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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창 님의 서재입니다.

어느샌가 이능력 사이언티스트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SF

완결

민창
그림/삽화
제이지
작품등록일 :
2021.06.25 09:12
최근연재일 :
2021.10.06 13:05
연재수 :
104 회
조회수 :
51,210
추천수 :
893
글자수 :
532,633

작성
21.07.15 14:05
조회
661
추천
13
글자
11쪽

침입자 (3)

DUMMY

그리고 그 예상은 빗나가지 않았다. 도구실에는 사색이 되어있는 어머니가 있었다.


"엄마 왜 여기... 읍!"


어머니는 주동화의 입을 틀어막고 도구실로 잡아당겼다.


"큰 소리 내지 마. 이 근처에 무장한 사람들이 있어."

"아니, 엄마가 왜 여기에 있어!"

"동화 네가 규성이랑 오늘 회사 견학 간다고 했잖아. 저녁 사주려고 왔는데 정전이니 뭐니 난리가 난 거야. 그래서 사람들 다 뛰어나오는데 너는 안 나오지 전화는 안 받지... 그래서 들어왔지."

"들어오면 어떻게 해!"

"그럼 아들이 여기 있는데 집에 가니?!"


어머니는 크게 소리도 못 지르고 따져 물었다. 그리고는 밖에 있는 사람들에 대해 말했다.


"여기로 오는 길에 무장한 사람들 봤어?"

"응, 세 명 봤어."

"아마 그것보다 더 있을 거야. 계단에서도 인기척이 있었고."

"계단을 왜 올라 가봤어! 위험하게!"

"갈 수 있으면 어디라도 가 봐야지. 돌아다니다 보면 뭐라도 쓸만한 게 있을 거 아니야."

"쓸만한 거?"

"무기 같은 거."

"회사에 무기가 어딨어."

"메스라도 있을 거 아니야."

"메, 메스로 뭐 하게?"


그러자 어머니는 당연한 걸 묻느냐는 표정으로, 메스를 쥐고 뭔가를 꾹 찌르는 시늉을 했다. 주동화는 한숨을 쉬고서 어머니에게 말했다.


"어떻게 저 무장한 놈들이랑 싸울 생각을 해?"

"그럼 계속 이러고 있어? 저 사람들 목적 달성하면 바로 우리 잡아갈 텐데."

"목적?"

"그래. 따로 노리는 게 있어. 그래서 우리가 숨어있는 거 알면서도 내버려 두는 거야."

"노리는 게 뭔데?"

"엄마도 모르지. 하지만 분명히 뭔가 찾는 게 있어. 건물 전체를 헤집고 다니고 있잖아. 아마 룩스미터 기술이겠지. 그게 어디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그것은 지하 연구실에 있다. 그러니 아무도 접근할 수 없을 것이다. 주동화는 어머니를 안심시켰다.


"그건 찾을 수 없을걸? 일반적인 방법으로 갈 수 있는 곳이 아니야."

"다행이네. 우리만 잘 대피하면 되겠다."

"아버지가 만든 요새가 있긴 한데..."

"요새? 거기가 어디야?"

"그게... 일반적인 방법으로 갈 수 없는 곳이라..."

"설마 두 장소가 같은 곳이니?"


어머니가 질색을 하며 물었다.


"응. 거기를 가려면 대표실로 가야 돼."

"꼭대기 층이잖아. 절대로 못 가. 엘리베이터는 멈췄고 계단은 적 투성이야."

"하지만 대표실에만 그 연구실로 통하는 엘리베이터가 있어."


아버지는 어머니에게 지하 연구실의 정체를 말하지 말라고 당부했지만, 이런 상황에서 그런 걸 감추고 할 여유는 없었다. 주동화의 말을 들은 어머니가 물었다.


"대표실에서 또 엘리베이터를 타고 어디로 가는데? 대표실보다 위가 있어?"

"아니. 지하야."

"지하?"

"응. 지하주차장 밑에 비밀 연구실이 있어."

"이 인간 성격 진짜... 그래 아주 좋은 일이네. 그럼 지하로 바로 내려가면 되겠구나."

"뭐?"

"여긴 1층이니 대표실로 가는 것보다 지하로 가는 게 더 가깝잖아."

"하지만 일반 엘리베이터로는 갈 수가 없어."

"지하로 내려가는 계단이 있을 거 아니야."


하지만 주동화는 지하 연구실까지 이어진 계단이 있을지 없을지 확신이 서지 않았다. 지하 연구실에 갔을 때 계단을 봤던 기억이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분명히 엘리베이터는 보았다. 작동 중지된 지 오래되어 보이는 것이지만.


그렇다면 엘리베이터로 이어져 있을 가능성이 충분했다. 주동화는 어머니에게 말했다.


"엄마, 암벽등반 해봤어?"

"안 해봤어."

"나도 안 해보긴 했는데..."


그래도 방법은 이것뿐이었다. 주동화는 어머니에게 작전을 말했다.


"엘리베이터 밑으로 내려가면 돼. 분명히 봤거든. 지하 연구실이 있는 층에 엘리베이터 시설이 되어있는 걸. 운행만 하지 않을 뿐이야."


아마 아버지가 이 건물을 설계했다면 아예 일반 엘리베이터를 설치하지 않았겠지만, 가디언이 만든 건물이기 때문에 그런 옥에 티가 생긴 것이다.


지금으로서는 그 옥에 티가 천만다행한 일이 되었고 말이다.


"피난 전용 엘리베이터에 줄사다리나 로프 같은 게 있을 거야. 그걸 써서 내려가면 돼."


피난 전용 엘리베이터는 평소에 운행되지 않으니 1층에 멈춰있을 것이었다.


주동화는 주위를 살피고 도구실을 나갔다. 잽싸게 피난 전용 엘리베이터로 달려가서 힘을 주어 문을 열었다. 예상대로 엘리베이터는 1층에 멈춰있었다.


주동화는 승강기 안의 도구함을 열어 줄사다리와 로프를 챙겼다. 사다리는 두 개가 있고 로프는 하나. 길이는 넉넉해 보였다.


이제 줄사다리를 엘리베이터 밑으로 늘어뜨리려면, 엘리베이터가 1층이나 지하에 멈춰있어서는 안 되었다.


"이제 1층이나 지하에 서지 않은 엘리베이터를 찾아야 돼."

"87% 정도 확률이면 나쁘지 않네."


어머니의 확률계산 속도에 혀를 내두르며 주동화는 가장 가까이에 있는 엘리베이터 문을 열었다.


꽝이다. 엘리베이터가 딱 1층에 있다.


두 번째로 연 엘리베이터는 기계가 1층 위에 있었다. 주동화와 어머니는 소리죽여 함성을 질렀다. 곧바로 엘리베이터 철골 중 튼튼해 보이는 것에 사다리를 설치했다.


일단 한 층만 내려가면 주차장 통로로 움직일 수 있을 것이었다. 주동화는 어머니에게 말했다.


"지하 1층까지만 내려가면 4층까지는 걸어갈 수 있을 거야."

"그래, 조심히 가 보자."


주동화는 사다리에 천천히 발을 내디뎠다. 난데없이 이게 무슨 고생인가 싶었다.


아무리 사다리라지만 흐물거리는 줄을 타고 내려간다는 일은 결코 쉬운 게 아니었다. 잠깐이라도 발을 헛디디면 바로 추락하는 건데.


그리고 만에 하나 전원이 다시 들어와서 엘리베이터가 작동하게 되면, 생각만 해도 끔찍했다. 위를 올려다보니 육중한 엘리베이터 기계가 보였다.


아래를 내려다봐도 공포고 위를 올려다봐도 공포다. 주동화는 앞만 보고 한 걸음 한 걸음 발을 내디뎠다.


벌벌 떨리는 손발로 가까스로 지하 1층 주차장에 도착했다. 잠시 떨어져 있던 땅이 이렇게나 반가울 줄은 몰랐다. 주동화는 바닥에 주저앉았고, 곧 어머니가 내려왔다.


이 짓을 한 번 더 하는 건 절대 불가능할 것 같았다. 주동화는 어머니와 함께 주차장 통로 쪽으로 걸어갔다.


노바가 지하주차장에도 있을 수도 있으니 혹시 모를 상황에 대비하기 위해 주동화는 엘 글래스의 전파모드를 사용하며 앞으로 나아갔다.


"아... 안돼."


멀리서 주차장 출입구가 보이는데, 철문이 내려가 있었다. 정문의 셔터가 내려갈 때 동시에 닫힌 모양이었다.


즉, 걸어서 지하 2층으로 내려갈 수 없다는 뜻이다.


결국 지하 4층까지 사다리를 타고 내려가야 하는 상황이 되었다. 주동화가 한숨을 쉬자, 어머니가 등을 두드리며 말했다.


"자, 기운 내야지."

"엄마 안 힘들어?"

"갈 곳이 없는 것보다는 힘든 게 낫지."


그러면서 어머니는 앞장을 서서 다시 엘리베이터로 걸어갔다. 주동화는 늘어져 있는 사다리를 끌어 올려서 갖고 있던 다른 줄사다리와 연결했다.


8미터짜리 둘을 연결하면 총 16미터이니 4층까지는 닿을 것이었다.


"엄마, 이 안경 쓰고 내려와.“


주동화는 어머니에게 적외선 모드의 엘 글래스를 건넸다. 뭐라도 보이는 편이 나을 테니 말이다.


"엄마는 괜찮아. 동화 너 써."

"아, 괜찮아 나는."


말은 이렇게 했지만, 엘 글래스를 벗고 눈앞이 새까매지니 정말 한 걸음 한 걸음 내딛는 것이 고역이었다. 어머니가 아까 이 상태로 내려왔다고 생각하니 식은땀이 다 났다.


시각이 의미가 없고 온전히 촉각에만 의지하여 내려가야 했다. 속도를 내기 어려웠지만 느긋하게 내려갈 상황은 아니었다. 1층 엘리베이터 문이 열려있는 것을 노바가 발견하면 곧바로 발각될 테니 말이다.


조급해진 주동화가 2층 지하주차장을 건너뛰고 내려가려고 하자, 어머니가 말했다.


"여기서는 안 쉬어?"

"서둘러야 될 거 같아서. 엄마 힘들어?"

"힘들진 않지만, 쉴 수 있을 때는 쉬어야지."


두 사람은 그렇게 한 층 한 층 밑으로 향했다. 층마다 내려 쉬어준 덕분에 4층까지 내려왔음에도 크게 힘들지는 않았다.


드디어 마지막 지하 4층. 마지막 휴식처이다. 주동화는 잠시 휴식을 취하며 어머니에게 말했다.


"이제부터는 로프를 타고 가야 돼."


줄사다리의 길이가 끝났다. 이 밑으로는 로프를 내려야 할 것이었다.


사다리와 다르게 로프는 팔 힘으로 버텨야 한다. 주동화는 어머니가 걱정되었다. 그래도 그는 군대에서 비슷한 것이라도 해봤지 어머니는 완전히 처음일 텐데.


"엄마, 힘들면 내 어깨 밟아."


그나마 다행한 일은 겨우 4미터가 남았다는 것이었다. 4미터 높이라면 떨어지더라도 어디 하나 부러지는 것 정도일 것이다. 그 정도가 작은 위안이었다.


주동화는 로프에 매듭을 몇 개 만들고, 주위의 철골에 묶은 뒤 밑으로 늘어뜨렸다. 그리고 신중하게 줄을 타고 내려갔다.


하지만 4미터라는 사실에 안심한 탓일까, 거의 다 내려와서 주동화는 손에 힘이 풀려 떨어지고 말았다.


"아아악!!"

"동화야! 괜찮니?"

"응, 괜찮아..."


어머니도 곧 밑으로 내려왔다. 주동화는 바닥에 부딪힌 무릎이 아팠지만 엄살을 부릴 여유는 없었다. 얼른 지하 연구실로 들어가야 했다. 노바에게 들키기 전에.


"엄마, 이쪽이야."


그런데 문득, 생각지도 못했던 것이 떠올랐고 주동화는 걸음이 멈추어 버렸다.


"아, 잠깐만."

"왜?"

"정전이 돼서 연구실 출입장치가 꺼졌을 거야.“


왜 그것을 생각 못 했을까. 연구실의 문은 열쇠 같은 것으로 열리는 것이 아니었다.


안구며 지문이며 온갖 신체 정보를 다 때려 넣어야 열리는 문인데, 전력이 없이 가능할 리가 없다.


그때 어머니가 말했다.


"음... 내 생각에 그럴 것 같지는 않구나."

"응?"

"일단 가 보자."


어머니는 어딘지 믿는 구석이 있는 것처럼 보였다. 주동화는 어머니의 말대로 일단 연구실로 향했다. 여기까지 내려왔는데 다시 올라갈 수도 없는 일이니.


제발 장치가 작동하기를 바라며.


그렇게 몇 걸음을 걸어 들어가자, 파랗게 빛나는 불빛이 보였다.


"어, 엄마! 저기야!"

"저기 파란 불?"

"맞아!"


주동화는 바로 달려가서 지문과 눈동자로 문을 열었다.


다행히 연구실 안으로 들어오긴 했지만, 출입장치만 작동할 뿐 연구실 내부는 스위치를 켜도 불이 들어오지 않았다.


"개폐 장치만 자가전력으로 설치해 놨을 거야. 여기 전체를 밝히는 건 어렵지."

"근데 출입장치가 작동할 거란 걸 어떻게 알았어?"

"너희 아빠가 요새라고 했다며? 네 아빠 성격에 전기가 나가면 들어갈 수도 없는 곳을 요새라고 자신 있게 말할 리 없어."


어머니는 엘 글래스를 쓰고 주위를 둘러보았다.


"여기에서 룩스미터 연구도 했다는 말이지?"

"응. 아무한테도 말하지 말랬어."

"그런데 엄마 데려와도 돼?"


사실 아버지는 어머니한테도 말하지 말라고 했지만.


이 상황에서 그 사실을 굳이 말할 이유는 없을 것 같았다.


"엄마는 괜찮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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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비밀 연구실 21.07.11 760 13 11쪽
15 기자 회견 21.07.10 777 13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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