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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61 님의 서재입니다.

바이올런스 퍼펙티드

웹소설 > 자유연재 > 현대판타지, SF

c61
작품등록일 :
2024.04.02 20:36
최근연재일 :
2024.05.19 22:53
연재수 :
22 회
조회수 :
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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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106,179

작성
24.04.12 22: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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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밀당의 고수

DUMMY

마법학교는 신단수 숲으로 둘러싸여 있었다. 이 숲은 소백산에서 내려오는 계곡을 두 줄기 품었는데, 한쪽은 학교에서 썼고 다른 쪽은 실외 목욕터에서 썼다.


흐르는 물에서 멱을 감던 옛날 방식을 살린 목욕터였다. 물론 기본적인 시설은 갖추고 있었다. 하지만 웅장한 목욕탕에 익숙한 엘시스에겐 마치 야인이 된 듯한 느낌을 주었다.



“악! 이 물은 너무 차갑잖아! 여기서 어떻게 씻으라고!”


“직접 데워.”


“장난해? 목걸이는 장식으로 달아놨니?”


“옷 벗고 들어가.”



물은 턱이 덜덜 떨릴 정도로 차가웠다. 견디다 못한 엘시스는 은근슬쩍 마법을 써서 몸을 보호하려 했다. 하지만 실패했다.



“나, 나 죽어. 나나, 나가게 해줘. 오, 온몸이 아파.”



이것으로 목걸이의 성능은 충분히 확인됐다. 입술까지 파래지는 걸 본 유노는 엘시스를 끌어내 사우나에 넣고 양 모자를 씌웠다.



“여, 여긴 뭐야? 왜 차가운 데 넣었다 뜨거운 데 넣었다 난리야? 고문 싫어한다며!”


“고문 아닌데? 한국인은 이거 좋아해.”


“미쳤어.”


“맥반석 달걀 먹을래?”


“무슨 달걀?”



아직 손을 떠는 엘시스에게 유노는 달걀을 하나씩 까주고 따뜻하게 데운 식혜도 대접했다. 받는 쪽도 곧잘 받아먹었다.



“저녁엔 국수 나온대.”


“어, 어쩌라고.”


“젓가락 쓸 줄 알아?”


“인간이 하는 건 뭐든지 다 하거든? 별걸 다 걱정하네 진짜.”



막상 국수와 젓가락을 접한 엘시스는 포크부터 찾았다.



“화장실은 혼자 갈 수 있지?”


“지랄하지 마, 내가 무슨 아기야? 아예 아기 플레이를 하든가.”


“플레이면 괜찮아?”


“지금 하자고? 엄마가 좋아, 아기가 좋아?”


“됐어.”


“응애~. 맘마 쭈쭈 주떼요.”



유노는 진지하게 몰입하는 엘시스를 측은한 눈길로 한번 바라본 후 자기 음식으로 시선을 돌렸다.



‘하아······쉽지 않네. 어떻게든 정액을 보급해야 하는데.’



“있잖아, 나 서큐버스잖아.”


“응.”


“정액 안 먹으면 말라서 죽을 거야.”


“문어로 돌아가는 게 아니라?”


“······네 눈앞에 있는 몸은 죽는단 말이야.”


“별로 상관없어.”


“아 이러지 말자, 응? 목걸이도 계속 채워놔야 하잖아.”


“수조 만들 건데.”


“거, 거기다 날 가두겠다고?”


“응.”


“저기······잘못했습니다. 착하게 있을 테니까 식사는 하게 해주세요.”


“성행위로 사람을 죽일 수 있는 괴물 주제에 성행위를 요구하네.”


“그냥 정액만 주셔도 돼요······.”


“불쌍한 척도 이제 됐어. 네가 아직 살아있는 이유가 뭔지 알아?”


“어······인질이라서?”


“아냐. 내가 널 찢어 죽이는 게 내 친구들 정신건강에 나빠서야.”


“정신건강에 나빠? 잘 이해가 안 되네.”


“넌 그냥 가치가 없다는 뜻이야.”


“뭐······라고······?”



‘사실 협상 따윈 필요 없다’라는 속뜻을 엘시스는 알아들었다.



“너희 함대가 지구로 와서 제일 먼저 뭘 할 것 같아?”


“아마도······선전포고요.”


“위력 시위도 좀 하고. 맞지?”


“맞겠죠······?”


“안 그랬으면 좋겠어.”


“제가······막아드리면 될까요?”


“응. 연락할 수 있게 준비해줄 테니까 때 되면 절대 공격하지 말라고 설득해.”


“네, 꼭 그렇게 할게요.”


“근데······다시 생각해보니까 반대로 해도 상관없겠다. 가진 거 다 때려 박으라고 해도 좋아.”


“어, 어째서······.”


“그래야 내가 너희들 몰살시킬 구실이 생기지.”



‘참나. 워프 게이트까지 올라갈 수는 있고?’



엘시스는 마지막 자존심을 짜내어 마법전사를 비웃었다. 이 생각은 데스비아를 통해 유노에게 전달됐다.



“워프 게이트에서 지상까진 어떻게 내려왔어?”


“일회용 강하기를 썼어요.”


“올라갈 때는?”


“제 우주선이 있어요.”


“우주선은 방공망에 걸릴 텐데. 너 우주 나가면 죽어?”


“지금은 이 목걸이만 없다면야······.”


“그럼 풀어줄 테니까 잠깐 갔다 오자.”


“진심이세요?”


“도망쳐도 돼.”



대체 무슨 꿍꿍이로 이러는 건지 엘시스는 도무지 알 수가 없었다. 뭔가 단단히 준비한 모양이라 조심해야겠다고만 생각했다.


유노는 정말로 예속의 목걸이를 풀어주었다. 그리고 방패에 올라타 손을 내밀었다. 한밤의 은은한 별빛을 받아서 그런지 그 모습이 동화 속 백기사 같기도 했다. 아까 국수 먹느라 머리를 묶어놔서 더 그랬다.


그런 쪽으로 판타지가 있는 엘시스는 자기도 모르게 손을 잡았다. 미세한 흔들림조차 없는 굳건한 완력이 다시금 소녀 감성을 자극했다.



‘왜 남자가 아닌 거냐고.’



내심 불평하며 유노의 허리에 팔을 감았는데, 낯선 것이 만져졌다. 긴 칼이었다. 확 뽑아 베어버릴까 고민했다. 그렇지만 손톱이 깨졌던 기억이 아직도 아팠다.



“꽉 잡아. 만약 위험하다 싶으면 신호하고.”


“네에♥”



멀리서 보기엔 낭만적인 비행이었다. 도망칠까 말까, 죽일까 말까 고민하고 있다는 사실을 모르는 한은. 방패는 수직으로 고도 1500km까지 상승한 다음 워프 게이트를 향해 날았다.


이때 엘시스는 드래곤 슬레이어를 비웃지 말았어야 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혼자 대기권 탈출 가능하구나. 진짜 장난이 아니잖아.’



한때 과업의 방주로 불린 적이 있는 워프 게이트는 실로 거대했다. 지름만 5km나 됐다. 그 자체로 하나의 도시이며, 웜홀 점프 드라이브를 통해 온갖 세계로 통할 수 있었다.


열심히 손짓하는 유노를 본 엘시스가 목소리를 낼 수 있도록 마법으로 공기 거품을 만들었다.



“아, 고마워. 가까이서 보니까 생각보다 움직임이 많네. 돌아다니는 우주선도 제법 있고.”


“제 우주선도 저기 있어요. 밖에 정박해놨어요.”


“돌아가는 건 문제없겠다. 근데 왜 이렇게 공손해졌어?”


“그냥요. 재밌잖아요.”



실없는 반응에 유노는 더 캐묻지 않았다.



“안 들어가시나요?”


“너 그냥 지금 메기도로 돌아갈래?”


“네? 이대로 보내주시겠다고요?”


“맘대로 해.”


“기껏 사로잡아놓고선······아깝지 않으세요?”


“목숨이 아깝지. 다른 것보단.”



그 말에는 은근한 경고가 내포되어 있었다. 진지하게 상황을 읽기 시작한 엘시스는 이를 심각하게 받아들였다.



‘우리 중에 이런 괴물을 막을 사람은 없어. 심지어 마왕님이라도 역부족이야.’



이제는 지구 침략을 걱정할 때가 아니었다. 유노가 메기도로 넘어갈 경우가 훨씬 문제였다.



‘서, 설마 지금 당장······? 친구들 눈앞은 싫으니까 우리 안방에서 죽이겠다는 소리였구나!’



유노가 칼을 차고 온 이유가 그제야 이해되었다. 초조해진 엘시스는 두뇌를 전력으로 가동했다.



“슬슬 내려가지 않을래요? 무중력 섹스하실 게 아니라면요.”


“볼모라는 단어 알아?”


“보······볼모요. 알죠.”


“할래?”


“우으······할게요······.”


“그럼 가서 말하고 와.”


“알겠습니다아······.”



유노의 역공을 막는 확실한 방법은 돌아가서 지구와 메기도 간 워프 게이트 통행을 차단하는 것이었다. 속으로 이것저것 따져본 엘시스는 서큐버스다운 판단을 내렸다.



“며칠 걸릴 것 같아요. 밑에서 기다려주시면 꼭 주인님 품으로 돌아올게요.”


“누가 주인님이야. 징그럽게.”


“그, 그럼 뭐라고 불러드릴까요?”


“그냥 유노라고 해.”


“네, 유노 님♥”


“님도 빼고.”


“유노♥”



엘시스는 온몸으로 하트까지 만들어가며 성의를 표시한 뒤 워프 게이트 쪽으로 날아갔다. 유노는 차고 온 칼을 괜히 한번 빼 봤다가 다시 꽂았다. 써보지 못한 게 아쉬워서였다.


서큐버스를 살려 보내줬다는 소식을 들은 사람 중에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는 이가 있었으니, 바로 준오 아버지와 이주현이었다.



“아버지 지금 추잡한 상상하시죠?”


“아 그게 무슨 소리냐! 아빠 못 믿어?”


“네.”


“들켰네. 주현아, 어땠다고?”


“가슴 진짜 컸어요. 유노는 현실적으로 큰데 걔는 그냥 진짜 컸어요.”


“크으으으.”


“허리 완전 예술이고 장골이랑 대퇴근 밸런스도 장난 아니었어요······아 그러니까 골반이랑 허벅지요!”


“크흐으으으으.”


“그냥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섹스 심벌 그 자체였어요.”


“주현아······아저씬 살아있다는 사실이 정말 기쁘다.”



준오 아버지는 주현이 꺼낸 그림을 매만지며 연신 감탄했다. 그러다가 퍼뜩 손을 멈췄다.



“아, 이런. 마법소녀의 정체성이 흔들릴 뻔했다. 너무 오래 보면 안 좋구나. 넣어둬라.”


“이런 면에서는 참 대단하신 것 같아요.”


“내 꿈은 무적이다!”



한편 메기도의 마왕성에서는 무사 귀환한 서큐버스 퀸을 환영하는 연회가 벌어졌다. 축배를 받는 엘시스의 마음은 무거웠다. 지구 침략을 포기해야 한다고 설득해야만 하는 자기 입장이 부담이었다.


마왕 사마엘은 처음엔 엘시스의 보고를 믿지 않으려 했다.



“고작 인간이 어쨌다는 거냐. 제대로 준비해서 덮치지 못한 네 탓은 아니란 말이냐?”



안 그래도 예민해진 와중에 부하 탓이나 하는 사마엘의 태도가 엘시스의 속을 확 뒤집어놓았다.



“오빠 내 말 못 믿어? 넷 중에 내가 제일 신중한 거 알면서 그래?”


“그건 사실이다만.”


“하여간 오빠는 그게 문제야. 자기가 시켜놓고 해달라는 대로 다 해줬더니 못 믿겠다는 건 뭔데? 고생은 내가 다 하고 자기는 여태 편하게 놀고먹기만 했잖아. 내가 뭐 놀다 왔어? 정보 알아오라며. 알아왔잖아.”


“미, 미안하다.”


“손톱 깨졌다고. 만전 상태에서 일방적으로 목 졸리고 머리카락까지 잘렸다고. 쪼만한 방패 타고 대기권 탈출했다고! 진짜 더럽게 강하단 말이야! 다른 인간들이야 고작 인간이 맞겠지, 근데 난 드래곤 슬레이어 얘기하는 거잖아!”


“진정해라. 내가 잘못했다.”


“누구더러 진정하래? 그리고 걔 여자라는 건 왜 몰랐는데? 어? 그 정도는 기본적으로 알아뒀어야 하는 거 아냐?”


“소문뿐이었으니······.”


“그래서 소문만 듣고 나 혼자 대충 알아서 하라고 보냈어, 안 보냈어?”


“보냈지······고생시켜서 미안하다.”



엘시스는 분명 자원해서 간 것이었지만, 사마엘이 별 대책 없이 보낸 것도 사실이긴 했다.



“고생 아직 안 끝났거든? 나 이제 볼모 신세야. 걔 여기 쳐들어오면 끝장이라서 내 한 몸 희생해서라도 막아야 해. 고작 인간 한 명이 어떻게 메기도를 박살 낼까 상상이 안 되지?”


“안 되지······.”


“함대가 쳐들어오면 우리도 반격할 수 있지. 근데 걔는 혼자야. 딱 한 명. 대포가 아니라 손으로 막아야 한다고. 우리 손으로. 알겠어?”


“워프 게이트를 통제하면 되잖느냐.”


“오빤 그게 문제라고!! 남자들은!! 어? 싸우거나, 안 싸우거나 그게 전부야? 그냥 내가 알아서 할게!”


“알았다······필요한 거 있으면 말해라.”


“정액 비축분 있는 대로 다 내놔.”



사마엘은 통 크게 10년 치 정액을 하사했다. 생각보다 큰 선물에 기분이 풀린 엘시스는 마왕이 너무 상심하지 않도록 진한 프렌치 키스를 해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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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아빠는 마법소녀가 꿈이야 24.04.02 1 0 11쪽
4 선물 24.04.02 4 0 11쪽
3 도사와 마법사 24.04.02 2 0 12쪽
2 첫인사 24.04.02 3 0 12쪽
1 프롤로그 24.04.02 5 0 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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