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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창 님의 서재입니다.

어느샌가 이능력 사이언티스트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SF

완결

민창
그림/삽화
제이지
작품등록일 :
2021.06.25 09:12
최근연재일 :
2021.10.06 13:05
연재수 :
104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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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수 :
893
글자수 :
532,633

작성
21.08.03 1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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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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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글자
12쪽

그날의 진실 (2)

DUMMY

"웃기지 마. 당신 짓이잖아. 내가 당신들을 다 감옥에 집어넣을 거야."

"글쎄요. 해 보시든가요."

"여기 주소와 연락처 다 있고 네가 직접 죄를 말했는데. 내가 못 하겠어?"

"누구한테 연락하실 건데요?"

"경..."

    

경찰.

    

경찰은 의미가 없다. 공공기관이다.

    

법원도 마찬가지.

    

"사설 경호업체라도 부르실 건가요? 그들이 피스메이커를 제압하는 건 쉽지 않을 텐데."


권채선은 당당하게 웃으며 말했다. 옥소원은 권채선을 노려보며 물었다.


"나한테 원하는 게 뭐지?"

"이제야 대화를 나눌 생각이 드셨나 보군요."


권채선은 싱긋 웃고서 말했다.

    

"이 모든 일은 노바 그룹의 짓이 될 겁니다. 증거도 발견될 거고요."


정말이지 당당한 태도였다. 옥소원은 기가 차서 대꾸도 하지 않고 권채선이 하는 말을 들었다.


"대표님께 피해가 될 것은 없습니다. 노바 그룹이 틸엘에 해로웠던 건 사실이잖아요? 칭다오로 대표님을 납치했던 일도 그렇고. 주은표 회장 사망의 원인 제공자이기도 하죠."

"당신은 어떻게 모든 걸 다 알고 있는 거지?"

"어디에나 있습니다. 저희는."


옥소원은 곁눈질로 주위를 둘러보았다. 이 사람은 그가 틸엘의 대표이사가 되었다는 것도 이미 알고 있었다. 허풍이 아닐 수도 있었다.


"몇 가지 조건만 들어주시면, 피스메이커는 틸엘의 안전을 보장해 드리죠."


그리고서 권채선은 조건을 제시했다.

    

"첫째, 룩시온 연구를 하지 말 것."


권채선은 ‘룩시온’이라는 단어를 분명하게 말했다. 이에 옥소원은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룩시온은 그의 남편이 ‘다른 세상’에서 가져온 것이라 했고, 지구상에는 없는 물질이라고 했었다.

    

그런데 정확하게 이름을 알고 있다니.

    

"룩시온을... 알고 있어?"

"네, 알고 있습니다."

"은표한테 들었나?"

"아니요. 주은표 회장과는 만난 적도 없습니다."

    

그렇다면 권채선이, 즉, 피스메이커라는 조직에서 알아낸 사실이라는 것이다.


이들은 룩시온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는 건가.


만약 아들이 룩시온과 결합되었다는 말이 사실이라면, 옥소원은 룩시온이라는 미지의 물질에 대해 뭐라도 알아야만 했다.

    

"룩시온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는 거지?"

"당신이 아는 것보다는 많이 알고 있겠죠."

"아는 게 있다면 말해 줘."

"당신에게 얘기해 줄 거였으면 룩시온 연구를 하지 말라고 말할 이유가 없죠."


그리고서 권채선은 룩시온 연구를 하지 말 것을 다시 한번 강조했다.


"알아서는 안 되기 때문에 연구하지 말라는 겁니다."

    

사실 옥소원은 건강을 되찾는 대로 룩시온을 연구할 생각이었다.


남편의 몸을 초인처럼 변화시킨 그 원소의 정체가 궁금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권채선은 그것을 하지 말라고 강요하고 있었다.

    

"둘째, 아드님이 룩시온과 결합한 것을 아무에게도 말하지 말 것."


두 번째 조건은 아들인 주동화와 관련된 사항이었다.

    

"아드님이 룩시온과 결합해버린 이상, 우리는 아드님의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할 겁니다. 그냥, 공짜로 경호원을 채용했다고 생각하는 게 마음 편할지도요."


그리고 권채선은 약간 위협적인 말투로 첨언했다.

    

"아드님이 룩시온을 갖고 딴 마음만 먹지 않는다면 해를 가하지 않을 겁니다."


이것은 딴 마음을 먹는다면 해를 가할 수도 있다는 협박이었다.


옥소원은 못마땅했지만 끝까지 권채선의 말을 들었다.

    

"셋째, 나와 만났던 것을 아무에게도 말하지 말 것."

"그래놓고 이 명함을 준다고?"

"그래도 거래처 연락처는 아셔야 하잖아요?"

"거래처라니?"

"우리는 거래를 한 겁니다. 세 가지 조건과 함께 말이에요."

"이건 거래가 아니라 협박인데. 나는 아무런 이득이 없잖아."

"회사의 안위가 보장 되셨잖아요."

"당신 말을 잘 듣는 대신에 틸엘을 무너뜨리지 않겠다, 이런 건가?"

"네. 이제 공공 서비스도 마음껏 사용하실 수 있을 겁니다. 경찰도, 구급차도 말이에요."

    

옥소원은 속이 부글거리는 것을 참고 말했다.

    

"이제 이야기 끝났지? 나는 아들을 보러 가야겠어."

"그렇게 가실 건가요?"

    

권채선은 옥소원의 위아래를 훑어보며 말했다.


짙은 색 청바지에 헐렁한 회색 티셔츠. 입원할 때 입고 나온 편한 옷이다.

    

그러더니 권채선은 손가락을 마주쳐서 신호를 보냈고, 병실 밖에서 젊은 남자가 한 명 들어왔다.


남자는 옥소원에게 검은색 정장을 내밀었다.

    

"대표이사 데뷔 무대에는 이 옷이 더 어울릴 것 같네요."

    

권채선이 웃으며 말했다.


갈아입을 옷을 제공한 권채선은 산발이 되어있던 옥소원의 머리도 완벽하게 세팅해 주었다.

    

준비가 끝나자마자 옥소원은 틸엘로 달려갔고, 수많은 기자 앞에서 자신이 대표이사직을 승계했음을 발표했다. 또한 그 자리에서 범인으로 노바 그룹을 지목했다.

    

그리고 권채선의 말대로 탄환이 증거로 발견되어 노바 그룹이 혐의를 쓰게 되었다.

    

그날 이후, 옥소원은 필사의 노력을 다해 틸엘을 경영하며 오늘에 이르렀다.

    

권채선과 한 거래 내용대로 룩시온의 ㄹ자도 다른 사람에게 꺼낸 적 없고, 아들에게도 입단속을 단단히 시켰다. 물론 개인적으로 연구한 일도 없다.

    

깊은 땅속에 묻어두듯 룩시온은 이 세상에 없는 것처럼 알고 살았다.

    

그러나 룩시온은 여전히 아들의 몸속에 있다.

    

옥소원에게는 그것이 가장 두려운 일이었다.

    

그런데 아들은 지금도 매일 새벽같이 룩시온 훈련을 하러 가고,


이제는 피스메이커에 대한 것까지 캐묻는다.


"몇 번을 물어봐도 엄마 대답은 똑같아. 아무것도 몰라."


옥소원은 다시 한번 단호하게 말했다.


그리고 이런 어머니의 태도에, 결국 주동화는 물러나야 했다.


정말 피스메이커를 모르는 건지, 알면서 감추는 건지 모르겠지만 어머니는 이야기해 줄 마음이 없어 보였다.


"알겠어."


주동화는 개운하지 못한 기분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개운하지 못한 사건이 하나 더 있다. 아까 집 앞까지 찾아왔던 양재준.


양재준은 룩시온에 대한 연구 데이터를 찾고 있었다. 그걸 내놓으라고 협박을 하러 왔었으니, 앞으로 또 귀찮게 굴 수도 있다.


주동화는 일단 룩시온 연구 데이터가 존재하는지부터 확인하고 싶었다.


"엄마, 혹시 아버지가 남긴 연구 노트에..."

"응?"

"룩시온에 대한 내용 있었어?"


주동화는 어머니에게 물어 보면서도 긴가민가 했다.

    

만약 노트에 룩시온에 대한 내용이 들어 있었다면, 어머니가 지금까지 입을 다물고 있지는 않았을 것이다.


레이젯 내구도 실험장에서 룩시온을 컨트롤하려고 들인 시간이 꼬박 석 달이다.


그런데 주동화가 그 고생을 하는 동안 어머니는 룩시온에 대해 아무런 이야기도 해 주지 않았다.

         

"룩시온에 대한 연구 데이터는 없었어. 네 아빠가 나에게 전달할 필요 없다고 생각했나 봐."

"그렇구나."


역시 그럴 것이라 생각했다. 그가 룩시온 때문에 생고생을 하는 것을 보고도 어머니가 모른 척할 리 없지 않나.


그때 어머니가 단서를 달았다.


"다만."

"다만?"

"주의사항이 있었어. 룩시온은 접촉하는 모든 유기체를 파괴하는 원소니까, 유기체와 룩시온을 결합시킬 때는 유기물이 아닌 물질로 유기체를 보호해야 한다."


그것은, 룩시온과 결합할 때 주의해야 할 사항이었을 것이다.


그래서 아버지가 룩시온과 결합할 때 어머니에게 도움을 받으라고 했던 것일 테고.


만약 그 주의사항을 보고 나서 결합을 했다면, 조금 더 안전하게 결합을 할 수 있었을까.


뭐, 이미 다 지난 일이지만 말이다.


한편 옥소원은 꽤나 곤란한 상황이 되었다.


아들이 방금 전에는 피스메이커에 대해 캐묻더니 이제는 룩시온에 대한 연구 데이터를 찾는다. 룩시온을 들쑤셔서 좋을 것이 없는데.


옥소원은 조심스럽게 물었다.


"룩시온은 왜?"

"양재준이 찾아왔었어. 룩시온 연구 데이터를 찾고 있더라고."


양재준은 노바 그룹 회장의 차남이다.


이제 피스메이커 뿐만이 아니라 노바 그룹까지 룩시온에 개입하기 시작한 것이다.

  

옥소원은 룩시온과 결합한 아들이 걱정될 수밖에 없었다.

   

"동화야. 그만 룩시온에서 손을 떼는 게 어때?"

"왜?"

"이제 룩시온이 너를 괴롭히는 일은 없잖니."


아들은 룩시온을 끄고 켜는 방법을 이미 두 달 전에 마스터했다.


그래서 이제 더 이상 갑자기 몸에서 빛이 나거나 의도치 않게 룩시온 모드로 전환되는 일은 없다.


그러니 이제 룩시온에 대한 관심을 접어 줬으면 좋겠는데.


"어떻게 그래. 내 몸속에 들어 있는데."

  

하지만 아들은 전혀 그럴 마음이 없어 보였다.


"아버지가 나한테 마지막으로 주고 간 거잖아."


그렇게 슬픔을 삼키며 웃는 아들을, 옥소원은 한참 동안 바라보았다.


지금까지 피스메이커의 말을 듣느라, 아들의 마음을 조금도 보고 있지 않았음을 깨달았다.



***



주동화는 평소처럼 내구도 실험장에서 룩시온 훈련을 하고 있었다.


그런데 그가 내구도 실험장을 사용한 이래 처음으로, 밖에서 초인종이 울렸다.


‘삐익- 삐익-‘


공장 직원이 찾아왔나 싶어 주동화는 문 앞으로 다가가며 물었다.


"누구세요?"

"동화야, 엄마야."

"무슨 일이야?"


문을 열었더니 어머니는 옆에 서 있는 낯선 남자를 소개했다.


"엄마 친구를 데려왔어. 훈련에 도움을 줄 수 있을 것 같아서."


어머니의 말에 주동화는 무척 당황스러웠다.


룩시온에 대해 아무에게도 말하지 말라고 한 건 어머니인데, 왜 갑자기 낯선 사람을 끌어들인 건지. 게다가 어제는 룩시온에서 손을 떼는 게 어떻냐고 얘기해놓고.


한편 남자는 주동화에게 인사를 건넸다.


"네가 동화구나. 만나서 반갑다."

"안녕하세요."


어머니가 말했다.


"엄마랑 초등학교부터 대학교까지 같이 다녔어. 의사 선생님이니까 사람 몸에 대해서는 모르는 게 없을 거야."

"생물학 박사님인 너보다는 못하지."

"뭐? 너는 의학박사잖아."


어머니가 웃으며 말했다.


어머니와 대학교까지 동창이면 서울대... 의사라면 의대. 서울대와 의대라는 단어 조합이 주는 묵직함을 느끼고 있는 주동화에게 남자가 말했다.


"편하게 생각해. 명호 아저씨라고 불러도 된단다."


주동화는 고민이 되었다. 일부러 도와주러 오신 분한테 아저씨라는 말은 죽어도 못 하겠고, 선생님이라고 부르는 것도 너무 친한 척하는 느낌이다.


아무래도 박사님이라고 하는 게 좋을 것 같았다.


"박사님이라고 부를게요."

"그래. 네가 원한다면 그렇게 하렴."


어머니는 시계를 확인하고서 박사에게 말했다.


"그럼 나는 회사에 가 봐야 해서. 우리 동화 좀 잘 부탁한다."


어머니가 나가고, 비행 실험장에는 주동화와 박사만 남았다.


"너희 엄마한테 이야기는 대충 들었어. 정체를 알 수 없는 뭔가가 몸속에 있다는 거지?"

"네..."

"어떤 문제가 있는지 이야기해 볼래?"

"그게..."


정말 이 사람에게 말해도 될까. 주동화는 망설이게 되었다.


아무리 어머니가 소개해 준 사람이라고 해도, 자신의 몸이 룩시온과 결합되었다는 것을 발설해도 되는지 자신이 없었다.


주동화는 어머니가 박사에게 어디까지 이야기를 해줬는지도 알지 못했다. 단순히 룩시온 모드 현상에 대해서만 설명을 했는지, 룩시온의 존재에 관해서까지 언급을 한 건지.


주동화가 머뭇거리자 박사가 말했다.


"나한테는 모두 이야기해도 돼. 나는 어디 가서 얘기 못 하거든."

"아... 그런 게 아니라요. 박사님을 의심하는 게 아니라..."


주동화는 박사에게 무례를 저질렀다고 생각해 말끝을 흐렸다. 그런 주동화에게 박사가 다시 말했다.


"그럼 이렇게 얘기해 볼까? 내가 여기에서 있었던 일에 대해 발설을 하면 너희 엄마도 나에 대해 폭로할 게 있단다."

"예?"


박사는 싱긋 웃으며 말했다.


"나한테도 남들이 알면 안 되는 중대한 비밀이 하나 있다는 거지."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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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 아버지의 비밀 (1) 21.07.16 699 13 11쪽
20 침입자 (3) 21.07.15 662 13 11쪽
19 침입자 (2) +2 21.07.14 689 12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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