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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61 님의 서재입니다.

바이올런스 퍼펙티드

웹소설 > 자유연재 > 현대판타지, SF

c61
작품등록일 :
2024.04.02 20:36
최근연재일 :
2024.05.12 20:28
연재수 :
21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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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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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101,100

작성
24.04.02 2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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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선물

DUMMY

“돌아가실 때 튀르키예에 잠깐 들르시죠. 가게를 예약해두겠습니다.”



구름을 뚫고 성층권으로 올라가기 전에 레이타가 한마디 했다.



“튀르키예? 아 과자? 그래! 근데 거기 과자 엄청 달다던데.”


“그래서 많이 못 먹습니다. 손님용으로 제격입니다.”


“아아~. 좀 치사한데 괜찮네.”



유노는 직항 노선을 탔다. 시속 1000km를 넘는 고속으로 민간 여객기를 추월해가며 대략 8시간을 꼬박 날아 히스로 공항에 도착했다.



“다 왔다! 괜찮아? 안 얼었어?”


“문제없습니다.”



인간이 급속냉동될 환경이라도 변신수인 레이타에겐 거뜬했다. 유노도 잘 알았다. 그냥 버릇처럼 챙긴 것이었다.



“다우닝 가 10번지로 오라더라.”


“총리 관저군요.”



이상한 원반을 타고 날아온 외국인들을 신기하다는 듯이 쳐다보는 군중을 피해, 두 사람은 택시를 잡아 자리를 떠났다.



“생각보다 좁구나. 그냥 가정집 같다.”



간단한 신원 확인 절차를 거치고 관저에 들어서자마자 유노가 한 말이었다.



“옛날엔 가정집이었다고 합니다. 지금은 여러 건물을 합쳐 방 개수가 100개가 넘습니다. 300년 정도 됐고요.”


“와 진짜 오래됐네. 왜 새로 안 지었을까?”


“영국인은 전통을 중시하기 때문이다.”



대답은 레이타가 아니라 다른 사람 입에서 나왔다. 치렁치렁한 금발에 마른 몸매를 가진 여자였다. 고귀한 외모와 보라색 눈이 어우러져 시선을 확 끌었다.



“안녕, 빅토리아! 잘 지냈어?”


“바빴지. 반갑구나. 레이타도.”



레이타와 빅토리아 사이에는 불편한 분위기가 살짝 감돌았다. 준오를 두고 얽힌 좋지 못한 과거 때문이었다. 그래도 레이타는 비서답게 정중히 상체를 숙여 인사했다.



“아니 근데 너 진짜 총리야? 어떻게 2년 만에 영국 총리가 돼?”


“다 내가 잘난 덕분이지. 들어가서 얘기하자꾸나.”



고풍스러운 한국말을 능숙하게 구사하며, 빅토리아는 손님을 응접실로 안내했다. 간단한 근황 얘기가 먼저 오갔다.



“그래서 갑자기 무슨 일로 불렀어?”


“우선 물어볼 게 있다. 도쿄 작전에 대한 포상으로 한국 정부가 뭘 줬느냐?”


“하나도 없어. 한 3억 원쯤 준다고 그랬었는데 다 엎어졌어.”


“엎어졌다?”


“혹시라도 증거가 남으면 안 되니까 아예 없었던 일로 하겠대.”


“제 예상대로 말이죠.”



레이타가 한마디 거들었다.


유노는 약 5년 전, 도쿄에 드래곤 군단이 쳐들어왔을 때 미군의 전술 핵폭탄을 빌려 이를 저지한 적이 있었다.



“민감한 비밀이긴 하지.”



한국 민간인이 일본 수도에서 미국 핵을 터뜨렸다는 사실이 세간에 알려지면 무슨 일이 벌어질지는 불 보듯 뻔했다.


그래서 공식적으로는 미군이 초대형 폭탄을 써서 물리친 것으로 되어 있었다. 실제로도 유노가 실패할 경우 그렇게 하려고 했었기에 진실은 간단하게 감춰졌다.



“나도 사정은 다 이해하니까 괜찮다고 했어.”


“외교적으로는 훌륭한 판단이다. 그러나 개인적으로는 실망스럽구나.”


“그래서 개인적으로 나한테 뭐 해주려고?”


“영국 옛날 법 중에 이런 게 있다. 누구든 드래곤을 물리치는 자에게는 작위와 영지를 하사한다.”


“야, 너무 뻔하잖아. 네가 지어냈지?”


“놀랍게도 아니다. 물론 이쪽 영국이 아니라 저쪽 영국이지만.”


“에이~. 그럼 그냥 사기네.”


“나도 저쪽에서 왔으니 사기라고 할 셈이냐?”


“아니 그건 아닌데······나 영국에 딱히 해준 거 없는데.”


“앞으로 해달라는 뜻이다. 워프 게이트가 나타났잖느냐.”


“아하! 지극히 정치적인 판단이시구만. 너답네.”


“내가 한국 대통령이었다면 무슨 이유를 대서라도 너한테 점수를 땄을 텐데, 한심한 선택을 하다니. 쯧쯧.”


“한국은 정부 기관의 권위가 엄청 강하니까. 개인한테 집중하지 않는 게 이상한 일은 아냐. 나랑 친분도 없고.”


“흠. 어쨌든 며칠 뒤에 너한테 바스 훈장을 수여할 예정이니 어디 가지 말아라.”


“바스 훈장?”


“외국인이 받을 수 있는 가장 높은 훈장입니다. 보통 다른 나라 원수에게 줍니다.”



레이타가 간단하게 덧붙여주었다.



“와 진짜 내가 받으면 안 될 것 같은데. 나 공식적으로는 서울에서 한 마리 잡은 게 끝이야. 그걸로 돼?”


“그거면 된다. 어차피 왕실도 내 의도를 이해하고 있으니.”


“아~. 날 영국 편으로 만드는 게 중요하다는 거네.”


“그렇지. 영지까지 얹어준 이유가 그거다. 물론 영국에서 살 필요는 없다. 길버트가 관리하기로 했다.”


“오 그럼 영지 때문에 귀찮진 않겠다.”


“그리고 데스비아한테 마법학교와 통하는 영구 차원문을 설치해달라고 부탁했다.”


“컥. 얼마나 부려먹으려고.”


“가끔이다. 그리고 돈을 주마.”


“콜.”



물욕이 많은 편은 아니지만, 준다는데 마다할 유노도 아니었다.


유노와 레이타는 관저를 떠나 영지와 성을 살펴보러 출발했다. 런던에서 차로 두 시간 정도 걸리는 시골에 자리한 곳이었다. 이번에도 택시로 이동했다.



“이러다간 정말로 마법전사가 직업이 되겠네요.”


“그러게. 근데 그것도 나쁘진 않은 것 같아. 어차피 한 직장에서 오래 일하긴 틀렸어. 이리저리 끌려다닐 것 같아.”


“이견 없습니다.”


“진짜 아예 국세청에 그 직업으로 신고해버릴까?”


“결심하셨다면 제가 처리해두겠습니다.”


“그래, 부탁할게. 명함도 만들어야 하나.”



택시 기사가 도착을 알렸다. 작은 호수를 마주 보는 곳에 들어앉은 풀사이드 캐슬은 성이라기보단 저택이었다. 시간 맞춰 밖에 나와 있던 조나단 길버트가 손님을 환영했다. 안경을 쓴 멋진 중년 신사였다.



“어서 오게! 여기가 풀사이드 캐슬일세.”


“안녕하세요! 예쁜 저택이네요. 마음에 들어요. 근데 성이라고 해서 요새 같을 줄 알았어요.”


“옛날에는 요새였는데 본관만 남은 것이지. 손볼 곳이 많아서 안이 좀 어수선한데 괜찮겠나?”


“잘 곳만 치워두면 되겠죠, 뭐.”


“레이타는 어떨지 모르겠군.”


“저도 괜찮습니다.”


“그럼 다행이고. 얘기도 할 겸 호숫가 산책이나 하세.”


“네.”



조나단 길버트는 마법학교 몸종들과 같은 신단수의 씨앗이었다. 인간이었다가 사망하여 신단수의 군체 의식에 통합된 인물로, 생전 그대로 과학자로서 활동했다.



“풀사이드 캐슬에 연구실을 만들고 싶은데 괜찮겠나?”


“그럼요. 마음껏 쓰세요. 어차피 실거주자는 길버트 씨니까요.”


“좋군. 아주 좋아. 자네가 친구라서 정말 다행이야.”


“뭐 또 필요한 거 있으세요?”


“당장은 없네. 이쪽 일은 다 맡겨주게. 우선은 싹 뜯어고쳐야지. 자네가 거점으로 쓸 수 있도록 이것저것 갖추고.”


“그냥 방 하나면 충분할 것 같은데요.”


“최소한 전투에 쓸 전자장비쯤은 있어야지. 무기도 필요할 테고. 한국보다는 여기 놔두는 게 편하지 않겠나? 나랑 제이가 봐줄 수 있으니까.”


“아 그러네요. 전투는 피하는 게 최선이지만······피할 수 없는 때가 오겠죠.”


“그럴 걸세. 자네 일이라면 언제든 전력으로 돕겠네.”


“워프 게이트는 어때요? 움직임 있어요?”


“아직은 조용하더군. 우주 공간에 있는 워프 게이트를 이용하려면 우주선이 필요하지. 그러니 인류보다 진보된 기술을 가진 문명이 나타날 걸세. 추측이지만.”


“다른 나라들 반응은요?”


“매우 경계하는 분위기야. 군비 증강을 선언한 나라도 몇 있고. 안 그래도 드래곤 침공을 한번 겪었는데 어떻게 환영하겠나.”


“빅토리아가 절 갑자기 부른 것도 이해가 되네요.”


“아······노스는 다른 나라가 먼저 자네한테 침 바르는 꼴을 보기 싫었던 걸세. 그래서 그토록 급하게 총리가 됐지.”


“걔가 의외로 귀여운 면이 있어요.”



레이타가 팔꿈치로 유노의 옆구리를 쿡 찔렀다.



“아 미안. 너만큼은 아냐.”


“그럼 됐습니다.”



유노와 레이타는 그날 밤을 거기서 보내고 다음 날 아침이 되자마자 영국 중심부에 있는 도시, 리즈로 이동했다. 인사차 다른 친구들도 만나기 위해서였다.



“왕립 무기 박물관! 제이한테 딱 맞는 곳이야. 직접 와본 건 처음이네.”


“가실까요?”


“고고!”



이곳은 기계 인간인 제이 미하일 유진이 병기공으로 근무하는 곳이었다. 근무가 끝날 때까지 기다릴 겸, 두 사람은 몇 시간 동안 박물관 데이트를 즐겼다.



“무기의 역사는 지독하군요. 박물관이 반전 메시지를 강조한 점은 좋았습니다.”



레이타의 감상을 들은 유노도 공감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 게 중요하지. 근데 인간은 서로 싸울 수밖에 없는 생물 같아.”


“역사적으로 인류는 외적이 나타나면 뭉치곤 했습니다. 그리고 싸웠죠.”


“그렇다고 워프 게이트에서 적이 튀어나오진 않았으면 좋겠네.”


“전 걱정 없습니다. 어차피 유노가 다 이깁니다.”


“하핫, 뭐야 그게.”



두 사람은 더 수다를 떨려고 박물관 내부의 카페에 자리를 잡았다.



“이건 다른 얘긴데, 가끔 이상한 기분이 들 때가 있어.”


“이상한 기분이요? 어디 아프십니까?”


“아니, 그게 아니고 왜 하필이면 내가 이렇게 강해졌을까 하는 의문.”


“여신의 축복을 받았기 때문이라는 대답은 부족하십니까?”


“그거 말고 필연적인 뭔가가 있을 것 같아.”



유노는 신의 영혼에 대해선 전혀 몰랐다. 변신으로 발휘하는 막대한 힘이 축복을 통해 빌린 것이 아니라 본인 힘이라는 점도. 여신은 힘을 제대로 쓸 수 있도록 길만 열어준 것이었다.



“······.”



이 모든 사실을 알고 있는 레이타였으나 끝내 말을 아꼈다. 비록 어설픈 이중생활일지라도, 준오 쪽은 평범한 인간으로 살기를 원하기 때문이었다.



“걱정돼?”


“조금요.”



여신이 준오에게 굳이 ‘변신’ 능력을 준 이유도 여기에 있었다. 변신을 풀었을 때는 일반인이라는 사실이 준오에겐 아주 중요했다.



“갑자기 너무 답 없는 얘기였지. 미안.”


“괜찮습니다. 재능과 취향이 일치하지 않는 경우도 꽤 있습니다.”


“그래, 맞네. 길게 가질 의문은 아니지. 이쯤 하고 넘어가는 게 좋겠다.”



그때쯤 주문한 커피가 나와서 레이타가 가져왔다.



“아--. 왠지 스케일 커질 것 같아서 불안하네. 화신 소환할 일은 생기면 안 되는데. 아 맞다 화신 하니까 생각났는데 내가 저번에 영상 하나 봤거든? 화성 테라포밍하는 건데······.”



두 사람은 뜨거운 커피와 함께 여유를 즐겼다. 이윽고 폐장 시간이 찾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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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집 나가면 고생 24.04.02 4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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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속성교육 24.04.02 2 0 11쪽
9 인큐버스였다면 24.04.02 2 0 11쪽
8 소심함 24.04.02 2 0 11쪽
7 검은 사랑 24.04.02 2 0 11쪽
6 권력보다 폭력 24.04.02 2 0 12쪽
5 아빠는 마법소녀가 꿈이야 24.04.02 1 0 11쪽
» 선물 24.04.02 4 0 11쪽
3 도사와 마법사 24.04.02 2 0 12쪽
2 첫인사 24.04.02 2 0 12쪽
1 프롤로그 24.04.02 5 0 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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