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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61 님의 서재입니다.

바이올런스 퍼펙티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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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61
작품등록일 :
2024.04.02 20:36
최근연재일 :
2024.05.19 22:53
연재수 :
22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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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106,179

작성
24.04.06 2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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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힘 싸움은 안 돼 2

DUMMY

‘한 번이라도 세상을 구한 적 있는 용사들의 모임’ 줄여서 한세모의 정회원인 도사 장동수에겐 유노 악력이 몇이라느니, 파워 아머를 어쨌다느니 하는 얘긴 사실 대단치도 않았다.


게다가 유노가 실제로 싸우는 모습을 아직 못 봤으니 구체적인 평가를 하기에도 어려운 시점이었다.



‘그 친구 성격만 보면 그렇게 잘 싸울 것 같진 않은데. 사람이 참 상냥해서. 자기가 때려놓고 사과하는 거 아냐?’



장 도사의 짐작은 하나도 맞지 않았다.



‘노스가 훨씬 노련하게 싸우겠지. 레이타나 칼라이아는 말할 것도 없고. 아니 따지고 보면 유노가 가장 싸움이랑 먼 성격이잖아.’



어쨌든 도사에게 중요한 건 소미의 화신이었다. 들은 묘사를 종합해봤을 때 화신 자체는 환영일 가능성이 컸다.



‘직접 보고 판단해야지, 직접 보고.’



장 도사는 화신이 나타났을 때 바로 분석할 수 있도록 알맞은 도술과 장비를 준비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서큐버스와 약속한 열흘이 지나갔다.


시간이 되어, 빅토리아가 엘시스의 꿈을 찾아갔다.



“오랜만이다. 잘 지냈느냐.”


“반가워~. 잘 지냈어! 근데 너 말투 되게 건방지다? 귀족이야?”


“귀족이다.”


“아~. 어쩐지, 좀 다르더라.”


“알아보는 눈은 있구나.”


“난 여왕이라고. 네가 먹은 빵보다 내가 먹은 귀족이 훨~씬 많을걸?”


“아무렴. 언제 어디서 만날지는 정했느냐?”


“그래, 세 시간 안에 대림역으로 가. 보관함에 지시사항 있을 거야.”



엘시스는 보관함 번호와 비밀번호를 알려줬다.



“그럼 그때 보자꾸나.”


“경고하는데 허튼수작 부리지 마라?”


“차 마실 줄 아느냐?”



호의를 베풀면 받겠냐는 뜻을 담은 질문이었다.



“차? 나 액체는 정액만 취급하는데, 왜?”


“그럼 됐다. 이만 가겠다.”



엘시스는 완성된 새 육체에 익숙해질 겸, 말했던 보관함에 직접 쪽지를 넣으러 갔다. 농익은 관능미가 넘쳐흐르는 모습은 지나가는 남자들의 발걸음을 절로 멈춰 세웠다.


한편 빅토리아는 들은 것을 그대로 레이타에게 전달했다.



“조심해라. 열흘 전이랑 분위기가 전혀 다르다.”


“무슨 뜻입니까?”


“현격히 강해진 것 같다.”


“그렇습니까.”


“그리고 지하철이 수상하다.”



듣고 있던 장 도사가 손바닥을 쳤다.



“아 지하철······! 그게 있었네요. 자, 일단 출발합시다. 저는 바로 교장 선생님부터 만나겠습니다. 총리님, 큰 도움 주셔서 정말 고맙습니다.”


“별것 아니었다. 또 오너라.”



빅토리아로 변신한 레이타는 대림역으로, 장 도사는 교장실로 각각 나뉘었다. 준오는 유노로 변신해 레이타와 멀지 않은 곳에서 대기하기로 했다.


보관함에는 작은 쪽지 하나만 달랑 들어있었다. 몇 시까지 남산 팔각정으로 오라는 내용이었다. 사람이 많을 시간대였다.


숨어서 지켜보던 엘시스는 팔각정으로 향하는 레이타를 미행했다. 마안을 써서 선조 변신수라는 것을 확인했기에 속으로 마음껏 비웃었다.



‘와~. 생긴 건 완벽하게 똑같네. 깜박 속을 뻔했잖아.’



그리고 레이타도 뒤통수에 숨겨둔 눈으로 미행이 있다는 사실을 파악했다. 바쁘게 오가는 서울 시민들 사이에서 두 여자가 내뿜는 살기가 치열하게 얽혔다.


어느덧 팔각정에 도착했다. 벤치에 앉은 레이타 옆에 곧바로 엘시스가 따라 앉더니 어깨에 팔까지 턱 걸쳤다.



“안녕? 너 이름이······맞다! 레이타지?”


“!”


“꿈속에서 만난 애는 빅토리아 노스고. 영국 총리잖아. 대단하신 분을 몰라봤지 뭐야.”



이 사실은 꿈속 얼굴을 천시윤에게 보여주어 알아낸 것이었다.



“문어는 어딨지?”


“문어? 아······설마 그때 네가 공격했던 거?”



엘시스가 다이아몬드 손톱을 세워 레이타의 어깨를 꽉 움켜쥐었다. 피가 배어 나왔다.



“너도 팔 하나쯤은 내놔야지?”



더 이상의 대화는 의미가 없겠다고 판단한 레이타는 상대방의 손을 강하게 뿌리쳤다.



“꺄악~. 짐승~!”



엘시스도 힘을 해방해 본모습을 드러냈다. 무시무시하게 아름다운 서큐버스 퀸의 자태에 넋이 나간 시민들은 휴대 전화부터 들이댔다.



‘유노가 올 때까지만 잡아두면 돼.’



그러나 엘시스는 예상보다 훨씬 강했다. 하늘을 나는 데다, 마법으로 독침을 방어하는 동시에 시민을 내던져 레이타를 괴롭혔다. 날아오는 시민을 안전하게 받아내는 것만으로도 벅찼다.



“꺄하하핫-! 영웅 놀이하니? 그럼 이렇게 하자, 얌전히 잡혀 주면 얘들은 안 죽일게.”



엘시스가 시민 중 여자와 어린이들만 골라 자기 앞으로 끌어왔다. 겁에 질린 아이들이 목청 찢어지게 비명을 질러댔다.



“아······짜증 나게 빽빽거리네. 조용히 좀 해줄래? 언니 얘기하잖아.”



시킨다고 들을 리 없었다. 엘시스는 인상을 팍 구기더니 아이 한 명을 잡아 뒤쪽으로 멀리 던졌다.



“지금 당장 닥치지 않으면 너희도 날아간다~?”



같이 잡힌 여자들이 서둘러 아이들의 입을 틀어막았다.



“잘했어. 계속 그러고 있어. 어디까지 했더라. 아 레이타. 그만 항복해야지, 이것들 장기자랑 하는 거 보고 싶니?”



엘시스는 길게 늘인 손톱으로 인질의 옷을 천천히 찢어 벗겨냈다. 그러면서 고의로 피부에 긴 상처를 냈다. 인질이 살려달라고 엉엉 우는데도 레이타는 꼼짝도 하지 않았다.



“아 됐어. 재미없어. 이게 무슨 시간 낭비람. 그냥 힘으로 제압해서 데려갈게?”



그렇게 말한 엘시스가 인질들을 한꺼번에 옆으로 날려 보냈다. 레이타는 사람들을 구하기 위해 같은 방향으로 몸을 던졌고, 엘시스는 손톱을 세우며 날개를 펄럭여 돌진했다.


그러나 조금도 나아가질 못했다. 꼬리를 잡혔기 때문이었다.



“감히 어떤······.”


“사람 막 던지고 그러면 안 돼.”



유노였다. 방패를 발판 삼아 공중에 떠 있었다. 아까 던져진 아이를 구하느라 조금 늦은 것이었다.



“왜 안 나오나 했네. 나 너한테 관심 엄~청 많은데, 오늘 어때? 일정 있어?”


“너 서큐버스잖아.”


“그냥 가끔 여자도 만나지~. 심심하니까. 역시 남자가 취향이니?”


“아니.”


“어머, 잘됐네! 내가 좋은 거 잔뜩 알려줄게. 해보면 너도 마음에 들 거야. 가자. 응?”


“빠져나가려고 밑밥 까는 거야?”


“칫.”



속셈을 들킨 엘시스는 손톱으로 유노의 목을 할퀴며 꼬리부터 빼내려 했다. 그러나 철판도 자르는 손톱이 하얗고 매끈한 피부를 베지 못하고 형편없이 깨져 버렸다.



“꺅! 내 손톱! 이거 얼마나 많이 주고 한 건데!!”



유노는 묵묵히 꼬리를 끌어당겨 엘시스의 목을 팔로 감았다. 북극곰도 쓰러뜨릴 완벽한 백 초크였다.



“끅······!”


“쉬······얼른 자자.”


“으극, 큭, 으읏······.”



엘시스는 깨진 손톱으로 유노의 팔을 마구 긁어대며 저항했다. 하지만 자기 손가락만 상할 뿐이었다. 갑작스레 닥친 압도적인 힘이 하늘을 찌르던 자신감을 단숨에 추락시켰다.



‘이 힘은 뭐야?! 주, 죽겠어······!’



“목 부러지기 전에 그냥 자자······쉬······.”


“으······.”



마침내 엘시스의 몸이 축 늘어졌다. 늘 하던 대로 인간 모습을 취한 것이 화근이었다.



“후······덕분에 어떻게든 잘 끝났네요. 수고하셨습니다.”


“응. 너도 고생했어. 얘 하나라서 다행이지, 여럿이었으면 큰일 날 뻔했어.”


“하나만 보냈다고 치면 이유가 뭘까요?”



레이타는 실신한 여왕의 허벅지를 발끝으로 툭툭 치며 말했다.



“글쎄? 일단 간만 본 건가?”


“곧 알게 되겠죠. 데스비아는 바로 올 겁니다. 저는 경찰한테 설명하고 가겠습니다.”


“그래. 얜 내가 데려갈게.”



엘시스는 아주 잠시만 기절했을 뿐, 벌써 깨어나 있었다.



‘흥, 괜히 드래곤 슬레이어라고 불리는 게 아니네. 근데 남의 머리카락은 언제까지 잡고 있을 셈이야? 도망을 못 치잖아!’



유노의 손이 머리카락에서 떨어지는 순간 빠져나갈 계산을 해두었다. 그냥 시도했다간 머리카락이 희생될 텐데, 그것만은 용납할 수 없었다.


물론 고작 머리카락으로 목숨이 오락가락하진 않았다. 그냥 자존심 때문이었다. 존재 자체가 외설인 서큐버스지만 오히려 그렇기에 성적 매력만은 타협이 안 되는 것이었다.



‘이대로 잡혀가는 한이 있더라도 머리 망가진 꼴은 못 보여줘. 절대 안 돼.’



머리채 잡힌 사람이 힘을 제대로 못 쓴다는 사실을 아는 유노는 끝내 놓아주지 않았고, 엘시스는 그대로 데스비아의 마법에 사로잡혀 포로 신세로 전락했다.



‘아······그래도 머리카락은 지켰어. 얘들아, 보고 있니? 서큐버스는 이래야 한단다.’



지금 이 순간에도 여왕의 귀환만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을 부하들의 얼굴이 엘시스의 눈앞에 어른거렸다.


그날 밤. 즐거운 포로 심문 시간이 찾아왔다.



“드래곤 슬레이어가 직접 행차하셨네. 영광이야. 나 아픈 거 싫으니까 고문은 하지 말아줘.”


“응.”


“응······? 당연히 고문이든 뭐든 해야지, 그냥 응이라고?”


“내가 고문하면 너 터져 죽어.”


“······.”



그 힘을 직접 겪어본 입장이라 농담이 아니라고 생각한 엘시스는 대꾸하지 않았다.



“그리고 나 고문 싫어해. 밥은 뭐 먹고 다녀?”


“정액이지 뭐겠니.”


“다른 건 안 먹어?”


“그걸 왜 묻는데?”


“배고프다고 하면 좀 주려고.”


“아~. 친절하게 나오시겠다? 그런다고 넘어갈 줄 알아?”


“잘 넘어오던데.”


“풋, 무슨 코흘리개 어린애들만 상대했나. 됐으니까 물어볼 거나 물어봐.”


“지구에 뭐 하러 왔어?”


“그냥 재미 좀 보려고. 있잖아, 지구는 새하얀 눈밭 같은 거야. 보면 발자국 막 찍고 싶잖아? 내가 그래.”


“누가 보낸 거 아니고?”


“난 여왕이야. 감히 누가 날 오라 가라 한다는 거야?”



밖에서 생각을 살피던 데스비아는 엘시스의 머릿속에 떠오른 정보를 차분히 정리했다.



“무슨 여왕이 혼자 다녀.”


“다 사정이 있어서 그래~. 지구까지 오는 게 얼마나 힘든지 아니?”


“어떻게 왔는데?”


“워프 게이트에 돈 내고 넘어왔어.”


“돈?”


“그래, 돈. 황금. 저거 운영하는 놈이 따로 있거든. 몰랐니?”



엘시스가 한 말은 사실이었다.



“안 가봐서 몰라.”


“너도 돈만 내면 다른 세계로 넘어갈 수 있을걸?”


“가고 싶지 않아.”


“헤, 그러셔. 너 정도면 장군급은 될 수 있을 텐데. 아 내 세계 얘기야. 관심 있어? 들어볼래?”


“아니. 됐어.”


“왜? 그 힘 인정받고 싶지 않아? 너한테 머리 조아리는 것들 내려다보는 기분 느껴본 적 없지? 살짝 가버릴 것 같다니까. 진짜로.”


“그럼 거기 있지 왜 여기 와서 고생이야?”


“아니 그러니까 아까 얘기했잖아. 거긴 질렸고 지구에서 신나게 놀고 싶었다니까.”


“천시윤 대표 이용해서 나한테 접촉하려 했으면서 그냥 놀러 왔다고?”


“그게 노는 거지 뭐~! 너 자기가 얼마나 유명한지 모르는구나?”


“알아.”


“아, 알아? 어떻게 알았대.”


“천시윤한테는 무슨 짓 한 거야?”


“우리 대표님 있지, 널 사랑하더라. 그래서 등을 살짝 떠밀어줬을 뿐이야. 해로울 거 없잖아. 안 그래? 사랑이 어떻게 해롭니?”


“되돌려 놔.”


“미안, 늦었어.”


“네 등 어떻게 생겼는지 보기 싫으면 원래대로 해 놔.”


“협박 진-짜 소름 끼치게 하네. 그리고 늦었다니까? 시간이라도 돌리지 않는 한 불가능해.”


“알았어. 오늘은 늦었으니까 여기까지만 할게.”


“난 너랑 밤새도 좋은데♥”



고개를 저은 유노는 작게 한숨을 쉬고선 방을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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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초레어 펫 확보 24.04.08 4 0 11쪽
» 힘 싸움은 안 돼 2 24.04.06 5 0 12쪽
14 힘 싸움은 안 돼 1 24.04.05 4 0 11쪽
13 대를 위한 소의 희생 24.04.04 4 0 11쪽
12 집 나가면 고생 24.04.02 5 0 11쪽
11 변신하면 괜찮아 24.04.02 4 0 11쪽
10 속성교육 24.04.02 2 0 11쪽
9 인큐버스였다면 24.04.02 3 0 11쪽
8 소심함 24.04.02 2 0 11쪽
7 검은 사랑 24.04.02 3 0 11쪽
6 권력보다 폭력 24.04.02 2 0 12쪽
5 아빠는 마법소녀가 꿈이야 24.04.02 1 0 11쪽
4 선물 24.04.02 4 0 11쪽
3 도사와 마법사 24.04.02 2 0 12쪽
2 첫인사 24.04.02 3 0 12쪽
1 프롤로그 24.04.02 6 0 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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