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끝없이 하얀 공간. 공중에 떠 있는 네모난 문 앞에 두 사람이 서 있었다. 낡은 한복을 입은 구수한 인상의 남자와 팬티만 걸치고 이목구비가 짙은 근육질 미남. 둘은 친구였다.
“장 도사. 섹스 머신이 발설한 우주가 여기 맞나?”
팬티만 입은 남자가 말했다.
“맞아, 확실해. 미안한데 솔, 내가 들어가 볼게.”
“네가?”
팬티맨 솔이 미간을 살짝 구기며 되물었다.
“뭐야, 왜 또? 뭐가 마음에 안 들어?”
“섹스 머신을 이긴 사람이라면 전투력이 만만찮을 텐데. 혼자 만나다니 너무 위험하다.”
“아~. 난 또 뭐라고. 아니 얘길 좀 들어봐. 그놈이랑 여기 주인이 싸운 이유가 뭐겠어?”
“분명 그런 부류를 싫어하는 성격이겠지.”
“그리고 넌 누가 봐도 그런 부류잖아. 팬티만 입고 다니는 놈아.”
“그건 인정한다.”
“그럼 내가 가는 게 낫지. 어차피 싸우려는 것도 아닌데.”
“하지만······.”
장 도사가 재빨리 솔의 입을 막았다.
“안 돼. 하지만 금지야. 내가 뭐 사람 하루 이틀 만나고 다녔어?”
“그럼 죽었을 때 나랑 교대해라.”
“알았어, 그러지 뭐.”
“그리고 조심해라.”
“으응. 그럼 나중에 봐. 안에서도 연락이 될지 모르겠다. 아마 안 된다고 보는 게 맞을 거야. 갈게!”
장 도사는 호쾌하게 문을 열고 들어갔다. 문은 사람이 들어가 닫히는 순간 사라졌다.
“행운을 빈다.”
뒤늦게 인사를 남긴 솔도 순식간에 자취를 감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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