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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61 님의 서재입니다.

바이올런스 퍼펙티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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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61
작품등록일 :
2024.04.02 20:36
최근연재일 :
2024.05.19 22:53
연재수 :
22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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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6,179

작성
24.04.02 2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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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도사와 마법사

DUMMY

장 도사와 준오는 분위기 전환을 위해 가벼운 잡담도 얼마간 나누었다. 그러다 보니 마음이 잘 맞아 금방 친해졌다.



‘역시 섹스 머신을 싫어하는 사람이라면 이래야지. 내가 오길 잘했어.’



안 맞았어도 어떻게든 친해질 생각이었던 장 도사로서는 반가운 일이었다.



“다른 우주들은 지금 어때요?”


“당장은 뭐 큰일 날 정돈 아닙니다. 준오의 우주가 지금보다 9배 정도 많은 에너지를 빨아들인다면 그때는······아무도 모르고요.”



준오는 자기가 여태까지 만난 신과 앞으로 만날 신을 머릿속으로 계산해봤다. 9명과 53명.



“제가 만나야 하는 신이 53명 남았어요. 6배 정도 늘어날 것 같아요.”


“그건 그나마 다행이네요.”


“그래도 해결은 해야죠.”


“그럼요. 어떻게든 방법을 찾아야지요.”



산속은 해가 빨리 졌다. 어두워진 바깥을 내다본 준오가 가야겠다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장 도사가 대문간까지 배웅해주곤 객실로 돌아갔다.


준오는 깊게 심호흡을 한 다음 ‘변신’이라고 중얼거렸다. 가볍게 옷 터는 소리가 나면서 유노가 등장했다.



“어휴, 다행이다. 취하면 변신 못 하는데.”



폴짝 뛰어 방패에 올라탄 유노는 저녁노을을 향해 힘차게 솟구쳤다.


한편, 9천만 우주의 구원이라는 막중한 임무를 맡은 장 도사는 사건의 중심에 가까운 이곳 신단수 마법학교에 한동안 머물고 싶어졌다. 도 닦던 시절이 떠올라 마음이 편하기도 했다.



“체류해도 좋아요. 아직 학생이 한 명밖에 없으니까요.”



마법학교 교장 데스비아는 얘기를 듣고 어렵잖게 허락했다. 허리까지 닿는 검은 머리에 안쪽은 금발로 염색했는데, 얼굴이나 옷매무새나 곱게 잘 꾸민 티가 나는 미인이었다. 어딘가 왕족 같기도 했다.



“자리가 다 차면 나가야겠군요.”


“아니면 내 학생이 되거나요.”


“아하하하하, 그것도 괜찮지요.”


“학비는 연간 1억 원이에요.”


“아이고. 돈이 없는데······.”



데스비아는 조용히 미소지으며 농담이라고 덧붙였다.



“정말 괜찮으시겠습니까?”


“바깥이랑 관련 있는 일이니 협조해야죠.”


“어디까지 알고 계십니까?”


“웬만큼 알고 들어왔답니다. 지금 준오의 우주에서 바깥 출신은 준오, 레이타, 나 셋뿐이에요. 그중 나랑 레이타는 바깥 기억을 그대로 갖고 있고요.”



여기서 바깥이란 모든 우주의 바깥, 각 우주에 에너지를 부여하는 절대적 존재가 있는 곳을 말했다.



“준오한테 기억이 없는 이유는 뭐지요?”


“스스로 지웠어요. 평범한 인생을 살기 위해서요. 준오가 바란 대로 흘러가지는 않고 있지만요.”


“역시 그랬군요. 준오의 우주에 외부인이 딱 한 명만 들어올 수 있게 해둔 사람이 교장 선생님입니까?”


“맞아요. 나도 이번 이상 현상을 걱정하고 있어요. 그래서 다른 우주에 여기 사정을 알려야겠다고 생각했어요. 하지만 그런 게 들어올 줄은 몰랐어요.”


“섹스 머신······우주를 떠돌며 깽판 치기로 악명이 높은 놈입니다.”


“다시 올까요?”


“아닐 겁니다. 섹스 머신이 인간성을 포기했대도 생각은 합니다. 한번 혼쭐이 났으니 안 오겠지요.”


“잘됐네요.”


“그래도 조심해서 나쁠 건 없습니다. 섹스 머신 말고도 많아서요. 자리를 더 열지는 마시길 바랍니다.”


“그럴게요.”


“급할 땐 솔을 부르면 되니까 너무 걱정하진 마시고요, 하하.”


“어떤 사람인가요?”


“팬티맨 솔. 섹스 머신 같은 악당을 때려잡는 전사입니다. 사람은 참 좋습니다. 변태라서 그렇지.”


“팬티만 입어서 팬티맨인가요?”


“그렇습니다. 그 친구가 아슬아슬한 싸움을 정말 좋아하거든요. 실제로 아주 강하기도 하고요.”


“그렇군요. 언제든 얘기해요. 솔이랑 유노를 붙여봐도 재밌겠어요.”


“준오가 변신한 초인이라 하셨지요? 이름이 여자 같네요.”


“맞아요.”



남자가 여자로 변신하는 것쯤 장 도사한테는 놀라운 일이 아니었다.



“이런 산속에 차도 없이 갑자기 나타나서 신기하긴 했습니다. 역시 초인이라면 비행 능력정돈 있어야지요.”


“본인은 못 날아요. 방패를 타죠.”


“저랑 비슷하네요. 하하하, 신기하게 잘 통하더라고요. 저랑 준오.”


“옛날 취향이실 것 같네요.”


“예. 제가 어지간히 옛날 사람이긴 합니다. 딱 봐도 옷부터 그렇잖습니까. 게다가 여기 지금 시대가 21세기 맞지요? 준오도 참 어마어마하게 옛날 사람이네요.”


“둘 다 나보다 옛날은 아니겠지만요.”


“그렇습니까? 실례지만 춘추가 어떻게 되십니까?”


“스물다섯 살이에요.”


“깜짝 놀랄 만큼 젊으시군요. 부럽습니다.”



데스비아는 몇 년 전에 준오를 처음 만났을 때도 스물다섯 살이라고 했었다. 즉 영원히 젊은 인물이었다. 장 도사는 눈치 빠르게 이 점을 이해했다.



“바깥에 가능성의 여신이라는 존재가 있어요.”



찻잔에서 피어오르는 김이 진해지는 밤. 데스비아가 나긋나긋 새로운 주제를 꺼냈다.



“그 여신이 이번 사태와 관련이 있다는 말씀이시군요.”


“그래요. 그리고 준오 본인도 특별하고요.”



장 도사는 몸을 앞으로 기울였다.



“계속 들려주십시오.”


“과거에 인간을 위한 우주들이 만들어질 때 준오를 포함해 수많은 인간의 인간성이 재료로 들어갔어요. 우주에 얹혀사는 보통 주인들이랑 다르게 준오는 우주의 밑바탕인 셈이에요.”


“아아······! 인간성을 썼다는 소문이 사실이었군요. 하지만 거의 2천 년 전 옛날이잖습니까. 바깥에 있던 준오가 어떻게 지금 살아서 여기 있는 겁니까?”


“죽었죠. 가능성의 여신이 부활시켰어요. 육체는 준오 본인의 인간성으로, 오래전에 소멸해버린 준오의 영혼은 자기 것으로 대체해서요.”


“인간의 몸에 신의 영혼을 담았다 이거군요. 그래서 준오가 특별하고요.”


“맞아요.”


“그러면 이번 우주의 위기는 준오가 신에 가까운 존재라서······?”


“그것뿐만은 아니에요. 바깥의 절대적 존재는 모든 우주를 준오의 우주로 인식하고 있어요.”


“준오의 인간성이 모든 우주의 밑바탕이니까요.”


“그리고 준오가 인식하는 세계가 확장될 때마다 준오의 우주도 확장되고요. 그만큼 여기 할당되는 에너지도 늘어나요. 총량이 정해져 있으니까 다른 우주의 에너지는 줄어들죠.”


“새로운 신이 자기랑 만나면 강해진다는 게 이 얘기였군요. 근데 가능성의 여신은 이것과 무슨 관계가 있습니까? 애초에 준오를 부활시킨 이유는 뭐고요?”


“준오의 인간성을 이용해서 모든 우주에 접근할 권한을 얻으려고 했어요.”


“도대체 무슨 목적으로요?”


“권한 자체가 목적이었어요. 그게 가능하다는 사실을 증명하려고 했던 거예요. 준오는 여신을 도와준 대가로 자기 우주를 받았고요.”


“그러면······그 여신의 도움을 구할 수는 없겠습니까?”


“준오까지 위험해지지 않는 한 도와주려 하지 않을 거예요.”


“극단적인 방법이긴 한데, 준오가 바깥으로 돌아가는 건 어떻습니까? 그럼 준오의 우주가 확장될 일도 없어지잖습니까.”


“사정을 설명해준다면 스스로 나가려고 하겠죠. 그렇지만······.”



데스비아는 잠시 망설였다.



“그렇지만요?”


“가능성의 여신이 허락하지 않아요. 여신이 원하는 건 단 하나, 준오가 이곳에서 행복한 인생을 누리는 거니까요. 바깥 상황은 심각해요.”


“네, 솔에게 들었는데 거의 멸망 직전이라고 하더라고요. 행복하게 살기는커녕 하루하루 목숨 부지하기도 어려울 정도로요.”


“도사님이 준오 입장이라면 어떨까요?”


“나가겠습니다. 9천만 우주와 저 하나의 목숨인데 비교가 되겠습니까.”


“준오도 틀림없이 같은 선택을 할 거라고 봐요. 그리고 그 경우 여신이 분노해서 모든 우주를 지워버릴 가능성이 커요.”


“제가 막으려는 미래가 당장 찾아온다 이거군요. 거참······인간을 아낄 줄 모르는 여신이네요.”



장 도사는 은근히 정색하며 말했다.



“대신 자기 영혼을 넣어 살려낸 준오만은 끔찍이 아끼죠. 준오가 무슨 선택을 하든 무조건 지지할 정도로요.”


“거기 해답이 있다는 말씀으로 들리는데, 맞습니까?”


“아마도요. 준오는 인간으로 살다가 죽기를 바라고 있답니다.”


“아예 죽는다고요? 부활하지 않고요?”


“네.”


“아······이해했습니다. 죽오가 죽으면 준오의 우주도 사라질 테고, 자연스럽게 이번 위기도 해결되겠지요. 준오의 선택이니까 여신도 개입하지 않을 거고요.”


“그런데 준오의 죽음을 원하지 않는 사람이 딱 한 명 있어요.”


“왠지 아까 말씀하셨던 레이타라는 이름이 마음에 걸리는데요.”


“감이 좋네요. 준오의 부인이에요.”


“그럼 레이타가 준오를 부활시키지 않도록 막기만 하면 되겠습니다. 이토록 규모가 큰 사건인데 해답은 의외로 두 사람한테 있다니 아이러니하군요.”


“당장 쳐들어가서 설득하진 말아요. 좋은 관계부터 쌓도록 해요.”


“맞는 말씀입니다. 그럼 우선 좀 알고 넘어가야겠지요? 레이타는 어떤 사람입니까?”


“바깥에 있을 때 준오가 목숨을 구해줬어요. 두 번이나요. 그래서 준오의 우주로 따라 들어왔어요.”


“멸망 한가운데서 극적으로 맺어진 인연이라······낭만적이네요.”


“맺어진 건 여기 들어오고 나서지만요.”


“아 그렇군요. 성격은 어떻습니까?”


“주인에게만 애교 부리는 진돗개 같아요.”


“진돗개요? 아니 다른 사람은 물기라도 합니까?”


“······.”



데스비아는 조용히 미소만 지었다.



“지, 진짜 무나 보네요. 아 혹시 인간이 아니라 다른 생물인가요?”


“네. 변신 능력이 있는 외계 생물이에요.”


“인간의 몸을 버리고 그런 편리한 생물로 다시 태어날 정도라니 농담이 아니군요.”


“거짓말을 골라내는 능력도 있어요.”


“그건 문제없습니다.”


“좋아요. 앞으로 잘 지내봐요.”


“예. 잘 부탁드립니다. 신세 지게 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쌍화차를 다 비운 장 도사는 자기 객실로 돌아왔다. 당면한 과제는 준오, 그리고 레이타와 친해지는 것이었다.



“부부라니까 레이타는 사적으로 만나기 좀 그렇고······이미 준오랑 친구 먹었으니 그쪽도 자연스럽게 친해지겠지, 뭐. 어렵진 않겠어. 잘 될 것 같구만!”



장 도사의 실눈이 희망으로 반짝반짝 빛났다.


같은 시각. 준오 부모님의 집.



“아들아. 오래 걸렸구나. 그건 어찌 되었느냐.”



준오 아버지가 쓸데없이 무게를 잡으며 아들에게 물었다. 미소녀 연기를 한 반동이었다.



“뭐가요?”


“뭐냐니, 학교에서 방송해도 되는지 물어보고 오랬잖아······!”


“아 그거요? 해도 되는데 수업은 함부로 찍지 말래요.”


“알았다. 잘했다. 내일 몇 시에 출발하면 좋겠냐?”


“짐 옮기는 건 데스비아가 차원문으로 도와준대요. 오전에 본인이 올 거예요.”


“오오오······! 역시 대마법사님!”



준오 아버지는 소년처럼 감탄했다.



“그리고 저는 못 도와드리게 됐어요. 영국에 볼일이 생겨서요.”


“영국? 갑자기 왜? 빅토리아가 불렀냐?”


“네. 중요한 얘기가 있대요. 바로 출발해야 해요.”


“이 시간에? 뭐 어쩔 수 없지. 잘 다녀와라.”


“가시죠.”



방안에서 남자 아이돌처럼 잘생김과 예쁨을 함께 갖춘 숙녀가 나왔다. 유노의 비서로 일하고 있는 레이타였다. 비녀로 쪽지어 올린 짙은 밤색 머리카락이 더욱 성숙한 느낌을 주었다.



“그대로 가도 되겠어? 엄청 추울 텐데.”


“상관없습니다.”


“그럼 가자.”



준오는 가는 길에 어머니가 일하는 상담센터에 들러 인사하는 것도 빼먹지 않았다.



“무슨 이런 시간에 사람을 부르고 그러니?”


“지금 출발해야 영국에 도착했을 때 밤이니까요. 빅토리아는 낮에 자잖아요.”


“아 걔 뱀파이어지? 근데 왜? 워프 게이트 때문에?”


“모르겠어요. 일단 오래요.”


“그래? 영국은 뭐가 맛있니? 가는 김에 과자 같은 것 좀 사다 주라. 손님들 드리게.”


“네, 어······그건 그냥 제가 적당히 사 올게요.”



영국 음식 얘기에 준오가 당황하는 걸 본 레이타는 과자가 맛있는 나라를 머릿속으로 골라두었다.



“알았어. 조심해서 다녀와~! 레이타도 조심하고.”


“네, 어머님. 다녀오겠습니다.”



두 명을 태운 마법 방패가 훌쩍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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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인큐버스였다면 24.04.02 3 0 11쪽
8 소심함 24.04.02 2 0 11쪽
7 검은 사랑 24.04.02 3 0 11쪽
6 권력보다 폭력 24.04.02 2 0 12쪽
5 아빠는 마법소녀가 꿈이야 24.04.02 1 0 11쪽
4 선물 24.04.02 4 0 11쪽
» 도사와 마법사 24.04.02 3 0 12쪽
2 첫인사 24.04.02 3 0 12쪽
1 프롤로그 24.04.02 7 0 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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