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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61 님의 서재입니다.

바이올런스 퍼펙티드

웹소설 > 자유연재 > 현대판타지, SF

c61
작품등록일 :
2024.04.02 20:36
최근연재일 :
2024.05.12 20:28
연재수 :
21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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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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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101,100

작성
24.04.16 2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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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열정리

DUMMY

메기도의 문화는 환영 연회 하나만 15일이나 걸릴 정도로 쾌락에 치우쳐 있었다. 덕분에 엘시스가 돌아온 건 거의 3주가 지나서였다. 계절은 겨울이었고 마법학교에는 함박눈이 내렸다.


포로가 도망친 줄 알고 있었던 준오는 무방비한 상태로 서큐버스와 마주쳤다. 매료 마법이 해일처럼 정신을 덮쳤다. ‘변신’이라는 한 단어를 내뱉는 것조차 뜻대로 되지 않았다.



“어머~. 힘드신가 봐요. 도와드릴까요? 남자 대접은 자신 있는데. 저 원래 비싼데 정액 넣어주시면 계속 싸게 해드릴게요.”



엘시스는 뜻밖의 행운에 기뻐하며 떠들어댔다. 그리곤 자연스럽게 준오의 아랫도리에 손을 댔다. 다 이겼다고 생각한 순간, 갑자기 준오가 시커먼 것으로 변했다.



“깜짝이야.”



생김새는 유노였다. 그런데 정장이 흰색이 아니라 검은색이었고 얼굴에도 까만 가면을 쓰고 있었다. 가면에 점처럼 박힌 두 눈이 푸르게 빛났다.



“그, 그냥 반가워서 그랬어요. 알았어요, 이제 안 할게요. 됐죠?”


“······.”



가면 쓴 유노는 대꾸도 없이 똑바로 엘시스를 바라봤다. 눈에는 아무런 감정도 들어있지 않았다. 눈만 있고 입은 없는 가면이, 대화를 시도하지 말라는 의미를 담고 있는 듯했다.



“저기······유노? 불안하니까 대답 좀 해줘요.”


“······.”



순간 엘시스의 생존 본능이 서릿발처럼 곤두섰다. 시간이 멈춘 듯했다. 서큐버스 퀸은 직감에 따라 자신을 방어하고자 마력을 끌어냈다. 불행히도 이 행동은 즉각적인 반응을 초래했다.


내려친 왼손에 맞은 엘시스의 오른쪽 몸이 퍽 터졌다. 내용물이 밖으로 빠져나오기도 전에 아래턱이 뽑혀 나갔다. 열심히 관리한 하얗고 가지런한 치아가 기괴할 정도로 눈에 확 띄었다.



‘이렇게 죽는구나.’



악마 여왕이 가진 전투력은 얼굴로 다가오는 주먹을 또렷하게 보는 데밖에 쓸모가 없었다.



“안 돼!!!”



이때 들려온 주현의 외침은 한 줄기 구원의 빛과도 같았다. 가면 쓴 유노가 머뭇거리는 사이 주현이 앞을 막아섰다.



“죽이지 마!! 갑자기 왜 그래!!”



엘시스는 엉망이 된 육체를 버리고 빠져나가려 했다. 유노가 따라와 밟아 뭉개기 직전, 주현이 아슬아슬하게 엘시스를 주워 품에 안았다.



“엘시스 돌아왔잖아!! 갑자기 왜 그러는데!! 너도 빨리 원래대로 돌아와아--!!”



무서워서 엉엉 울기 시작한 주현 때문에 가면 쓴 유노는 당황한 듯했다. 아무런 행동도 못 하고 가만히 서 있기만 했다. 그 사이 데스비아가 등장했다.



“위협 방지 모드가 켜졌군요. 엘시스, 무슨 짓을 했나요?”


“그······그냥 인사만 했을 뿐이야.”


“정직하게 말해줘요.”


“꼬, 꼬추 살짝 만졌는데······.”



데스비아가 보기 드물게 침통한 표정을 지었다.



“다시는 그러지 말아요. 매료 마법도 그만둬요.”


“맹세할게! 악마니까 안 믿겠지만······나, 나도 죽고 싶지 않아.”


“설령 당신 같은 악마라도 내 학교에서 죽는 건 가슴 아파요.”



몇 초 정도 데스비아를 빤히 쳐다본 가면 쓴 유노가 준오로 돌아왔다. 엘시스는 그제야 시간이 흐르는 느낌을 되찾았다. 숨도 정상적으로 쉬어졌다.



“살았네.”



가벼운 실망이 묻어난 준오의 말투는 겨울바람처럼 냉랭했다.



“주현아. 너야? 그냥 놔두지 그랬어.”


“주, 죽이지 마······.”


“왜? 죽을 짓 했으면 죽어야지.”



한 마디 한 마디가 완전히 다른 사람 같았다. 엘시스는 공포 때문에 한마디도 하지 못했다.



“돌아오겠다는 약속 지켰잖아······한 번은 기회 줘야지······그리고 거, 거기 만진 건······그거로 죽이는 건 너무해······.”


“······그래.”



그제야 준오의 눈빛이 평소처럼 변했다. 엘시스는 이 경악스러운 존재가 사는 행성을 침략하는 멍청한 짓을 막아낸 자신이 대견하게 느껴졌다.


살았다는 안도감에 휩싸인 뒤에는 준오한테 목숨을 맡기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넓은 가슴과 굵은 팔. 다부진 허리와 탄탄한 허벅지. 가진 힘도 겉모습도 완전히 취향이었다.



‘이쪽이 초인이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기꺼이 며칠 밤낮을 안아드리며 봉사했을 텐데.’



포식자인 서큐버스가 아니라 순수하게 여자로서 떠올린 상상이었다.



“학교 더럽혀서 죄송해요, 데스비아.”


“괜찮아요. 엘시스한테는 충분히 주의 줬으니까 앞으로는 이러지 않을 거예요.”


“네. 이건 어디다 치울까요?”



끔찍한 현장은 데스비아가 마법으로 깔끔하게 정리했다.



“감사합니다.”


“방에서 잠깐 쉬는 건 어떤가요. 차도 한 잔 마시고요.”


“그럴게요.”


“주, 준오!”



불러세운 엘시스를 준오가 돌아봤다. 살의만 없을 뿐이지 싸늘한 눈빛이었다.



“두 번 다시······멍청한 짓 안 할게요. 살려주셔서 고마워요.”


“인사는 주현이한테 해.”


“주현이도 고마워♥”


“네······.”


“주현아. 이참에 엘시스랑 친하게 지낼래?”


“그, 그래도 돼?”


“목숨 구해준 은혜는 알겠지. 지금 내 의도가 뭔지도 알 거고.”


“알고말고요~! 친하게 지낼게요!”


“그리고 엘시스 너 며칠 이따 달에 가야 하니까 준비해.”


“네♥”


“달은 왜······? 돌 주워와서 팔게?”


“장 도사님이 화신 보여달래서.”


“아아······엘시스한테도 보여주려고? 잘 갔다 와.”



할 말을 끝낸 준오가 퇴장했다. 예비 몸으로 갈아탄 엘시스는 주현에게 화신이 뭔지 물어보았다.



“직접 보면 알아요.”


“아 뭔데에~. 그러니까 더 궁금하잖아.”


“그냥······화신 보기 전에 기저귀 차고 가세요.”


“웬 기저귀? 아 진짜 뭔데? 농담하지 말고 진짜로.”


“말로는 설명 못 해요. 직접 봐야 알아요.”


“됐어, 그럼. 근데 무슨 마법학교가 이렇게 사람이 없니? 괜찮은 남학생 있으면 좀 따먹으려고 했는데.”


“그러다 죽어요.”


“절대 강제로 안 할 거야. 그럼 되잖아? 마법 안 쓸게! 약속!”


“학교는 안 되고 나가서 적당히 놀고 오세요. 클럽 같은 데서 원나잇 상대 찾으면 돼요.”


“아 진짜? 클럽은 어딨는데?”


“홍대나 이태원 쪽에 많다고 들었는데 안 가봐서 잘 모르겠어요.”


“역시 동정이네.”


“아 그 얘기 안 하면 안 돼요? 동정 못 떼고 죽었다가 여자로 환생한 거라서 평생 달고 살아야 한다고요.”


“그럼 처녀라도 떼야지. 언니가 좀 알려줄 수 있는데. 배워볼래?”


“아, 아뇨······별로 생각 없어요······.”



처녀 얘기에 급격하게 맥이 빠진 주현을 안쓰럽게 여긴 엘시스는 큰 가슴으로 꽉 안아줬다. 별로 나아지진 않았다.


당분간 마법학교에서 머물게 된 여왕에게 교장은 방을 주겠다고 했다. 여왕은 그 자리에서 다른 제안을 꺼냈다.



“주현이랑 같은 방을 쓰고 싶다고요?”


“안 될까? 나 뭐 끌어안고 있는 거 좋아해서.”



주현을 통해 준오와 가까워지기 위해서였다.


미소짓는 건지 뭔지 모를 데스비아의 표정은 엘시스도 영 읽을 수가 없었다. 마안으로 아무리 들여다봐도 검푸른 일렁임만 가득했다.



“기, 기분 나빠······앗.”


“방금 당신이 본 건 내 마력이에요.”


“미친, 말도 안 돼.”


“오래 살다 보면 이렇게 된답니다.”


“대체 얼마나 늙은 거야?”


“명심해요. 난 언제나 스물다섯 살이에요.”



나이 얘길 들으니 엘시스의 눈에도 데스비아가 보통 여자로 보이기 시작했다.



“여자 마음은 하나도 안 늙었네! 그래서 방은?”


“개인실은 필요 없나요?”


“응, 됐어. 얹혀사는 것도 좋아.”


“알았어요. 짐 빼다가 방 상하지 않게 조심해요.”


“나 창고 마법 있으니까 걱정하지 마~.”



엘시스는 다른 시공간을 열어 10년 치 정액을 든든하게 채워둔 창고를 자랑했다.



“제법 상위 마법도 할 줄 아는군요.”


“이름만 서큐버스 퀸이 아니걸랑.”


“능력 있는 손님을 공짜로 먹여주고 재워주려니 아깝네요. 여기서 교사로 일하는 게 어떤가요?”


“나 양호교사 할래! 침대에 남학생 눕혀놓고 살살 괴롭히는 거 진짜 재밌어!”


“그거 말고요.”


“그럼 싫어.”



데스비아는 치료 마법의 대가이기도 해서 양호교사는 그다지 필요하지 않았다. 엘시스가 마법학교에 소속감을 갖게끔 하는 것이 진의였다.



“당신이 보건교사 임용고시를 통과하긴 어려울 테니까 내가 내는 시험에 합격한다면 시켜줄게요.”


“아 그럼 됐어. 그렇게까지 열심히 하고 싶진 않아.”


“당신한텐 모든 게 장난이군요.”


“그래서 뭐? 어쩌라고.”


“준오의 호감을 얻는 가장 좋은 방법이 뭔지 아나요?”


“젖치기 구강성교 전립선 애무?”


“진심 어린 선의를 보여주는 거예요.”


“에잉. 재미없어.”


“준오한테 사랑받긴 글렀네요.”


“내가 그 정도도 못 할 줄 알아? 마음만 먹으면 교황도 따먹을 수 있거든?”


“강간이야 가능하겠죠.”


“아 이게 왜 갑자기 시비야. 죽고 싶어?”


“날 죽일 수 있나요?”


“······.”



예상하지 못한 대꾸에 엘시스는 말문이 막혔다.



‘진짜 뜬금없네. 어차피 마법사니까 붙어서 확 찢어버리면 되잖아. 근데 왜 실패할 것 같다는 느낌이 자꾸 들지? 거슬려 죽겠네.’



그 의문은 곧 해소됐다. 바깥이 조금 소란스러워 슬쩍 내다봤는데, 마당에서 데스비아가 준오 아버지를 가르치고 있었다. 넘치는 마력을 보니 저쪽이 본인인 것 같았다.



“응?”



그리고 지금 눈앞에 있는 대마법사도 똑같았다.



“······재주 좋은데?”


“내 조언을 받아들이고 양호교사가 되어준다면 좋은 일이 많이 생길 거예요.”


“받아들이지 않으면?”


“풋풋하고 잘생긴 남학생을 여자 냄새 가득한 침대에 눕혀놓고 괴롭혀서 발기시키는 재미는 영영 못 보겠죠. 여긴 내 학교고, 기왓장 하나까지 내 손바닥 안에 있으니까요.”


“조, 좀 치네. 좋아! 까짓거 시험 통과해줄게. 내용이 뭔데?”



데스비아가 소매 속에서 두꺼운 전공 서적 몇 권을 꺼내놓았다.



“아 설마.”


“다 외우면 돼요.”


“그악!!”



무르기엔 자존심이 아팠다. 엘시스는 마지못해 책을 받아 챙겼다. 처음엔 서큐버스에게 유리한 얘기였으나 어느새 대마법사한테 주도권을 빼앗겼다는 사실은 그대로 묻혀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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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힘 싸움은 안 돼 1 24.04.05 4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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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집 나가면 고생 24.04.02 4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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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속성교육 24.04.02 2 0 11쪽
9 인큐버스였다면 24.04.02 2 0 11쪽
8 소심함 24.04.02 2 0 11쪽
7 검은 사랑 24.04.02 2 0 11쪽
6 권력보다 폭력 24.04.02 2 0 12쪽
5 아빠는 마법소녀가 꿈이야 24.04.02 1 0 11쪽
4 선물 24.04.02 3 0 11쪽
3 도사와 마법사 24.04.02 2 0 12쪽
2 첫인사 24.04.02 2 0 12쪽
1 프롤로그 24.04.02 5 0 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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