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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창 님의 서재입니다.

어느샌가 이능력 사이언티스트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SF

완결

민창
그림/삽화
제이지
작품등록일 :
2021.06.25 09:12
최근연재일 :
2021.10.06 13:05
연재수 :
104 회
조회수 :
51,222
추천수 :
893
글자수 :
532,633

작성
21.07.31 14:05
조회
527
추천
11
글자
10쪽

책임 전가

DUMMY

"후우-"

    

주동화는 숨을 깊게 내쉬었다. 이곳 레이젯 공장의 내구도 실험장을 혼자 전세 내고 쓴 것도 벌써 석 달째.


벽에 걸려있는 시계는 아침 여섯 시를 가리키고 있었다.


이곳에서 룩시온을 다루는 연습을 할 수 있는 건 이른 아침 시간뿐이었다.


일과 시간에는 사람들 눈에 띌 수가 있기 때문이다.

    

주동화는 머릿속 감각으로 룩시온의 스위치를 켰다.


그러자 그의 몸에서 순간적으로 빛이 번쩍였고, 주동화는 곧 룩시온의 세계로 진입했다.

    

룩시온을 깨우면 완전히 낯선 세상이다.


몸이 깃털처럼 가벼워지고 신체가 사라져 투명 인간이 된 기분이 들며 육체의 질량조차 느껴지지 않는다.


주동화는 이 상태를 룩시온 모드라고 명명하였다. 혼자서 그렇게 부르고 있을 뿐이지만.

    

룩시온 모드는 우주처럼 까맣다. 새카만 공간에 낯선 도형들이 여기저기 들어차 있다.


도형은 세모도 있고 네모도 있고, 육각형도 있다. 어떤 곳은 도형들이 빽빽하고 어떤 곳은 듬성듬성하다.

    

"여기서 뭘... 움직여 볼까."

    

그리고 그 도형들은 주동화가 원하는 대로 움직일 수 있었다.


룩시온 모드에서는 손발을 사용해 힘을 가할 수는 없지만, 그가 생각하는 대로 도형이 이동하였다.

    

위아래 좌우로 움직일 수도 있고, 두 도형을 붙일 수도, 도형을 쪼갤 수도 있다.

    

그러나 그런 행위가 어떤 의미가 있는지는 모르겠다. 주동화가 알고 있는 건 도형들을 움직일 경우 어떤 변화가 일어난다는 사실 뿐이다.

    

물론 아무런 변화가 없을 때도 있지만,

    

"으아아아악!"

    

이렇게 뭔가가 달라지는 일도 있기 때문이다.


주동화는 갑자기 쏟아진 물 때문에 비 맞은 생쥐 꼴이 되었다.

    

늘 이런 식이다. 갑자기 물이 쏟아져 실험실을 눅눅하게 만드는 일은 다반사였고, 어느 날에는 천장에 금을 가게 한 적도 있다.

    

이상 현상은 랜덤으로 일어나기 때문에 예측할 수가 없어 대응도 불가능하다.


대체로 도형들을 분리하거나, 서로 붙도록 하면 이상 현상이 발생하는 빈도가 높은 것 같긴 하다.


살짝 움직이는 것 정도로는 별다른 변화가 나타나지 않는 편이다.

    

이것이 현재 주동화가 파악한 전부다.

    

두 달 전까지만 해도 주동화는 희망에 차 있었다.


내구도 실험장에서 한 달간의 훈련 끝에 룩시온의 스위치를 끄고 켜는 법은 마스터를 했다.


원할 때 룩시온 모드로 진입하고, 원할 때 모드를 끝낼 수 있게 되었다.

    

그래서 더 이상 뜬금없이 물체를 이동시키거나 어두운 밤에 빛을 내며 불나방처럼 돌아다닐 일은 없게 되었다.


이것으로도 장족의 발전이라고 생각했다.

    

그때까지만 해도 의욕이 샘솟았는데. 그것이 고통의 시작일 줄이야.


그로부터 벌써 두 달이 지났는데 알아낸 게 하나도 없다.

    

룩시온 모드의 수수께끼는 도저히 해결의 실마리가 보이지 않았다.


매일 부지런히 연습을 하고 있지만 노력하는 것이 무색하게 제자리걸음이다.

    

"어디 가서 가르쳐달라고 할 수도 없고."

    

책도 스승도 없는 학습이라니 막막할 뿐이다. 이것에 비하면 생명과학 공부는 일도 아니었다.


인터넷에 동영상 강의가 널려 있고, 궁금한 것을 알려줄 스승도 연구실에 수두룩하다.

    

하지만 룩시온은 지구상에 없는 원소. 룩시온에 대해 아는 사람은 그와 그의 어머니뿐이다.


룩시온과 결합한 인간은 더더욱 없고 말이다. 그것은 지구상에 오직 주동화 한 명일지도 모른다.

    

"애초에 불가능한 거 아닌가."

    

상황이 이렇다 보니 룩시온 모드를 이해하고 컨트롤하는 일 자체가, 처음부터 불가능한 일이 아닌가 싶은 의문도 드는 것이었다.

    

하지만 그렇다기엔 그의 아버지가 보여주었던 놀라운 일들이 설명되지 않는다.


서울에서 칭다오까지 맨몸으로 날아오고, 바닥에 떨어진 유리 조각을 자유자재로 다루고.

    

"아버지는 대체 어떻게 한 거야..."

    

심지어 주동화 자신도 추락사의 위험에서 룩시온의 도움으로 살아남지 않았는가.


룩시온 모드에 대해 그가 알고 있는 것은, 룩시온이 그의 의지에 반응한다는 사실 하나다.

    

그의 생각대로 룩시온 모드의 도형들이 움직이는 것을 보면 룩시온은 그의 의식과 연결되어 있는 것 같았다.

    

"대체 도형들의 정체가 뭐지?"

    

가장 궁금한 건 룩시온 모드를 구성하는 수많은 도형들이었다. 그것들이 뭔지만 알아도 가닥이 좀 잡힐 텐데.

    

하지만 더는 고민할 여유가 없었다. 벌써 출근할 시간이다. 여기에서 회사까지는 거리가 꽤 있어서 미리 나서야 한다.

    

주동화는 내구도 실험장 문을 살짝 열고 주위에 사람이 있는지를 살폈다.


실험장이 물바다가 된 것을 사람들에게 들키면 귀찮아질 테니 말이다.

    

잘못을 한 건 아니지만, 수도도 없는 실험장에 어떻게 물이 쏟아졌느냐고 물으면 대답이 난감하지 않나. 룩시온에 대한 것을 미주알고주알 설명할 수도 없는 일이고.


주동화는 문밖에 사람이 없는 것을 확인한 후 얼른 실험장을 빠져나왔다. 그리고 문을 단단히 걸어 잠그고 회사로 향했다.

    

    

***

    

    

언제나처럼 주동화는 가장 먼저 출근했다.


연구실에 도착해 익숙하게 환기를 하고, 컵을 씻고, 커피를 내린다. 모든 과정이 물 흐르듯 익숙하다.

    

"어, 동화야. 주말 잘 보냈어?"

"안녕하세요."

    

곧 김충민 주임이 출근했다. 이어서 다른 연구원들도 연구실로 들어왔다.

    

연구실은 언제나처럼 바쁘게 움직였다.


그의 아버지 사후 틸엘이 무너질 것이라는 언론의 예측과는 다르게, 이곳은 전과 다름없이 돌아가고 있었다.

    

주식 개장 시간이 되자 핸드폰을 잠시 만지작거리던 김충민이 박관배 책임에게 말했다.

    

"회사 주가가 꽤 회복이 되었어요."

"다행한 일이구나."

"상장폐지 될 거라고 그렇게 난리였는데."

"아직 마음을 놓으면 안 돼."

    

박 책임은 차분하게 말했다. 그도 그럴 것이, 얼마 전까지만 해도 회사 분위기는 초상집과 다름없었다.

    

하루아침에 수장이 사라진 틸엘을 언론은 기다렸다는 듯이 물어뜯기 시작했다.


그 뒤에는 틸엘을 아니꼽게 봐 왔던 정부 부처나, 노바 그룹이 개입했을 것이 분명했다.


"맞아요. 아직 갈 길이 멀죠."


급속한 하락세는 멈췄지만 예전 수준으로 돌아가려면 아직 까마득한 것이 사실이었다.


암 치료약 개발 이슈로 최고점을 찍었던 때가 고작 세 달 전인데.


그리고 연구원들은 이 일에 대한 책임이 노바 그룹에 있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이게 다 노바 때문이잖아요. 그러고도 승승장구하고 있다니."

    

대낮에 틸엘 사옥에서 벌어진 총격전이 노바 그룹의 소행으로 밝혀졌기 때문이다.


그러니 주은표 회장이 사망한 것도 노바 그룹의 짓일 것이라 추측하는 것이 당연하다.


"사람을 죽이고도 책임을 지지 않는 건 말도 안 돼요."


물론 틸엘 사옥의 총격전은 노바가 아닌 피스메이커가 범인이지만, 그 사실을 아는 사람은 없다.


대외적으로는 모두 노바 그룹의 짓으로 되어 있었으니.


노바 측에서도 억울할 것 같긴 하지만, 칭다오에 옥소원을 납치한 전적이 있기 때문에 적극적으로 무고함을 주장하진 않았다.


하지만,

    

"결국 무혐의로 끝났네요."

    

우재혁 주임이 태블릿을 들어 보여주며 말했다. 우재혁은 임이섭 주임이 퇴사한 후 팀에 배정된 연구원이다.


우재혁이 보여준 기사에는 노바일렉트릭을 포함한 노바 그룹의 임원들에게는 아무런 죄가 없다는 결론이 나 있었다.


"이건 말도 안 되지."


김충민이 고개를 가로저으며 말했다. 연구실 곳곳에서 탄식이 튀어나왔다.


연구실의, 아니 틸엘의 모든 직원들은 하루빨리 노바가 죗값을 치르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동화야, 유감이구나."


박 책임이 주동화에게 말했다.


연구원들 모두가 노바 그룹이 주은표 회장의 죽음과 연관되어 있다고 생각하고 있기에, 유감을 표한 것이다.


하지만 주동화는 이런 결과를 예상하고 있었기 때문에 별다른 동요는 없었다.


"저는 괜찮아요. 감사합니다. 책임님."


칭다오에 그의 어머니가 납치되었던 사건은 노바의 짓이지만 증거가 남지 않았고, 어머니는 무사히 돌아왔다.


또한 아버지의 죽음은 룩시온으로 인한 것이지 타살이 아니다.


노바가 수갑을 찰 만한 이유가 없는 것이다.


그러나 이 사실을 알고 있는 것은 여기에 주동화 뿐이다.


"총격전에 대한 혐의도 없다는 거야? 노바에서 수급한 총알이 나왔는데도?"


김충민이 우재혁에게 물었다. 주동화 역시 그 지점에서 의문이 있긴 했다.


모든 연구원들이 우재혁의 대답을 기다렸다.


"노바 그룹이 아니라, 자회사인 노바에볼루션에서 독단적으로 저지른 일이라고 합니다."


노바 그룹의 입장은 명료했다.

    

틸엘에 접근하여 정보를 빼내고자 했던 것은 노바 그룹의 자회사인 노바에볼루션이며,


모든 행위는 노바에볼루션의 독단적인 행위였다는 것이다.

    

그것에 노바일렉트릭이나, 노바의 다른 회사들은 관련이 없다는 입장이었다.


그래서 노바 그룹에서는 노바에볼루션을 노바 그룹에서 떼어내겠다는 말을 했다.

    

"노바에볼루션이라니 처음 들어보는 회사네."

    

김충민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투로 말했다. 우재혁도 맞장구를 쳤다.

    

"그러니까요. 바이오 회사래요. 노바 그룹에 바이오도 있었나?"

"별 볼 일 없는 회사겠지. 그러니까 꼬리 자르기를 한 거 아니겠어?"

    

김충민 주임의 말대로였다.


노바 그룹은 자회사를 다른 회사라도 되는 것처럼 오히려 공격을 쏟아댔다.


남의 일인 양 비난을 하고 자신들은 피해자인 척 숨어버렸다.

    

주동화는 그것이 분했다. 분명히 틸엘에 접근했던 건 노바 그룹의 핵심인 노바일렉트릭이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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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 아버지의 비밀 (1) 21.07.16 699 13 11쪽
20 침입자 (3) 21.07.15 662 13 11쪽
19 침입자 (2) +2 21.07.14 689 12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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