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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61 님의 서재입니다.

바이올런스 퍼펙티드

웹소설 > 자유연재 > 현대판타지, SF

c61
작품등록일 :
2024.04.02 20:36
최근연재일 :
2024.05.19 22:53
연재수 :
22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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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106,179

작성
24.04.02 2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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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인큐버스였다면

DUMMY

다음 날 마법학교로 돌아온 유노는 데스비아한테 천시윤 대표를 만나달라는 부탁을 듣자마자 표정이 굳었다. 기분이 바로 얼굴로 나오는 성격이라, 좋은지 싫은지 물어볼 필요조차 없었다.



“별로 내키진 않네요.”


“대신 주현이 1년 치 학비를 면제해 줄게요.”



옆에서 듣고 있던 주현의 눈동자가 확 커졌다.



“으아아 빨리 만나러 가!!”


“지, 진정해. 너 아니었어도 만나러 갈 생각이긴 했어.”



유노는 흥분한 친구를 끌어안아 쓰다듬으며 달래줬다.



“어째서 그렇게 결심했나요?”


“얼마 전에 장 도사님한테 들었는데요, 정치인은 국민이 자기들을 혐오하다 못해 무시하게 되길 바란대요. 그게 혐오 정치의 최종 목표라는 말이 설득력 있었어요.”


“그렇겠군요. 무슨 짓을 해도 신경 쓰지 않을 테니까요.”


“그래서 제가 그쪽 사정에 관심이 전혀 없지는 않다는 사실을 꼭 어필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가는 김에 다른 당 대표도 만나고 올게요.”


“좋아요. 노스가 들으면 칭찬하겠어요.”


“그래도 마법 배우기에 1년은 좀 짧지 않아요?”


“이미 배운 것도 있고 재능도 충분하니까 기반을 다질 시간은 돼요. 그리고 1년 뒤에 또 일거리를 줄게요.”


“아니 근데 제가 아니라 주현이한테 주시는 게 맞잖아요.”


“주현이는 약하니까요.”


“아······그렇긴 해요.”


“······.”



이주현은 약하다는 사실을 인정하기 싫었지만, 학비 면제 얘기가 틀어질까 봐 아무 반박도 하지 못했다.


가기 전에 유노는 장 도사에게도 동행할지 말지 의향을 물었다.



“주인공은 유노니까 저까지 갈 필요는 없을 것 같고······주현 양 이사나 돕고 있겠습니다.”


“네. 감사합니다.”


“그리고 간단하게 조언을 좀 드려도 되겠습니까?”


“그럼요.”


“정치인 앞에서 자신을 지나치게 낮추지 마십시오. 금세 얕잡아 보니까요. 기본적인 예절만 갖추시면 됩니다.”


“기억할게요.”



평범한 삶에 무게를 두는 유노가 너무 일반인처럼 행동할까 염려되어 한 말이었다.


30분 뒤, 의원회관 천시윤 대표 사무실. 서큐버스 퀸은 직원들을 내보내고 천 대표 혼자 손님을 받도록 했다. 유노가 어떤 상대인지 몰래 알아보기 위해서였다.


드래곤 슬레이어라는 이명이 있으며 한국에 산다는 것 말고는 아무런 정보도 없는 상태. 여자라는 사실도 여기 와서야 알았다. 남자랑 달리 조심스럽게 접근할 필요가 있었다.


문 두드리는 소리가 났다. 천 대표는 화색이 되어 일어나려 했다가, 대표로서 위엄을 지켜야 한다는 생각에 목소리를 가다듬었다.



“들어오세요.”



천 대표는 유노의 얼굴을 보고선 설레다 못해 황홀함마저 느꼈다.



“안녕하세요.”


“유노! 교장 선생님이 약속을 지키셨네요! 얼른 들어오세요. 그런데 옆에 분은 누구십니까?”


“비서 레이타입니다.”


“아······알겠습니다. 커피 좀 타다 주시겠습니까? 저쪽에 있습니다.”



아무리 권력자라도 남의 비서한테 멋대로 잔심부름을 시키는 건 상당히 무례한 짓이었다. 불쾌해진 유노는 자리에 앉아 기다리는 대신 레이타와 함께 커피를 타 천 대표 앞에 내려놓았다.



“아니, 그냥 계시면 되는데 왜······커피 직접 타드시는 스타일이신가 보네요.”


“네.”


“뭐 아무튼 진짜로 와 주실 줄은 솔직히 몰랐습니다. 참······실제로 보니까 정말 아름다우시네요.”


“자주 들어요.”


“당연히 매일같이 들으셔야죠. 아, 오늘 여기서 나눈 대화는 대외적으로는 비공개로 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무슨 내용인데요?”


“대단한 건 아니고 그냥 개인적으로······알려지면 창피해서요. 제가 아이리스 채널도 챙겨보는 편이거든요.”


“아~. 저 때문에요?”


“네! 그, 일단은 사인이랑 사진을 좀 부탁드려도 되겠습니까?”


“사진은 안 돼요.”


“아니 왜요? 개인적으로 소장하려는 건데요. 아무한테도 안 보여줄 겁니다.”


“그럼 더 안 되죠. 전 정치적으로 중립을 지킬 생각이라서요. 다른 당 사무실도 다 방문할 예정이에요.”



이 특별한 만남이 자신만의 것이 아니라는 사실에 천 대표는 속으로 크게 실망했다.



“다른 분들이랑은 별로 하실 말씀도 없으실 텐데요. 저희가 여당이잖습니까.”


“사인 지금 해드릴까요?”



유노는 다른 당을 무시하는 발언을 가볍게 무시했다.



“아 예! 종이를 준비해 뒀는데······여깄네, 여기다 해 주시죠.”



뻣뻣하고 새하얀 종이에 완벽한 솜씨로 멋진 사인이 들어갔다. 천 대표는 그걸 바로 액자에 넣어 챙겼다. 이것으로 1순위 목표는 달성됐다. 이제 사적인 대화를 나눌 차례였다.



“옷이 상당히 고급이신데 어디서 따로 주문하신 겁니까? 저도 좀 입어보고 싶어서요.”



유노가 입고 온 하얀 롱코트와 정장을 두고 한 소리였다. 대외 활동을 할 때만 입는 예복이자 전투복으로, 푸른 천과 섬세한 금장식으로 꾸며져 귀티가 났다.



“이거요? 아뇨. 마법으로 만들었어요.”



코트 뒷자락에 칼집이 빠져나올 수 있게끔 긴 홈을 넣은 점이 또한 독특했다. 당연히 칼은 차고 오지 않았다.



“아 그렇군요. 예전에 입으시던 그······짧은 옷은 이제 안 입으십니까?”


“네, 도촬범이 많아서요. 이걸로 바꿨어요.”


“신고만 하셨으면 저희 경찰이 다 잡아들였을 텐데요.”


“별로 피해 안 봤으니까요. 기분만 좀 나빴어요. 옷 바꿨으니까 괜찮아요.”


“경범죄라도 자꾸 봐주시면 안 좋습니다. 초반에 뿌리를 확 뽑아야 나중에 탈이 없어요.”


“또 비슷한 일 생기면 적극적으로 대처할게요.”


“그럼요. 꼭 그렇게 하세요.”



사인을 빨리 받는 바람에 용건이 없어졌다. 천 대표는 어떻게든 구실을 만들어 이 시간을 조금이라도 더 오래 끌고 싶었다. 그러다가 연락처까지 교환하면 최고였다.



“국회의원으로서 아니라 그냥 팬으로서 몇 가지 궁금한 게 있습니다. 항상 본인을 마법전사라고 소개하시잖아요.”


“네. 단어 그대로요.”


“평소에 무슨 일을 하시는 겁니까?”


“국내에서 잔심부름 꽤 하고 다녔는데 못 들으셨어요?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있잖아요.”


“아 그랬었죠. 근데 전사로서는 어떤······?”


“없었다고 해야겠네요. 워프 게이트 나타났으니까 앞으로는 어떻게 될지 모르겠어요.”


“그게 올 줄 알고 계셨습니까?”


“아뇨.”



거짓말이었다. 유노는 워프 게이트에 대해 알고 있었을 뿐 아니라 그것을 타고 다른 세계를 돌아다니기까지 했다. 하지만 밝혀봤자 좋을 게 없었기에 꼭꼭 숨겼다.



“제가 듣기로는 가능성의 여신이라는 존재한테 힘을 받으셨다고요.”


“네.”


“뭐 하시는 분입니까?”


“아무것도 안 해요. 뭘 관장하고 그러는 분이 아니에요.”


“그럼 왜 가능성의 여신인데요?”


“여신님의 힘의 원천이 가능성이라서요.”


“그거 신기하네요. 언제 한번 만나볼 수 있을까요?”


“아뇨. 저도 맘대로 못 만나요.”


“쩝. 아쉽네요. 아 그렇지, 혹시 저한테 뭐라도 부탁하실 게 있다면 이번 기회에 터놓고 말씀해주시죠. 어려운 점이라든가······.”



유노한테는 반가운 소리였다.



“다른 세계에서 찾아온 손님들 있잖아요. 바로 은행 계좌나 신분증을 만들 수 있게 제도를 좀 정비해주셨으면 좋겠어요. 빠른 귀화도 괜찮고요.”


“아 데스비아 교장 선생님이라든가 신단수라든가 그런 분들이요. 알겠습니다. 아주 적극적으로 정비해드리겠습니다. 그런데 경과를 알려드리려면 연락이 돼야 하는데······.”


“제게 연락하시면 됩니다. 번호 알려드리겠습니다.”



이런 수작이 튀어나올 때를 노리고 있었던 레이타가 선수를 쳤다. 비서가 한 말이라 뒤집을 구실을 찾지 못한 천 대표는 순순히 레이타의 번호만 받고 말았다.


한편 서큐버스 퀸은 계속 마안으로 유노의 특성을 분석하려 했다. 하지만 마법 저항이 철벽이라 별다른 소득이 없었다. 반면 레이타 쪽은 간단했다.



‘이년은 또 뭐람? 선조 변신수? 하, 자꾸 귀찮은 일만 생기네. 드래곤 슬레이어 주제에 여자인 것도 짜증 나는데······당연히 뇌까지 근육인 남자였어야지! 괜히 자원했잖아!’



그렇다고 물러서는 건 자존심이 용납하지 않았다. 먼저 레이타부터 치우는 게 좋겠다고 판단한 서큐버스 퀸은 사무실을 나가는 두 사람을 추적했다. 영체 상태이니 들킬 걱정은 없었다.


라고 안심하며 아무 생각 없이 유노의 어깨에 손을 대는 순간, 갑자기 유노가 확 돌아봤다. 이럴 줄 조금도 예상치 못했던 서큐버스 퀸은 깜짝 놀라 얼어붙었다.



“왜 그러십니까?”


“누가 나 만졌어.”


“아무도 없습니다. 귀신 같은 것들이 넘어온 모양이군요.”


“나 물리 공격밖에 못 하는데.”


“대책을 세워야겠습니다.”


“응. 야, 지금 우리 말 듣고 있지? 한국말도 하는진 모르겠지만.”



‘이것들이 감히······! 남자였으면 너흰 벌써 내 정액주머니였다고!’



“인간이랑 평화롭게 어울리고 싶다면 환영이야. 아니면 몸조심하고.”



할 말을 끝낸 유노는 레이타와 함께 유유히 제 갈 길을 갔다. 일방적으로 조롱당한 입장이 되어버린 서큐버스 퀸은 분노와 수치심으로 몸을 떠느라 따라가야 한다는 사실마저 깜빡 잊었다.


의원회관에 사무실이 있는 모든 정당을 빠짐없이 다 만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



“천시윤이 의심스럽습니다. 유노를 좋아하는 정치인이라는 점 외엔 특이사항이 없습니다만 다른 사무실에선 이상한 느낌을 못 받으셨죠.”


“귀신이면 빙의해서 조종하거나 그러는 건가? 골치 아픈데.”


“당분간은 변신 풀지 마시고 그대로 지내시는 게 좋겠습니다. 천시윤이 당했다면 준오도 당할 수 있잖습니까.”


“그래, 그래야겠다. 너도 조심해.”


“만일을 대비해 이제부터 24시간 절 지켜주십시오.”


“흐흐흐.”



유노는 음탕한 아저씨처럼 웃으며 레이타를 안아 올려 빙글빙글 돌았다. 귀여운 비명이 나왔다.



“사, 사람들이 보잖습니까.”


“뭐 어때? 숨기지도 않았잖아.”


“그래도 부끄럽습니다.”


“알았어.”



땅으로 내려온 레이타는 옷매무새를 단장했다.



“그리고 웬만하면 남자일 때 해주시죠. 다부진 팔에 꼭 안길 때 무슨 기분이 드는지 아십니까?”


“몰라.”


“이 남자라면 빨아줘도 괜찮겠다는 기분이 듭니다.”


“어? 그······그랬구나? 매번······?”



당황해서 버벅거리는 유노의 얼굴에 휴대 전화를 들이댄 레이타는 굴욕 사진을 한 장 확보했다.



“아니 방금 그 말 진짜야······?”


“농담입니다.”


“아 뭐야 깜짝 놀랐잖아!”


“물론 언제든 원하신다면······.”



레이타는 손과 입으로 다음 내용을 표현했다.



“악!”



주변을 의식한 유노가 황급히 제지했다.



“장난이었습니다.”


“아 그런 거 둘이 있을 때만 하라고!”


“그럼 단둘이 섹스하러 가시죠.”


“아, 알았으니까 작게 말해줘······.”



서큐버스 퀸이 이 자리에 있었다면 환호성을 질렀겠지만, 영체 상태를 너무 오래 유지하는 바람에 지쳐서 천시윤의 집으로 돌아간 지 오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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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속성교육 24.04.02 2 0 11쪽
» 인큐버스였다면 24.04.02 3 0 11쪽
8 소심함 24.04.02 2 0 11쪽
7 검은 사랑 24.04.02 3 0 11쪽
6 권력보다 폭력 24.04.02 2 0 12쪽
5 아빠는 마법소녀가 꿈이야 24.04.02 1 0 11쪽
4 선물 24.04.02 4 0 11쪽
3 도사와 마법사 24.04.02 2 0 12쪽
2 첫인사 24.04.02 3 0 12쪽
1 프롤로그 24.04.02 6 0 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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