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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창 님의 서재입니다.

어느샌가 이능력 사이언티스트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SF

완결

민창
그림/삽화
제이지
작품등록일 :
2021.06.25 09:12
최근연재일 :
2021.10.06 13:05
연재수 :
104 회
조회수 :
51,220
추천수 :
893
글자수 :
532,633

작성
21.08.02 14:05
조회
496
추천
9
글자
12쪽

그날의 진실 (1)

DUMMY

아쉽게도 어머니는 출장을 가서 자리에 없었다.


출장지에서 바로 집으로 퇴근한다고 해서 주동화는 집으로 향하는 중이었다.


어떻게든 피스메이커에 대해 캐내겠다는 생각을 하며 발걸음을 재촉했다.


그때, 아파트 입구에 사람이 서 있는 것이 보였다.


양복을 쫙 차려입고서 문 앞에 서 있으니 눈길이 갈 수밖에 없다.


그런데 가까이 가서 보니, 그가 아는 사람이었다.


"주동화 씨? 오랜만이군요."

"양재준?"


주동화는 양재준의 얼굴을 보고 조금 놀랐다.


얼굴 반쪽에 화상 흉터가 크게 나있는 것이다.


"얼굴이 흉해서 놀랐나?"


양재준의 첫인상은 조각처럼 희고 잘생긴 얼굴이었는데, 그 얼굴은 이제 간데없었다.


어떻게 된 영문인지 몰라 당황하고 있는 주동화에게 양재준이 말했다.


"너희 때문에 내가 가진 모든 것을 잃었다."

"모든 것을 잃다니. 그게 무슨 뜻이지?

"일렉트릭에서 쫓겨나서 동물 해부 뒤치다꺼리나 하고 있거든."


양재준이 분한 표정으로 말했다.


주동화는 동물 해부라는 말에 생각나는 것이 있었다.


"노바에볼루션으로 옮긴 거야?"

"그래. 틸엘 사옥 총격전에 대한 책임을 누군가는 져야 했거든."


양재준은 총격전의 책임을 지고 노바일렉트릭에서 경질되어 노바에볼루션으로 소속을 옮긴 것이었다.


"사옥 공격은 우리가 한 일도 아닌데 잘도 누명을 씌웠어. 틸엘 대표가 말이야."

"하지만 엄마를 칭다오에 납치한 건 네 짓이 맞잖아?"


아마 그것 때문에 양재준이 모든 책임을 지게 되었을 것이라고 주동화는 생각했다.


어머니의 말처럼, 이번 일로 노바 그룹은 분명히 이미지와 자존심에 타격을 입었다.


대외적으로는 자신들과 관계없다며 꼬리 자르기를 했지만, 내부에서는 큰 분란이 있었을 것이고, 누군가를 징계하여 주주들의 분노를 가라앉혀야 했을 것이다.


"그게 뭐? 틸엘 대표는 다친 데 없이 무사하잖아? 나는 지은 죄가 없어."


그리고서 양재준은 이를 악물며 말했다.


"잘못한 것도 없는데 노바의 정점에서 미끄러졌다고."


노바의 정점. 그것은 노바 일렉트릭을 말하는 것임을 주동화는 눈치챘다.


양재준은 일렉트릭에서 이사급의 임원이었고, 노바 그룹 양국연 회장의 차남이다.


때문에 현재는 부회장 자리가 공석이지만 곧 부회장으로 승진할 것이라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그러나 이번 일로 에볼루션으로 경질되어 부회장직에서 멀어진 것이고, 그렇게 되면 아마도,


"네 형한테 뒤처진 것을 여기 와서 화풀이 하면 안 되지."


부회장직은 양재준의 형이 가져가게 될 확률이 높다.


그러나 주동화의 말에 양재준이 갑자기 소리쳤다.


"그 또라이는 그룹의 총수가 될 그릇이 못 돼!!"


양재준은 씩씩대며 모르면 닥치고 있으라는 말까지 했다.


그러나 주동화는 양재준의 이런 반응이 납득이 가지 않았다.


"그럼 왜 그렇게 불안해 하는데? 형이 무능하면 자연히 네가 후계자가 될 거 아니야."

"형제가 없는 네놈은 이해 못 하겠지. 너는 숨만 쉬고 있어도 틸엘을 갖게 될 테니까."


어머니는 설사 아들이라 해도 절대 숨만 쉴 줄 아는 사람한테 틸엘을 물려줄 것 같지 않지만, 주동화는 일단 잠자코 있었다.


양재준은 주먹을 그러쥐며 각오를 토했다.


"나는 무조건 실적을 올려서 다시 일렉트릭으로 돌아간다."


그리고 주동화는 양재준이 왜 이런 소리를 자기한테 하는지 알 수가 없었다.


화풀이는 이해하지만 각오의 말은 본인 아버지한테 가서 하는 편이 의미 있을 것 같은데.


무엇보다 이렇게 귀가하는 사람 막아서서 수다 떨 여유도 없을 것 같고 말이다.


"그럴 생각이면 이렇게 농땡이 칠 시간은 없어 보이는데."


이에 양재준이 웃으며 대꾸했다.


"농땡이라니. 나는 실적을 올리러 여기에 온 거야."

"실적이라니?"

"지금 노바에볼루션에서 주은표의 혈액을 연구 중이다."

"우리 아버지 혈액을?!"

"그래. 칭다오에서 입수했지. 그러다가 얼굴이 이 모양이 됐어."


양재준이 괴로운 표정으로 이를 악물었다.


그리고 양재준의 말에 주동화는 대충 상황을 추측할 수 있었다.


얼굴의 흉한 상처는 화상이 아니라, 룩시온에 의한 세포 파괴였던 것이다.


주동화는 아버지가 칭다오에서 눈을 감고 나서 몇 번의 폭발이 있었던 것을 기억하고 있었다.


그는 아버지가 만들어 준 유리막 덕분에 안전했지만, 만약 폭발에 노출되었다면 목숨을 부지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그것은 룩시온이 사방으로 흩어지면서 나타나는 현상이었을 것이고,


아마 그 후에 남아있던 소량의 룩시온이 나중에 현장을 찾아온 양재준을 공격한 것이리라.


주동화는 양재준에게 물었다.


"우리 아버지 피로 뭘 하려고?"

"그 말도 안 되는 신체 능력의 비밀을 알아야겠거든."


주동화는 이를 악물었다. 양재준은 그날 칭다오에서 있었던 일을 모두 알고 있었던 것이다.


아마 그때 아버지가 살려 보낸 자로부터 보고 받았으리라.


룩스미터 기술을 알아내려고 틸엘에 침입하고 어머니를 납치하더니, 이번엔 룩시온을 파고들려고 한다. 주동화는 양재준이 하는 소리를 가만히 듣고 있을 수가 없었다.


"룩스미터도 모자라서 이번엔 우리 아버지라고?"

"어쩔 수 없어. 파워풀한 실적을 올리려면 슈퍼휴먼 프로젝트 정도는 돼 줘야지."


주동화는 기가 막혔다.


"또 저번처럼 당하고 싶어서 그래?"

"상관없어. 나는 더 이상 잃을 게 없거든."


양재준은 얼굴의 흉터를 만지작거리며 말했다.


"너희도 우리한테 누명을 씌운 대가는 치러야지. 주은표의 연구 데이터를 가져와."

"내가 너한테 그걸 갖다 줄 이유는 없어 보이는데."

"네가 얘기해주지 않으면 대표이사를 찾아갈 수밖에 없어."


그러면서 양재준은 아파트 위쪽을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주동화는 어이가 없었다.


"어머니를 또 납치라도 하겠다는 거야? 그게 가능할 것 같아?"


틸엘은 보안을 전보다 더 강화했고, 어머니는 지금 대표이사 위치이기 때문에 두 번 다시 그런 실수가 반복될 리는 없다.


"실적을 올리고 싶으면 네 실력으로 승부하라고."


주동화는 양재준에게 쏘아붙이고 아파트 안으로 들어갔다. 뒤에서 욕지거리가 들려왔지만 무시했다.



***


    

주동화는 집에 들어가자마자 어머니에게 임이섭에 대한 것을 털어놓았다.


"내가 룩시온과 결합할 때 목숨을 구해 준 사람이야. 살아 있는지만이라도 알고 싶어."

"엄마는 몰라."


어머니는 곤란한 표정으로 고개를 가로저었다.


"정말 피스메이커에 대해서 아는 거 없어?"

"모른대도."


어머니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주동화는 짧게 한숨을 쉬었고 그 모습을 지켜보던 어머니는,


틸엘 대표이사 옥소원은 고민에 빠졌다.

    

아들에게 그 이야기를 해 주어야 하는지.

    

틸엘 사옥에 총격전이 있던 날, 옥소원이 입원해 있던 병원으로 낯선 사람이 찾아왔었다.

    

뉴스 속보로 나온 틸엘의 상황에 놀라 입원이고 뭐고 당장 달려갈 생각에 짐을 챙기고 있을 때였다.


환자복을 갈아입고 가방을 챙기고 있는데 낯선 여자가 침대 앞으로 다가왔다.


30대 중반 정도로 보이는 긴 머리의 여자는 깍듯하게 인사를 하고서 말했다.

    

"안녕하세요? 옥소원 대표님."

    

그 당시에는 틸엘의 대표이사직을 누가 맡게 되었는지 공개된 바가 없었기 때문에, 옥소원은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그가 틸엘의 대표인 것은 변호사만이 아는 사실인데. 옥소원은 여자에게 물었다.

    

"누구세요?"

"저는 틸엘을 공격한 사람입니다."

"뭐라고요?!"

    

옥소원은 놀라서 소리쳤지만 여자는 정말이지 평온한 표정으로 말했다.

    

"제가 저희 직원들을 시킨 겁니다. 저렇게 하라고."

"대체 왜요?!"

"당신 아드님이 위험한 물질을 갖고 있거든요."

    

여자의 말에 옥소원은 바로 그것이 룩시온을 뜻한다는 것을 알아챘다.

    

"그래서요?"

"그 물질을 수거하려고 합니다. 아드님이 그 물질을 내놓는다면 조용히 끝날 문제였어요. 하지만 말을 듣지 않으니 어쩔 수 없이..."

    

이유야 어쨌든 결국 아들에게 총구를 겨눈 인간이란 뜻이다. 옥소원은 할 발짝 물러서며 여자를 경계했다.

    

"대체 당신 누구야."

"피스메이커의 권채선입니다."

    

여자는 웃으면서 명함을 내밀었다. 옥소원은 그것을 낚아채듯 빼앗아 읽어보았다. 직함과 주소, 전화번호까지 나와 있는데 뭘 하는 회사인지는 모르겠다.

    

"피스메이커가 뭐 하는 데지?"

"경호업체입니다."

"경호? 누구를 경호하는데?"

"시스템을 경호합니다."

"시스템?"

"꺄아아아악!!"

    

그때 옆 병실에서 비명 소리가 들렸다. 깜짝 놀란 옥소원은 TV로 시선을 옮겼다.

    

"동화야!!"

    

아들이 건물 외벽에 매달려 있었다. 옥소원은 당장 틸엘로 가야 한다는 생각뿐이었다.


그러자 권채선이 팔을 붙잡았다.

    

"가서 어쩌실 건가요?"

"내 아들이 저기 있어. 가서 구해야 돼!!"

"당신이 가서 할 수 있는 일은 없어요. 건물 벽을 타고 오를 건가요?"

"이거 놔! 이럴 시간 없어!!"

"이렇게 저한테 붙잡혀서 움직이지도 못하는데, 당신이 대체 뭘 할 수 있습니까?"

"동화야!! 동화야!!"

    

옥소원은 권채선의 말을 듣는 둥 마는 둥 하며 TV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아들이 저 높은 곳에서 떨어질까 봐 안절부절못했다.

    

"지금부터는 하늘의 뜻입니다. 아드님이 죽고 사는 것은."

    

옥소원은 권채선에게 붙잡힌 채 TV를 뚫어져라 쳐다보았다.


제발 아들이 무사히 건물 안으로 들어가기만을 바랐다.


건물 외벽에는 아들 말고 다른 사람이 함께 매달려 있었다. 그 사람이 누구인지는 몰라도, 제발 아들을 구해주기를 바랐다.

    

"119는 뭐 하는 거야!!"

    

사실 그는 알고 있다. 대한민국 정부는 틸엘에서 등을 돌렸다.


화재가 발생했을 때 출동하지 않았다는 얘기를 남편에게 들었었다.

    

"대한민국, 아니 이 지구상에 아드님을 구해줄 사람은 없습니다."

"뭐라고요?"

"국가가 틸엘이 못마땅해서 보호를 하지 않는다고 생각하세요?"

"그게 무슨..."

"대한민국이 그렇게 한심한 나라는 아닙니다."


권채선은 진지한 표정으로 말을 이어갔다.

    

"하지만 대한민국을 움직일 수 있는 조직이 틸엘을, 정확히 말하면 주은표 회장을 경계한 거죠."

"설마 그 조직이라는 게..."

"네, 피스메이커입니다."

    

권채선의 대답과 함께, 옥소원은 아들이 건물에서 떨어지는 것을 보았다.

    

"아아아악!!!"

    

옥소원은 온몸에 힘이 풀려 병실 바닥에 주저앉았다.


쓰러지는 것을 권채선이 붙잡아 주었고 옥소원은 권채선의 손이 닿는 것도 싫었지만 저항할 기운도 없었다.

    

넋이 나간 채 TV 화면만 쳐다 보았다.


동화가 죽으면 내가 살아갈 수 있을까.


내가, 동화 없이, 살 수 있을까. 살 필요가 있나.


동화가 없는데 내가 어떻게 살아가나.


눈물만 하염없이 흘렀다.

    

그때 무전으로 연락을 하던 권채선이 입을 열었다.

    

"대표님, 아드님이 살아 있다네요."

"어떻게...?"

"그 물질을 흡수한 거겠죠. 그러지 않고서야 생존할 수 없으니."

    

룩시온. 룩시온이 아들을 살렸다.

    

"상황이 정리되었으니 용건을 말하겠습니다. 이 모든 일은 노바 그룹이 저지른 짓으로 될 것입니다."

"뭐?"

    

옥소원은 어이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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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 아버지의 비밀 (2) 21.07.17 688 13 10쪽
21 아버지의 비밀 (1) 21.07.16 699 13 11쪽
20 침입자 (3) 21.07.15 662 13 11쪽
19 침입자 (2) +2 21.07.14 689 12 12쪽
18 침입자 (1) 21.07.13 723 14 12쪽
17 불청객 21.07.12 740 13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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