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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61 님의 서재입니다.

바이올런스 퍼펙티드

웹소설 > 자유연재 > 현대판타지, SF

c61
작품등록일 :
2024.04.02 20:36
최근연재일 :
2024.05.12 20:28
연재수 :
21 회
조회수 :
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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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
글자수 :
101,100

작성
24.04.02 2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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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첫인사

DUMMY

하늘은 푸르고 바람은 선선한 10월 어느 날, 서울 강남의 한 아파트. 인터넷 방송용으로 개조한 방 안에서 남녀 한 쌍이 나란히 모니터 앞에 앉아 있었다.



“전 준비됐어요.”



젊은 여자가 먼저 말했다. 귀엽고 예쁘장한 얼굴과 반짝거리는 생머리, 우월한 몸매. 어디서든 질투나 사랑이나 듬뿍 받을 미녀였다.



“그럼 시작하자! 카메라 온! 페이스 캠 온! 마이크 온! 스트리밍 스타트!”



반면 옆자리 남자는 술배가 나온 평범한 중년이었다. 그리고 온몸에 트래킹 장비를 착용하고 있었다. 미소녀 버추얼 아바타를 조종하기 위해서였다.


모니터 속 2D 캐릭터가 자연스러운 동작으로 마이크를 들었다.



“청자들 안녕! 오늘도 아이리스 채널에 와 줘서 고마워! 간단하게 진행할 거니까 알탭하고 듣기만 해도 돼. 근데 게스트 얼굴 보고 싶을걸? 마법전사 유노가 오랜만에 출연합니다!”



변조한 목소리가 캐릭터와 잘 어울렸다.



“안녕하세요.”



시청자들은 댓글로 용살자 강림을 올리며 환호했다.



“자 그럼 바로 본론이야. 얼마 전에 태평양 위에 엄청 큰 우주선 나타났잖아. 반지처럼 생긴 거. 사람들 막 난리 났던데 너 아는 거 있어?”


“네. 다른 세계랑 통하는 워프 게이트예요. 지름은 오 킬로미터고요. 진짜 커요.”



유노는 엄청난 사태를 아주 담담하게 설명했다.



“뭐라고~? 진짜 외계인이야? 아니 너무 차분한 거 아냐? 역사상 최초로 외계인 온 거잖아! 쳐들어오면 어떡해!”


“그땐 제가 막을게요.”


“천오백 킬로미터 상공에 있다던데? 그럼 우주 아냐? 거기까지 날아갈 수 있어?”


“네. 제가 방패 타고 나는 거 몇 번 찍혔던데요.”


“우주까지 올라갈 수도 있다고? 숨은 어떻게 쉬고?”


“어······달까지는 가봤어요. 전 숨 안 쉬어도 돼요.”


“엥, 달? 잠깐만 대본이랑 다른데. 아 몰라. 달은 왜 갔어? 거기 돌 비싸다던데 가져왔어?”



말로는 아니랬지만 전부 대본대로였다.



“항우연에서 무슨 기계 같은 거 놓고 와달라고 해서요. 한국항공우주연구원 들어보셨죠? 돌도 가져오긴 했는데 그냥 줬어요.”


“그냥 줬다고오~? 아 팔았어야지-! 그리고 선배 모르게 그런 짓 하고 다니면 어떡하니 후배야! 말하고 다녀라 좀.”


“그러면 귀찮아질 것 같아서요.”


“내, 내가 귀찮아······?”



남자가 불쌍한 표정을 지었다. 페이스캠이 잘 인식할 수 있도록 과장하여 징그러웠지만, 모니터 속 아바타의 얼굴은 깜찍했기에 반응이 좋았다.



“조금요. 뭐든지 방송이랑 엮으려고 하잖아요.”


“마법학교 입학하려고 열심히 일하는 거잖아! 아 그래 말 나온 김에, 청자들 잘 들어. 나 이제부터 인방 쉬고 마법학교 다닐 거야.”



시청자들은 호그와트가 실제로 있었냐는 반응을 보였다.



“소백산에 새로 지은 거기죠? 데스비아가 허락했어요?”



유노는 대본대로 마법학교 홍보를 위해 대략적인 위치를 말했다.



“돈만 내면 된다던데? 1년에 1억 원.”


“뭐가 그렇게 비싸요? 몇 년제인데요?”


“학기제 같은 거 없대. 그냥 본인이 만족할 때까지 다니면 돼.”


“그러니까······선배가 새로운 마법을 완전히 습득할 때까지요?”



유노는 순간 버릇처럼 아버지라고 할 뻔했지만, 무사히 넘겼다.



“응. 그건 됐고, 워프 게이트에 대해선 어떻게 알았어? 설마 한통속이야? 너 배신자야?”


“다른 세계 여행하다 소문으로 들었어요.”


“그래? 외계인 말고 괴물 나오면 어쩌지? 헌터물 현실 되는 거 아냐?”


“단순한 괴물이면 차라리 낫죠. 제가 다 죽이면 되니까요.”


“여자애가 말하는 게 참. 맞다 너 전사지. 아 근데 반대로 우리가 갈 수도 있겠다. 다른 세계에 기름 있으면 미군맨 출동하겠네.”


“아마도요?”


“너 개인적으로는 어때? 관심 있어?”


“없어요. 전 지구가 좋아요.”


“아 아쉽다. 내가 너만큼 강했으면 당장 먹으러 갔을 텐데.”


“아마 그래서 지금 아이리스 선배한테 힘이 없는 게 아닐까요.”



뾰로통해진 아버지가 투닥투닥 솜방망이 주먹질을 해댔다. 유노는 착하게도 다 맞아주었다.



“저도 질문 좀 해도 돼요?”


“해봐!”


“마법 배워서 뭐 하시려고요?”


“당연히 현역 복귀지!”


“마법소녀로요? 다시 싸우시겠다고요? 위험하지 않을까요?”


“적당히 할 거야, 적당히. 진짜 위험한 건 너한테 맡기고.”


“네, 그러시는 게 좋겠어요.”


“어차피 이제는 인방이 내 직업이니까! 방송이 메인이고 마법은 취미!”



사실 아버지는 마법소녀였던 적이 없었다. 은퇴한 마법소녀라는 설정은 방송을 위해 지어낸 것이었다. 그러나 이제 진짜 마법학교가 생겼으니 마법소녀도 진짜로 해보려는 것이었다.



“방송 아예 쉬는 건 아니고 학교 안에서도 가끔 하고 싶어. 근데 교장 선생님이 허락해주실지 모르겠네.”


“저보고 설득해달라는 건 아니시죠?”



아버지는 유노에게 애처로운 눈빛을 발사했다. 정말 미소녀의 영혼이 중년 남자의 몸속에 갇힌 것이 아닌가 싶을 정도로 반짝거렸다.



“······얘기는 해볼게요.”


“아싸! 가라 마법전사 유노! 너만 믿는다!”


“진짜 그냥 얘기만 할 거라고요. 설득 안 해요.”


“알았으니까 오늘 가서 해줘.”


“오늘요? 방송 끝나고 바로 가라고요?”


“어. 나 내일 마법학교 들어가니까 오늘 안에 해.”


“사람을 너무 맘대로 부려먹으시네요.”


“어허. 선배가 까라면 까야지.”



조금 한심한 구석은 있지만 그래도 사랑하는 가족이었기에 유노는 속으로 한숨을 쉬며 그러겠다고 했다.


30분 뒤, 소백산 깊은 곳. 편의점조차 없을 정도로 세상과 동떨어진 장소에 한옥 양식으로 지어진 넓은 학교가 자리하고 있었다. 주변에서 가장 유명한 절인 구인사보다도 규모가 컸다.


둥근 마법 방패를 타고 날아온 유노는 안쪽으로 곧장 들어가는 대신 대문 앞에 내렸다. 신단수 마법학교라는 한글 이름이 새겨진 현판이 새것 특유의 생기를 뽐냈다.



“유노! 어서 오세요!”



신단수가 만들어낸 사람 모양 씨앗이 뛰어나와 밝게 인사했다. 녹색 단발머리가 잘 어울리는 귀여운 생김새였다. 마법학교에선 몸종으로 일했다.



“안녕하세요~. 데스비아 만나러 왔어요.”


“안내해드릴게요!”



유노는 대문을 통과하면서 ‘해제’라고 짧게 중얼거렸다. 그러자 장신과 큰 가슴을 자랑하던 미녀가 한순간에 씨름 천하장사 같은 남자로 변신했다.


마침 객실에서 숭늉을 마시고 있던 도사 장동수는 소리를 듣고 슬쩍 고개를 내밀어봤다. 이윽고 잘 정돈된 정원을 통해 들어오던 손님과 눈이 마주쳤다.



“아이고-. 안녕하세요!”



찾고 있던 우주의 주인이 바로 저 남자라는 사실을 알아본 장 도사는 팔까지 흔들며 반갑게 인사했다.



“안녕하세요. 이렇게 외진 곳에 손님이 와 계셨네요.”


“하하하, 도사 장동수입니다. 장 도사라고 불러주시면 됩니다.”


“네, 장 도사님. 전 배준오예요.”


“혹시 교장 선생님을 만나러 오셨습니까?”


“네. 도사님도요?”


“예, 벌써 인사드렸습니다. 제가 워낙 마당발이라 이 사람 저 사람 만나고 다니는 취미가 있어서요. 하하!”


“아~. 평범한 분은 아니신 것 같네요.”


“아무래도 그렇죠. 괜찮으시다면 볼일 보시고 잠깐 얘기나 좀 나누지 않으시겠습니까? 전 여기 있겠습니다.”


“그러죠 뭐. 금방 올게요.”



준오가 볼일 보는 동안, 장 도사는 보따리에서 곶감을 꺼내 느긋하게 씹었다. 그렇게 이십 분쯤 보냈다.



“계세요?”


“예! 있습니다. 들어오시지요.”



준오와 장 도사는 개다리소반을 사이에 두고 앉았다. 평범한 체구인 장 도사가 아주 왜소해 보였다.



“제가 사람 만나는 걸 참 좋아해서······준오 씨, 술 좀 드십니까?”


“조금요. 많이는 안 마셔요.”


“그럼 하나 꺼내볼까! 아이고, 안주가 없네.”



그 말을 들은 준오가 몸종을 ‘미카’라는 이름으로 불러 안주를 가져다 달라고 정중히 부탁했다. 금방 산나물 무침과 버섯구이 안주가 나왔다.



“이야~. 취나물! 이런 산에서 채집한 게 진국인데, 좋아하십니까?”


“네. 버섯도 좋아해요.”


“그럼 버섯은 양보하겠습니다. 식감을 안 좋아해서.”


“감사합니다. 나물은 제가 양보할게요.”



술이 몇 잔 돌았다. 장 도사는 구수하게 생긴 그대로 술을 즐기는 인물이었다. 그에 비해 준오는 겉치레 수준으로만 조금씩 홀짝거렸다. 취하지 않으려는 것이었다.



“아까 꼬맹이를 미카라고 부르셨는데 친하십니까?”


“네. 친구예요. 여기 신단수 숲이 원래는 미카라는 씨앗이었어요. 다른 세계에서 데려왔어요.”


“오호~. 준오 씨도 여행 좀 다녀보셨군요.”


“여행이라기보다는······그냥 고생 좀 했어요.”


“아하하하, 집 나가면 다 고생이죠 뭐. 사실 저도 이번에 놀러 온 건 아닙니다. 다름이 아니라 준오 씨한테 용무가 있어서 왔습니다.”


“그래요? 심각한 일은 아니었으면 좋겠는데요.”



그 말을 들은 장 도사의 표정이 조금 어두워졌다. 술기운 때문에 검붉게 보였다.



“뜬금없다고 생각하실지도 모르겠네요. 그래도 일단 들어주십시오. 저는 다른 우주에서 왔습니다. 그리고 지금까지 확인된 우주가 9천만 개 정도 있습니다.”


“와······엄청 많네요?”


“많지요. 이 우주들이 모두 하나의 에너지를 공유하고 있습니다. 그 뭐랄까······우주를 유지하는 데 필요한 에너지인데요. 준오가 있는 이 우주가 에너지를 계속해서 빨아들이고 있습니다.”


“독식한다고요?”


“네! 이런 일이 일어났던 적이 한 번도 없어서 대단히 곤란한 상황입니다. 만약에 이대로 준오의 우주가 에너지를 계속 빨아먹는다면 다른 우주들이 사라질지도 모릅니다.”


“엄청 심각하잖아요.”


“그래서 그 원인을 찾아 해결하려고 제가 준오의 우주로 온 겁니다. 준오가 보통 사람이 아니라는 사실은 교장 선생님께 다 들었습니다. 뭐라도 짐작 가는 부분 없으십니까?”


“······.”



준오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



“저도 아까 데스비아 만났을 때 도사님에 대해 조금 들었거든요. 너무 깊게 파고들지 않는 게 좋다더라고요. 장 도사님에 대해서요.”



‘아하. 사정을 돌려서 말하라는 게 이거였구만? 준오 이 친구가 아예 새 인생을 살려고 자기 기억을 지웠나 본데······그런 선택을 했다면 존중해줘야지.’



판단을 마친 장 도사는 헛기침을 살짝 했다.



“아무래도 조심스러운 게 좋지요. 뭐가 어떻게 돼서 에너지 독식이 일어나는지 모르니까요. 다행히 최근 2년 동안은 잠잠한 상태입니다.”


“원인은 알 것 같아요. 이 우주에는 신들이 사는데 제가 새로운 신을 만나면 그 신이 강해져요. 그때 이 우주가 에너지를 빨아들이는 거겠죠.”


“흥미로운 정보군요. 왜 그렇게 되는지는 모르십니까?”


“그건 확실히는 모르겠어요.”


“어쨌든 2년 동안 신을 만난 적이 없으시다는 얘기군요.”


“네. 근데 신 대신 신이 만든 피조물을 만나도 똑같은 일이 일어나요.”


“아 그럼 최근에 워프 게이트가 지구에 나타난 이유가 그겁니까?”


“태양계 신이랑 같은 편에 있는 신들이 강해지고 싶어서 자기들 피조물을 저한테 보낼 계획이래요.”



장 도사는 고개를 끄덕였다.



“만나서는 안 된다고 하면 어떡하시겠습니까?”


“태양계 신이 어떻게든 만나게 할 거예요.”


“워프 게이트를 부순다면요?”


“다시 만들걸요? 그리고 저한테 부수지 말랬어요.”


“신을 설득할 방법은 없습니까?”


“태양계 신이랑 안 친한 신들이 태양계를 노리고 있는데, 견제할 힘이 필요한 것 같더라고요. 그냥 추측이지만요.”


“그렇습니까······이거 참 까다롭게 됐군요. 어쩌면 좋으냐······.”



중얼거린 장 도사는 먼 산을 바라보며 술잔을 기울였다. 준오도 무거운 심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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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인큐버스였다면 24.04.02 2 0 11쪽
8 소심함 24.04.02 2 0 11쪽
7 검은 사랑 24.04.02 3 0 11쪽
6 권력보다 폭력 24.04.02 2 0 12쪽
5 아빠는 마법소녀가 꿈이야 24.04.02 1 0 11쪽
4 선물 24.04.02 4 0 11쪽
3 도사와 마법사 24.04.02 2 0 12쪽
» 첫인사 24.04.02 3 0 12쪽
1 프롤로그 24.04.02 5 0 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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