이 기다리고 있었다.


“장군님, 얼마나 걱정했다구요.”


장군이 동백이의 손을 잡아 주며 환하게 웃으며 말했다.


“걱정하게 해서 미안하구나.”


동백이는 머리도 좋지만 노비생활을 오래해서 인지 눈치가 백단이라 누가 말해 주지도 않았지만 제주 쪽에 적들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았다는 것을 알고 있었고 전투가 있었다는 것도 알았다.


그런데 제주로 갔던 장군이 돌아오지 않으니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는데 장군을 다시 보게 되어 너무 반가워 눈물을 흘렸다.


장군이 눈물을 닦아주며 말했다.


“너의 눈에 눈물이 안나게 했으면 좋겠는데 그것이 쉽지가 않구나.

우리 동백이를 위해서라도 하루 빨리 한양으로 입성하여야 겠구나.”


“저 때문에 대사를 그르치는 것은 더 싫습니다.”


“그래그래, 우리 이런 이야기 말고 재밌는 이야기나 하자꾸나.

수학 이야기를 할까?”


“제주이야기를 해 주세요. 참, 저희 어머니는 무탈하신가요?”


“참, 그 소식을 먼저 들려주었어야 했구나.

어머니는 무탈하시다. 처음 오조포구에 갔을 때에도 잘 계셨었고 그곳 생활에 만족하시더구나.”


동백이가 이곳으로 올라오면서 동백의 어머니는 오조포구로 가서 조선소 쪽에서 밥을 해주는 일을 하고 있었다.


“그리고 제주에서 전투가 끝난 뒤 돌아오기 전에도 찾아 뵈었는데 무탈하시고 여전히 어여쁘시더구나.

오히려 처음 갔을 때 보다 화사해 보이시는 것이 새로 시집이라도 가셔도 되겠더구나.”


“그런 소리 하시지 말으세요.”


“그냥 하는 소리가 아니다.

지금의 조선은 고리타분하게 과부의 재가를 금하고 있는데 조선 초기만 해도 그렇지 않았다.

본인만 좋다면 재가를 하는 것이 좋은 것이다.”


장군이 뭔 말을 더하려고 뜸을 들이고 있자 동백이가 눈을 흘기며 단호하게 말했다.


“행여 저에게도 그렇게 해도 된다 라는 말을 할 거면 저는 지금 바로 돌아가서 다시는 안 볼 거예요.”


“그래 그래, 알겠다. 너를 누가 말리겠느냐?

그런데 이미 밤이 너무 늦었는데 자러 가야 하지 않겠느냐?

반계 선생님과 운부 대사님과 이야기를 하다보니 내가 오늘 너무 늦게 왔구나.”


그동안 밤 늦게까지 수학 과외를 하면서도 자정이 되면 반드시 돌려보내었는데 벌써 자정이 되었다.


“오늘은 돌아가지 않을 거예요. 밤새워 듣고 싶은 이야기가 너무 많습니다.”


“알았다. 그럼 무슨 이야기 부터 시작할까?”


그날 밤은 밤새워 손을 잡고 이야기를 나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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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9 신해독대(辛亥獨對)와 보길도 래방(來訪) +2 22.09.17 923 14 2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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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4 신(新) 김영철전(金英哲傳) +2 22.08.22 926 19 16쪽
53 무혈입성 +2 22.08.20 985 16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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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 나주 방어전 1 +3 22.08.13 956 17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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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9 대탈출 +1 22.08.04 929 18 16쪽
48 천라지망을 펼쳐라 +1 22.08.01 960 21 1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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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6 쫓는자와 쫓기는자 +1 22.07.31 1,025 17 2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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