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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61 님의 서재입니다.

바이올런스 퍼펙티드

웹소설 > 자유연재 > 현대판타지, SF

c61
작품등록일 :
2024.04.02 20:36
최근연재일 :
2024.05.19 22:53
연재수 :
22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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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106,179

작성
24.04.02 2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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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 나가면 고생

DUMMY

세계적으로도 높은 인구 밀도를 자랑하는 서울에서 문어 한 마리를 찾아내기란 만만한 일이 아니었다. 데스비아는 탐지 마법을 펼쳐 서서히 좁혀들어가는 방식을 썼다.



“잘 숨었네요.”



서큐버스 퀸은 욕망의 빈틈을 헤집고 들어가 잠재의식에 암시를 거는 순간적이고 교묘한, 달리 말해 규모가 작은 마법을 썼기에 좀처럼 걸리지 않았다.


게다가 천 대표도 본인 의지로 행동하는 줄로만 알고 있으니 생각을 읽어봤자 아무런 소용이 없었다.



“그 녀석이 천 대표를 상시 조종하고 있지는 않은 것 같습니다.”



장 도사가 자기 견해를 말했다.



“그럴 거예요. 그랬다면 지금쯤 찾았어야 해요.”


“교장 선생님의 존재를 아는 걸까요?”


“아마도요. 일부러 천시윤을 노렸으니까 필요한 만큼은 알고 있을지도요.”


“약간 어설프면서도 조심스러운 행동 때문에 잘 파악이 안 되네요. 목적이 뭘까요? 준오랑 접촉하는 거야 신들 사정이니 별개로 치고요.”


“실권자에 손을 대고, 인명을 하찮게 여기고, 은밀한 수작을 부리고. 보통은 적대 국가에 많이 하는 짓이죠.”


“침략 전 첩보 활동이군요.”


“물론 단정할 때는 아니에요. 서큐버스라는 것도 아직은 추측이니까요.”


“그럼요. 아, 시간 됐네요. 저는 이제 이선용 대표 만나러 가보겠습니다.”



이선용은 열혈보수당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정당인 극한진보당의 대표였다. 장 도사는 약속한 시각에 딱 맞춰 사무실을 방문했다.



“아이고-. 안녕하십니까, 이 대표님. 귀한 시간 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반갑습니다. 장 도사님? 맞습니까?”


“예, 도사 장동수입니다.”



서큐버스의 다음 목표 1순위인 인물이라 미리 확인해두려는 것이었다. 이 대표는 말도 없이 손짓으로 자리를 권했다.



“혹시 사짜는 아니시죠? 불쾌하셨다면 죄송합니다만.”



상대적으로 젊은 나이에 권력을 얻어 오만해진 천 대표와 비교해 이쪽은 나이에서 우러나오는 거만함이 상당했다.



‘교장 선생님의 성함을 빌려 마련한 자리인데 대놓고 의심을 하다니.’



“하하핫, 가끔 듣는 말입니다. 간단한 도술부터 조금 보여드리겠습니다.”



장 도사는 특별히 준비해온 그림에서 다과 한 상을 꺼내는 도술을 선보였다. 그제야 이 대표의 주름살이 조금 풀어졌다.



“맛부터 보시지요.”


“음······괜찮네요.”



그렇게 말한 이 대표는 찻잔을 바로 내려놓았다. 자기 급에는 맞지 않는다는 의미였다.



“보은군 대추차인데 입맛에 안 맞으십니까?”


“아 저는 단맛 나는 차는 별로라서······교쿠로라고 아십니까?”


“예, 일본 차로 알고 있습니다.”


“기회가 되면 한번 드셔보세요. 향이 참 좋습니다.”


“그러겠습니다.”



그렇게 좋아하는 차라면 틀림없이 사무실에 있을 텐데도, 이 대표는 내어줄 시늉조차 하지 않았다. 그걸 또 일일이 트집 잡을 순 없었기에 장 도사는 용건이나 풀어놓았다.



“서큐버스가 뭡니까?”


“남자 꿈속에 나와서 정기 빨아먹는 악마입니다.”


“악마라고요. 그게 서남물재생센터 직원을 죽였다 이겁니까?”


“아직은 추측 단계입니다. 그런데 경찰 수사 자료를 보셨다면 아시겠지만 사람이 저지른 짓은 아닙니다.”


“경찰한테도 알리셨습니까?”


“그럼요. 일반적인 범죄가 아니다 보니 경찰이 대응하긴 어렵겠지요.”


“그래서······저더러 어떻게 해달라는 거지요?”


“조심하시라는 말씀입니다. 혼자 다니지 마시고, 경호원을 쓰시되 여성 경호원도 두 명 이상 편성하시는 게 좋습니다.”


“제가 뭐 그런 거로 사람 차별한다는 소문이라도 들으셨습니까?”



어디 찔리기라도 했는지 이 대표가 미간을 꿈틀거렸다.



“아뇨, 성차별이 아니라 남자는 서큐버스를 감당하기 힘듭니다.”


“그럼 성차별 맞지 않습니까.”



‘이거 참 꽉 막힌 노인네구만.’



어떻게든 상대를 찍어 눌러 자기 밑에 두려는 이 대표가 장 도사 눈에는 한심해 보였다.



“글쎄요······서큐버스가 하는 짓은 성차별이라기보단 편식이 맞지요.”


“서큐버스인지 아닌지도 확실하지 않다면서요.”


“그렇습니다. 그래서 저랑 데스비아 교장 선생님이 찾고 있습니다.”


“경찰이 할 일을 일반인이 하실 필요는 없습니다.”



‘아까 도술 봤으면서 일반인이라니.’



“경찰 측이랑 충분히 협조하고 있으니 염려 마시지요.”


“그러시다면야, 알겠습니다. 경호원은 내일부터 늘리도록 하겠습니다. 천시윤 대표하고는 만나보셨습니까?”


“이다음에 찾아갈 예정입니다.”



자기 다음 순서라는 사실이 마음에 든 이 대표는 한층 누그러진 태도로 먼저 악수를 청하며 장 도사를 배웅해주었다.


이어서 만난 천 대표도 일단 장 도사를 의심하는 눈치였다. 똑같은 태도에 똑같은 도술로 응수했다.



“좋네요. 어디 대춥니까?”


“보은군 대추입니다.”


“아······대추는 중국 신강 쪽이 유명한데 드셔보셨나 모르겠습니다.”


“아 그렇습니까? 기억해둬야겠네요.”



천 대표도 이 대표와 마찬가지로 그 좋다는 신강 대추를 꺼낼 생각은 없어 보였다.



“그래서 저한테 할 말이 있으시다고요. 한번 들어봅시다.”



남자 상대는 이만 됐다는 식으로, 천 대표는 본론을 꺼냈다.



“대표님. 혹시 서큐버스라고 들어보셨습니까?”


“그게 뭡니까?”



서큐버스에 대한 설명과 경호원 얘기까지 쭉 이어졌다. 이쪽 반응 역시 이 대표와 비슷했다.



“이미 경찰이 수사 중인 거로 아는데······두 분께서는 이 나라 경찰을 못 믿으십니까.”


“아닙니다. 한국 치안 좋다는 얘긴 유노한테 들었습니다.”


“예? 유노한테요? 아는 사이세요?”



그 이름 하나로 천 대표의 표정이 손바닥 뒤집듯 확 변했다.



“저야 신단수 마법학교 식객이고 유노는 데스비아 교장 선생님이랑 친하니 알 수밖에요. 몇 번 만나봤습니다.”


“하하하, 운이 좋으시네요. 대단한 미인이지 않습니까? 옷도 잘 입고요.”



웃음 속에는 일말의 질투심이 감춰져 있었다. 감정을 읽는 능력이 있는 레이타였다면 감지했겠지만, 장 도사는 이 사람이 유노한테 푹 빠져있다고만 생각했을 뿐이었다.



“경국지색이라 할 만합니다. 이런 시대에 걱정할 일은 아니겠지만요.”


“벌써 결혼했다니 참······아 도사님. 결혼은 하셨습니까?”


“도 닦느라 못 했습니다. 앞으로도 안 할 것 같고요.”


“관심은 있으시죠?”


“음······굳이 말씀을 드리자면 교장 선생님께 호감이 좀 있습니다.”



거짓말은 아니었다.



“아 그분도 한 미모 하시죠. 유노만큼은 아닙니다만.”


“어허······그건 동의하지 못하겠는데요.”


“하하핫, 아니 한쪽이 못났다 이런 얘기가 아니잖습니까~. 근데 얼굴이 다가 아니니까요. 여자는 역시 골반을 봐야죠.”



덕을 중시하는 도사로서 이처럼 노골적인 농담은 지양하는 편이었다. 그러나 목적에 따라 융통성을 발휘하는 데 능숙한 장 도사는 어울려주기로 했다.



“그렇지요. 다산은 축복이라는 말도 있으니까요.”


“제 말이 그겁니다. 그런데 유노가······.”



천 대표는 이제 준오, 유노, 레이타의 관계를 알고 있었다. 반려인 레이타가 여자이니 유노가 아이를 낳을 일은 없다는 데 생각이 미치는 바람에 할 말을 잃은 것이었다.



“네?”


“그, 유노 비서 있잖습니까.”


“아, 예. 레이타도 어지간히 미녀더군요. 몸매도 천 대표님 취향이고요.”


“미녀보다는 미남에 가깝던데, 아무튼 둘이 친하십니까?”


“통성명은 했습니다.”


“사실 제가 그······대단한 건 아니고, 그냥 개인적으로 한 가지만 부탁드리고 싶은 게 있는데요.”


“들어드릴 수 있는 거라면 들어드리겠습니다.”


“유노 전화번호를 좀······안 되겠습니까?”


“그건 경찰이 갖고 있지 않습니까? 통신사에도 당연히 있을 거고요.”


“갖고야 있겠지만 제가 사적으로 권력을 남용할 수는 없잖습니까.”



할 만큼 해놓고선 이미지 관리에 신경 쓰는 천 대표였다. 덕분에 장 도사도 좋은 인상을 남길 기회가 생겼다.



“저도 슬슬 알아둘까 생각하던 참인데, 잘됐네요. 한번 노력해보겠습니다.”


“아이고 감사합니다 도사님! 어려운 일 있으면 언제든 말씀해주시죠. 이 천시윤이 발 벗고 나서서 돕겠습니다.”


“말씀만으로도 든든하네요. 날도 저물어가니 오늘은 이쯤에서 실례하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조만간 또 찾아뵙겠습니다.”


“예 예. 언제든지 오십시오!”



사무실을 나온 장 도사는 문에 악귀를 감지하는 부적을 슬쩍 붙여두었다. 그리곤 도술을 써서 감쪽같이 숨겼다. 이 대표 사무실에도 해둔 작업이었다.



‘외래종한테도 먹힐지 모르겠네. 뭐 안 되면 말고.’



그날 저녁. 서큐버스 퀸은 새 은신처를 찾아 헤매고 있었다. 데스비아의 탐지 마법을 봤기 때문이었다. 마법의 경계에 닿았다간 바로 들킬 것 같았기에 서울을 나갈 생각은 하지도 못했다.



‘이것들 도대체 뭐야-! 이렇게 큰 도시를 다 덮는 게 어딨어?! 미친 거 아냐? 사무실에도 개수작 부려놓고! 짜증 나!!’



탐지 마법이 서서히 조여들고 있었다. 시간이 촉박했다. 어떤 종류인지 정확히 모르는 탓에 대응할 수단이 마땅찮았다.


이런 경우 가장 무난한 방법은 물속 깊이 숨는 것이었다. 두족류를 닮긴 했어도 원래 물에 사는 생물은 아니라서 위험을 감수해야 했다. 각오를 다진 서큐버스 퀸은 한강으로 몸을 던졌다.


그리고 두 시간 후, 낚시에 걸렸다.



“야 여기서 낙지가 잡히네!”



낚시꾼은 기뻐하며 서큐버스 퀸을 떼려 했다.



“끼엑!”


“어우 씨발 뭐야!”



놀란 낚시꾼이 낚싯대를 버리고 내뺐다. 바늘에 걸려 오도 가도 못하게 된 서큐버스 퀸은 당황하여 몸부림쳤다. 그러나 물렁물렁한 촉수로는 깊게 박힌 바늘을 뺄 수가 없었다.



‘나, 나 이대로 죽는 거야? 싫어!! 누가 나 좀 구해줘요!!’



남은 방법은 하나뿐. 천 대표를 부르는 것이었다. 탐지 마법의 장벽은 지나갔지만, 마법 사용은 여전히 도박이었다.


짧은 시간에 오만 가지 생각이 서큐버스 퀸의 의식을 스치고 지나갔다. 그냥 잡혀서 항복할까 고민도 들었다. 바늘이 찔린 부분이 뻐근해지며 몸이 차가워지는 착각마저 일었다.



“엄마 나찌!”


“응? 뭐라고 했어요?”


“나찌! 나찌!”



어떤 꼬마 아이가 누가 들으면 오해할 소리를 하며 아장아장 다가왔다.



“어휴, 저게 뭐야! 가까이 가면 안 돼! 이리 와!”



서큐버스 퀸은 필사적으로 아이를 향해 촉수를 뻗었다. 아이는 바들바들 떠는 낙지가 너무 불쌍했다. 그래서 살려주기로 했다. 아빠 낚시를 따라가 본 경험 덕분에 망설임이 없었다.



‘그래, 그거야! 잘한다!’



바늘을 다 뗀 아이는 서큐버스 퀸을 입속에 넣고 우물거렸다. 턱 힘이 약해 터지지는 않았다.



‘그아아앗!!’



“안 돼! 빨리 뱉어! 퉤! 퉤!”


“퉤!”


“잘했어요! 그런 거 먹으면 안 돼. 지지야.”


“지지.”


“입부터 닦아야겠네. 화장실 어디야.”



서큐버스 퀸은 엄마 품에 안겨 멀어져 가는 아이를 잠깐 지켜보느라 강아지의 기습을 피하지 못했다. 슬리퍼 뜯기듯 물어뜯길 뻔했다가, 개 주인이 말리는 사이 간신히 도망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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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초레어 펫 확보 24.04.08 4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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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힘 싸움은 안 돼 1 24.04.05 4 0 11쪽
13 대를 위한 소의 희생 24.04.04 4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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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속성교육 24.04.02 2 0 11쪽
9 인큐버스였다면 24.04.02 2 0 11쪽
8 소심함 24.04.02 2 0 11쪽
7 검은 사랑 24.04.02 3 0 11쪽
6 권력보다 폭력 24.04.02 2 0 12쪽
5 아빠는 마법소녀가 꿈이야 24.04.02 1 0 11쪽
4 선물 24.04.02 4 0 11쪽
3 도사와 마법사 24.04.02 2 0 12쪽
2 첫인사 24.04.02 3 0 12쪽
1 프롤로그 24.04.02 5 0 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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