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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창 님의 서재입니다.

어느샌가 이능력 사이언티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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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민창
그림/삽화
제이지
작품등록일 :
2021.06.25 09:12
최근연재일 :
2021.10.06 13:05
연재수 :
104 회
조회수 :
51,595
추천수 :
895
글자수 :
532,633

작성
21.08.01 1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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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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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글자
12쪽

드디어 나타난 실마리

DUMMY

퇴근 후 주동화는 집과 반대쪽으로 가는 전철을 탔다.


목적지는 수유역. 강남인 회사에서는 조금 거리가 있다.


임이섭이 사라지고 나서, 주동화는 계속 피스메이커를 찾아다녔다.


그러나 인터넷을 아무리 뒤져도 피스메이커에 대한 내용은 찾을 수 없었고, 기사를 찾아봐도 피스메이커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


그나마 할 수 있는 일은 포털사이트 지도에서 피스메이커를 검색하는 것이었다.


그렇게 했더니 전국에 몇몇 곳에 피스메이커라는 이름을 가진 사업체가 떴다.


"도봉로 91길..."


주동화는 핸드폰을 보며 주소를 다시 확인했다.


수유역에서 내려 골목으로 조금 들어가면 있는 곳이다.


사실 이곳까지 갈 생각은 없었다. 왜냐하면 여기는 카페니까 말이다.


하지만 지도에 나온 피스메이커라는 상호명을 가진 곳 중에 마지막으로 남은 가게가 여기였다.


다른 곳들은 컴퓨터회사, 콜센터, 도매시장 등이었고 모두 찾아가 봤지만 경호업체나 보안업체는 없었다.


피스메이커는 정보기관 이상의 폐쇄성을 보이는 기관이다. 일반인이 쉽게 접촉할 수 있을 리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주동화는 전부 찾아가 보았다.


수유역에 내린 주동화는 카페 피스메이커로 향했다.


사실 크게 기대를 하진 않고 있었다. 카페에 커피와 차 말고 뭐가 더 있겠는가.


"어서 오세요."


주동화가 카페 안으로 들어가자 아르바이트생, 혹은 가게 주인, 어느 쪽이어도 이상하지 않을 젊은 남자가 인사를 했다.


가게 안에 의자는 없었다. 테이크아웃 전문점인 모양이었다.


주동화는 카운터 앞에 서서 메뉴판을 보았다.


커피와 차, 간단한 간식이 있다. 여기는 전형적인 카페다.


뭘 기대한 걸까. 주동화는 피식 웃음이 나왔다.


"아메리카노 한 잔 주세요."

"아이스로 드릴까요?"

"네."


들어 왔는데 그냥 나가기 뭣해 시원한 음료를 시켰다. 답답한 속을 얼음으로라도 달래려는 생각이었다.


이렇게 마지막 가능성이 사라졌다. 피스메이커는 대체 어디에 가면 찾을 수 있는 건지.


"손님, 음료 나왔습니다."


점원은 커피를 건네며 주동화에게 말했다.


"저희 마카롱도 맛있거든요. 한 번 드셔 보세요."

"아.. 마카롱이요?"


그러나 지금 주동화는 간식을 먹을 기분이 아니었다.


"다음에 먹어 볼게요."


다음에 올 일은 없겠지만, 대충 점원의 기분이 상하지 않게 대답하고 카페를 나왔다.


"난 여기서 뭘 하고 있는 거지."


밖으로 나오니 한숨이 나왔다. 피스메이커를 찾으려는 노력은 모두 수포로 돌아갔다.


임이섭은 어디로 간 건가. 피스메이커는 대체 어디에 가면 만날 수 있는 건가.


주동화가 궁금한 것은 임이섭의 안위였다. 죽었는지 살았는지조차 모른다니. 답답할 뿐이었다.


"그래 뭐, 죽었든 살았든 내가 무슨 상관이야."


틸엘의 스파이인데, 신경을 끄자고 몇 번이나 마음먹었지만 그럴 때마다 그 순간이 떠올랐다.


룩시온에 의해 붕괴되고 있던 몸과 정신.


임이섭은 그때 그를 살려준 사람이다. 고맙다는 인사도 하지 못한 게 아쉬운 것일지도 모른다.


주동화는 또 어디를 찾아봐야 할지를 고민하며 집으로 향했다.



***

    


집에 들어온 주동화는 현관에서 어머니의 구두를 보았다. 어머니가 집에 계신 것은 오랜만이었다.


어머니는 아버지가 돌아가신 뒤로 회사에서 살다시피 하고 있기 때문이다.


"어, 동화 왔니?"


거실 쪽에서 어머니 목소리가 들렸다. 석 달 전에는 당연했던 일인데 귀가를 반기는 어머니가 지금은 무척 낯설다.


그의 어머니는 가정주부로 살다가 갑자기 한 회사의 수장이 되었다.


아무리 생물학 박사 학위를 가졌다고 해도 연구와 경영은 천지 차이가 아닌가.


어머니는 회사를 다시 일으키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중이었다.


한빛 항공 회장과 틸엘 대표이사를 겸직하고 있던 아버지가 사망한 뒤, 은퇴했던 그의 할아버지가 다시 회장직으로 복귀하였지만 아직 예전만큼 원활하게 일이 돌아가고 있지 않았다.


한빛 항공을 비롯한 다른 계열사도 진통을 겪고 있었고, 어머니는 틸엘의 새로운 대표이사 체제를 정착시키는 데 온 힘을 쓰고 있었다.

    

거실로 들어가자 어머니는 소파에 앉아 책을 읽고 있었다.


"엄마. 밥 먹었어?"

"응, 대충~"


식탁을 보니 그릇에 숟가락이 하나 담겨있는 게 보였다. 아마 시리얼로 저녁을 때운 것 같은데, 주동화는 어머니에게 말했다.


"밥을 잘 챙겨 먹어야지. 그리고 책 그만 보고 잠 좀 자."

"아까 잠깐 눈 붙였어. 엄마가 경영은 잘 몰라서 공부를 많이 해야 돼."

"아니 눈을 붙이는 게 아니고, 잠을 자란 말이야."


아무리 설득해도 어머니는 알았다고만 할 뿐 책을 내려놓지 않았다.


그의 어머니가 이토록 필사적으로 지키려 하는 회사. 틸엘은 그만한 가치를 지니고 있다는 것에 주동화도 동의하는 편이었다.


룩스미터로 도움을 받고 있는 사람들만 생각해도 그 가치를 부정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때 어머니가 읽던 책을 덮고 물었다.


"요즘 회사 다니는 건 어떠니?"

"똑같지 뭐."

"연구실 분위기는 괜찮고?"

"응. 회사 주가 오르고 있다고 다들 좋아하던데."

"그래. 다행이다."


하지만 노바 그룹이 무혐의로 풀려난 것에 대해서 모두가 불만을 표현했었다.


주동화는 어머니에게 그 일에 대해 말을 꺼냈다.


"오늘 기사 난 거 봤어? 노바 무혐의래."

"응, 알아."

"그대로 놔둘 거야?"

"놔둬야지. 노바 쪽도 나름대로 꽤 손실이 컸단다."

"손실은 무슨. 아무런 책임도 안 졌잖아."

"자존심에 크게 스크래치 입었잖아. 결국 틸엘의 기술력을 탐냈다는 걸 인정한 꼴이니까."

"노바에볼루션인가 뭔가가 했다고 자기네랑 상관없다던데?"

"그렇게 말해도 결국엔 노바 그룹이야. 망신을 제대로 당한 거지."


어머니는 이 정도로 마무리할 생각인 것 같았다. 하지만 주동화는 인정할 수가 없었다.


"우리한테 접촉한 건 일렉트릭이었어. 에볼루션이 아니라."


노바일렉트릭이 틸엘에 방문했던 증거도 CCTV를 찾아보면 있을 것이다.


그냥 기자들한테 퍼뜨리면 쉽게 해결될 문제인데.


노바 그룹, 특히 노바일렉트릭에 대한 기사라면 특종이 될 테니 좋다고 달려들 것이 아닌가.


"그렇게 파고 들어봤자 틸엘에 좋을 게 없어."

"나쁠 건 뭔데?"

"돈과 시간이 소모되지. 증거 수집하고 기자 컨택하고 하는 게 저절로 되진 않아."


어머니는 주동화의 생각을 전부 읽고 있었다. 주동화도 어머니의 말이 틀렸다고는 생각되지 않았다.


하지만,


"그래도 진실을 밝혀야지. 그놈들한테 납치까지 당했었잖아!"


그냥 덮고 넘기기에는 너무 괘씸하지 않은가.


틸엘의 기술력을 빼내려 했던 건 노바 그룹의 핵심인 노바일렉트릭인데.


"하지만 사옥에서 너를 공격한 건 노바가 아니잖니."

"뭐?"

"그 혐의로 노바의 목을 졸랐던 건데, 사실 그건 노바의 짓이 아니야."


주동화는 놀라움을 감출 수 없었다.


어머니는 그날 사옥에서 총격전을 벌인 상대가 노바그룹이 아닌 것을 알고 있었다.


주동화는 당황해서 어머니에게 물었다.


"알고 있었어...?"

"응."


하지만, 어머니는 분명히 기자들에게 이 공격은 노바 그룹이 저지른 것이라고 말했었다.


그 직후에 정말로 총알이 노바 그룹을 통해 입수되었다는 것이 밝혀졌고 말이다.


"그럼 왜 노바 짓이라고 인터뷰 한 거야?"

"노바가 괘씸하잖니. 칭다오 일도 발뺌을 하고."


어머니가 웃으며 말했다. 하지만 주동화는 웃음이 나오지 않았다.


"그럼 증거로 나온 탄환은? 설마, 엄마가 꾸민 일이야?"

"자세한 이야기는 해줄 수가 없구나."

"엄마!"

"안 되는 건 안 되는 거야."


어머니는 단호하게 말한 뒤 다시 책으로 눈길을 돌렸다.


하지만 주동화는 여기서 질문을 그만둘 수는 없었다. 뭔가 피스메이커와 관련이 있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


왜냐하면 틸엘 사옥을 공격한 것은 피스메이커.


즉, 사옥을 공격한 것이 노바 그룹으로 결론이 나면 가장 이익을 얻는 조직이다.


아니, 사옥을 공격한 것이 노바 그룹으로 결론이 나야만 하는 조직이다.


이 세상에 알려져서는 안 되는 존재이니까.


주동화는 어머니에게 직접적으로 물었다.


"설마... 피스메이커랑 접촉했어?"

"피스메이커가 뭔데? 무슨 말인지 잘 모르겠구나."


어머니는 이렇게 대답하고 입을 다물었다.


하지만 주동화는 머릿속에서 뭔가 이상하다는 생각이 떠나질 않았다.


어머니는 비겁하게 진실을 감추는 사람이 아니다.


그런 어머니가 사옥 총격전과 전혀 관련 없는 노바 그룹에 모든 혐의를 뒤집어씌웠다.


어머니가 노바에게 모든 것을 뒤집어 씌우려고 증거를 조작하는 그림은 아무래도 그려지지 않는데.


뭔가 외압이나 거래가 있었다고밖에는 생각되지 않는다.


그리고 압박을 준 상대는 피스메이커임이 유력하다.


어머니가 피스메이커에 대해 뭔가 알고 있을지도 모른다. 어쩌면 임이섭에 대해서도.


아직 심증일 뿐이지만 파고들어 볼 가치는 있다.


실마리를 찾아낸 주동화는 가슴이 두근거렸다.


    

***



"주동화! 왜 이렇게 처져있어?"


김충민이 주동화의 등을 두드리며 말했다. 주동화는 맥없는 목소리로 대답을 했다.


"청소를 좀 하고 와서요."

"청소? 아침부터?"

"네..."


내구도 실험장의 물을 닦아내느라 꼬박 두 시간이 걸렸다.


덕분에 일과가 시작하기 전 아침부터 녹초가 되었다. 오늘 하루 무사히 버틸 수 있기를 기도할 뿐이었다.


"무리하지 말고 쉬엄쉬엄 해."


김충민 주임이 말했다. 주동화는 고맙다고 대답한 뒤 졸린 눈을 비볐다.


오늘은 실험장을 치우느라 룩시온 훈련도 별로 하지 못했다.


두 달째 지지부진한 룩시온 컨트롤을 생각하면 한숨부터 나온다.


"동화씨, 시약 좀 준비해 주세요."


우재혁 주임이 주동화에게 실험 계획서를 건네며 말했다. 실험실 시약 세팅을 요청한 것이다.


주동화는 계획서를 받아들고 실험 준비실로 터덜터덜 들어갔다.


연구실에서는 암 조기 진단을 위한 연구로서, 암세포를 찾아낼 수 있는 용액을 만드는 연구를 하고 있다.


인체에 무해하면서, 암세포를 찾아내고 나아가 파괴할 수 있는 용액을 만드는 것이 목적이다.


때문에 시약실에는 없는 약품이 없었다. 주동화는 준비실에 빽빽하게 늘어선 시약들 중에 필요한 것을 찾아내기 시작했다.


"C 24 H 40 O 4..."


주동화는 계획서에 써있는 대로 시약을 하나씩 꺼내 트레이에 담았다.


"어떻게 해야 알아낼 수 있을까."


하지만 지금 주동화의 머릿속은 피스메이커에 대한 생각으로 가득했다.


어머니가 뭔가 알고 있는 거 같긴 한데, 말을 해주질 않는다.


어떻게 알아낼 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


세 달 만에 처음으로 나타난 피스메이커에 대한 단서였다.


지금까지 우리나라의 모든 피스메이커를 방문해 봤지만 소용이 없었는데, 등잔 밑이 어둡다고 어머니에게서 실마리를 발견하다니.


"맞아. 엄마는 임이섭이 나를 살린 걸 모르고 있어."


어머니는 임이섭이 총기를 소지하고 사옥에 무단으로 침입한 사실에 대해서는 보고를 받았을 것이다.


대표실에서 벌인 그 난리까지 상세하게 보안팀으로부터 전해 들었으리라.


하지만 주동화가 룩시온과 결합할 때, 몸이 파괴되지 않게 붙잡아 준 사실은 모르고 있다.


이건 주동화 혼자만 아는 사실이기 때문이다.


만약 그 이야기를 한다면, 어머니가 임이섭에 대해 아는 걸 말해줄지도 모른다.


"빨리 얘기하러 가야 돼."


이러고 있을 때가 아니었다. 당장 대표실로 올라가서 어머니를 만나야 했다.


주동화는 서둘러 시약들을 찾아 트레이에 올렸다.


시약들을 들고 실험실로 들어가니 사전 브리핑이 한창이다.


"동화야, 시약 이리 줘."


김충민이 다가와 시약 바구니를 건네받았다. 그리고는 화이팅하라는 듯 주먹을 쥐어 보이며 말했다.


"실험하는 동안은 부를 일 없으니까, 공부에 집중해."

"네, 감사합니다."


평소 같았으면 과학 공부를 했겠지만 지금은 그럴 상황이 아니었다.


실험실을 나온 주동화는 곧장 대표실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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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 지구상에서 가장 새로운 것 21.07.27 590 12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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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 구출 작전 (2) 21.07.22 598 10 13쪽
26 구출 작전 (1) 21.07.21 625 12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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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 아버지의 비밀 (1) 21.07.16 703 13 11쪽
20 침입자 (3) 21.07.15 666 13 11쪽
19 침입자 (2) +2 21.07.14 693 12 12쪽
18 침입자 (1) 21.07.13 725 14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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