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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창 님의 서재입니다.

어느샌가 이능력 사이언티스트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SF

완결

민창
그림/삽화
제이지
작품등록일 :
2021.06.25 09:12
최근연재일 :
2021.10.06 13:05
연재수 :
104 회
조회수 :
51,209
추천수 :
893
글자수 :
532,633

작성
21.08.06 14:05
조회
454
추천
9
글자
12쪽

빛에 관하여

DUMMY

그리고서 박사가 물었다.


"동화 너 말고 룩시온을 갖고 있는 사람은 없지?"

"제가 알기로는 없어요."

"꼭 그래야 할 텐데. 정말 위험한 원소니까 말이야."

"맞아요."


주동화는 임이섭이 룩시온의 위험성에 대해 몇 번이나 경고했던 것을 기억한다.


주동화가 고개를 끄덕이자 박사는 빙긋 웃으며 말했다.


"물론 너 같은 사람이 쓰면 전혀 위험할 게 없지."

"제가 화학 지식이 없어서요?"

"아니. 이건 지식이 아니라 마음의 문제란다. 마음을 나쁘게 먹으면 말도 못 하게 끔찍한 짓을 할 수가 있어."


박사는 룩시온의 악용은 생각하기도 싫다는 듯 고개를 가로저었다.


"분자를 결합하거나 분해하는 건 결코 단순한 일이 아니야. 높은 온도가 필요하거나 전기적 자극이 요구되기도 하지. 그런데 너는 생각만으로 그것들을 할 수 있잖니?"

"네."

"그 능력으로 사람을 살릴 수도 있지만, 그 반대도 얼마든지 가능한 거야."


생각만으로 사람을 살릴 수도 있지만, 생각만으로 사람을 죽일 수도 있다. 


어차피 인간도 다른 물질과 다름없이 분자로 이루어진 물질일 뿐이다.


인간을 구성한 분자들을 모조리 분해시켜 버린다면, 인간의 몸은 산산조각이 날 수밖에 없다.


주동화는 문득, 노바에볼루션에서 기를 쓰고 아버지의 혈액을 연구하고 있는 것이 떠올랐다.


그들은 룩시온으로 무엇을 하려는 생각인 건가. 주동화는 걱정이 되었다.


"다른 사람들이 룩시온에 대해 알게 되면 안 되겠네요."

"모르는 편이 안전하지. 룩시온은 정말 강력한 도핑 약물 같은 거니까."

"도핑 약물?"

"그래. 아주 오랜 노력이 필요한 일을 한순간에 끝내주는 물질이지."


아주 오랜 노력. 이 말을 들은 주동화는 곧바로 되물었다.


"아주 오래 노력하면 누구나 저처럼 될 수 있나요?"

"누구나 될 수 있는 건 아니지. 다만 오랜 공부와 훈련이 필요한 건 맞단다."


누구나 될 수 있는 게 아니라면, 될 수 있는 사람이 있다는 뜻이었다.


생각으로 분자를 움직이는 사람들이 이 세상에 또 있다는 의미일까. 주동화는 더 물어보고 싶었지만 박사는 다른 말을 꺼냈다.


"하지만 잘 이해가 가지 않는 부분이 있어."


박사는 턱을 감싸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네가 룩시온 모드를 켤 때 말인데... 빛을 발산하거든."


그것은 주동화도 알고 있었다. 빛과 함께 룩시온 모드로 들어간다는 사실을 스스로도 인식하고 있다.


"빛이 나는 게 이상한 건가요?"

"이상하다기보다는... 일반적인 현상은 아니니까."

"빛은 흔하잖아요. 여기저기 널린 게 빛인데..."

"그건 태양이라는 멋진 항성이 머리 위에 있기 때문이고, 에디슨이 전구를 발명한 덕분이기도 하지. 빛은 절대로 흔한 것이 아니란다."


박사의 말에 주동화는 정전을 생각했다. 


그러고 보니 집에 양초나 라이터가 없으면 어둠을 밝힐 방법이 전혀 없다.


박사는 빛에 관한 이야기를 이어갔다.


"룩시온이 어떻게 빛을 발생시키는 건지 생각해봤어. 첫 번째 가설은 연소였지. 네 몸속에 있는 메테인 같은 걸 연료로 사용하나 했는데, 말이 안 되더라고. 몸에서 빛이 나잖아."

"몸에서 빛이 나는 게 왜요?"

"체내에서 연소가 일어났다면 피부 밖으로 전자기파가 통과해 나올 수가 없지."

"전자기파...?"

"광선 말이야. 레이저 포인터가 피부를 통과하진 않잖아?"

"맞아요. 그렇죠."

"그렇다고 체외에서는 더욱 불가능해. 몸 밖에는 연료로 쓸 만한 분자가 아예 없으니까."

"연료가 꼭 필요한가요?"

"당연하지. 불을 피울 때 땔감이 없는 것과 마찬가지인데."


박사는 계속해서 말을 이어갔다.


"두 번째 가설은 마찰. 하지만 룩시온 모드로 전환될 때 너는 어떤 물질과도 접촉하지 않았어. 마찰력에 의해 전자기파가 생성되는 것도 아니야."

"음..."

"세 번째 가설은 전기. 이것도 아니지. 저항이 없으니까."


주동화는 박사의 말을 정확히 이해할 수 없어서 잠자코 듣고만 있었다.


"너는 연료를 쓰는 것도 아니고, 마찰을 일으키지도 않고, 전기와 저항을 이용하는 것도 아니야."


그리고서 박사는 숫자 1을 표시하는 듯 엄지손가락을 들어 올리며 말했다.


"남은 가설은 하나야. 핵융합."

"핵... 핵이요?"


주동화는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핵이라니. 핵폭발, 핵무기, 핵실험. 이런 데 쓰이는 말이 아닌가. 하나같이 무서운 단어들이다.


"응. 연료도 저항도 요구하지 않고, 원소 자체로 빛을 낼 수 있는 유일한 방법. 네 피부에 가득한 수소만으로 얼마든지 가능하지."


주동화는 핵 어쩌고 하는 무시무시한 것이 수소만으로 가능하다는 게 믿기지가 않았다. 


수소는 물 분자에도 들어있고, 피부 속에는 물론이거니와 사방팔방에 널려있지 않나.


"아까 핵.. 뭐라고 하셨죠?"

"핵융합이란다. 최근에 대체에너지로 주목받는 기술이야."


대체에너지라면 태양열 같은 에너지를 말하는 것일 텐데, 주동화는 핵융합 에너지는 들어본 적이 없었다. 


이따 핸드폰을 받으면 검색해 봐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는데, 박사가 말했다.


"그건 태양."

"네?"

"태양이 빛을 내는 원리이기도 해."


이에 주동화는 눈을 동그랗게 떴다. 깜짝 놀라는 주동화에게 박사는 이렇게 말했다.


"한마디로 말해... 너는 걸어 다니는 태양일 수도 있다는 거지."

"뭐라고요?!"

"가설이야 가설. 아직 확실한 건 아무것도 없단다."


박사는 당황하는 주동화를 진정시키며 말했다. 


갑자기 온몸이 번쩍이는 현상은 박사의 입장에서도 본 적이 없으니 당연하다. 아직 무슨 원리로 빛이 나는지 알 수 없다.


논문을 다 찾아보았지만 비슷한 케이스조차 보고된 적이 없다. 


도시 전설처럼 전해 내려오는 인체 발화에 대한 이야기가 전부. 심지어 그 도시 전설에서조차 화염이나 빛이 보였다고 하지 않는다.


대체 인간의 피부 어디에 광원이 될 만한 물질 있는 것일까. 핵융합은 이제 마지막 남은 가설이었다.


그리고 만약 주동화의 몸에서 실제로 핵융합이 일어나고 있다면, 자칫 주동화가 위험해질 수도 있는 일이었다. 박사가 우려하는 바는 이것이었다.


룩시온은 완전히 미지의 물질. 인체에 동화되었을 때 어떤 일이 발생할지 아는 사람은 지구상에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박사가 크게 조급함을 느끼지 않는 이유는 심증이 있기 때문이었다. 


룩시온이 안전할 것이라는 확실한 심증이.


주동화의 아버지, 주은표 박사가 직접 룩시온을 아들에게 건넸다는 사실. 


이것은 룩시온이 주동화를 해하지 않을 것임을 보여주는 명백한 증거가 되었다.



***



고된 룩시온 훈련에 1시간 야근. 주동화는 하품을 하며 집으로 향하고 있었다.


차를 사면 조금 더 편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닌가, 왔다 갔다 운전을 하는 게 더 피곤하려나.


차를 살지 말지를 고민하는데, 누군가 앞을 가로막았다.

    

"주동화."


양재준이다. 가뜩이나 피곤한 데 만나고 싶지 않은 인물이다. 주동화는 한숨을 쉬며 고개를 들었다.


"또 무슨 일이야?"

"내가 흥미로운 사실을 하나 알아냈거든."

"뭐? 룩시온 데이터라도 찾아냈냐?"

"그랬다면 더 좋았겠지만."

"룩시온 데이터는 포기하는 게 좋을 거야. 아무것도 남은 자료가 없어."

    

주동화는 양재준을 일찌감치 포기하게 하기 위해 말했다.


그러자 양재준은 의외의 반응을 보였다.


"뭐, 어느 정도는 예상한 일이야."

    

이걸 이렇게 바로 믿는다고? 주동화는 내심 놀라면서도 잘 되었다고 생각했다.

    

"그럼 나한테 볼일 없지? 다시는 찾아오지 마."

    

이것으로 제발 양재준과의 인연이 끝나기를 바라며 지나치려는데, 양재준이 어깨를 붙잡았다.

    

"어딜 가려고? 너 나한테 볼일 없냐?"

"내가 너한테 무슨 볼일이 있어."

    

주동화는 어이가 없었다. 그리고 어깨를 붙잡은 양재준의 손을 거칠게 떼어내자, 양재준은 크게 웃음을 터뜨렸다.

    

"둔해 빠져갖고! 너는 니가 외동인 것에 감사해라."

"무슨 소리야 그게?"

    

양재준은 핸드폰을 들어 버튼을 눌렀다.


‘내가 룩시온과 결합할 때 목숨을 구해 준 사람이야.’


양재준의 핸드폰에서 주동화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이것은 집에서 어머니와 했던 대화였다.


주동화는 당황하여 말했다.

    

"뭐야, 도청?"

"이렇게 둔해서야, 너는 형제가 있었으면 벌써 등 뒤에 칼 맞아 죽었어."

"대체 어디에 설치해 놓은 거야!"

    

주동화는 곧바로 온몸을 뒤졌다. 지갑, 핸드폰, 옷, 가방. 머리카락 속도 확인하고 귀와 목 뒤도 만져봤다. 


하지만 도청 장치가 붙어있는 건 없는 것 같은데.

    

주동화가 퍼덕거리는 것을 한심하게 지켜보던 양재준이 말했다.

    

"핸드폰. 핸드폰에 했어, 이 멍청아."

    

양재준의 말에 주동화는 허겁지겁 핸드폰을 살폈다. 특별히 이상한 게 붙어있지는 않았다.

    

"뭐 없는데?"

"요즘 누가 눈에 다 보이게 도청을 하냐. 프로그램으로 하지."

"내 핸드폰에 뭘 깔았단 소리야?"

"아니 뭐 꼭 도청을 할 생각은 아니었는데 네가 버스에서 와이파이를 쓰더라고. 이건 뭐 제발 엿들어 주세요 하는 것도 아니고..."

    

버스 와이파이에 연결했을 때 보안을 뚫고 들어온 거였다. 공공 와이파이가 위험하다는 말은 들어봤지만 이렇게 실제로 당하게 될 줄이야.

    

양재준이 도청한 음성 파일이 들어있는 핸드폰을 만지작거리며 말했다.


"그래서, 너도 결합한 거지? 룩시온이라는 원소랑."


이걸 도청 때문에 들키다니. 주동화는 말없이 양재준을 노려보았다.


"사실 어느 정도는 예상을 했어. 30층 건물에서 추락했는데 다친 데 없이 살아났잖아."


양재준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사람들은 다들 기적이라고 했지만, 기적에도 정도가 있지."


양재준의 말은 사실이다.


틸엘 사옥에서 떨어지고도 멀쩡한 주동화에게, 사람들은 입을 모아 기적이라고 말했다. 주동화는 그 말에 조용히 고개를 끄덕여야 했고 말이다.


"그렇다면 너는 주은표 회장과 같은 신체 능력을 갖고 있을 텐데, 왜 능력을 쓰지 않지?"


양재준은 질문을 하고서 스스로 대답했다.


"답은 하나. 사용할 수 없는 거야."


일부러 사용하지 않는다는 선택지는 저놈한테 없는 건가. 하지만 그 탓에 정확하게 답을 맞췄다.


주동화는 애써 의연한 표정으로 양재준의 말을 들었다.


"아마 룩시온과 잘못 결합이 되었거나, 뭐 그런 이유겠지."

         

주동화는 한숨을 놓았다. 


양재준은 그가 레이젯에서 룩시온 훈련을 하는 사실은 모르고 있었다. 내구도 실험장에서의 일은 도청되지 않은 것이다. 


공장에 들어갈 때 핸드폰을 반납하고 들어간 게 이렇게 다행한 일이 되다니.


"어쨌든 이걸로 확실해졌다. 룩시온은 다수의 인간과 결합할 수 있어. 주은표 회장, 그리고 너. 세 번째가 누가 될지는 아무도 모른다는 거지."


양재준의 추리는 충분히 그럴싸했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사실을 모르고 있었다.


룩시온은 결합하려는 인간의 신체 정보에 맞게 구조를 변화시켜야 한다. 그리고 그 방법은 돌아가신 그의 아버지만이 알고 있다.


이 사실을 까맣게 모르는 양재준은, 눈을 번뜩이며 말했다.


"룩시온을 이용한 슈퍼휴먼 프로젝트는 유망한 사업이 될 수 있다는 얘기야."


그러나 주동화는 양재준의 말에서 틀린 부분을 구태여 지적하지 않았다.


룩시온에 대해 그가 아는 정보를 양재준에게 말해 줄 필요는 없어 보였기 때문이다.


"그리고 틸엘에서 룩시온에 대해 알고 있는 건 주의사항이 전부지."


주동화가 가만히 있자, 양재준은 혼자서 계속 떠들어댔다. 저 주의사항 이야기도 도청으로 알아낸 것이다.


주동화는 다시금 도청을 당한 사실에 속이 쓰렸다.


"그렇다면, 너희와 우리는 입장이 똑같다는 얘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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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빛에 관하여 21.08.06 455 9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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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 비밀을 풀다 21.08.04 490 10 11쪽
39 그날의 진실 (2) 21.08.03 494 10 12쪽
38 그날의 진실 (1) 21.08.02 496 9 12쪽
37 드디어 나타난 실마리 21.08.01 542 11 12쪽
36 책임 전가 21.07.31 527 11 10쪽
35 다음 단계로 +1 21.07.30 560 13 6쪽
34 새로운 시작 +1 21.07.29 586 12 13쪽
33 결합하다 21.07.28 596 12 13쪽
32 지구상에서 가장 새로운 것 21.07.27 586 12 13쪽
31 다른 차원의 힘 +1 21.07.26 608 13 11쪽
30 최고의 보물 +2 21.07.25 609 14 10쪽
29 적인가 아군인가 +2 21.07.24 598 9 11쪽
28 구출 작전 (3) 21.07.23 599 11 12쪽
27 구출 작전 (2) 21.07.22 594 10 13쪽
26 구출 작전 (1) 21.07.21 619 12 11쪽
25 스파이 +1 21.07.20 651 11 11쪽
24 감금 21.07.19 649 12 12쪽
23 친구 +2 21.07.18 688 13 11쪽
22 아버지의 비밀 (2) 21.07.17 687 13 10쪽
21 아버지의 비밀 (1) 21.07.16 699 13 11쪽
20 침입자 (3) 21.07.15 661 13 11쪽
19 침입자 (2) +2 21.07.14 689 12 12쪽
18 침입자 (1) 21.07.13 722 14 12쪽
17 불청객 21.07.12 740 13 12쪽
16 비밀 연구실 21.07.11 760 13 11쪽
15 기자 회견 21.07.10 777 13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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