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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고양이님의 서재입니다.

대기근을 넘어 조선을 해방하라! - 탐라제국기

웹소설 > 일반연재 > 대체역사, 판타지

들고양2
작품등록일 :
2022.05.11 10:10
최근연재일 :
2024.05.08 01:14
연재수 :
98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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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3,0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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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812,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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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7.31 16: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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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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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24쪽

공세

DUMMY

사박사박!


개구리가 겨울잠을 깨고 나온다는 경칩이 막 지난 터라 좀 덜 추워졌지만 여전히 밤이 되면 기온이 영하로 내려가 서릿발이 생겨 발걸음을 움직일 때 마다 소리가 났다.


아직 먼 동이 트기 전 우수영 서쪽 산 정상에 있는 망해루로 아홉 명의 사람들이 접근하였다.


망해루는 우수영 서쪽 성벽과 이어지는 산 정상에 지어진 망루처럼 쓰이는 건물인데 주로 먼 바다를 감시하는 용도로 사용되었다.


망해루 아래쪽에서 가마니를 두르고 기둥에 기대어 졸고 있던 군졸 둘이 깜짝 놀라며 외쳤다.


“누, 누구냐? 군호를 대라!”


“서인西人. 교대하러 왔소.”


“벌써 5경(새벽 4시) 이 되었나?”


“그렇소. 위에는 우리가 올라가 알릴 테니 걱정 마시오.”


교대 근무자들 다섯이 계단으로 망해루 위로 올라가고 밑에 있던 군졸들이 기지개를 켜는 사이에 나무 뒤에 숨어 있던 자들이 기둥 뒤로 접근했다.


"큭!"


기둥뒤에서 뛰쳐나온 자들이 군졸들의 급소를 쳐서 기절시켰다.


동시에 위층에서도 우당탕 소리가 나더니 위에 있던 군관 하나와 군졸 둘도 제압되어 재갈이 물려 포박되었다.


상황이 정리가 되자 망루 아래에 있던 자가 횃불을 들고 위로 올라가 먼바다 쪽을 향해 횃불을 여러 번 휘둘러 신호를 하였다.


교대하러 올라온 자들은 특전3대 대장 한돌이 데리고 온 특전 대원들로 그 전날 밤에 낙원 상단주와 함께 상단 일꾼으로 가장해서 들어와서 상단 건물에 숨어 있다가 새벽이 되어 산길로 숨어서 올라온 것이었다.


그로부터 반 시진(1시간)이 지나자 검은색으로 칠을 한 작은 배가 서문 쪽에 있는 포구로 여러 척 들어왔고 검은 옷을 입은 사람들 이십여명이 내려 마을 안으로 숨어 들었다.


우수영에는 포구가 두개가 있었는데 서문 쪽에는 상인들이나 마을 사람들이 이용하는 작은 포구가 있었고 동쪽에 있는 남문 앞에는 전선인 판옥선이나 병선 등이 정박하는 선창이 있었다.


잠시 후 5경(4시)이 되자 우수영 군사들이 교대를 하러 왔다가 모두 제압되어 재갈이 물리고 나란히 기둥에 묶였다.


얼마 후 망해루로부터 교대를 끝낸 군졸 여러 명이 서문 쪽으로 두줄로 서서 걸어 내려왔다.


“서인! 여기는 벌써 교대가 끝난 것인가? 우리는 망해루에서 이제 자러 내려가는 길 일세.”


한돌이 반갑게 말을 건네자 서문 위에 있던 군관이 반갑게 인사를 했다.


“수고했네. 푹 쉬게.

그런데 자네는 못보던··· 컥”


반갑게 인사를 하던 군관이 한돌이 가까이 다가오다가 칼을 빼 들자 의아해하다가 한돌이 휘두른 칼등에 맞아서 쓰려졌고 군졸 둘도 제압되었다.


성 아래쪽을 지키던 군졸들도 모두 영문을 모르고 있다가 달려드는 특전대원들에게 쓰러졌고 바로 성문이 열렸다.


성문위에서 한돌이 횃불을 흔들자 밖에서 대기하고 있던 군사들 수십명이 들어왔다.


동시에 횃불 신호를 보고 우수영 앞에 있는 섬인 양도 뒤쪽에 숨어 있던 큰 배 세척이 서문으로 들어왔고 일백여명의 군사들이 석궁과 총을 들고 들어왔다.


서문 안에 들어오자 고영후가 명령했다.


“특전대원들은 나를 따라서 내아로 가서 전라우수사 이집을 잡는다.

나머지는 영청과 군기청을 최우선으로 점령하고 남문을 확보하여라!”


잠시 후 그 전날 술을 많이 마시고 내아에서 기생을 끼고 곯아 떨어져 있던 전라우수사 이집이 잡혔고 영청과 병기청도 점령되었다.


그러는 사이 남문 앞 쪽으로 판옥선 한 척이 들어와 이백명의 군사들이 내려서 남문으로 들어왔다.


“이보시게. 상단주. 왜 이러는 것인가? 나 좀 풀어주게.”


전라우수사 이박이 포승줄에 묶인 채 제주로 가는 배를 타다가 김만수를 보고는 소리를 질러 도움을 요청하자 김만수가 가까이 가서 말했다.


“이렇게 하는 것이 우수사 영감께도 나을 것입니다. 괜히 우리에게 협조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 가족들이 큰 화를 보지 않겠습니까?”


이박이 상단주의 옷을 부여잡고 말했다.


“아니, 제주도는 한번 가면 못 나오는 유배지인데 나를 왜 제주로 가는 배에 태우는 것인가?”


김만수가 단호하게 말했다.


“원래는 탐관오리들은 잡아서 강제 노역을 시켜야 하는 것인데 그래도 극악무도한 짓은 하지 않았고 우리에게 도움을 많이 주었기에 그냥 제주로 데려가는 것입니다.

제주에 지낼 곳을 마련해 두었습니다.

여기보다 날씨도 따뜻하니 좋을 것입니다.”


* * *


같은 날 새벽 병영성 인근의 낙원상단 창고 안에서 네명의 사람들이 손을 뒤로 묶인채 바닥에 꿇어 앉아 있었다.


많이 두들겨 맞았는지 얼굴이 피멍으로 얼룩졌고 옷에도 핏자국이 많았다.


지은남이 피묻은 손을 수건으로 슥슥 닦으며 말했다.


“그래 마지막으로 정리해 보자.

지금 고장군과 함거에 실려 있던 사람들이 모악산 근처에서 모두 탈출하였 다는 것이지?”


“네. 그렇다고 했습니다.”


“그리고 너희들은 태인현에서 신여철에게 명령을 받고 우수영과 병영성으로 소식을 전하러 오는 중이었고?”


“네, 맞습니다.”


“그래, 너희들 둘은 해남의 전라 우수영으로 가는 중이었다고 했고···”


“네, 전라우수사에게 죄인들이 제주로 도망을 갈 것이니 바다를 봉쇄하라 하였습니다.”


“이것 봐라. 이렇게 잘 실토하니 얼마나 좋으냐?”


꿇어 앉아 있는 자들이 억울하다는 듯이 말했다.


“아니, 처음부터 그렇게 말했지 않습니까?”


“어허, 너희들 말이 명확하지 않고 횡설수설하니 그런 것 아니었느냐?”


“저희들도 그냥 전해 들은 것이라 정확하지 않다고···”


지은남이 째려보자 움찔 하면서 입을 다물었다.


“그리고 너희 둘은 병영성으로 가서 선전관 김환에게 병영성의 군사를 이끌고 나주로 오라고 했다는 것이지?”


“네, 맞습니다. 신여철이 다음날 나주로 내려가 기다릴 것이라 하였습니다.”


“그리고 나주쪽에 병영성에 대한 소문은 없다고 했었나?”


“그렇습니다. 나주를 지나서 신안 역참에서 병영성에 불이 났었다는 말은 들었습니다.”


“그래, 맞느라 고생 많았다. 밥을 내어 주라 할 것이니 요기라도 하고 있거라.”


“네, 감사합니다.”


지은남이 상단 건물을 나서서 병영성으로 향했다.


이틀 전 병영성을 점거한 후 군기청 근처에 있던 사람들은 가두거나 입단속을 시켰고 단순한 화재가 발생하였고 잘 수습된 것으로 소문을 내었다.


그리고 혹시나 나주나 우수영에 소식이 들어갈까 하여 주요 길목을 지키게 하였는데 전날 낮에 파발이 지나가는 보고는 잡아왔다는 소식을 듣고 심문하러 온 것이었다.


“그자들의 말이 사실이라면 고장군과 함께 잡혀가던 사람들이 모두 구출되었다는 것이군요.”


허현의 말에 지은남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여러 번 심문을 해 보았는데 거짓말을 하는 것 같지는 않더구나.”


허현의 얼굴에 화색이 돌았다.


“기병대들이 숫자가 많아서 쉽지 않으리라 보았는데 다행히 성공하였군요.”


“그런데 그자들 말로는 구출하러 온 사람들 중에 제주사람들 말고 다른 이들이 있었다고 했었다.”


“다른 이들이요?”


“그래, 자기네들도 전해 들은 것이라 명확하지 않다고 하는데 여러 번 두들겨 패 보아도 여전히 같은 말을 하더구나.”


“흠, 일단은 누가 도왔던 구출이 되었으니 다행한 일입니다. 그나저나 은남 사형은 이런 것 못하실 것 같더니 사람이 달라지셨습니다.”


“너도 한번 오줌 뒤집어쓰고 불구덩이 속에서 살아나와 봐라. 사람이 어떻게 바뀌나.”


“그렇겠죠. 거기 있다가 나온 대원들의 눈에 살기가 이는 것이 서늘했습니다.”


“함께 있던 동료들이 다섯이나 불타 죽었으니 안 그럴 수가 없지. 문만 열어 주었으면 되었을 것을···”


“허긴, 김환 이놈을 죽이겠다고 달려드는 것을 말리는데 참으로 힘들었지요.”


“그래 이제 어떻게 할 것이냐?”


“선전관 김환에게 병영성 군사를 이끌고 오라고 했으니, 그 명을 받은 것처럼 가장하고 나주성으로 들어가면 어떻겠습니까?

지금 출발하면 선발대가 오늘밤이나 내일 새벽이면 도착할 것입니다.”


“잘 하면 나주성을 그냥 먹을 수 있겠구나.

그런데 전라우수영의 결과를 기다려야 하지는 않겠느냐?”


“고장군이 탈출했으면 추적을 하고 있을 텐데 하루빨리 저들을 압박해서 추적을 못하게 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그저께부터 그걸 원하시던 것 아니었습니까?”


“나야 고장군의 호위를 맡았으니 그랬던 것이니지만···”


병영성에서 상황이 정리되고 지은남은 사람들 몇명만 데리고 고장군을 구출하러 가겠다고 나섰는데 허현이 말렸다.


원래 이런 상황이 발생하면 최대한 고장군을 직접 구출하는 것을 일차 목표로 하고 만약 여의치 않을 경우 가능한 한 많은 지역을 점령하고 포로를 많이 잡아서 협상을 시도하는 것으로 계획을 세워 두었다.


그래서 병영성이 점령이 되지 마자 제주와 각 거점인 청산도와 관매도로 연락을 취하였다.


고장군이 잡혀간 소식이 전해진 이후에는 청산도에는 허운이 관매도에는 고영후가 군사들을 주둔시키고 만약의 사태에 대비하고 있었다.


그래서 병영성 소식이 전해지자 바로 행동에 나설 수 있었고 그 사이에 다른 곳으로 병영성 소식이 전해지지 않게 막는 것이 중요하였고 지은남이 맡아서 하고 있었다.


“제가 말을 탈줄 아는 자들로 칠십명을 이끌고 바로 나주로 출발하겠습니다. 사형께서는 나머지 군사들을 이끌고 따라오시지요.”


“기병 운용은 너가 나을 것이니 그렇게 해라. 혹시라도 저놈들이 알아챌 수도 있으니 조심해야 한다.”


“그래서 어두울 때 도착해야 합니다.

저놈들 복장을 하고 새벽이라 어수선할 때 들어가면 모르지 않겠습니까?

혹시 모르니 김환이 놈도 데리고 올라가겠습니다.”


“알겠다.

그놈이 겁을 많이 먹었으니 배신은 못하겠지.

그럼 서둘러 출발하자.”


* * *


전라도 해남의 이진 만호진 근처로 수군첨절제사(첨사) 깃발을 높이 세운 판옥선과 병선 여러척이 나타났다.


이진 진성은 남쪽과 북쪽의 구릉을 이용하여 남북으로 긴 타원형으로 쌓은 성으로 성문이 있는 중앙이 낮은 모양을 하고 있었다.


그날 아침에 각 진영에 새로 부임한 첨절제사가 와서 사열을 할 것이니 성밖에 도열을 하고 있으라는 전갈을 보내었고 드디어 첨절제사가 탄 판옥선이 도착한 것이었다.


“나는 새로 부임한 가리포 수군첨절제사 허운이다. 이진만호는 어서 군사들을 데리고 나와서 도열을 하지 않고 무엇을 하는 것인가?”


성밖에 도열한 군사들이 보이지 않자 판옥선을 동문 가까이의 포구에 대고 허운이 큰 소리로 외치자 동문이 열리고 이진만호 박종환이 밖으로 나왔다.


“지금 병영성에 역도들이 있다는 말을 들었소이다.

비록 가리포 수군첨절제사가 병으로 체직하였다고 하였으나 단순한 전갈만을 듣고 새로운 첨사가 왔다는 말을 믿지 못하겠소.

주상전하의 옥새가 찍힌 교지를 보여주시오.

그렇지 않으면 성문이 열릴 일은 없을 것이외다.”


그렇게 말을 전하고는 성안으로 들어가 버렸다.


첨절제사의 판옥선에 있던 허운이 난감한 표정을 지으며 조민수에게 말했다.


“이것 참 당황스럽군. 첨사진보다 만호진 점령하는 것이 더 어렵다니···

그냥 가짜 교지를 하나 써 올 것을 그랬나?”


이들은 청산도에서 그날 새벽 가리포 진성을 점령하고 이진만호진을 점령하려고 온 제주의 군사들이었다.


가리포진은 주진인 전라 우수영에 속한 거진(巨鎭)으로 장흥의 회령포진, 강진의 고금도진·산지도진·마도진, 해남의 이진진·어란포진, 진도의 남도포진·금갑도진을 관할하였고 강진과 제주로 가는 물길을 틀어막고 있는 중요한 위치에 있었다.


그래서 이제 본격적으로 육지로 진출해야 하는 입장에서는 전라우수영 못지않게 중요한 곳이라 반드시 점령해야 하는 곳이었다.


하여 그날 새벽 특전 2대 대장 마영길과 이십여명의 특전대들이 완도 동쪽의 남망봉에서 가리포 진성 남쪽 성벽을 타고 넘어 서문을 열자 청산도에서 몰래 들어와 서문밖에 대기하고 있던 군사들이 들어왔고 북문 쪽 선창으로 제주에서 올라온 전선과 병선이 들어오면서 가리포진성은 완전히 점령되었다.


가리포 첨사는 우여도(禹汝度)였었는데 얼마전 병으로 체직(遞職)을 하게 되어서 그런지 지휘체계가 어수선하고 군기가 엉망이라 성벽위에 번을 서는 군사들도 제대로 없어 큰 접점 없이 성 전체가 정리되었다.


그리고 바로 사후선(伺候船)을 보내 가리포진에 새로운 첨사가 왔고 사열을 할 터이니 모든 군사들을 데리고 나와서 맞으라고 전갈을 하였고 바로 이진만호진으로 왔던 것이었다.


“마침 잘 되었습니다. 안 그래도 시험하려던게 있지 않았습니까?”


해군 대대장 조민수가 좋은 기회라는 듯이 말하자 허운이 고개를 끄덕였다.


“성안에 군사가 일백정도 밖에 안되긴 하지만 앞에 해자가 둘러쳐 있고 성문 세곳이 모두 옹성이 둘러쳐져 있으니 굳이 위험을 감수할 필요는 없지.”


원래는 이진진성에는 성을 수비하는 군사들이 이백 이상이 준비되어 있었지만 기근으로 절반도 안되게 모인 상황이었다.


“그럼 준비하겠습니다.”


조민수가 첨사선옆의 줄사다리를 타고 내려가 사후선을 타고 뒤쪽에 대기하고 있던

제주에서 올라온 판옥선에 올랐다.


“전투준비!”


조민수가 외치자 병사들이 갑판을 정리하였고 동쪽 성벽에서 오백보 밖에 배를 정면으로 고정시켰다.


바람이 심하게 불지 않는 날인데다가 진성 북서쪽에는 달도라는 섬으로 막혀 있어서 바다가 잔잔한 편이 었다.


“장전하라!”


조민수의 명령에 정해진 수서에 따라 도화선을 준비하고 화약을 넣고 다지고 격목을 넣고 탄환을 넣어 준비를 마쳤다.


“표적은 동문의 옹성이다.”


포병들이 거리를 가늠하고 각을 맞추고 포를 배의 전면부에 있는 포구멍에 넣고 걸쇠를 걸어 고정하였다.


“방포하라!”


꽝!


굉음을 내면서 포탄이 날라갔고 배가 뒤쪽으로 휘청하면서 밀리자 조민수가 중얼거렸다.


“흠, 역시. 반동이 심해 이 대포로 배 옆에서 쏘기는 쉽진 않겠군. 나중에 좀더 실험해 봐야겠어.”


포탄이 옹성 위쪽의 성가퀴에 맞으며 튕겨서 뒤에 있는 성문으로 날라가 박혔다.


그동안 화란에서 주고간 대포를 육지에서 쏴 보기는 많이 했지만 시간도 많이 없기도 했고 혹시나 알려질 수도 있어서 배 안에서 쏘는 것은 못해봤는데 마침 연습할 기회가 생긴 것이었다.


꽝! 꽝!


각도를 조절하여 여러 번 쏘니 동문의 옹성이 부서져 나가기 시작했다.


해군들을 네 개의 조로 나뉘어 네 대의 대포로 번갈아 가면서 이십여차례 쏘고 나니 옹성의 많은 부분이 무너져 내렸고 뒤쪽 문도 상당히 너덜너덜 해졌다.


“거리재는 것은 충분히 연습한 것 같으니 이번에는 성벽을 공격한다.”


반 시진쯤 쏘고 나서는 성벽을 공격하기 위해서 배를 동문과 남문 사이로 옮기고 다시 발사를 계속했다.


꽝! 꽝! 꽝!


이번에는 좀 적응이 된 것인지 좀더 일찍 원하는 위치에 맞출 수 있었다.


이진진성은 겉에는 돌로 쌓아 졌고 안쪽은 흙과 잔돌을 다져진 형태로 축조가 되어있었는데 같은 장소에 여러 번 대포가 맞자 돌로 쌓은 부분이 무너져 내렸고 뒤쪽의 흙도 함께 흘러내려 해자가 메꿔지기 시작했다.


성벽이 무너지기 시작하자 성벽위에서 수비를 하고 있던 군사들이 동요하는 모습이 역력했다.


그러는 중에 허운이 탄 판옥선과 병선이 움직이려는 모습이 보이자 이진만호가 급히 명령했다.


“곧 공격이 들어올 수 있으니 다른 쪽 성벽의 수비군을 동문과 남문으로 오게 해서 대기하라!”


반시진 동안 계속해서 성벽을 무너뜨리는 대포 공격이 계속되는 사이에 밀물이 들어왔고 가리포 진에 대기하고 있던 판옥선과 병선을 타고 제주의 군사들 삼백명이 성의 서남쪽 오백보 떨어진 곳에 상륙하여 진을 치고 공격할 준비를 시작했다.


“현자총통을 준비하라.”


성밖의 군사들이 방패를 앞세우고 이동을 시작하자 이진만호가 총통을 준비하게 시켰다.


조민수도 명령을 내렸다.


“서문과 남문에 배치된 총통들을 향해서 발사해라!”


으아악!


바로 총통에 맞추지는 못했지만 주변에 떨어지는 것이 더 위협적이라 사람들이 놀라 달아나느라 정신이 없었다.


“만호 나으리! 항복해야 하는 것 아닙니까?”


군관의 말에 이진만호가 이를 갈았다.


“대포 하나에 이것이 무슨 꼴이더냐?”


“저놈들이 점점 많이 상륙하고 있습니다. 이미 오백을 넘었습니다.”


이진만호가 소리를 질렀다.


“그래봐야 오합지졸들이다. 동요하지 마라!”


이번에 청산도에 있던 삼백명과 제주에서 판옥선과 병선으로 사백이 들어와서 칠백명 가까이가 가리포에 상륙했는데 그 중 오십만 가리포 진성에 남기고 모두 투입할 것이었다.


처음 상륙한 삼백명을 제외하고 나머지는 육로로 이동하면서 이진진성의 맞은편까지 와서 대기하고 있다가 병선으로 실어서 날라 오고 있는 중이었다.


실전 경험이 거의 없는 자들이니 이럴 때 전투가 이루어지는 근처까지 가보는 것만으로도 나중에 상당한 도움이 될 것이라 최대한 이 기회를 살릴 생각이었는데 마침 좋은 기회가 생긴 것이었다.


허운이 공격군들 앞에서서 외쳤다.


“모두 공격 준비하라!

군을 네개로 나누어 하나는 예비대로 하고 남문과 동문 그리고 무너진 성벽을 공략할 것이다.

방패차를 중심으로 양 옆에 방패를 들은 군사들이 서고 그 뒤에 조총병이 선다.

너희들이 경험이 많이 없어서 이런 공성전은 쉽지 않을 것이니 사다리는 맨 나중에 사용한다.

처음에는 적들의 화살과 화약을 소비시키는 것이 목표다.

작은 진성이라 비축해둔 것들이 많이 없을 것이다.

하니, 대열만 무너지지 않으면 다치는 일은 없을 것이다.”


판옥선 위의 조민수가 천리경으로 공격군이 준비를 시작하는 것을 보면서 말했다.


“곧 공격이 시작되니 그 전에 성벽위의 총통들을 최대한 없애야 한다.

대포를 두 대씩 한꺼번에 쏴라.”


꽝! 꽝!


허운이 큰 소리로 외쳤다.


“예비대 백오십을 제외하고 전군 공격을 시작하라.”


공격군이 본격적으로 움직이기 시작하자 이진만호가 외쳤다.


“적들이 세방향으로 나눠서 공격해 올 것 같다. 우리도 셋으로 나눠서 준비를 해라!”


가까운 남쪽 성벽에서부터 성벽위에서 화살과 돌이 날라 오기 시작했고 대열이 무너지려하자 중대장이 뒤에서 소리를 질렀다.


“대열을 유지해라! 훈련대로 하면 된다.

그리고 조총병은 응사하라!”


조총병들이 번갈아서 방패차 뒤에 숨어서 총을 쏘기 시작했다.


방패차는 앞쪽에 바퀴가 두개 달려있고 방패 위쪽에 총을 쏠 수 있게 구멍을 내어 놓았고 방패의 두께가 제법 두꺼워 어지간한 총탄도 막을 수 있었다.


하지만 무겁고 크기가 커서 세대 밖에 준비를 해 오지 못하였다.


한참 동안 지루한 공방이 이어졌는데 아직 사다리를 가지고 공격하라는 명령이 떨어지지 않아서 서로 원거리 사격만 이어지고 있었다.


이진만호가 남문인근의 무너진 성벽 쪽으로 군관들을 모아서 잠시 작전회의를 진행하였다.


“만호 나리, 아무래도 저놈들이 공격을 제대로 안하고 화살만 소비시키려는가 봅니다.

계속 사다리를 들고 왔다갔다만 할 뿐 넘어올 생각을 하고 있지 않습니다.”


“이대로 있으면 우리가 불리하니 뭔가 수를 내어야 합니다.”


“저놈들이 무슨 군사 훈련하는 듯이 공격하고 있습니다. 한번 나가서 요격을 하면 어떻겠습니까?”


“차라리 동문밖의 전선에 올라타고 바다로 나가는 것이 어떻습니까?”


이진만호가 일축하면서 공격이 없는 곳 상황을 물었다.


“저기 밖에 저놈들의 배가 몇 척인데 그게 쉽겠느냐? 그리고 어쩌면 우리를 요격하러 나오라고 일부러 저러고 있는 것일 수 있다.

그건 그렇고 서문과 북쪽 성벽 쪽 상황은 어떠냐?”


“서문쪽은 아직 아무런 움직임이 없습니다.”


“북쪽 성벽도 괜찮습니다.”


“그래도 군졸을 가끔 한 번씩 성벽으로 보내서 잘 살펴야 한다.”


“그런데 대포가 동문 북쪽 성벽을 공격하기 시작했습니다.”


“대포를 쏘고 있는 쪽으로는 공격이 없을 것이니 무시해도 될 것이다.

아마 저들이 본격적으로 공격을 시작 한다면 성벽이 무너져 해자가 없어진 쪽이나 옹성이 무너진 동문 쪽이다.

남문은 옹성이 아직 많이 남아 있어서 쉽게 들어오지는 못할 것이다.”


“적들의 예비대가 남문 서쪽편과 동쪽편 두곳으로 나뉘어 있습니다.

그쪽으로 들어오려는 것은 아닐까요?”


“서쪽은 해자가 있어서 쉽지 않을 것이고 동쪽은 무너진 성벽 쪽을 보고 있을 것이다.”


그때 남서쪽 성벽쪽에 변화가 생겼다.


특전2대 대장 마영길과 특전대원 여섯이 서남쪽 성벽 근처에 숨어 있었다.


이들은 따로 배를 타고 멀리 산을 돌아서 대기하다가 공격이 시작되면서 성밖의 공격군들에게 주의가 집중되어 있을 때 산에서 조심스레 개천을 따라서 이동하여 서남쪽 성벽근처까지 접근해서 소나무가지 등으로 위장을 하고 숨어 있다가 움직인 것이었다.


마영길이 눈짓을 하자 가지고 온 대나무를 해자 위에 여러 개 걸쳐 놓고 건너간 다음 성벽에도 대나무를 걸쳐 놓고 성벽위로 올라갔다.


그 모습을 뒤쪽에서 지켜보던 허운이 신호를 보내자 남문의 서쪽편에서 대기하고 있던 예비대들이 해자를 끼고 서문쪽으로 달리기 시작했다.


예비대들의 움직임을 본 남문위의 군졸이 무너진 성벽 근처로 뛰어와서 수군만호에게 알렸다.


“적들의 예비대가 서쪽으로 급히 달려갔습니다.”


이진만호가 서문 쪽 담당 군관에게 말했다.


“서문이 위험하다! 너는 열명을 데리고 나를 따라오너라. 나머지는 각자 지역에 복귀해 적들을 막아라.”


이진만호가 군졸들 열명을 데리고 급히 뛰어갔다.


"쳐라!"


그 사이 서문 근처까지 도착한 마영길과 특전대가 달려들어 서문을 지키고 있던 군졸들을 제압하고 성문을 열었다.


"관군들이 오고 있습니다. 십여명이 넘습니다."


"제기랄! 일단 성문위로 올라간다."


마영길과 특전대가 성벽위로 올라가고 이진만호가 달려오며 소리쳤다.


“너희들 둘은 성문을 빨리 닫아라! 나머지는 반으로 나눠서 양 옆으로 올라선다.”


이진만호 등이 성 아래에서 위로 올라오면서 공격하는 사이에 서문이 다시 닫혀 버렸고 달려오던 예비대들은 서문 밖에서 발을 동동 굴렀다.


"성벽을 기어올라라!"


예비대를 이끌고 온 소대장이 명령하자 군사들이 성벽을 기어오르기 시작했다.


"밀어붙여라! 적들이 더 몰려오기 전에 성문을 탈환해야 한다."


챙! 챙!


이진만호가 군사들을 독려하고 성문위로 이어진 계단을 사이에 두고 전투가 벌어졌다.


“물러서지 마라! 성문만은 사수해야 한다!"


성밖에서 예비대들이 속속 올라와서 합류하자 숫자에 밀린 관군들이 밀리기 시작하자 이진 만호가 악을 썼다.


"너는 가서 군사들을 더 데려와라!”


잠시 후 군사들이 더 몰려오고 예비대들도 속속 올라오면서 서문을 사이에 두고 밀고 밀리는 접전이 이어졌다.


성 밖에서 상황을 지켜보던 허운이 뭔가 제대로 안 돌아간다는 것을 느끼고 동문밖의 예비대에게 명령했다.


“서문 쪽이 여의치 않은가 보다.

지금 즉시 총 공격한다!

방패병들은 앞장서고 창병들이 뒤를 따라라!

그리고 조총병들은 엄호사격을 하게 해라.”


“와아아!”


함성을 지르면서 70명의 예비대들이 창을 들고 달리기 시작했다.


"성벽을 기어올라라!"


방패병들이 앞장서고 뒤에서 긴 창을 든 군사들이 창을 내지르며 몰려오자 처음에는 돌도 던지고 화살도 쏘고 하더니 결국 성벽 아래로 밀려났고 원래 쏘려고 했던 현자총통도 쏘지 못하였다.


장장 네 시간의 전투가 끝났고 이진 만호진이 점령되었다.


사실 약간의 손해를 감수하면 금방 끝날 전투였지만 가능하면 전력을 보전할 필요가 있었고 전투경험이 거의 없는 군사들을 데리고 하는 공성전이었기 때문에 오랜 시간이 걸렸다.


이진 만호진과는 다르게 나머지 만호진들은 별 의심없이 성밖으로 군졸들을 데리고 사열을 받으러 나왔다가 모두 손쉽게 제압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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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근을 넘어 조선을 해방하라! - 탐라제국기 연재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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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8 전략 회의 +1 22.10.17 727 13 18쪽
67 흔들리는 민심 +1 22.10.16 819 17 16쪽
66 공세의 시작 +1 22.10.11 806 16 18쪽
65 강남 소식 +1 22.10.09 801 16 20쪽
64 제해권 장악 +1 22.10.03 848 15 20쪽
63 중학생 강호동 +1 22.10.01 794 14 17쪽
62 복수혈전 +2 22.09.24 866 15 21쪽
61 성동격서 +2 22.09.24 798 14 19쪽
60 부대각 설화 +3 22.09.19 822 15 24쪽
59 신해독대(辛亥獨對)와 보길도 래방(來訪) +2 22.09.17 920 14 22쪽
58 전라도를 내어주시지요. +1 22.09.10 982 15 25쪽
57 새로운 학문의 길을 보다 +3 22.09.05 889 15 21쪽
56 사단칠정(四端七情) 논쟁 +3 22.09.03 887 19 25쪽
55 형제를 위하여 +1 22.08.29 872 17 19쪽
54 신(新) 김영철전(金英哲傳) +2 22.08.22 925 19 16쪽
53 무혈입성 +2 22.08.20 983 16 14쪽
52 나주 방어전 2 +1 22.08.15 917 18 19쪽
51 나주 방어전 1 +3 22.08.13 954 17 14쪽
50 희생 +1 22.08.07 898 19 20쪽
49 대탈출 +1 22.08.04 928 18 16쪽
48 천라지망을 펼쳐라 +1 22.08.01 958 21 18쪽
» 공세 +3 22.07.31 986 21 24쪽
46 쫓는자와 쫓기는자 +1 22.07.31 1,023 17 22쪽
45 구출 2 +1 22.07.24 1,113 21 14쪽
44 구출 1 +1 22.07.22 1,054 21 19쪽
43 조선의 미륵 +1 22.07.20 1,130 21 19쪽
42 바람처럼 달려 추포하라 +2 22.07.05 1,130 20 19쪽
41 계략에 빠지다. +3 22.07.03 1,132 23 18쪽
40 특전대원 삼동이 +1 22.06.29 1,176 24 1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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