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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창 님의 서재입니다.

어느샌가 이능력 사이언티스트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SF

완결

민창
그림/삽화
제이지
작품등록일 :
2021.06.25 09:12
최근연재일 :
2021.10.06 13:05
연재수 :
104 회
조회수 :
51,212
추천수 :
893
글자수 :
532,633

작성
21.07.17 14:05
조회
687
추천
13
글자
10쪽

아버지의 비밀 (2)

DUMMY

주동화는 경악을 하고 있었지만, 이 상황에서 '뭐라고요?'라고 끼어들기에는 어머니가 너무나 서슬 퍼런 얼굴을 하고 있어서 입도 뻥긋할 수가 없었다.


어머니는 이해가 안 간다는 표정으로 물었다.


"어떻게 아버지가 되어서 그런 짓을 할 수가 있어."

"아버지니까 당연히 그래야지. 우리 아들을 가장 먼저 보호해야 되니까."

"누구한테서 보호해야 되는데?"

"당신은 직접 보지 못했으니 이해하기 어려울 거야. 하지만 제발 나를 믿어 줘."

"나는 항상 은표 너를 믿었어."


그러자 아버지가 마치 구원이라도 받은 표정으로 어머니를 바라보았다.


"하지만 이제 잘 모르겠어. 세상은 이렇게 평화로운데 뭘 대비하겠다는 건지."


어머니는 힘없이 말했다.


"반면에 네가 동화한테 주입하려는 그 물질이 위험한 건 너무나 명확해."

"지구에서는 완전히 새로운 물질이지만 인간의 몸과 결합이 불가능한 건 아니야. 저쪽 차원 사람들은 모두 성공했으니까. 연구하면 반드시 방법을 찾을 수 있어."

"좋아, 다 좋다고. 가능성이 보이면 성공할 때까지 방법을 찾는 건 당연한 일이니까."


어머니는 어느 정도 아버지의 의견에 동의하는 것처럼 보였지만,


"그런데 왜 그 방법을 찾는 수단으로 내 아들 몸을 쓰냐는 말이야."


여전히 물러서지 않았다.


"실험쥐를 대상으로 실험한 기록이 있어야 할 자리에 왜 내 아들 데이터가 있냐고. 너 지금 내 아들 몸에 그 정체도 모를 물질을 바로 넣으려는 거잖아. 내 말이 틀려?"

"맞아. 하지만 테스트로 낭비하기에는 양이 너무 적어. 저쪽 차원에서도 귀한 물질이라 소량밖에 구하지 못해서..."


아버지는 어머니에게 계속 해명을 했지만 어머니에게는 변명으로밖에 들리지 않는 것 같았다. 어머니는 아버지의 말을 자르고 물었다.


"테스트 없이 단번에 성공하겠다고? 레퍼런스도 없는 실험이 성공할 수 있다고 생각해?"

"이건 불가능해서는 안 돼. 미래를 위해서 반드시 성공해야만 하는 일이야. 내가 꼭 성공할 거고."

"실패할 확률은 생각 안 해? 그러다가 잘못되면? 우리 동화한테 무슨 일이라도 생기면?"


어머니의 목소리가 떨리기 시작했다.


"나는 도저히 너를 이해할 수가 없어. 나는 우리 동화 몸에 감기 바이러스 하나 들어오는 것도 무서운데. 알 수도 없는 물질을 넣겠다니."


어머니의 눈에는 결국 눈물이 고였고, 아버지는 어쩔 줄을 몰랐다. 주동화는 대화에 끼어들어 멈추어야 할 것 같아 눈치를 보았다.


"니가 아버지로서 한 게 뭐야. 니가 잘한 거라고는 딱 하나야. 내가 너한테 고마운 건 딱 하나. 우리 동화 태어난 다음에 실종된 거."


어머니는 울음이 차올랐으면서도, 칼날로 자르듯 또렷하게 단어를 뱉었다.


"그것 말고 네가 아버지로서 한 일은 아무것도 없어."


이 말에, 아버지가 어떤 대답을 할 수 있을까.


아버지는 아들이 태어나자마자 사라졌다가 스무 살이 넘어 돌아왔다.


아버지가 돌아오셨기 때문에 월세 걱정을 하지 않게 되었고 주동화는 취직 비슷한 것을 했다. 그것으로 조금 더 윤택하고 편안한 삶이 되었음은 분명하다.


하지만 그것이 그와 어머니가 바라던 삶이었을까 묻는다면 바로 대답할 수는 없었다. 그와 어머니는 아버지가 없었다고 해도, 월세가 백날 밀린다고 해도 행복했을 것이다.


비록 취직이 안 돼서 고생은 했을 수도 있겠지마는, 월세를 밀리는 날이 또 있었을지도 모르겠지마는, 주동화와 어머니는 완벽한 한 가족으로서 모자란 것이 없었다.


두 사람 사이에 아버지가 ‘얹혀 들어온’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었다.


만약 어머니가 버텨내지 못했다면, 지금 이곳에 세 식구가 모여 있을 수도 없었다.


지금 세 사람이 이곳에 함께 있을 수 있는 것은 전적으로 어머니가 아들을 포기하지 않아서, 인생을 포기하지 않아서일 것이다.


아마 그것을 가장 잘 알고 있을 아버지는 어머니의 눈을 바라보지 못했다. 이번엔 아버지가 울 것 같은 얼굴이 되었다.


그러나 어머니는 그런 아버지를 보고서도 조금도 분노를 내려놓지 않았다.


"너 내 아들한테 손끝 하나만 대 봐. 그땐 내 손에 죽는 거야."


어머니는 그대로 집을 나갔다. 현관문이 열리고 닫히는 소리가 고요한 거실에 차갑게 울렸다. 아버지는 이마를 짚고 방문 옆에 기대어 섰다. 주동화는 바로 어머니를 뒤따라 나갔다.



***



"엄마! 어디 가!"

"할머니네 갈 거야. 아빠한테는 말하지 마."

"말 안 해도 알 것 같은데."

"그래? 그럼..."


그러면서 어머니는 핸드폰을 확인했다. 하지만 마땅히 연락할 만한 상대가 없는지 도로 핸드폰을 가방에 넣었다.


주동화는 잘 알고 있다. 어머니는 홀로 아들을 키우느라 친구들과 한 번 만나지도 못했다.


아버지가 돌아온 후에는 시간도 돈도 여유가 있지만 어머니는 혼자 여가를 즐기거나 놀러 다니거나 하는 일은 전혀 없었다.


집에서 책을 읽거나 성당에서 봉사하러 다니거나 하는 정도가 다였다. 그러니 고성에 있는 할머니나 고향 친구들이 아니면 어머니가 신세를 질 만한 곳은 없을 것이다.


"집 나가면 고생밖에 더 해? 집에 있어 그냥."

"너희 아빠 꼴도 보기 싫어. 안 들어갈 거야."

"나 때문에 그래? 내 걱정은 하지 마. 절대 실험 도구 안 될 거니까."

"그래, 절대 그 지하 연구실에 가면 안 돼."


어머니는 그렇게 말하며 집 앞에 있는 버스정류장 의자에 앉았다. 주동화는 그 옆에 나란히 앉았다. 그러자 어머니는 한숨을 쉬며 말씀하셨다.


"사실 엄마는 네가 틸엘에 출근을 하는 것도 걱정이 되지만, 멀쩡히 다니는 회사를 관두라고는 할 수 없구나."


어머니는 언제나 아들의 입장이 먼저였다. 그 회사 당장 때려치우라고 말했다면 주동화는 아마 어머니의 말을 따랐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어머니는 단 한 번도 그의 일에 관해서 선택을 강요한 적이 없다. 지금의 그를 만든 것은 온전히 어머니인데, 어머니는 언제나 아들이 원하는 대로 하길 바랐다.


"생각해 볼게."


틸엘은 사실 그가 원했던 직장도 아니고, 어머니가 걱정한다면 그만둘 수 있었다.


게다가 지금의 아버지는 어딘가 홀린 사람처럼 보였다. 아까 어머니와 아버지가 대화할 때 내용을 잘 이해 할 수는 없었지만, 어머니는 계속해서 연구의 위험성을 걱정했던 것 같았다.


우라늄이니 방사성 원소니 하는 것이 위험한 물질이라는 것은 과학을 잘 모르는 주동화도 알고 있었다. 그리고 아버지는 다른 차원에서 가져온 미지의 원소를 그의 몸에 넣으려고 했다.


하지만 아버지는 어머니가 뭐라고 한들 연구를 강행하겠다는 입장인 것 같았다. 어떻게든 어머니를 설득시키려고 하지 않았나.


그 연구의 내용이 무엇인지 알 수는 없었지만, 주동화는 아버지가 현실을 보지 않으려 한다는 느낌을 받았다.


20년만에 불쑥 나타나 회사를 만들었고 그 회사는 순식간에 성장했다. 회사를 창립할 때도 아버지는 뭔가에 홀린 것처럼 일했다.


신에게서 신탁을 받은 신앙인처럼 연구에 몰두한 것이다. 그 결과 정말 세상에 존재하지도 않던 룩스미터가 탄생하고, 아직 세상에 소개되지 않은 궁극의 기술인 엘 글래스도 빛을 보았다.


아버지는 말 그대로 불가능을 가능으로 만들고 있는 중이었지만.


"너희 아빠가 가끔씩 앞뒤 안 보고 밀고 나가거든. 자신감이 너무 넘친다니까. 브레이크를 걸어 줘야 돼."


어머니는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하기야 이해가 안 가는 건 아니었다. 아버지는 재벌 2세고, 천재 소리를 들을 만큼 머리가 비상했다.


세상에 무서울 것이 뭐가 있었겠는가. 돈과 두뇌를 둘 다 손에 쥐고 태어났으니 말이다.


뭐든 가능해 보이고 뭐든 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었다. 어머니는 대학교 때부터 아버지를 봐 왔으니 잘 알고 있는 것 같았다.


"그러다가 돌이킬 수 없는 실수를 했었으면서 말이야."

"아버지가 실수를 했었어?"

"실험하다가 실종됐었잖니. 20년이나. 그 실험 할 때도 얼마나 자신이 넘쳤는지 몰라."


프랑스의 입자 물리 연구소에서 실종되었던 일을 어머니는 실수라고 말했다.


하지만 주동화는 문득 의문이 생겼다. 그게 정말 실수였을까.


아버지는, 벌어질 결과를 알고서도 그렇게 한 것이 아닐까.


어머니와, 갓 태어난 아들을 두고서도 성취욕을 누르지 못했던 건 아닐까.


"아무튼 너희 아빠가 그 말도 안 되는 연구를 그만두기 전까지는 집에 안 갈 거야."

"혼자서 어디에 가 있으려고 그래."

"어디든 가야지. 고성이든 어디든 일단 가면 잘 데가 없겠어?"

"그럼 나도 같이 가."

"엄마 때문에 그럴 거 없어. 이건 엄마랑 아빠 일이야."


어머니는 지금 아버지를 ‘브레이크 거는 일’을 하려는 것 같았다.


아마도 어머니는 오래 전 그날 아버지가 입자 물리 연구소에서 독단적으로 추진한 연구를 막지 못한 것에 대해 후회를 하고 있는 듯했다.


그래서 그때와 같은 일이 벌어지지 않게 지금은 강경하게 나선 것이리라. 이것은 그를, 그리고 아버지를 지키기 위해서임을 주동화는 알고 있었다.


그때 핸드폰 진동이 울렸다. 보안팀장의 이름이 떠서 전화를 받았다.


"한규성 위치 확인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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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 지구상에서 가장 새로운 것 21.07.27 586 12 13쪽
31 다른 차원의 힘 +1 21.07.26 608 13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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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 구출 작전 (1) 21.07.21 619 12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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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 친구 +2 21.07.18 688 13 11쪽
» 아버지의 비밀 (2) 21.07.17 688 13 10쪽
21 아버지의 비밀 (1) 21.07.16 699 13 11쪽
20 침입자 (3) 21.07.15 662 13 11쪽
19 침입자 (2) +2 21.07.14 689 12 12쪽
18 침입자 (1) 21.07.13 722 14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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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비밀 연구실 21.07.11 760 13 11쪽
15 기자 회견 21.07.10 777 13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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