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c61 님의 서재입니다.

바이올런스 퍼펙티드

웹소설 > 자유연재 > 현대판타지, SF

c61
작품등록일 :
2024.04.02 20:36
최근연재일 :
2024.05.19 22:53
연재수 :
22 회
조회수 :
80
추천수 :
0
글자수 :
106,179

작성
24.04.02 20:40
조회
1
추천
0
글자
11쪽

아빠는 마법소녀가 꿈이야

DUMMY

중요한 사람들이 외국으로 간 탓에 한가해진 장 도사는 데스비아가 풀사이드 캐슬로 통하는 차원문을 만드는 광경이나 구경하기로 했다.



“이 차원문이라는 게 사실상 전략 자산이잖습니까. 용케 허가를 받으셨네요.”


“영국은 노스 덕분에 수월했어요. 다른 곳은 아직 예정 없고요.”


“한국 정부에서 마법 배워오라고 사람을 보낼지도 모르겠군요.”


“보내겠다고 했어요.”


“학비 1억 원 말고 다른 조건도 있습니까?”


“욕심이 너무 많거나 사악한 사람은 사양이에요. 명시하진 않았어요.”


“어떻게 골라내시려고요?”


“난 생각을 읽을 수 있답니다.”


“허어. 진짜로요?”


“비밀로 해줄래요?”


“그러지요, 뭐. 절 믿고 말씀하셨을 테니까요. 제가 지금 무슨 생각을 하는지 맞춰보실래요?”



‘차원문 완성되면 준오 따라 영국이나 가볼까?’



“그렇게 해요. 가서 준오 친구들도 만나고 와요.”


“이야~. 소름이 쫙 돋네요. 한 번만 더 해봅시다! 잠깐 준비 좀 하고요.”


“좋아요.”



장 도사는 고추 모양으로 깎은 나무 조각을 주렁주렁 엮은 새끼줄을 머리에 빙 둘러 감았다. 외부의 기운을 쫓을 때 쓰는 물건이었다. 조잡해 보였지만, 귀한 재료를 썼기에 성능이 뛰어났다.



“이번엔 어떻습니까?”



‘이게 뚫리면 창피당하는 셈인데······설마.’



“창피 줘서 미안해요.”


“어이쿠, 대단하십니다. 하하하.”


“고마워요. 작업이 오래 걸릴 것 같은데 나중에 다시 올래요? 빨라도 자정은 넘기겠어요.”


“그럼 그때쯤 오겠습니다.”



얘기를 끝낸 장 도사는 오늘 막 입학해 기숙사로 들어온 준오 아버지를 만나러 갔다. 이미 인사를 나누고 짐 옮기기도 도와줬기에 어색할 게 하나도 없었다.



“아이고-. 준오 아버님! 정리는 다 하셨습니까?”


“아 장 도사! 딱 맞춰 왔네. 도움이 좀 필요한데. 혹시 비행 가능한가? 아니면 순간이동?”


“비행은 좀 합니다. 어디 가시려고요?”


“집에 노트북을 놔두고 와버렸어. 차에 있는데, 깜박해버렸네.”


“저런······오늘은 늦었으니 내일 모셔다드리지요.”


“그럼 그러자고. 저녁은?”


“안 먹었습니다.”


“여기 식당 어딘지 알아?”


“그럼요. 혹시 술 좀 드십니까?”


“아 술 좋지.”


“하하하, 같이 드시지요.”



신단수 마법학교는 학비를 많이 받는 만큼 서비스도 뛰어났다. 음식이며 수저며 알아서 다 차려줬다.



“애들한테 노동을 시키다니 이거 참.”



준오 아버지가 식당을 운영하는 몸종들을 보고선 한 말이었다.



“쟤들 사람이 아니라 식물이라던데요.”


“아 그래? 머리 색만 빼면 사람이랑 똑같이 생겼는데.”


“흐하하, 세상에 머리카락이 녹색인 사람도 있습니까?”


“염색인 줄 알았지. 근데 왜 녹색이지? 광합성 하나?”


“자세히 보시면 머리카락이 아니고 가느다란 나뭇잎입니다. 광합성 하겠죠.”


“오~. 재밌네.”



두 남자의 조촐한 술자리가 무르익어갔다. 준오 아버지는 의외로 주사가 없었다.



“난 큰아들이 참 부러워.”


“준오요? 어떤 면이요?”


“변신하잖아.”


“아 그거요?”


“내가 말이야, 아버지 노릇을 제대로 못 하고 살아서 내 인생이 좀 창피할 때가 있어.”


“준오는 창피하다는 생각 안 할 겁니다.”


“그렇게 말해주니까 고맙네. 그래도 난 아들처럼 변신해서 새 인생을 만들고 싶어. 그래서 여기 입학한 거야.”


“저는 뭐 당연히 방송 때문에 들어오신 줄 알았습니다.”


“하핫, 그것도 있지!”



잠깐 웃었던 준오 아버지의 낯빛이 금세 침울하게 변했다.



“하아······장 도사. 혹시 자식한테 맞아봤나?”


“일단 저는 자식이 없습니다. 그리고 준오가 아버님을 때렸을 것 같진 않은데요.”


“큰아들 말고 작은아들. 준영이.”


“아~. 아니 그런데 자식이 부모를 때리다니······?”



말하면서 장 도사는 준오 아버지의 잔에 술을 따라주었다.



“내가 옛날에 주식을 좀 했었어. 영끌하다 다 꼬라박고 그랬거든? 근데 꼬라박은 돈이 아내가 자식들 결혼자금으로 쓰려고 모아놓은 적금이었던 거야.”


“아이고.”


“그래서 준영이가 빡쳐가지고 세상에 복날 개 패듯 날 패더라니까. 근데 더 서러운 게 뭐였는지 알아?”


“뭐였습니까?”


“그 착한 준오가 준영이를 안 말리더라. 걔도 그만큼 나한테 실망했다 이거지. 그때 내가 참 반성을 많이 했어. 작은아들이 날 팼다는 것보다 큰아들이 안 말렸다는 거에 충격받아서.”


“그럼 지금은······준영이하고는 잘 지내십니까?”


“그때 다 풀고 넘어갔지. 아내 덕분에. 아내가 심리상담사야. 하여간 준영이 그놈은 나 젊었을 때랑 성격이 똑같아. 그래서 맞으면서도 화는 안 나더라고.”


“잘 넘어가셨다니 다행입니다.”


“요즘은 뭐 인방으로 돈도 꽤 모았고, 이제 마법만 잘 배우면 된다 이거지.”


“그러면······변신 마법을 배우시겠네요.”


“그렇지. 그거 안 배우면 의미가 없지. 들으면 비웃을 거 아는데, 나 진짜 진지하게 마법소녀로 변신하고 싶어. 아무리 생각해도 그게 내 천직이야.”


“남의 꿈을 함부로 비웃다니 안 되죠. 아니 잠깐 마법소녀요?”



장 도사는 어색하게 참는 대신 아예 호탕하게 웃어젖혔다.



“거봐, 비웃잖아.”


“아 그게 아니라, 이거 참······죄송합니다. 절대 비웃은 게 아닙니다. 그냥 옛날 생각이 좀 났습니다. 아버님이랑 같은 꿈을 꾸는 분들을 만나봤었거든요.”


“나랑 같은 꿈? 나 같은 중년 남자들?”


“네. 그런 분들을 모아서 마법소녀로 육성하는 학교가 있습니다. 진짜 진지하게요. 피와 땀을 흘리며 성장하는······그런 곳이지요.”


“거기 나도 갈 수 있나?”


“아쉽지만 어렵습니다. 폐쇄적인 곳이라서요. 아무튼, 제가 거기서 약간 주워들은 게 있으니 도와드릴 수 있겠지요.”


“이야, 장 도사를 만난 게 행운이구만!”



장 도사는 남에게 말하고 다니기엔 조금 창피한, 그렇지만 순수한 꿈을 꾸는 준오 아버지를 보며 흐뭇하게 웃었다.


영국의 풀사이드 캐슬과 신단수 마법학교를 잇는 차원문은 다음 날 새벽 완성됐다. 이때는 영국도 한밤중이라 장 도사가 넘어간 건 몇 시간 뒤였다.



“그럼 교장 선생님. 잠깐 다녀오겠습니다.”


“네. 좋은 만남 만들고 와요.”



동그란 공 모양으로 왜곡된 공간을 통과하니 바로 성 지하실이었다. 길버트가 이미 기다리고 있었다.



“환영하네, 장 도사. 얘긴 들었네. 난 조나단 길버트일세. 여기 관리인이지. 과학자이기도 하고.”


“반갑습니다! 마법학교에서 일하는 꼬맹이들이랑 같다고 들었는데 실제로 뵈니까 꽤 다르네요. 사람이랑 전혀 구분이 안 됩니다.”


“물론 나도 군체 의식의 일부일세. 단독으로 활동하기에 좀 더 인간답게 만들었지.”


“그러니까 그 꼬맹이들이랑 통하는 게 곧 길버트 씨와 통하는 것이다, 이런 말씀이시군요.”


“정확하네. 적응이 어렵지 않길 바라네.”


“문제없습니다. 아 그런데 뭐 좀 여쭤봐도 되겠습니까?”


“얼마든지.”


“꼬맹이들은 왜 그렇게 작게 만들었습니까? 일하기에는 좀 불편할 것 같던데요.”


“우리 생존 전략이지. 인간은 귀여운 걸 좋아하니까.”


“아~. 고양이처럼요?”


“고양이처럼. 작은 불편쯤이야 감수할 만하고.”


“그렇군요.”



준오를 불러둔 길버트는 장 도사가 성을 구경할 수 있도록 허락해 주었다. 내부 공사 중이라 별로 볼 건 없었지만, 그래도 장 도사는 재밌어했다.


주인공은 15분 후 나타났다. 한창 제이의 공방에서 놀다가 변신해서 혼자 날아온 것이었다.



“도사님! 여긴 웬일이세요?”


“오오, 이쪽이 유노군요. 그냥 차원문 시험차 잠깐 와봤습니다. 잘 되네요.”


“아 설치 끝났어요? 느낌 어땠어요?”


“차원문을 여러 종류 이용해봤는데 이렇게 깔끔한 경우는 오랜만입니다. 교장 선생님 실력 좋으시더라고요.”


“대마법사라고 불러주면 좋아해요. 제 아버지도 만나보셨어요?”


“네. 술 잘 하시던데요. 자주 대작해드리기로 했습니다.”


“술친구 생기셔서 다행이네요. 저는 술 많이 안 마시니까요.”


“아무리 그래도 학교인데 술은 좀 그렇지 않나 싶습니다만, 뭐 단둘이면 괜찮겠죠! 그건 그렇고 여기에 준오······지금은 유노라고 해야겠지요? 친구들이 좀 있다면서요.”


“겉모습에 맞춰주시면 돼요. 만나러 가실래요?”


“좋지요. 온 김에 인사나 한번 쭉 돌려봅시다.”


“태워드릴게요.”



유노가 먼저 방패에 올라타 손을 내밀었다.



“아이고 이거 도사 자존심 상하게, 저도 소싯적에 하늘 좀 날아본 놈입니다! 잘 보십시오~!”



장 도사는 보따리에서 큼지막한 두루마리를 꺼내 쫙 펼쳤다. 그리고는 두루마리 속에 그려진 그림 중 학에 손을 쑥 집어넣어 무 뽑듯 뽑아냈다.



“나오너라!”



그러자 커다란 학이 목을 잡힌 채 퍼덕거리며 튀어나왔다. 실제 학은 아니고 먹물 학이었다. 땅을 딛고 선 학은 기세 좋게 울음소리를 뽑아냈다.



“우와······.”



멋들어진 도술에 감탄한 유노가 본래 역할보단 이동수단으로 훨씬 많이 쓰이는 자기 마법 방패를 한번 내려다봤다.



“갑시다!”



학에 올라탄 장 도사가 외쳤다.


멋지긴 해도 학은 방패만큼 빠르진 않았다. 게다가 흔들림이 심해 처음 타는 사람은 멀미하기 딱 좋다고 장 도사가 소리쳤다. 바람 때문에 대화가 힘들었다.


그렇게 왕립 무기 박물관까지 날아가는 데는 40분가량 걸렸다. 도착하자마자 공방으로 찾아갔다.


기름 냄새가 가득한 공방 한가운데서 미국인일 것 같은 젊은 여자가 작업복 차림으로 총을 만지고 있었다. 바쁜 본인 대신 유노가 소개했다.



“제이 미하일 유진이에요. 제이도 데스비아나 신단수처럼 다른 세계에서 제가 데려왔어요. 원래는 헬레네스라는 외계인이었는데 미국 가려고 몸을 기계 인간으로 바꿨어요.”


“음? 아 손님이야? 안녕!”



말투가 어딘지 모르게 아저씨 같았다.



“안녕하세요. 도사 장동수입니다.”


“도사는 처음 들어보네. 뭐 하는 직업이야?”



제이는 총에서 눈도 떼지 않은 채 물었다.



“도 닦는 직업입니다. 글쎄 짧게 말씀드리자면 동양판 마법사라고나 할까요?”


“마법사? 데스비아 같은?”


“그렇지요. 실제론 학자에 가깝습니다만······뭐 그건 마법사도 비슷하니까요.”


“마법사가 나한테 오다니 무슨 볼일이야? 총 얘기면 언제든 환영인데.”


“그냥 유노 친구들한테 인사하러 다니고 있습니다.”


“그렇구만! 유노 친구도 언제든 환영이지! 바쁘지만 않았어도 느긋하게 얘기할 수 있을 텐데 이놈들이 자꾸 일감을 몰아줘서 쉴 시간이 없어!”



제이는 총 만질 때를 제일 좋아했기에 싫은 표정은 아니었다.



“오~. 그거 XL64 소총 아닙니까? 영국 무기 박물관에 어울리는 소장품이네요.”


“뭐야, 이걸 알아본다고? 마법사라며!”


“자랑은 아닌데 제가 잡학에 좀 능합니다.”



총 얘기로 발동이 걸린 제이가 신이 나서 전문지식을 떠들어댔다. 장 도사 역시 까다로운 내용을 풀어놓으며 제이와 어울려주었다. 그 모습을 본 유노는 괜히 뿌듯해졌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바이올런스 퍼펙티드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22 러브 크러시 24.05.19 1 0 11쪽
21 수컷 출현 24.05.12 2 0 10쪽
20 썸 타던 여자의 핑계가 너무 거창하다 24.04.24 3 0 12쪽
19 세계조형사 24.04.18 4 0 12쪽
18 서열정리 24.04.16 5 0 10쪽
17 밀당의 고수 24.04.12 6 0 11쪽
16 초레어 펫 확보 24.04.08 5 0 11쪽
15 힘 싸움은 안 돼 2 24.04.06 5 0 12쪽
14 힘 싸움은 안 돼 1 24.04.05 4 0 11쪽
13 대를 위한 소의 희생 24.04.04 5 0 11쪽
12 집 나가면 고생 24.04.02 5 0 11쪽
11 변신하면 괜찮아 24.04.02 4 0 11쪽
10 속성교육 24.04.02 2 0 11쪽
9 인큐버스였다면 24.04.02 3 0 11쪽
8 소심함 24.04.02 3 0 11쪽
7 검은 사랑 24.04.02 3 0 11쪽
6 권력보다 폭력 24.04.02 2 0 12쪽
» 아빠는 마법소녀가 꿈이야 24.04.02 2 0 11쪽
4 선물 24.04.02 4 0 11쪽
3 도사와 마법사 24.04.02 3 0 12쪽
2 첫인사 24.04.02 3 0 12쪽
1 프롤로그 24.04.02 7 0 2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