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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창 님의 서재입니다.

어느샌가 이능력 사이언티스트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SF

완결

민창
그림/삽화
제이지
작품등록일 :
2021.06.25 09:12
최근연재일 :
2021.10.06 13:05
연재수 :
104 회
조회수 :
51,278
추천수 :
895
글자수 :
532,633

작성
21.07.11 1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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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61
추천
13
글자
11쪽

비밀 연구실

DUMMY

주동화는 아버지에게 시간이 될 때 연락을 달라는 문자 메시지를 남겨 놓았다.


요즘 아버지는 눈코 뜰 새 없이 바빴다. 아마도 회사의 보안을 강화하기 위한 방안을 찾는 중인 것 같았다. 주동화의 생각으로는 어제의 기자회견도 그중 하나였을 것이다.


아직 암 연구가 궤도에 오르지도 않았는데 전 국민 앞에서 공표한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무리한 일이었다.


그러나 아버지는 무리해서 기자회견을 강행했고, 그것의 숨겨진 목적은 틸엘을 위협하는 세력에 대한 경고였다.


틸엘은 스스로 살아남아야 했다. 119가 출동하지 않았으니 경찰이라고 출동할 리가 없다.


이제 틸엘은 국가의 보호에서 벗어났고 앞으로는 회사의 힘만으로 화재든 범죄든 모든 위협요소에 맞서야 했다.


이런 비상 상황에 친구를 회사에 불러도 괜찮을까 싶었다. 아버지에게 허락을 구하려고 연락을 해 놓은 건데, 지금은 아버지를 만나는 것 자체가 어려웠다. 그래서 문자메시지만 남겨 놓은 것이다.


아침에 보낸 문자였는데 점심시간도 한참 지난 3시, 드디어 아버지한테서 연락이 왔고, 주동화는 바로 대표실로 올라갔다.


"응, 동화야. 무슨 일이니?"

"저..."


친구에게 회사 구경을 시켜주고 싶다는 말을 꺼내려는데, 아버지 책상 옆에 여행용 캐리어가 보였다.


"어디 가세요?"

"응, 미국에 볼일이 있어서."


아버지는 곧잘 해외에 출장을 나갔다. 아버지는 영어도 잘하고 프랑스어도 잘하니 미국이나 유럽 가는 걸 인천이나 부산 가듯 생각하는 것 같았다.


하지만 이런 상황에서 출국을 한다는 건 아마도,


"보안 문제 때문인가요?"

"그런 셈이지. 우리나라에는 믿을 만한 곳이 없구나."


119도 출동하지 않는 상황에서, 아버지는 외국계 보안업체와 이야기를 하려는 것 같았다. 중대한 사안이니만큼 한국 지사보다 본사를 찾아가야 한다고 생각했던 모양이다.


"다음 주 화요일에 올 거야. 그동안 몸조심하고. 그런데 아빠는 왜 보자고 했니?"

"아, 아무것도 아니에요. 그냥 요새 바빠 보이셔서요. 얼굴 봤으니 됐어요."


주동화는 한규성의 부탁을 들어주는 것은 조금 미루기로 했다.


이런 상황에서 아무리 친구라고 해도 외부인을 회사로 데려오는 것은 안 될 것 같았다. 한규성에게 잘 이야기해서 약속을 취소하는 것이 낫겠다고 생각했다.


대충 얼버무리고 대표실을 나가려는데, 아버지는 잠시 뭔가를 생각하더니 말했다.


"동화야, 잠깐 나랑 어디 좀 가자."

"어디요?"

"일단 같이 가자."


주동화는 아버지를 따라 대표실 안쪽으로 향했다. 방문을 열고 들어가니 서재가 있었다.


서재에는 책장 말고도 소파와 테이블 등 생활에 필요한 여러 가지 가구들이 있었다. 아버지는 집에 들어오는 일이 많지 않아서, 이곳에서 모든 연구와 생활을 하고 있었으니 말이다.


주동화가 설마 저 책장을 열면 비밀 공간이 있다거나.... 하고 생각하는 것과 동시에, 책장이 움직이더니 나무문이 하나 생겼다.


"어서 타렴. 내려가자."


작은 문의 정체는 엘리베이터였다. 두 사람이 탑승하니 꽉 찼다. 엘리베이터는 천천히 밑으로 내려갔다.


"내가 직접 만든 거라 빠르지는 못하구나."


사옥의 꼭대기에 있는 대표실은 지상 30층. 엘리베이터는 아주 오랫동안 밑으로 내려갔다. 일반적인 엘리베이터보다 속도가 느린 것 같았다.


엘리베이터에서 내리니 컴컴한 지하실이었다. 주위에 창문이 아예 없는 것으로 봐서 지하인 것으로 보였다.


사옥 지하의 주차장인가 싶었지만, 주차장 어딘가라고 생각하기에는 자동차가 하나도 없었다.


"여기가 어디죠? 주차장도 아닌 것 같은데..."

"주차장 밑이야. 아무도 모르는 공간이란다."


주차장은 지하 1층부터 4층까지 있으니 주차장 밑이라면 여기는 지하 5층인 것이다. 아버지가 휴대폰의 손전등을 켜자, 캄캄해진 시야가 밝아지며 주위가 눈에 들어왔다.


먼저 보인 것은 엘리베이터였다. 주동화가 타고 내려온 아버지 수제 엘리베이터가 아닌 보통의 엘리베이터 말이다. 그러나 이곳에서 작동했던 적은 없는지 곳곳에 녹이 슬어 있었다.


그리고 아버지는 주동화를 어딘가로 안내했다. 조금 걸어가니 투박한 철문이 있었다.


"아버지, 여긴 뭐 하는 곳이에요?"


왠지 모를 음산함마저 느껴지는 공간이었다. 자물쇠가 어울릴 만한 커다란 철문에는 지문인식에 안구 인식까지, 철저한 보안장치가 달려 있었다.


아버지는 보안을 해제하고서 말했다.


"동화 너도 등록해 두자."

"네?"


주동화는 아버지의 말을 따라 손가락과 눈을 인식기에 가져다 댔다. 등록은 금방 끝났고, 그의 손으로 철문을 열고 들어갔다.


"우와... 이게 다 뭐예요?"

"내 개인 연구실이야."

"왜 이런 지하에..."

"지하에 이렇게 큰 공간이 있는데 아깝지 않니."


불을 켜니 내부는 꽤나 그럴듯했다. 위치가 지하일 뿐이지 물을 켜니 여느 연구실과 다를 바가 없었다. 연구 장비들도 최신식이고, 의료기기도 여러 대 있었다.


틸엘에서 개발한 것부터 다른 회사의 물건까지. 아무것도 모르는 그가 봐도 고가의 장비들이 수두룩했다.


"이 장비들로 룩스미터와 엘 글래스를 만드신 건가요?"

"그렇지. 하지만 그건 시작에 불과해. 나는 지금 그것보다 더 강력한 걸 연구하고 있단다."

"강력한...?“


바이오 제품을 나타내기에는 조금 과격한 수식어라고 생각했지만 다양한 의미가 있을 수 있었다. 시장에서 강력한 영향력을 끼치게 될 제품이라거나, 강력한 기술력을 확보한 제품이라거나.


"완성되면 너에게 제일 먼저 보여주마.“


아버지가 말했다. 주동화는 고개를 끄덕이고 연구실을 둘러보았다. 그때 모니터에 전신 스캔 영상이 눈에 띄었다.


"이건 누구 몸이에요?"

"아... 연구용 가상 데이터야."


아버지의 말처럼 사진의 그 어느 곳에도 이름이나 정보가 보이지 않았다. 주동화는 사람의 장기와 혈관까지 그대로 보이는 영상이 신기해서 한참을 앞에 서 있었다.


그때 아버지가 말했다.


"동화야, 이 연구실에 대해서는 아무에게도 말하지 마라. 너희 엄마한테도."

"왜요?"

"기술이 외부로 새어나가면 큰일이잖니. 보안에 최선을 다해야지."


주동화는 알겠다고 대답했다. 그도 회사를 조금 다녔다고 틸엘에 있어 보안이 얼마나 중요한지 잘 알고 있었다. 어머니와는 회사 이야기를 거의 안 하니 말을 할 이유도 없었고 말이다.


"만약 무슨 일이 생기면 여기로 대피하면 돼. 이 건물의 요새라고 할 수 있지. 이 벽은 고강도 합금으로 되어 있어서 총알도 못 뚫어."

"총이요...? 누가 총을 쏴요?"

"만에 하나 그렇다는 거지, 만에 하나. 이제 올라가자."


아버지는 웃으며 말했지만 주동화는 위화감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아무도 찾지 못할 장소, 그리고 방탄벽이 설치된 곳을 알려주면서 이쪽으로 대피하라는데, 회사에서 나누기 적절한 이야기는 아니었다.


게다가 그 얘기를 마지막으로 올라가자는 건 그 말을 하려고 내려온 것이 아닌가. 대피할 장소를 알려주기 위해 일부러 말이다.


이제 틸엘에는 119도, 112도 출동하지 않는다. 그래서 아버지는 유사시에 몸을 숨길 수 있는 장소를 알려준 것일지도 모른다.


주동화는 지하 연구실을 나와 다시 대표실로 올라가는 엘리베이터를 탔다.


머릿속으로 온갖 걱정과 상상을 하느라 바쁜 탓에 주동화는 금세 대표실에 도착했고, 서재를 나가니 비서가 손님들이 접견실에서 기다리고 있다고 했다.


아버지는 그들을 데려오라고 비서에게 말했고, 비서가 나가자 아버지가 말했다.


"내가 없는 동안 엄마 잘 부탁한다."

"네."

"회사에는 되도록 오래 있지 말고. 특별한 일이 없으면 일찍 퇴근하렴."

"네, 잘 다녀오세요."


주동화는 연구실로 돌아가기 위해 대표실을 나왔고, 복도를 걷는 도중에 접견실에 앉아 있는 낯선 남자들을 보았다. 세 명인데 한 명은 남색 정장 차림이고 다른 두 명은 검은 정장이다.


아마 아버지와 미팅을 하러 온 상대일 것이라 생각했다. 지나가면서 힐끗 넘겨다 보았더니, 세상에.


노바 그룹!


노바는 대한민국 굴지의 재벌회사였다. 신성전기라는 작은 전기점포에서 시작해 전자, 통신, 건설, 병원, 요식업까지 진출하지 않은 영역이 없는 대기업이었다.


신성전기를 전신으로 한 노바일렉트릭은 세계적인 전자제품 회사로서 전자전기와 관련된 모든 일을 하고 있었다.


주동화가 남의 회사에 대해 이렇게 잘 알고 있는 이유는, 그가 원서를 넣었던 게임회사 중 하나가 노바그룹의 계열사였기 때문이다.


노바게임즈. 명실공히 국내 최대의 게임회사였다. 물론 주동화는 서류 전형에서 떨어졌고 말이다. 그 노바를 눈앞에서 보게 되다니, 쳐다보지 않으려고 해도 자꾸 눈길이 향했다.


세 명 중에 가운데 앉아 남색 옷을 입은 사람이 대장처럼 보였다. 특별한 이유는 없다. 세 사람 중에 외모가 제일 튀어서 그런 생각이 들었을 뿐이다.


나머지 두 사람은 체격이 좋을 뿐 표정이 어둡고 시선이 가지 않았다.


그러나 가운데 남자는 호리호리하고 양옆의 둘보다 키도 작은데, 두 사람을 병풍처럼 만들 정도로 외모가 빼어났다. 조각 같이 생겼다는 게 저런 얼굴을 보고 하는 말이라는 것 같았다.


물론 셋 중에 대장이라는 뜻이지 임원급으로 보기에는 너무 젊었다. 어림잡아 임이섭 정도 나이일까, 요즘 사람들은 겉보기로 나이를 짐작하기가 쉽지 않지만.


세 사람 다 완벽한 슈트 차림이었다. 이 날씨에 긴 팔 정장이라니, 넥타이까지 매고서 광 나는 구두를 신고 있는데 무슨 첩보 요원 같아 보였다.


단정하게 정리해 넘긴 머리도 주동화에게 익숙한 비주얼은 아니었다. 연구실 사람들은 정장을 입는 사람은 없고 거의 덥수룩한 머리에, 머리에 뭘 바르는 일은 더더욱 없었으니 말이다.


틸엘 연구원들이 후줄근한 동네 아저씨들이라면 저 노바 사람들은 세련된 신사라고 할 수 있었다. 인상도 날렵해 보이는 것이 진짜 비즈니스맨이라는 느낌이었다.


주동화는 자신이 틸엘에 안 들어오고 노바게임즈나 게임회사에 들어갔다면 저렇게 되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 못 들어갔지만.


하지만 노바 그룹이 틸엘에는 무슨 일인가 싶었다. 설마 진짜 노바게임즈에서 찾아온 건 아닐까.


궁금함은 커다란 자석처럼 주동화를 끌어당겨 연구실로 돌아가는 발걸음을 머뭇거리게 했다.


대표실 앞에서 떠나지 않고 서성거리는 주동화에게 비서가 물었다.


"연구원님, 회장님께 볼일이 있으십니까?"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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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 아버지의 비밀 (1) 21.07.16 700 13 11쪽
20 침입자 (3) 21.07.15 664 13 11쪽
19 침입자 (2) +2 21.07.14 690 12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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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밀 연구실 21.07.11 762 13 11쪽
15 기자 회견 21.07.10 779 13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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