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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창 님의 서재입니다.

어느샌가 이능력 사이언티스트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SF

완결

민창
그림/삽화
제이지
작품등록일 :
2021.06.25 09:12
최근연재일 :
2021.10.06 13:05
연재수 :
104 회
조회수 :
51,211
추천수 :
893
글자수 :
532,633

작성
21.07.28 14:05
조회
596
추천
12
글자
13쪽

결합하다

DUMMY

주동화는 악을 쓰며 임이섭의 손목을 더 강하게 움켜쥐었다. 두 손으로 잡고 있지만 체격 차가 커서 버티기가 쉽지 않았다.


"도와주세요!!"


주동화는 뒤에 있는 보안팀을 불렀다. 하지만 그들은 창문 근처로 다가올 수 없었다. 보안팀이 움직이자 다시 한번 총알이 우르르 날아왔다.


도대체 주변 건물에 스나이퍼가 몇이나 있는 건지. 벌건 대낮에 총싸움이 일어나고 있는데 사이렌 소리도 없고 경찰은 코빼기도 보이지 않는다.


결국 주동화는 어떻게든 혼자 힘으로 해보기 위해 천천히 몸을 뒤로 빼며 팔에 힘을 주었다.


임이섭을 끌어올려 보려고 한 것이지만 매달린 사람이 전혀 올라올 의지가 없으니 혼자 힘으로는 어림도 없다.


오히려 임이섭은 손톱으로 주동화의 팔을 긁었다.


"으악!!"


어찌나 세게 긁는지 눈물이 울컥 솟았다. 하지만 이를 악물고 놓지 않았다. 정말 세상에 미친놈들이 많다고는 하는데 이렇게 죽으려고 난리를 치는 미친놈은 처음이었다.


도대체 이 사람은 무엇을 위해 이렇게까지 조직에 충성하는가. 그 마스터들이 뭐라고 목숨을 내놓고 따르는가. 임무에 실패하면 죽임이라도 당하는 걸까.


주동화는 임이섭을 이해할 수 없었지만 한편으로는 임이섭이 이렇게까지 충성을 하는 피스메이커라는 조직이 부러웠다.


사람을 손바닥 뒤집듯이 이용하고 배신하면서 그 조직에는 한결같이 충성하는 것이.


도대체 그 잘난 마스터라는 놈들이 뭐길래 목숨을 살리려고 하는 사람을 이렇게도 외면하는지.


"왜 내 말은 안 들어?"

"뭐?"

"나는 그냥 너를 살리려는 거야!! 왜 내 말은 안 듣는데!!"


임이섭은 대체 무슨 소리를 하느냐는 얼굴이었지만 주동화는 말을 멈추지 않았다.


"우리도 동료잖아."


사실 동료라는 말은, 임이섭이 먼저 말했었다.


어머니를 구하러 칭다오에 갈 때, 우리는 동료라고.


그리고 말을 마치기가 무섭게 주동화의 몸이 앞으로 기울었다.


이럴 줄 알았으면 이딴 소리를 하지 말 걸 그랬다. 괜히 말을 해서 몸에 힘이 빠졌다. 듣는 사람은 그냥 개소리로 생각하는 것 같고 말이다.


하지만 그래서 더 오기가 생겼다. 임이섭이 어떻게 나오든 살리고 말 것이었다. 그런데 팔목에 총을 맞고 임이섭이 손톱으로 긁어놓아서 힘에 부치는 건 사실이었다.


쏟아지는 총알과 상처 난 손목, 너무 저려서 당장 이 상황을 벗어나고 싶어 하는 팔 근육.


주동화는 호흡을 가다듬었다. 정신 차리자. 정신을 차리고 끌어당겨 보자. 죽지 못해 안달이 난 이 미친놈을 한 번 살려보자. 살려주고 나서 왜 살렸느냐고 욕을 먹어도 일단 살려야겠다고 생각했다.


사람을 살리는 데 이유가 필요한가.


하지만 의지는 의지고 능력은 능력이었다. 기적같이 그가 임이섭을 끌어올리는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주동화는 결국 버티지 못하고 앞으로 고꾸라졌다.


"으아아악!!"


허공에 몸이 붕 떴다. 임이섭을 붙잡고 있던 손도 놓쳐버렸다. 주동화는 그대로 추락하는 줄 알고 눈을 감았는데 그때, 임이섭이 팔을 붙잡았다.


이에 주동화는 정신이 번뜩 들었다. 살았다. 그는 살기 위해 임이섭의 팔을 붙잡고 버텼다. 임이섭은 오른팔로 주동화를 잡고, 왼손으로 로프를 던져 대표실 바닥에 앵커를 걸었다.


"뭐야, 로프가 있었네?"


주동화는 어이가 없었다. 그는 로프를 붙잡으며 임이섭에게 따졌다.


"진작 사용을 했어야지! 뭐 하는 짓이야!!"

"사용할 생각 없었어."


그리고서 임이섭은 말했다.


"로프 타고 빨리 위로 올라가. 오래 못 기다려."

"너는 안 올라가?"

"나는 원소를 처리해야 돼."

"아하, 그렇구나. 근데."


주동화는 씨익 웃으면서 임이섭을 보았다.


"그 원소, 여기에 있는데."


그리고 룩시온 캡슐을 들어 보여주었다. 임이섭의 눈이 커졌다.


"그걸 언제?!"

"빈틈이 너무 많으시네."


아! 이날을 얼마나 기다려왔던가. 주동화는 십 년 묵은 체증이 다 내려가는 기분이었다.


아까 임이섭이 로프를 위로 날릴 때를 노렸다. 임이섭은 로프를 던지는 데 집중하느라 주머니를 뒤지는 것을 눈치채지 못했던 것이다.


임이섭은 눈이 뒤집혀서 소리쳤다.


"이리 내놔!!"

"웃기지 마. 이건 내 거야."

"나한테 안 주면 네가 죽어!"

"뭐?"


임이섭은 눈빛으로 건물 바깥쪽을 가리켰다. 스나이퍼들에 대한 주의를 주는 것 같았다.


"원소가 너한테 있다는 걸 알면 너를 추락시키려고 할 거야. 저들이 눈치채기 전에···"


'타-앙!'


그 순간 날카로운 총소리가 들렸다. 뒤이어 날아온 총알들은 두 사람의 주위에 마구 쏟아졌다.


거의 총알 세례라고 할 정도의 총격을 보며 주동화는 몸을 움츠리고 움직이지 못했다.


아무것도 못 하고 있는 주동화를 붙잡고, 임이섭이 로프를 타고 오르기 시작했다. 총알은 계속해서 아슬아슬하게 두 사람을 빗맞았다.


운이 좋은 것인지, 바람이 불어서 그런 것인지, 주동화는 하늘이 도왔다고 생각할 뿐이었다. 그렇게 날아오는 총알을 피하며 임이섭은 천천히 위로 올라갔다.


그러나 그때,


총알 하나가 로프를 정확히 관통했다.


"로프를 끊는 게... 목적이었어."


주동화는 총알이 그들을 관통하지 않고 스치기만 했던 이유를 이제서야 알았다.


로프가 끊어지자 주동화는 임이섭과 함께 밑으로 떨어졌다.


이제 끝이다. 주동화는 눈을 감았다.


그런데 그 순간, 아버지의 목소리가 귓가를 스쳤다.


'언젠가 룩시온이 필요한 날이 올 거야.'


주동화는 룩시온 캡슐의 뚜껑을 열었다. 뚜껑을 제거하니 작은 주사기 형태가 나타났다. 그는 망설임 없이 그것을 허벅지에 찔러넣었다.


룩시온이 주사되자 갑자기 몸이 뜨거워졌다. 그리고 곧 전신에서 어마어마한 고통이 느껴졌다.


"으아아악!!"


주동화는 손과 팔의 살갗들이 쪼개지는 것을 보았다. 뜨거운 온도를 견디지 못하는 것인지, 무엇 때문인지 이유는 알 수 없지만 어찌 되었든 그는 해체되고 있었다.


룩시온이 그의 몸을 분해하여 머무를 공간들을 만들고 있는 느낌이었다. 몸속에 불꽃이 돌아다니는 기분이다.


어릴 때 라이터를 잘못 만져 손에 화상을 입었었는데, 가장 비슷한 것을 찾자면 그때 아팠던 것과 비슷했다.


그 느낌이 전신을 휘감고 있었다. 환장하게 아팠다. 이래서 아버지가 어머니의 도움을 받으라고 했던 걸까. 이런 방식으로 룩시온을 흡수해서는 안 되었나.


하지만 후회는 너무 늦었다. 주동화는 고통에 울부짖었다.


"살려! 나 좀 살려!!"


그때 임이섭이 손목을 붙잡았다. 그리러자 주동화는 부서지던 몸이 주춤하는 것이 느껴졌다.


임이섭의 손이 허공으로 흩어지는 몸을 묶어놓은 것이다. 그 덕분에 주동화의 몸은 조각나지 않고 형태를 유지할 수 있었다.


그럼에도 룩시온은 부지런히 주동화의 몸을 흩뜨리며 돌아다녔다. 주동화는 불구덩이 속에서 예리한 칼로 온몸을 난도질당하는 느낌이었다.


목이며 숨구멍이며 모든 것이 해체되어 눈물은커녕 비명조차 나오지 않았다.


이렇게 아프느니 차라리 이대로 몸을 흐뜨려뜨려 허공으로 날아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자 룩시온은 더욱 신나게 주동화의 몸을 찢어내기 시작했다. 룩시온은 주동화의 해체를 방해하는 임이섭의 손 또한 맹렬히 공격했고, 손과 팔이 피범벅이 되었지만 임이섭은 주동화의 손을 놓지 않았다.


주동화는 천천히 눈을 감았다. 이대로 자유로워지고 싶어 모든 것을 내려놓았지만, 임이섭의 손 때문에 하늘로 흩어질 수가 없었다.


그것이 성가시게 느껴진 주동화는 임이섭을 노려보았다.


임이섭이 뭐라고 말하는 것 같은데 소리가 잘 들리지 않았다. 주동화는 아직 귀의 형태가 제대로 있는지 확인하고 싶었으나 몸의 어디도 의지대로 움직이는 곳이 없었다.


주동화는 임이섭의 목소리를 들을 수 없었지만, 임이섭이 그의 해체를 바라지 않는다는 것은 알 수 있었다. 자기 손이 다 망가지는데도 붙잡고 있는 것을 보니.


그래서 내려놓았던 마음을 다시 붙잡았다. 아까 어떻게든 살리려는데 자꾸 떨어져 죽으려고 하던 임이섭이 너무 짜증 났었기 때문이다.


그러니 아마 지금 임이섭도 엄청 짜증이 날 것이라 생각했다. 죽어라고 몸이 해체되지 않게 잡아주고 있는데 자꾸 포기하려 하고 있으니.


그래서 주동화는 괴로워도 견디기로 했다. 죽을 것처럼 아팠지만 신체의 원형을 유지하기로 마음먹었다. 그의 의지가 다른 방향으로 바뀌자 룩시온의 에너지가 한풀 꺾였다.


그러나 기세가 약간 꺾였을 뿐 고통스러운 것은 변함없었다. 허약한 몸은 더 이상 버티지 못하고 의식이 흐려지기 시작했다.


결국 주동화는 더는 견디지 못하고 눈을 감았다.


‘이제 됐어! 이제 집에 갈 수 있어!’


그때 익숙한 목소리가 들렸다. 아버지였다. 그리고는 곧 아버지의 옆얼굴이 보였다.


주동화는 마치 비디오를 보는 것 같았다. 아주 앵글이 형편없는 비디오 말이다.


‘드디어 룩시온을 손에 넣었군. 축하해, 레오.’


낯선 목소리가 들리고, 아버지의 얼굴이 위아래로 마구 움직였다. 그러다가 아버지의 얼굴이 정면으로 잡혔다.


‘라울, 네가 도와줘서 가능했어.’

‘우리는 친구잖아.’


낯선 목소리의 남자가 아버지에게 친구라고 말했다. 그러자 아버지는 친구에게 말했다.


‘내 아내와 아들을 만날 수 있으면 좋겠어.’

‘이제 만나러 갈 수 있잖아.’

‘응, 그러니까... 만날 수 있으면 좋겠어.’


아버지는 약간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그러자 친구가 물었다.


‘무서운 거지?’

‘무서워.’

‘걱정하지 마. 건강하게 잘 지내고 있을 거야.’

‘나 없이 둘이 사는 게 쉽지 않았을 거야. 우리 세계에서는 사람이 다치면 금방금방 낫지를 못해. 만약 교통사고라도 당하면...’

‘그만해, 레오. 두려움 때문에 돌아가지 않을 거야?’

‘그럴 수는 없지.’

‘일단 네가 무사히 너의 세계에 돌아갈 생각부터 해. 지금부터가 제일 어렵다고.’


친구의 말에 아버지는 고개를 끄덕였다.


‘돌아가서 아들을 만나면 내 이야기를 해 줘. 너의 친구라고 소개해 주면 영광이야.’

‘잘 모르겠어. 내 아들은 이제 스무 살이 넘었을 거야. 내가 겪은 일을 믿어줄지 모르겠어.’

‘아버지의 이야기라면 믿겠지.’

‘내가 아버지 노릇을 했어야 말이지.’

‘노릇? 노릇이 무슨 뜻이야?’

‘아... 노릇이라는 건 말이야.’


갑자기 아버지의 목소리가 울리듯 들렸다. 아버지는 낯선 사람에게 ‘노릇’이라는 단어의 의미를 설명했다. '역할이라는 뜻이야. 역할이 뭔지 알지?' '역할? 그 말도 어려워. 무슨 뜻인지 알려줘.' 이런 말이 오고 가더니 곧 두 사람은 주동화가 모르는 언어로 대화를 이어갔다.


아버지의 목소리가 거의 들리지 않게 될 때 즈음, 주동화는 몸이 정상화되어가는 것을 느꼈다. 더 이상 뜨겁거나 아프지 않고 평온해졌다. 손과 발도 원하는 대로 움직이게 되었다.


그리고 감았던 눈을 천천히 뜨자, 눈 앞에 펼쳐진 것은 완전히 다른 세상이었다.


틸엘 건물과 하늘, 임이섭은 간데없고 온통 알 수 없는 도형들로 가득했다. 그것은 눈을 감아도 보이고 눈을 떠도 보였다.


시각이 전혀 의미가 없어진 상황에서, 유일하게 남아있는 감각은 촉각이었다.


그의 손목을 붙잡고 있는 임이섭의 손. 조직이 거의 파괴되어 잡는 힘은 미미했지만 분명히 느껴졌다.


주동화는 오히려 잘 되었다고 생각했다. 그는 온전히 그 촉각에만 집중했다.


지금 해야 할 일은 단 하나.


주동화는 임이섭의 손목을 쥐고 엎어치기를 하듯 잡아당겼다. 아까 창밖에 매달려 있을 때는 그렇게 끌어당겨도 꿈쩍도 안 하던 임이섭의 몸이 지금은 너무나도 가볍게 움직였다.


주동화는 임이섭을 등에 들쳐멘 채 버텼다. 지금 주동화의 눈앞에는 이상한 도형들 뿐 아무것도 보이지 않지만, 아마 곧 땅에 처박힐 것이었다.


아버지는 폭탄의 공격을 룩시온과 결합한 몸으로 막았다. 그렇다면 추락할 때의 충격도 버틸 수 있을 터.


주동화는 자신의 몸으로 충격 흡수를 하기 위해 임이섭보다 먼저 떨어질 생각이었다. 그래서 임이섭을 그의 등 뒤로 옮겨놓은 것인데, 계획대로 되기를 바랄 뿐이었다.


그리고 잠시 후, 쿵 소리와 함께 온몸에 엄청난 충격이 가해졌다.


아프긴 했지만 참을 만했다. 의식도 멀쩡히 붙어 있고 잘 버텨낸 것 같지만 등 뒤에 임이섭이 살았는지 죽었는지 알 수가 없다.


땅으로 내려오니 소란스러웠다. 사람들의 비명 소리와 자동차들의 급브레이크 소리, 사이렌 소리가 파도처럼 밀려 들어왔다.


주동화는 그대로 깊은 잠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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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 아버지의 비밀 (1) 21.07.16 699 13 11쪽
20 침입자 (3) 21.07.15 662 13 11쪽
19 침입자 (2) +2 21.07.14 689 12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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