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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괴 님의 서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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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괴
작품등록일 :
2023.05.26 15:47
최근연재일 :
2024.06.30 23: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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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70,3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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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6.30 23: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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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기 (9)

DUMMY

"불합리한 일 말씀입니까. 그야 많이 보고, 많이 겪었습니다. 수도원에 들어오기 전, 저는 강자가 약자를 갈취하는 일, 진실을 왜곡하는 위정자, 가난을 이유로 연인을 배신하는 여자, 마찬가지로 가난을 핑계로 아이를 내다 파는 여인, 부도덕한 상인, 자연에서 모든 것을 얻으면서도 고마움을 느낄 줄 모르는 사람들을 봐왔습니다. 제가 수도원에 입회한 것도 그런 이유에서입니다. 그들을 계도하고 싶었지만 당시에 저는 그럴 능력도 언변도 없었습니다."


"훌륭한 마음가짐이야 더글라스. 그래 네 말처럼 세상은 온갖 불합리한 일로 가득하지. 그런데 말이야. 유독 북부에서는 더 비참하고 비루한 일들이 많이 일어나곤 해. 혹시 그 이유를 알고 있어?"


"모르겠습니다."


"북부가 춥기 때문이야."


더글라스는 벙찐 표정으로 스니블을 바라보았다. 더글라스는 그 말에 어떤 대답을 해야 할지 종잡을 수가 없었다.

잠시 침묵이 흘렀다. 썰매는 계속 나아갔다. 정오의 태양은 따스했고, 썰매는 지독하게도 느릿하게 미끄러지고 있었다. 그 탓에 옆에 드러누워 있던 스칼은 어느샌가 꾸벅꾸벅 졸고 있는 듯했다. 스니블은 스칼의 자세가 편해 보였는지 썰매 뒤에 있던 짐에 등을 기대고 누웠다. 양팔로 뒤통수를 받친 스니블은 태양을 바라보며 말했다.


"춥기 때문에 북부에선 곡물을 생산할 수 없어. 물론 무벤 같은 경우는 제외해야겠지만, 북부의 거의 모든 땅은 곡물을 키우기에 적합하지 않지. 그래서 북부는 가난해. 누가 뭐라고 하던 돈의 원천이란 결국 곡물과, 또 그 곡물을 재배하는 인부의 노동력에서 나오는 법이거든. 만약 북부가 부유했다면, 그러니까 남부 만큼 곡물을 생산할 수 있었다면 그 끔찍한 전쟁은 일어나지도 않았겠지. 아마 남부와 북부는 사이좋은 이웃이 됐을 거야. 권력을 쥔 놈들이 격식을 차리면서 대하는, 그러니까 서로 그냥저냥인 이웃 정도로는 지낼 수 있었겠지."


스니블의 두 번째 발언에도 더글라스는 적절한 대답을 찾을 수 없었다. 더글라스가 생각하기에 스니블의 말은 혼잣말이나 신세한탄에 가까웠다. 그러나 잠시 후 더글라스는 그것이 처음 던졌던 질문에 대한 대답임을 깨달았다. 더글라스는 머릿속을 정리하며 말했다.


"두 분의 계획은 세상을 더 아름답고 공정하게 만드는 것이라고 하셨습니다. 그런데 북부가 추운 것이 불합리하다면... 물론 저는 그것이 불합리하다고 생각해본 적은 없습니다만, 아무튼 두 분의 계획이 성공하면 그 불합리함이 사라지는 겁니까?"


"그렇게 되길 바라."


애매한 대답에 더글라스는 저도 모르게 살짝 인상을 찡그렸다. 더글라스의 반응에 스니블은 슬며시 미소 지었다.


"모든 일이 그렇지만 사람이 할 수 있는 일의 범위는 터무니없이 적어. 눈이 부시다고 해서 태양을 떨어뜨릴 수는 없는 일 아니겠어. 할 수 있는 것은 적지만, 그래서 우리는 할 수 있는 것만 하면 돼. 결과는 신에게 맡기는 것이지. 스칼과 나는 할 수 있는 것들을 하고 있어."


계속해서 혼잣말처럼 중얼대던 스니블은 그러나 이번에는 불평하듯 말했다.


"하지만 문제는 역시 신이 모두를 공평하게 사랑하신다는 점일까. 그래, 언제나 그게 문제야. 사람들은 항상 바라는 것이 너무 많지. 그리고 그 중에서는 우리처럼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다 해버리고야 마는 지독한 놈들이 간혹 있거든. 신께서는 그들과 우리의 계획을 꼼꼼하게 검토하신 뒤에, 어쩌면 그들의 손을 들어주실지도 몰라. 예를 들자면 신께선 거의 평생 동안 자신을 섬겨왔던, 충실하고 믿음직한 북부의 어떤 늙은이의 바람을 더 우선순위에 두고 계실지도 모르지."


거의 직감적으로 더글라스는 스니블이 어떤 인물을 말하고 있는지 눈치챘다. 더글라스는 조심스럽게 물었다.


"혹시 파스토르 대주교님을 말하시는 겁니까?"


"눈치가 빠르군."


"두 분의 계획이 대주교님의 목적과 대립되는 것인가 보군요."


"뭐어, 꼭 그렇진 않아. 따지고 보면 그 영감과 우리가 하려는 짓은 비슷해. 그 영감도 우리도 분리를 바라고 있으니까. 아니, 우리 쪽은 분단이라고 하는 편이 더 정확하겠군."


"무슨 말인지 모르겠습니다. 무엇을 분리하고 분단한다는 말입니까? 대주교께선 대륙의 새 황제가 되려 하십니다. 그 목적을 위해 북부는 여태 힘을 비축했고, 또 듀라트 백작께서는 그 이유로 무벤을 향해 오고 계십니다. 대주교께선 이번 전쟁을 통해 대륙을 하나로 만들고 싶어하시는 것 아니었습니까?"


스니블은 고개를 끄덕였다.


"파스토르는 대륙을 통일하겠지. 하지만 황제가 되지는 않을 거야. 그 늙은이는 왕이 될 셈이야."


"대주교께서는 왕이 되기 위해 대륙을 통일하려 하고 있다는 말입니까?"


"응."


더글라스는 조금 머뭇대다가 이내 다시 물었다.


"...제가 느끼기에 그것은 힘들여 페루스를 토벌하고서 꼬리만 잘라오는 행동 같습니다. 기왕 대륙을 하나로 만들었다면 마땅히 황제가 되어야 하는 것 아닙니까. 통일 후 대주교께서 왕에 머무르신다면, 대륙은 금방 다시 분리되고 말 겁니다. 그야 황제가 없다면 사방에서 스스로를 왕이라 자처하고 나서지 않겠습니까. 저는 이해할 수 없습니다. 대주교께선 왜 기껏 하나로 만든 것을 다시 분리시키려 하시는 겁니까."


"간단한 이유야 더글라스. 합리적이고 효율적인 것은 언제나 불행을 초래하기 때문이지. 그런데 더글라스. 슬슬 이쯤에서 멈추는 게 좋겠다."


"멈추다니요? 두 분의 계획을 말입니까?"


스니블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리고 정면을 향해 턱 끝을 살짝 들어 올렸다. 정면을 바라본 더글라스는 그제야 주변 풍경이 완전히 바뀌어 있음을 눈치챘다. 딜로 숲의 초입부였다. 더글라스는 썰매를 멈췄다.


"라하-!"


썰매는 느릿하게 움직이고 있었지만, 그럼에도 노련한 카니쿨라들은 썰매의 가속도를 고려해 아주 천천히 발을 멈췄다.

그 미약한 관성에 스칼이 눈을 번쩍 떴다. 스칼은 절대 졸고 있지 않았다는 표정으로 매섭게 사방을 한번 노려봐 준 다음 썰매에서 뛰어내렸다.

두 사람 역시 스칼을 따라 썰매에서 내렸다. 곧 스칼이 숲 안 쪽으로 진입했다. 두 사람도 천천히 따라 걸었다.

세 사람은 한참을 걸었다. 그리고 한걸음을 뗄 때마다 더글라스의 의문은 점점 더 커져 갔다.

스니블이 반박했지만 더글라스가 보기에 그곳은 정말로 아무것도 없는 곳이었다.

유일하게 있는 것이라곤 다가올 계절에 대비해 미리 옷을 벗은 관목들과, 그 관목들이 떨군 무수한 낙엽 정도였다.

온통 낙엽이었다. 주변은 정말이지 온통 낙엽으로 두텁게 덮여 있어서, 그곳을 걷는 일은 마치 눈 속에서 걷는 듯한 느낌을 주고 있었다.

문득 스칼이 숲의 어느 지점에 멈춰 섰다. 스칼은 사방을 두리번거리며 말했다.


"이쯤이었나? 낙엽이 너무 쌓여버려서 잘 모르겠는데."


스칼은 애매하다는 표정으로 스니블을 바라보았다. 스니블 역시 스칼과 비슷한 심정인 것 같았다. 주변을 둘러보던 스니블은 확실하지 않다는 투로 말했다.


"이쯤이 맞을 거야. 파보면 알게 되겠지."


더글라스가 멀뚱히 서 있는 사이 두 사람이 작업에 착수했다.

스칼과 스니블은 근처에 있는 낙엽을 모조리 걷어내기 시작했다. 스칼은 뛰듯이 발로 휘휘 낙엽을 걷어찼고, 스니블은 용케 끝이 빗자루처럼 생긴 나뭇가지를 구해와서는 낙엽을 치웠다. 그리고 더글라스는 사제된 도리로써 주교의 노동을 지켜보고만 있을 수는 없었다. 더글라스는 팔을 걷어붙이고 작업을 도왔다.


작업은 금세 끝났다. 세 사람을 중심으로 반경 2큐빗쯤 되는 커다란 원형의 맨바닥이 드러났다. 더글라스는 낙엽 밑에 가려져 있던 것이 무엇이었는지 알 수 있었다.

흙바닥에 손가락 두 개 정도 굵기의 붉은 선 두 개가 그려져 있었다. 붉은 선은 완만한 포물선을 그리고 있었다.

더글라스는 쪼그리고 앉았다. 유심히 붉은 선을 관찰하던 더글라스는 이내 붉은 줄 옆에 그려진 자잘한 문양을 발견했다. 분명 어디선가 봤던, 익숙한 문양이었다.

한참 기억을 되새김질한 끝에 더글라스는 그 문양의 정체를 알아냈다. 더글라스는 스칼의 옆으로 다가가 말했다.


"이전에 스칼님께서 권능을 발현하셨을 때 그리셨던 것과 비슷하군요."


"기억력이 좋은 걸. 그런데 비슷한 게 아니라 완전히 같은 거야. 으음- 그보다 이 녀석들 생각보다 제대로 그려 놨는데? 그리느라 애 좀 먹었겠어. 그렇지 스니블?"


"이곳만 보고 판단하긴 일러 스칼. 조금 더 파보자고."


스니블의 말에 다시 낙엽을 치우는 작업이 시작됐다. 다만 두 사람은 이번에는 원형을 그리며 치우지 않았다. 두 사람은 바닥에 드러난 붉은 선을 쭉 따라 걸으면서 그 위에 덮인 것들만 옆으로 치웠다. 두 사람은 마치 족대질을 할 때 발로 물고기를 몰아주는 사람처럼 그렇게 앞으로 나아갔다.

더글라스는 잠시 동안 제 자리에 선 채 두 주교의 행동을 지켜보았다. 얼마 지나지 않아 더글라스와 두 사람의 간격이 몇십 발자국이나 벌어졌다. 어쩔 수 없이 더글라스는 두 사람의 곁으로 걸어갔고, 다시 작업에 착수했다.


금방 끝날 것 같았던 작업은 그러나 더글라스의 예상보다 훨씬 더 길어졌다.

더글라스는 고개를 돌려 지나온 길을 되돌아보았다. 그들이 낙엽을 치우며 걸어온 길은, 한 겨울 눈으로 덮인 곳에서 썰매를 끌고 나면 남는 자국과 비슷했다. 그리고 그 자국은 이제 거의 백큐빗쯤은 돼 보였다. 더글라스는 다시 두 사람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스칼과 스니블은 여전히 낙엽을 헤쳐나가고 있었다. 그들이 따라가고 있는 붉은 선이 끝나지 않으면, 결코 작업을 멈추지 않을 기세였다.

두 사람이 지나치게 열중하고 있었던 탓에 더글라스는 말을 걸기 망설여졌다. 하지만 답답함이 한계에 다다른 더글라스는 결국 스칼의 옆으로 가만히 다가갔다.


"스칼님. 지금 하고계신 작업이 어떤 작업인지 여쭤봐도 되겠습니까."


"응? 보면 알잖아. 낙엽 치우고 있지."


"······."


더글라스는 과연 그렇다는 얼굴로 고개를 한번 조아렸다. 그리고 조용히 스니블 옆으로 이동했다.


"스니블님. 혹시 지금 이 작업도 계획의 일부입니까?"


"맞아. 여기가 계획의 시작 지점이거든. 이 문양이 어떤 쓰임새를 가지고 있는지는 너도 알고 있겠지?"


"권능의 발현을 수월하게 만들어주는 일종의 골간 같은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때 보았던 것과는 전혀 다르군요. 그때는 분명 고작해야 두 큐빗쯤 되는 원이었습니다. 그런데 이것은 선이잖습니까."


스니블은 빙그레 웃었다.


"골간이라. 그것 참 좋은 표현이군. 골간이 꼭 원일 필요는 없어. 삼각형이건 네모건 혹은 섬이건 점이건 전혀 상관없지. 사실 이런 문양 자체도 필요 없어. 권능은 신께서 빌려주시는 힘이고, 신은 형태에 구애받지 않으시거든. 그럼에도 이런 복잡한 사전 작업을 하는 이유는 우리가 너무 미숙하기 때문이지."


"미숙하다면..."


"목수들을 생각해 봐 더글라스. 일천한 목수들은 작업 전에 아주 꼼꼼하게 재단선을 그려 넣는다고. 하지만 평생 목수 일에 종사한 사람은 그렇게 작업하지 않아. 무심한듯 톱을 대고, 그냥 잘라버리지. 우리는 전자라고 할 수 있겠지. 목수가 자신의 서툰 톱질을 고려해 재단선을 그려 넣는 것처럼, 우리도 미숙하기 때문에 이런 식으로 골간을 그려 놓은 것이지.

그리고 우리들의 경우엔 더욱 조심할 필요가 있어. 톱질에 실패한 목수는 원목 하나를 날려 먹을 뿐이지만, 우리들의 계획이 실패하면 대륙 전체가 바스러질지도 모르니까. 그래서 아주 신중한 사전 작업이 필요했지. 그러고 보니 이걸 그리는데 십 년도 넘게 걸렸군."


이유는 알 수 없었지만 스니블은 약간 들떠 있는 것 같았다. 스니블은 세월이 참 무상하다고 중얼거리며 다시 낙엽을 걷어내는 일로 돌아갔다. 더글라스는 얌전히 스니블의 말을 곱씹었다. 그리고 마지막 대목을 상기하다가 눈살을 찌푸렸다.


"방금 대륙이 바스러진다고 하셨습니까?"


"응."


얼핏 듣기에 그것은 무시무시한 내용이었지만 스니블은 상큼한 얼굴로 대답했다. 그래서 더글라스는 그것이 일종의 은유일 거라 짐작했다.

예컨대 일을 망쳤다는 말은, 그 일이 원하는 대로 풀리지 않았다는 뜻이지 결코 일 자체가 완전히 끝장났다는 뜻은 아니다. 더글라스는 스니블의 표현도 그 비슷한 의미일 거라 생각했다.


"두 분의 계획이 실패하면 대륙의 판도가 크게 바뀌는 모양이군요."


"뭐 그렇겠지. 하지만 바뀌는 건 판도가 아니라 판이야."


"판이라면..."


"이 대륙 말이야. 대륙은 암석으로 이루어진 거대한 판이잖아?"


"그럼 두 분의 계획이 실패하는 날에는 대륙의 판이 바스러진다는 말입니까? 그러니까... 저희가 지금 딛고 있는 이 바닥 말입니다."


그것이 터무니없는 일처럼 여겨졌던 더글라스는 다분히 머뭇거리면서 말했다. 반대로 스니블의 대답은 시원했다.


"그래. 그렇게 될 거야. 그러니 반드시 성공해야겠지. 대륙에 있는 무고한 사람들이 죄다 죽는 일이 없도록 말야."


더글라스는 자신이 평범한 사람들보다 이해력이 월등히 낮다고 생각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무벤의 성벽에서부터 지금까지 이어진 대화에서 더글라스는 쭉 바보가 된 것 같은 기분을 느끼고 있었다.

더글라스는 바보가 되지 않기 위해 애썼다. 더글라스는 여태 나눴던 대화를 전부 복기했고, 동시에 필사적으로 내용을 짜맞췄다.

다음 순간. 더글라스는 어떤 사실을 깨닫고 경악했다.

더글라스는 스칼과 스니블을 바라보았다. 두 사람은 여전히 붉은 선을 따라 낙엽을 치우고 있었다. 붉은 선은 권능의 골간이다. 그리고 스니블은 계획에 실패한 경우 판이 바스라진다고 말했다. 더글라스는 얼빠진 표정으로 스니블을 바라보았다.


"설마 두 분께서는..."


"잠시만 기다려봐 더글라스. 아무래도 질의응답은 나중으로 미뤄야겠다."


스니블은 어느 한 지점을 물끄러미 바라보며 그렇게 말했다. 어느새 옆으로 다가온 스칼과 함께 더글라스는 스니블이 바라보고 있는 방향으로 시선을 옮겼다.

300큐빗쯤 떨어진 숲의 반대 지점에 무언가 희미한 형체가 아른거렸다.

더글라스는 미간을 모으며 그 형체에 집중했다. 곧 더글라스는 그 형체의 정체를 알아냈다.


"인간입니다. 두 사람이고, 각자 말을 타고 있군요."


"그 정도는 나도 보여. 하지만 왜 이런 곳에 사람이 있지? 여긴 아무것도 없잖아."


아무것도 없다는 말에, 순간 더글라스는 반박하고 싶은 강한 유혹을 느꼈다. 하지만 스니블의 얼굴이 어느새 심각해져 있어서 더글라스는 말을 삼켰다.

세 사람이 말없이 바라보고 있었을 때, 갑자기 말을 탄 두 인간 쪽에서 머리 위로 손을 흔들어왔다. 스칼이 말했다.


"어, 저 쪽에서도 우릴 발견한 모양인데?"


스칼의 말이 끝나자마자 두 승마자가 움직였다. 승마자들은 세 사람을 향해 말을 몰기 시작했다.


"이쪽으로 온다. 어떻게 하지?"


"일단 기다려. 그리고 혹시 모르니 전투에 대비해둬."


스칼이 무서운 표정으로 검집에 손을 올렸고, 더글라스는 소매를 팔꿈치까지 걷어 올렸다.

그 사이에도 두 승마자는 계속해서 그들을 향해 다가오고 있었다.

마침내 서로의 거리가 100큐빗쯤 남았을 때, 스니블은 승마자들의 차림새를 완벽히 파악할 수 있었다.

무장하고 있을 거란 막연한 예상과 달리 그들의 행색은 남루했다.

사실 남루하다는 것은 지나치게 세련된 표현일 것이다. 속된 말로, 승마자들은 반쯤 거지꼴을 하고 있었다. 스니블은 어이없는 심정으로 중얼거렸다.


"...저것들은 대체 뭐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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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9 북부에서 말은 필요 없다 24.04.22 11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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