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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창 님의 서재입니다.

어느샌가 이능력 사이언티스트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SF

완결

민창
그림/삽화
제이지
작품등록일 :
2021.06.25 09:12
최근연재일 :
2021.10.06 13:05
연재수 :
104 회
조회수 :
51,221
추천수 :
893
글자수 :
532,633

작성
21.07.10 14:05
조회
777
추천
13
글자
10쪽

기자 회견

DUMMY

"야 인마! 거기서 그런 말을 하면 어떻게 해!"


연구실로 들어오자마자 김충민은 문을 닫고 소리쳤다. 주동화는 영문을 몰라 되물을 수밖에 없었다.


"예?"

"다른 연구실 사람들 다 있었잖아! 걔들한테 니가 나온 대학을 왜 알려 주냐고!"

"아...어...."

"그냥 연희대 나온 척하면 됐잖아! 어차피 회장님 아들이니까 낙하산은 이해할 거고."


주동화가 어떻게 대답해야 할지 몰라 눈동자만 굴리고 있자, 김충민은 잠시 머뭇거리다가 조심스러운 태도로 말했다.


"오해하지 말고 들어, 네가 나온 학교를 무시하는 건 아니야. 그냥 학력을 속였다는 것만으로도 욕을 엄청 먹..."

"저는 상관없습니다... 그게 사실이니까요."


오히려 사실대로 말하고 나니 주동화는 속이 후련했다. 김충민이 화를 내긴 했지만 그가 걱정했던 방향의 화는 아니었고 말이다.


하지만 김충민은 여전히 주동화의 행동이 만족스럽지 않은지 고개를 가로저으며 말했다.


"세상 만만하게 보지 마. 사람들은 비겁해서 약점을 하나 잡으면 장점을 보려고 하지도 않아. 네가 성실하고 숫자 감각이 비상하다는 건 아무도 모르지. 다른 사람들한테 너는 그냥 전문대 나와서 아버지 백으로 회사 들어온 양아치인 거야."

"양아치..."

"그러니까 그걸 나한테만 알려줬어야지 동네방네 소문을 내냐!“


김충민은 답답하다는 듯 주먹을 쥐었다. 그러더니 진지한 목소리로 말했다.


"안 되겠다. 이렇게 된 이상 석사는 연희대에서 해라. 서울대면 더 좋고."

"예? 저 2년제 나와서 석사과정 못 들어가요.“


그때, 언제 뒤를 따라왔는지 임이섭이 끼어들었다.


"학점은행제라는 좋은 제도가 있답니다."

"임 주임 말 들었지? 빨리 학사부터 따고. 너 석사 들어갈 때까지 우리 연구실 못 나갈 줄 알아. 내가 책임님한테 말해놓을 거야."

"저 아직 고등학교 생명과학도 못 뗐는데요...“


주동화의 말에 김충민의 시선이 임이섭이 들고 있는 생명과학1 참고서로 향했다. 정원 테이블 위에 펼쳐놓았던 참고서를 임이섭이 챙겨 온 모양이었다.


"점심시간마다 둘이 붙어서 하던 게 이거였어?? 너는 어떻게 가르쳤길래 애가 아직도 이걸 못 끝냈냐?"

"선임님이나 다른 연구원들한테 들킬까 봐 숨어서 해야 되니까요. 점심 먹고 시간 남는 게 뭐 십오 분 정돈데요 뭐."


임이섭이 억울하다는 듯 변명했다.


주동화는 원인이 교육자한테 있다기보다는 학습자의 수준이 낮기 때문임을 알고 있었지만, 임이섭의 말 때문에 김충민은 주동화가 아직 생명과학을 못 뗀 게 시간의 문제라고 생각해버린 것 같았다.


"그럼 이제 다 들켰으니 잘됐네. 그냥 일과 시간에도 계속 공부해. 실험 보조 할 때 말고는 쉬지 말고 공부해. 연희대든 서울대든 붙을 때까지.“


이에 주동화는 앞으로의 인생에 대한 두려움이 생겼다. 세상에 어떻게 연희대를, 서울대를 들어간다는 말인가.


김충민은 주동화가 거짓말을 한 것에 대해 나무라는 소리를 하지 않았지만, 이런 식으로 벌을 주나 싶을 만큼 혹독한 미션을 내려준 셈이다.


"제가 어떻게 대학원에 들어가요..."

"임 주임, 쟤 퇴근 후에도 공부시켜야 되는 거 아니야?"

"퇴근하면 혼자 한다고 하더라고요. 주말에 카페에서 공부하는 것도 봤어요."

"그렇게 혼자 냅둬서 되겠어? 그러니까 아직도 고등학교 참고서 갖고 저러고 있잖아."

"그러게요. 숙제라도 내야 할까 봐요.“


주동화의 자신 없는 중얼거림은 김충민과 임이섭의 대화 속에 묻혀 버렸다. 나이가 스물넷인데 완전히 고등학생 취급을 당하고 있었다.


이 나이를 먹고 공부를 더 시켜야 하네 대학을 어디를 보내야 하네 하는 소리를 듣게 될 줄은 몰랐다.


결국 두 사람은 주동화에게 숙제를 내주기로 마음대로 결정했고, 점심 식사를 마친 연구원들이 한 명씩 들어오자 떠들썩하게 광고를 하기 시작했다.


‘이제부터 동화 서울대 대학원 보낼 거야.’, ‘너네도 적극적으로 도와줘야 돼.’ 하고 김충민이 앞장섰고, 옆에서 임이섭은 ‘생명과학1을 한 달이 넘게 못 떼고 있어요. 더 이상 이렇게 내버려 두면 안 돼요.’하면서 흉을 보는 건지 편을 드는 건지 모르겠는 소리를 하고 있었다.


그리고 어느새 주동화가 가야 할 대학은 연희대도 아닌 서울대가 되어 있었다. 내성적인 성격의 주동화에게 두 인싸들의 추진력은 옆에서 보고만 있어도 기운이 빠졌다.


"어, 뉴스 속보가 떴는데요? 회장님이 기자회견 하신대요."


주동화에게 쏟아지는 서울대 공격을 끊어준 것은 연구실의 배경민 주임이었다. 주동화는 배경민을 구세주처럼 바라보았고, 김충민이 말했다.


"무슨 일인데? 같이 보자.“


아직 점심시간이 5분 정도 남았다. 연구원들은 배경민의 태블릿 주위로 모여들었다.


"긴급 기자회견. 틸엘, 암 연구 시작한다...?"


김충민이 뉴스 속보 타이틀을 읽었다. 이에 임이섭이 당황한 듯 말했다.


"갑자기요?"

"그러게. 아직 언론에 노출할 단계는 아닌 것 같은데."


김충민도 의외라는 듯 핸드폰 화면을 주시했다. 갑작스러운 기자회견이었다. 급하게 세팅된 것처럼 기자회견장은 어수선한 것이 보였고, 1시부터 회견을 시작한다는 것이었다.


"다들 무슨 일이지?"


그때 박관배 책임이 연구실로 들어왔다. 김충민이 당황스럽다는 투로 말했다.


"회장님이 1시부터 기자회견을 하신대요. 암 연구에 대한 거로요. 알고 계셨어요?"

"우리가 이미 하고 있는 일인데 그게 왜 놀랄 일이냐."


박 책임은 무슨 호들갑이냐는 태도였지만, 그러면서도 심각한 표정으로 태블릿 화면으로 시선을 옮겼다. 1시가 되어 주은표 회장이 기자회견장으로 입장했다.


주은표가 가장 먼저 지적한 것은 현수막이었다.


'먼저 말씀드릴 게, 저 현수막 제목은 잘못되었어요. 시작이 아니라 이미 진행 중입니다.‘


그러자 기자들 중에 한 명이 질문했다.


'어떤 영역의 암 연구를 진행 중이신가요?'

'일단 검진 단계부터겠죠. 룩스미터의 성능 개선을 추진 중입니다.'

'성능 개선이라면 어떤 것을 말씀하시나요?'

'룩스칩을 부착하는 것만으로도 암세포 유무를 판단할 것이라는 뜻입니다.'


주은표의 대답에 장내가 술렁거렸다.


'룩스미터 암 검진 시스템은 내년부터 상용화에 들어갈 계획입니다.‘


주동화는 아버지가 한 말을 듣고 어이가 없었다.


지금 그가 속한 제3연구실에서 하고 있는 연구가 저것인데, 개선 방식에 대한 다양한 가능성을 찾는 중이지 그 어떤 것도 확정된 사항이 없다.


개선 방식도 결정이 안 되었는데 내년에 상용화라니. 이제 곧 6월, 금방 하반기인데 말이다. 주동화는 어이가 없어서 중얼거렸다.


"와... 저게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야."


이에 연구실의 모든 연구원들이 주동화를 쳐다보았다.


"고맙다. 주동화. 조금이나마 마음이 시원해졌어."


김충민 선임이 주동화의 어깨를 두드리며 말했다. 연구실의 보스가 옆에 있는데 회사 대표이사한테 저런 말을 할 수 있는 사람은 아마 주동화 뿐일 것이다.


그리고 임이섭이 말했다.


"야근하라는 소리죠."

"그런 것 같네. 회장님이 야근하라면 해야지."

"여부가 있겠습니까."


김충민과 임이섭이 만담을 나누듯이 대화하고, 다시 연구원들은 기자회견 방송에 집중했다.


주은표 회장은 룩스미터 개선에서부터 시작하여 발견한 암세포를 없애기 위한 다양한 의료적 방안들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주은표의 발언이 끝나고 기자가 질문을 했다.


'틸엘의 최종 목표는 뭔가요?'

'그거야 당연히...'


주은표는 잠시 뜸을 들이고서 말했다.


'암 정복입니다. 감기약 먹듯이 암약을 먹는 시대를 틸엘이 만들 겁니다.'


답변이 끝나자 기자회견장에 잠시 정적이 일었다.


그리고는 곧 어마어마한 셔터 소리와 함께 군데군데에서 함성 소리도 들렸다. 시기와 방법 등을 구체적으로 묻는 기자들의 질문이 쏟아졌다.


그리고 이미 속보 방송 중인 기자회견 화면 밑으로 또 하나의 속보 문구가 떴다.


'틸엘, 감기약 같은 암약 개발한다. 암 정복 이루고 말 것.'


태블릿 화면을 조용히 응시하고 있던 김충민이 말했다.


"임 주임, 무슨 소리 안 들리냐?"

"당연히 들리죠."


임이섭이 자신의 핸드폰을 가볍게 흔들며 말했다. 김충민은 신이 나서 맞장구를 친다.


"그렇지? 이건 제대로야! 소리가 확실히 난다고!!"


영문을 모르는 주동화가 물었다.


"무슨 소리요...?"

"회사 주식 올라가는 소리!"

"오예!"


김충민과 임이섭이 환호를 질렀다. 다른 연구원들도 표정이 모두 밝게 폈다. 주동화는 핸드폰을 꺼내 보았다. 이미 기자회견 내용이 포털 사이트 메인을 전부 도배했다.


'그런데 말이죠.'

"어, 잠깐. 회장님이 또 뭐라고 하십니다."


임이섭이 연구원들을 조용히 시키며 말했다. 주은표 회장은 기자회견을 마치기 직전에 첨언을 하려는 듯 입을 열었다.


'틸엘을 위협하는 세력이 있습니다. 아마 저희의 선진적인 연구 기술을 넘보고 있는 거겠죠. 그것들은 쉽게 손에 넣을 수 있는 게 아니니까요.‘


주은표는 기자들 한 명 한 명을 응시하며 천천히 말했다. 마치 자신이 지금 하는 말을 토시 하나도 빼놓지 말고 기사화하라는 듯이.


'그런데 생각보다 아주 큰 규모의 회사가 그런 파렴치한 행동을 하고 있는 것으로 생각이 됩니다.'


주은표의 발언에 기자가 되물었다.


'큰 규모라면요?'

'틸엘보다도 더 큰 회사 말이죠.'

'그게 어딘가요?'

'지금으로선 심증이 전부라 말씀드리면 꽤 고생을 할 것 같네요. 법적 공방이라는 게 귀찮지 않습니까. 그쪽은 큰 회사니까요. 아주 큰 회사.'

'틸엘이 법적으로 위협을 당할 수 있다는 뜻인가요?'

'그렇죠. 그들에게 신경 쓰다가 암 연구가 늦어지는 것. 그것이 제 유일한 고민입니다.'


이것을 마지막으로 주은표 회장은 기자회견을 마쳤다. 이렇게 해서 또 다른 속보 문구가 추가되었다.


'탈엘, 정체불명의 세력으로부터 위협받고 있어. 암 연구에 차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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