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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고양이님의 서재입니다.

대기근을 넘어 조선을 해방하라! - 탐라제국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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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고양2
작품등록일 :
2022.05.11 10:10
최근연재일 :
2024.05.08 01:14
연재수 :
98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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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3,0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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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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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
22.09.05 1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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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쪽

새로운 학문의 길을 보다

DUMMY

장군이 다음날 광주로 돌아와 보니 반가운 사람이 와 있었다.


“아니 동백아! 언제 올라온 것이냐?”


“장군님!”


장군이 반가운 마음에 포옹이라도 해주고 싶었지만 다른 사람들 눈치가 보여서 참았다.


동백이는 원래 이름이 삼월이었는데 지난해 주인한테 어미와 함께 버림받은 노비였고 수학영재로 뽑혔던 아이였다.


삼월이라는 이름이 아예 못쓸 만한 것은 아니지만 이상한 이름을 가진 노비들의 이름을 바꾸는 작업을 하던 시기에 장군이 삼월이의 이름도 지어 주었다.


장군이 이곳에 오기 전에 있었던 동백꽃 필 무렵이라는 드라마도 있었고 장군의 사심(?)이 작용을 해서 동백이라고 이름을 붙여 주었다.


장군의 눈에는 밭 가는 김태희로 보였지만, 실제로도 동백이는 귀욤과 수수한 예쁨을 간직한 미모를 가지고 있는 공효진과 많이 닮아 있었다.


제주도에서는 동백을 동박이라고 불렀는데 장군 입에는 동백이 좀 맞기도 해서 이름을 동백으로 했고 성도 붙여주었는데 그때가 설날 즈음이라 설씨로 붙여 주어 설동백이 되었다.


“그런데 어찌 동백이만 올라온 것입니까? 다른 사람들은?”


유형원이 대답하였다.


“하하하, 다른 사람들은 곧 올라올 것이다. 동백이는 너가 밤마다 목검을 들고 설치고 다니니 사람들이 도통 잠을 잘 수가 없다고 해서 불렀다.

잠이 오지 않으면 안에서 같이 수학책이나 만들면 낫지 않겠느냐?”


장군이 멋쩍어 하면서 대답했다.


“하하, 그게 어쩌면 낫겠군요.”


광주성에 들어오고 난 뒤 장군이 밤마다 불면증에 시달리고 있었다.


일종의 PTSD 같은 것이었는데 강기석을 잃고 난 뒤 나주성 전투까지는 오히려 괜찮았으나 복수의 대상인 신여철이 도성으로 소환되어 가고 나자 갑자기 밤에 잠을 이루지 못하였다.


그래서 밤마다 밖으로 나와서 밤새도록 검술 훈련을 하고 있으니 다른 사람들이 잠을 설치고 있었다.


그래서 장군이 없을 때 여럿이서 상의를 한 결과 제주에서 동백이를 먼저 데려오도록 하자는 것이었다.


장군딴에는 수학 과외를 하는 척 나름 몰래 만나고 있었지만 다들 대충 눈치를 채고 있었던 터라 장군이 다른 곳에 마음을 쓸 수 있게 해보려는 것이었다.


“그래 그동안 고급 수학은 잘 준비되고 있느냐?”


동백이가 생글거리면서 대답했다.


“네, 많은 부분은 썼는데 지금 기호들을 정리하고 있는 중이예요. 제곱근과 원주율기호 같은 것은 이미 예전에 정해 주셨는데 점점 더 많은 기호가 필요합니다.”


수학책을 쓰려니 기호나 정의 이런 것들이 필요했는데 일차적으로 장군이 원래 수학기호와 비슷하게 한자나 한글을 사용해서 만들어 내고 있었다.


가령 파이는 원주율의 율에서 ㅇ을 빼고 ㅠ밑에 리을을 흘려쓰는 모양으로 π와 비슷하게 사용했다.


그리고 제곱근인 루트는 근자에서 ㄱ를 늘려서 쓰거나 ㄱ자를 빼고 ㅡ를 길게 늘리고 뒤에 ㄴ자를 붙여서 쓰는 것으로 했다가 고급 수학에서 세제곱근을 표현하기 위해서 뒤집에서 사용하면서 실제 루트 기호와 비슷해졌다.


사실 그냥 현대의 기호를 가져오면 편하겠지만 서양의 수학이 어느 정도까지 발전한 것인지 책 같은 것이 없어서 알 수가 없고 그냥 서양에서 이렇게 쓴다고 할 수도 없으니 가능하면 한글의 글자를 사용해서 비슷하게 만들거나 다르게 정의를 하고 있었다.


“이제는 나는 밑천이 딸리니 너가 정하면 그게 정답이다. 나는 옆에서 구경만 하도록 하마.”


“아이~ 참, 장군님이 알려 주셔야지요~”


동백이의 콧소리에 장군이 당황하여 급히 수긍을 했다.


“그래그래, 어디 한번 물어보아라. 살살 물어야 한다.”


“앙.”


그날 밤부터 밤공기를 가르는 칼 소리 대신 광주읍성내 선화당(宣化堂)에서는 불이 밤 늦게까지 꺼지지 않고 수학과외가 진행되었다.


장군이 따로 동백이를 따로 수학과외를 하고 있는 것은 사심이 있는 것도 약간은 영향을 미쳤지만 동백이 수학에 능력이 특출 났기 때문이었다.


장군이 수학교재를 초급, 중급, 고급 세가지로 만들 계획을 세웠고 초급은 수의 개념과 사칙연산, 구구단, 도형과 도량형 같은 아주 기초적인 것들을 다루어 이정도만 하면 세금징수원 정도는 할 수 있는 정도의 수준으로 만들었다.


중급은 고급 도형, 고급 수, 소인수분해, 식과 좌표, 그래프 같은 것들을 집어넣어 직접 집필을 하였고 여러가지 연구를 할 수 있는 수준으로 했고 장군이 직접 집필하였다.


제주 전역에서 모인 수학 영재들에게는 중급 수학책으로 장군이 직접 가르쳤고 끝날 때 즈음에 시험을 보았다.


다리개수와 동물 수 찾기라던가 속도와 시간 등 여러 문제를 냈고 마지막에 피타고라스 정리를 증명하는 문제를 냈는데 아무도 풀은 사람이 없었다.


“장군님, 제가 이것 풀어봤는데 맞는지 봐 주세요.”


그런데 다음날 동백이 특유의 생글거리는 얼굴을 하고 밤새 풀어 보았다며 가지고 왔다.


‘밤을 샌건가? 초췌한 얼굴이 더욱 어여뻐 보이는구나.’


사실 장군도 오래 된 것이라 대충 개념만 기억나고 잊어 먹었었는데 그걸 삼각형의 합동을 사용해서 풀어 온 것이었다.


그래서 다음 날부터 따로 불러서 과외를 시작했고 고급 수학 책을 만드는 역할을 맡겼다.


장군도 SKY는 아니지만 인 서울의 중상위권 대학을 다녔던 터라 공부를 못한 것은 아니지만 오래되어 잊어 먹은 것이 많았고 수학 영재는 아니었던 터라 고급 수학책은 집필해 보다 포기하고 있었는데 마침 적임자가 나타난 것이었다.


* * *


며칠 뒤 도성에서 우의정 허적과 박세당이 내려왔다.


남인이 적극 화의를 주장했기 때문에 허적이 안핵사 겸 협상 대표로 왔고 서인에서도 화의를 주장했던 박세당이 왔다.


원래 김석주가 내려오기로 되어있었으나 아버지인 병조판서 김좌명이 죽어서 대신 박세당이 내려온 것이었다.


장군측에는 유형원과 운부대사가 함께 참석하였다.


그동안 유형원은 제주도 내부에서만 소개가 되었을 뿐 외부에 알리지는 않았는데 이제 거점확보가 완료되었고 부안의 사람들도 나주 쪽으로 옮겨왔기 때문에 알려져도 문제가 없었고 오히려 반계수록이라는 책을 널리 알릴 필요가 있어졌다.


간단한 인사가 끝나고 허적이 며칠전 필암서원에서의 논쟁에 대해서 이야기를 꺼냈다.


“그제 필암서원에서 큰일이 있었다 들었습니다.”


장군이 별일이 아니라는 듯 대답했다.


“그렇습니까? 그리 마음에 두실 일은 아닙니다만···”


서인인 박세당이 한마디 하였다.


“같은 성리학자로서 그런 일을 당했는데 좌상대감께서는 기분이 좋으신가 봅니다.”


원래 적의 적은 아군이라고 호남 서인의 본거지인 필암서원에서 서인들과 논쟁에서 이겼다 하니 그 내용과 관계없이 기분이 나쁠 이유가 없었다.


성리학에 대한 부분이야 나중에 서인들의 수준이 그 정도 밖에 안된다는 논리를 내세우면 되기도 했고 남인들의 경우 성리학이나 유학에 대해서 상당히 열린 생각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장군의 생각과도 어느정도 비슷한 면이 있기도 하였다.


“허허허, 그렇게 보이는가?”


허적이 개의치 않고 기분이 좋아 보이자 박세당이 허적에게 눈총을 주고는 장군을 향해 말했다.


“사실 저도 유학의 경전에 대해서 주희의 해석에 문제가 많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나중에 저에게도 가르침을 주셨으면 합니다.”


박세당 또한 송시열 등이 주자의 해석에만 목매달고 있는 것에 불만이 있는 편이라 서인이면서도 이번 사건에 대해서 크게 개의치 않았다.


‘이분이 농사에만 관심이 있는 게 아니라 성리학에 대해서도 다른 생각을 가지고 있었었나? 좋군 좋아.’


서인중에 김육의 자손들인 김좌명과 김석주 등을 이쪽으로 움직일 계획으로 상소문에 일부러 대동법에 대한 것을 넣는 등 노력을 기울였는데 기대하지 않던 유명한 실학자인 박세당이 내려오자 장군으로서는 더 좋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언제 좋은 기회가 있겠지요. 혹시 농업쪽에 관심은 없습니까?”


박세당이 깜짝 놀라며 말했다.


“이미 제가 그쪽으로 책을 쓰려고 준비를 하고 있었습니다.

이번에 대기근을 겪고 보니 더욱 필요하다고 느끼고 있습니다.

제가 책을 써보려고 준비하는 것은 아는 사람들만 아는데 어찌 아셨습니까?”


“저도 이 기근을 보니 농경에 대해서 잘 정리해야 할 것 같아서 한 말입니다.

그런데, 책의 제목으로 색경(穡經)이 어떻습니까?”


박세당이 다시 한번 놀랐다.


“아니 제가 그 제목을 생각해 두었는데 어찌 아셨습니까?”


“하하하, 그저 문득 그 한자가 떠올랐을 뿐입니다.”


‘떠오르긴 개뿔, 책의 제목이 입에 촥촥 감기니 고등학교를 졸업한 남자라면 이 책의 이름만은 꼭 기억이 나는 법이지.’


“역시, 미륵의 현신이시라더니 관심법을 쓰시는가 봅니다.”


허적이 그 말을 듣고 문득 확인할 것이 있다는 듯 물어왔다.


“일전의 일을 전해 들어보니 송시열이 사약을 받을 것이라고 했다는데 혹시 뭔가 알고 있으신 것입니까?”


“천기에 해당하는 일이니 말을 삼가겠습니다.

허나 때로는 사람의 의지가 천기를 거스르기도 하는 법이지요.

이미 세상은 바뀌고 있습니다.”


“서인의 세상이 될 것이라는 것도 바뀌는 것입니까?”


“글쎄요. 하나 분명한 것은 제가 이 나라가 왜놈의 발아래에서 36년동안 치욕을 겪게 두지는 않을 것입니다.”


“36년이나 왜놈들이 이 나라를 지배한다는 것입니까? 그렇게 되지 않는 다니 다행한 일입니다.”


한참을 이런 저런 이야기와 덕담을 나누고 드디어 본론을 시작하였다.


“주상께서 고장군을 만나보기를 고대하고 있습니다. 제가 그렇게 할 수 있도록 준비할 터이니 함께 한양으로 올라가심이 어떻겠습니까?”


허적의 말에 유형원이 말했다.


“일전에 고장군이 직접 올라가겠다고 했습니다만, 이미 신여철이 크게 분탕질을 치고 간 후라 힘들지 않겠습니까?”


“그럴 것 같았습니다. 허나 주상께서는 고장군을 좋게 보고 있다는 것을 알아주셨으면 한다고 전해달라고 했습니다.”


장군이 대답했다.


“성은이 하해와 같다고 전해주십시오.”


“주상께서는 고장군의 상소에서 요구한 사항 중 많은 부분을 수용할 의사가 있다하셨습니다.

먼저 모든 문서를 한글로 하는 부분에 있어서는···”


허적이 현종이 허락한 협상안에 대해서 이야기했다.


모든 문서를 한글로 하는 것에 대해서는 취지는 이해는 하나 바로 시행을 하는 것은 무리가 있으니 백성들이 소를 제기하는 것에서부터 시작하자고 하였다.


그리고 환곡은 강화도와 군영에서 가져간 곡식을 제외하고는 모두 탕감해 줄 것이라 하였고 올해의 세금은 실제 추수한 결과에 따라서 차등해서 거둬들일 것이라 하였다.


대동법은 3년 내에 경상도와 황해도를 실시하고 10년 이내에 팔도 전체에 실시할 것이라 하였다.


군역은 모든 계층에 차별없이 시행할 것이고 호포제도 받아들이기로 하였다.


사실 가장 큰 부분은 신분질서를 타파하는 것과 전제개혁, 과거제도 개혁이었는데 이쪽은 원칙적으로 동의한다는 수준을 벗어나지 못했고 조정으로 들어와서 상의해 보자는 말을 하였다.


“신분질서 타파는 공노비의 일부를 해방하는 것으로부터 시작해서 차차 시행해 나가는 방법이 제일 현실적입니다.

개인들이 가지고 있는 노비까지 해방을 한다면 문제가 있지 않겠습니까?”


허적의 설명에 운부가 말하였다.


“신분질서를 없애는 것은 위에서부터의 특권을 없애야 하는 것인데 그 부분에 대해서는 어떠한 방안도 내놓지 않고 겨우 공노비 일부를 해방하는 것으로 생색을 내겠다는 것입니까?”


허적이 말했다.


“그렇게 하려면 전국의 유림들의 동의를 구해야 하는데 그러기에는 시간이 너무 없었지 않습니까?

그러니 하루 빨리 협상을 마무리하고 나중에 조정에서 함께 상의를 해 봅시다.”


유형원도 협상안에 문제를 제기했다.


“그리고 전제 개혁이 가장 중요한 것인데 어찌 그에 대해서는 방안이 제대로 없는 것입니까?”


“겸병 문제가 있는 토지는 바로 조사를 해서 회수를 할 것입니다.

하지만 다른 토지들은 무상으로 몰수를 할 수 없는 노릇 아닙니까?

그렇다고 조정에 돈이 없으니 돈을 주고 사들일 수도 없는 것이고요.

이 또한 어서 빨리 한양으로 올라와서 함께 상의하면 방안이 나오지 않겠습니까?”


“모든 것을 올라와서 상의 하자고 하니 어찌 협상에 진척이 있을 수 있습니까?”


“시간이 많이 없었음을 이해해 주시기 바랍니다.

혹시 원하는 부분이 있으면 말씀해 주시면 주상전하께 허락을 구해 보겠습니다.”


장군이 말했다.


“일단 내용은 잘 들었습니다.

저희들도 상의를 해 보아야 하니 사흘 뒤에 다시 계속하시지요.

괜찮겠습니까?”


시간을 벌기 위한 협상이라 장군이 넉넉하게 시간을 잡아서 만날 것을 요청했고 허적도 동의 했다.


“알겠습니다. 긍정적으로 생각해 주십시오.”


* * *


다음날 낮에 기정익이 장군을 찾아왔다.


“아니, 송암 선생님 아니십니까?”


장군이 기쁘게 맞이하였다.


“허허허, 그간 잘 지내셨습니까?”


기정익은 그동안 마음고생이 심했던 듯 며칠 사이에 머리가 하얗게 세었다.


장군이 그 모습을 보고 양심에 찔려서 말했다.


“제가 그날 너무 무례하게 대한 것이 아닌가 하여 계속 마음이 좋지 않았습니다.

부디 어린아이의 치기로 보아주십시오.”


“몸과 마음을 수양하는 선비로서 그 처자의 마음을 헤아리지 못한 저의 부덕함의 소치입니다. 개념치 마십시오.”


기정익이 계속 높임말을 사용하자 장군이 부담스러워하며 말했다.


“그렇게 생각해 주시니 다행입니다.

그리고 말씀을 편안히 하십시오.”


“공자께서 세사람이 지나가면 거기에 반드시 나의 스승이 있다 하였습니다.

하물며 저에게 많은 것을 깨닫게 해 준 분이니 이것이 저에게 편합니다.”


“알겠습니다. 그런데 오늘은 어쩐 일로 오셨습니까?”


장군으로서는 그날 이후 유림들이 어떻게 반응할 지 몰라서 걱정을 좀 하고 있었는데 지금까지는 별다른 반응은 없는 편이었다.


남인은 그냥 현재 상황을 약간 즐기면서 모른 척하고 있었고, 서인들도 당장 이렇다할 움직임이 없었는데 기정익의 방문은 상당히 의외였다.


“그날 이후 생각을 많이 했습니다.

저도 사서삼경과 주해들을 수없이 읽어 성현의 말씀을 논함에 있어 막힘이 없다고 자부하였는데 그날은 제대로 반박을 해 볼 수가 없었습니다.


대학(大學)에도 사물의 이치를 밝히는 가르침이 있고 성리학에서도 격물치지보망장(格物致知補亡章) 이라하여 그 이치를 궁구히 함을 중요시하고 있건만 고군(高君)의 그 이치는 격이 다르니 참으로 황망하였습니다.


며칠 동안 나 자신에 대해 개탄스러움을 금치 못하다가 문득 불혹의 나이가 지난 이때에 나의 학문을 새로운 진보할 기회를 얻게 된 것이 다행한 일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였습니다.

부디 덕음을 아끼지 않고 미천한 저의 학문을 넓히도록 가르침을 주십시오.”


“제가 유교의 경전에 조예가 깊지 않아 도움이 되겠습니까?

그리고 말씀하신 격물치지보장망에 대해서도 좀 더 자세히 설명을 해 주십시오.”


“대학의 도는 밝은 덕을 밝히고 백성을 이롭게 하며···”


기정익이 한참 동안 대학에 대해서 설명을 하였다.


장군이 그동안 이곳에 와서 유학자들을 어떻게 할까 생각을 많이 하였다.


유학자들 절반 정도를 배에 태워 다른 곳에 버리고 오는 극단적인 방법도 생각해 봤지만 그것은 최악의 상황에서 사용할 방법이라고 생각했고 나름 인재들인데 그러기는 아깝기도 하여 안고가는 방법을 강구하였다.


즉, 나라를 부강하게 하려면 기술의 발전만 있으면 되는 것이 아니라 사상이 뒷받침되어야 하는 것인데 이자들의 생각의 틀을 깨부수고 잘 활용하면 그런 사상이 생겨날 수 있는 토양이 만들어지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하고 있었다.


그래서 며칠 전 유교 탈레반이라는 서인들과 논쟁을 통하여 그 첫 단추를 꿰었다.


이제 이런 상태에서 한 두달 지나면 유림들 내부에서 반성이 있거나 반발이 있을 것이고 긍정적인 반응이 오는 사람들이 생길 것이라 판단했다.


제일 기대를 하고 있던 사람이 송시열에게 사문난적으로 찍혔다는 남인인 윤휴였는데 오히려 서인인 기정익이 장군에게 가르침을 청하고 있는 상황이 된 것이었다.


장군이 성리학의 문제점에 대해서 지적을 하였다.


“무슨 말일지 알겠습니다.

제가 그동안 생각해 두었던 성리학이나 유학의 문제점에 대해서 말씀드리겠습니다.


첫째로는 유학의 경전인 사서 삼경이 씌여진 시기와 지금은 상황이 많이 달라졌다는 것입니다.


그때만 해도 조선과 같은 왕과 신하들이 국가를 통치하던 사회가 아니었고 씨족들이 모여서 작은 나라가 생기고 다시 그것이 모여서 큰 나라가 이루어 지던 시기였지요.

그런 상황에서 만들어진 유교의 이론들은 지금의 잣대로 해석을 하려고 드니 문제가 생기는 것입니다.


가령 좀전에 강(剛)하여 주신 대학의 격물(格物)∙치지(致知)∙성의(誠意)∙정심(正心)∙수신(修身)∙제가(齊家)∙치국(治國)∙평천하(平天下) 라는 팔조목(八條目)을 보더라도 그때에는 농사를 지어 작은 부족을 배불리 먹이는 정도면 충분하니 격물치지와 성의 정심이 자연히 되었을 것입니다.


그리고 수신하여 제가를 하면 온 부족이 잘 돌아갈 것이고 그것이 모여 작은 나라를 이루니 치국이 자연스레 될 것이고 그러면 평천하가 되지 않겠습니까?

그런데 지금은 어떻습니까?

가문은 옛날에 비해서 점점 축소되었으며 나라는 점점 커지지 않았습니까?

그리고 격물을 해야 하는 것들도 엄청 많아졌고 훨씬 구체적인 것을 요구하게 되었습니다.


그러니 저 팔조목이 한번에 제대로 돌아가겠습니까?

마치 아이가 커져서 몸은 비대한데 머리는 커지지 않아 5살과 같은 상황입니다.

그런 사상을 가지고 어찌 치국 평천하를 이룰 수 있겠습니까?”


“말씀을 듣고 보니 그러합니다. 새로운 혜안이 떠지는 것 같습니다.”


“또 다른 부분은 유학도 문제이지만 성리학은 더더욱 문제가 있습니다.

조금만 깊이 들어가면 성(性) 이며 리(理), 도(道), 기(氣)등으로 설명을 하고 있습니다.


어떻게 보면 다양한 이치를 설명하는 듯 보이지만 실상은 어려운 것은 하늘의 뜻에 맡기겠다는 말입니다.

그것은 성리학에서 비판하는 불교와 다를 게 없지 않습니까?

즉, 성리학은 학문이 아니고 종교라는 말입니다.


유학이 진정한 학문으로 거듭나려면 하늘을 버리고 사람으로 돌아와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그저 그런 종교로 변질되어 선비정신을 잃어버리고 나라를 망하게 할 것입니다.


이미 지난 예송논쟁에서 보시지 않으셨습니까?

도대체 일년상과 삼년상이 무엇이 그리 중요합니까?”


장군이 한참 동안 성리학의 문제 점에 대해서 설명을 하였다.


지난 번에는 성리학이 최고다라는 생각을 깨어주는데 집중을 했다면 이번에는 성리학이 어떤 문제가 있고 그것을 바로잡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에 집중해서 설명하였다.


‘이 사람의 이름은 들어본 적도 없지만 이렇게 스스로의 과오를 뉘우치고 나를 찾아올 정도면 나의 생각을 충분히 받아들일 자세가 된 것 같다.

좋은 결과가 있으면 좋겠는데··· 아니면 윤휴가 찾아올 때까지 기다려야 하려나···’


그리고 몇 시간이나 이어진 장군의 열변은 보상을 받았다.


한참 뒤 기정익이 책을 하나 내었다.


제목은 [새로운 학문의 길을 보다] 였고 한글과 한문 두가지로 내었으며 서문에는 고장군의 도움으로 새로운 학문의 길을 보았으며 그것을 정리하여 이 책을 낸다 하였다.


크게 두부분으로 나누어 졌는데 앞쪽에는 장군이 설명한 성리학에 대한 비판을 담았고 경전의 여러 구절의 예를 들면서 문제점을 조목조목 지적하여 깊이를 더했다.


그리고 뒤쪽에는 새로운 학문은 어떻게 되어야 하는 가를 대학의 팔조목을 사용하여 네가지 큰 학문의 길을 설명하였다.


첫번째는 격물(格物)∙치지(致知) 이루는 방법으로 격(格)을 어떻게 볼 것인가에 대한 것으로 물이 오는 것인가? 주체인 내가 가는 것인가? 아니면 서로 오고 가는 것인가? 에 대한 것으로 인식론의 정립이 필요함을 역설하였고 수학과 자연학등 물(物)을 깊이 있게 연구하는 학문에 대해서 말하였다.


둘째는 성의(誠意)∙정심(正心)으로 철학, 역사, 고전, 예술 등의 인문학을 연구할 필요성을 역설하고 유학만 고집하지 않고 제자백가의 사상과, 세종대왕 시절, 과거 여러 왕조들의 문화를 다시 한번 되돌아보고 서양의 것까지 받아들여야 함을 강조하였다.


셋째는 수신(修身)∙제가(齊家)로 종교, 윤리, 도덕, 심리 등을 연구하고 실천할 것을 제안하는 수양학의 필요성을 역설하였다.


넷째는 치국(治國)∙평천하(平天下)로 경세치용(經世致用)하는 학문으로 경제, 정치, 무역, 농업, 어업, 공학, 의학, 군사, 법학, 제왕학 등의 다양한 영역에서 성과가 필요하다고 썼다.


마지막으로, 이 네가지 학문 분야는 서로 전후가 있는 것이 아니라 따로따로 발전하여 다른 학문이 발전할 수 있게 서로 도와야 한다는 의견을 피력하였다.


이 책은 나중에 조선에 학문의 르네상스를 불러 일으키는 바탕이 되었다고 평하여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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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6 사단칠정(四端七情) 논쟁 +3 22.09.03 887 19 2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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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8 천라지망을 펼쳐라 +1 22.08.01 958 21 18쪽
47 공세 +3 22.07.31 986 21 24쪽
46 쫓는자와 쫓기는자 +1 22.07.31 1,023 17 22쪽
45 구출 2 +1 22.07.24 1,113 21 14쪽
44 구출 1 +1 22.07.22 1,054 21 19쪽
43 조선의 미륵 +1 22.07.20 1,130 21 19쪽
42 바람처럼 달려 추포하라 +2 22.07.05 1,130 20 19쪽
41 계략에 빠지다. +3 22.07.03 1,132 23 18쪽
40 특전대원 삼동이 +1 22.06.29 1,176 24 1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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