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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r.who작가 님의 서재입니다.

히어로즈(Hero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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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라끌리에
작품등록일 :
2015.01.04 23:44
최근연재일 :
2015.01.27 20:07
연재수 :
52 회
조회수 :
33,402
추천수 :
229
글자수 :
348,419

작성
15.01.14 19:04
조회
419
추천
3
글자
8쪽

11. 혁명 혹은 반란

DUMMY

“우리가 많은 요구 조건을 양보하더라도 이 요구만큼은 절대 철회할 수 없습니다. 악당 번호제를 폐지하십시오. 더 이상 무고한 희생자들을 만들 순 없습니다.”


안경잡이 악당이 안경을 고쳐 쓰며 말했다. 협상 테이블의 맞은편에 앉은 사령관은 미간을 좁히며 불쾌한 기색을 감추질 않았다.


“상대를 잘못 잡았군. 자네들이 내게 이딴 식으로 협박을 해봤자 바뀔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어. 이건 내가 마음대로 없애고 만들 수 있는 게 아니야. 탓하려거든 돌아가신 영웅 1호나 탓하시지.”

“영웅 1호는 아직까지도 살아있습니다. 그는 인류가 멸망할 때까지 영원히 죽지 않을 겁니다. 그리고 당신은 영웅 1호의 의사를 바꾸는 데 적지 않은 영향을 끼칠 수 있을 테고요.”

“왜 그렇게 생각하는 거지? 난 그저 위엣 놈들의 명령에 따라 움직이는 허수아비일 뿐이야. 더는 자네들과 의미 없는 시간을 낭비하고 싶지 않군.”


사령관이 어이가 없다는 듯 자리를 박차고 일어났다. 주변의 악당들이 술렁거렸지만 안경잡이 악당은 동요하지 않고 사령관만을 뚫어져라 쳐다보았다.


“저희도 이런 작은 혁명이 단기간에 온 세상에 영향을 줄 거라곤 생각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우리가 그저 얌전히 방관만 하기엔 당신네들은 우리에게 과도하게 불합리한 일들을 강요해 왔습니다. 얼마 전엔 이 마을에서 악당 번호제를 창립한 기념으로 축제를 열고 있더군요. 가히 충격적이었습니다. 이건 명백히, 번호를 찍어서 뒷골목에서 비참하게 살아가는 이들을 조롱하는 뜻이 아니겠습니까?”


그가 건조한 목소리로 몰아붙이자 얼굴에 흉터가 있는 악당도 감정이 격해져서는 그를 거들었다.


“당장 악당들에 대한 인식을 바꿀 순 없더라도 이런 말도 안 되는 축제만큼은 중단되는 것이 올바른 길 아니겠소? 당신네들이 말하는 ‘정의’라는 것에 입각해서 본다면 말이오!”


그때였다. 악당이 격분해서 내뱉은 고함이 묻혀버릴 정도로, 세게 회의실의 문이 열리더니 한 무리의 영웅들이 들이닥쳤다. 그 영웅들의 중심에 서 있는 것은, 히어로 화이트와 히어로 블루, 바로 경찰차 콤비였다. 사령관이 승리의 미소를 지은 반면 악당들의 표정은 점점 당혹감으로 일그러졌다. 히어로 화이트가 안경잡이 악당에게 장검을 뽑아 겨누었다.


“넌 그때 그 여관에서 봤던 악당 녀석이지? 여관 뒷골목에서 안부 인사를 했을 뿐이라고 변명하던 그 녀석 말이야. 전부 다 거짓말이었어. 너넨 분명 이런 일을 꾸미기 위한 음모를 주고받았던 거겠지!”

“영웅 녀석이 여긴 어떻게 들어온 거지? 분명 마을 입구는……”

“그래. 너희들이 막아놨지. 그런데 그거 알아? 나는 이 마을에 파견되고 나서 그저 허구한 날 놀기만 했던 게 아니야. 영웅 일을 하느라 적어도 이곳의 지리정도는 손금 보듯 훤하다고. 뒷산의 샛길을 통해 들어왔어. 거긴 안 막혔더군.”


히어로 화이트는 검을 빠르게 휘둘러 안경잡이 악당이 들고 있던 계약서를 갈기갈기 찢어 놓았다. 다른 악당들은 한꺼번에 몰아닥친 영웅들을 상대하느라 그를 도와줄 여력이 없었다. 안경잡이 악당은 이를 악물고는 품에서 단도를 꺼냈다.

그러나 히어로 화이트가 조금 더 빨랐다. 그가 그 악당의 손목에 가벼운 상처를 내자 그는 별 수 없이 단도를 떨어뜨리고 말았다. 111이라는 번호에 빨간 줄이 그어졌다. 그럼에도 그 악당은 뭐가 그리 재밌는지 실실 웃으며 히어로 화이트에게 이죽거렸다.


“111은 뒤집어도 111이지. 그렇지만 영웅을 뒤집으면 악당이야. 불공평하지 않아? 불평등하지 않아?”

“헛소리하기는. 힘없는 사령관님을 잡아서 여러 명이서 상대하다니. 이러니까 너희가 비겁하다고 욕을 먹는 거야.”


몇 차례의 공격으로 안경잡이 악당은 히어로 화이트에게 무릎을 꿇게 되었고 다른 악당들도 죄다 영웅들에게 밀려 책상에 두 손을 뒤로 묶인 상체가 달라붙게 되었다. 여기저기서 고통스러운 신음소리가 새어나왔다. 그것과 조화를 이루어 바깥에서는 이미 진짜 경찰차들이 사이렌을 요란하게 울리며 도착해 있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경찰들 또한 회의실로 들어오게 되었다. 악당들은 모두 두 손에 멋진 은팔찌를 차게 되었다.


“이번 주동자 중에 저번에 일으킨 시위에 연관된 자도 여럿 있었습니다. 이건 재범에 속하는 것이니 강력한 조취를 취해야만 합니다.”


경찰이 사령관에게 보고를 올렸다. 사령관은 고개를 끄덕이며 그들과 악당들의 처분에 관해서 몇 차례 대화를 주고받았다. 정작 처분을 받는 본인들은 아무것도 알지 못한 채 머리를 숙인 채 영웅들에게 끌려가야만 했다.

히어로 화이트는 괘씸한 그들을 팔짱을 끼고는 바라만 보았다. 안경잡이 악당은 히어로 화이트를 흘긋 보더니 쓰디쓴 혼잣말을 중얼거렸다.


“그때 그 천재 악당만 데려올 수 있었더라면 더 많은 악당들이 살아남을 수 있었을 텐데…….”

“네가 누구를 섭외하든 너희는 영원히 정의를 이길 순 없을 거야. 뭐, 이렇게 호되게 당했으니 앞으로 큰 반란은 일어나지 않을 테지만.”


히어로 화이트의 당돌한 말에 안경잡이 악당이 눈을 크게 뜨더니 자지러지게 웃어댔다. 그가 눈가에 눈물을 달곤 말했다.


“뭐라고? 이봐, 한번 이긴 것 가지고 착각하지 마. 아직 악당들의 혁명은 끝나지 않았어.”


그러자 히어로 화이트의 옆에 잠자코 있던 히어로 블루가 냅다 끼어들었다.


“그렇습니다. 그것이 옳은 일이지요. 저도 그 혁명에 동참할 겁니다.”

“블루!”


히어로 화이트가 면박을 주었지만 히어로 블루는 흔들리지 않았다. 그러나 안경잡이 악당은 고맙다는 말 대신 킬킬 웃으며 그를 비웃었다.


“이런. 이보게, 기특한 젊은이. 그런 쓸데없는 생각일랑 집어치워. 네 손목은 깨끗하지? 부족해보지 못한 자는 덜 차오른 바구니를 결코 이해할 수 없어. 그냥 처세나 잘 하면서 몸이나 사리라고. 좋은 아내를 만나서 결혼을 하고 좋은 직장을 잡아서 돈이나 벌고. 괜히 이런 골치 아픈 일에 끼어들려 하지 마. 이건 우리들의 문제야.”

“절 그런 식으로 한정지으려 들지 마십시오! 저는 반드시 해낼 겁니다. 주변에서 뭐라고 하든! 다시는 당신 같은 악당이 나오지 않을 수 있게!”


히어로 블루가 발끈해서 소리쳤지만 안경잡이 악당은 웃음을 싹 지우곤, 굳은 얼굴로 그를 마주할 뿐이었다.


“이건 충고가 아니라 경고야. 넌 너무 젊어. 그 나이에 한번 배신감을 맛보게 되면 도리어 그런 자가 독기를 품고 우리를 더 찍어 누른단 말이지. 개소리 말고 본부에 가서 잘 먹고 잘 살기나 하라고. 세상을 지키는 정의로운 영웅들아!”


히어로 화이트는 점점 발작을 일으키며 소리를 질러 대는 안경잡이 악당을 보며 얼굴을 찡그렸다. 그러나 그 악당이 돌변하기 전에, 전경들이 와서 그를 무력화시킨 후, 경찰차에 집어넣었다. 다른 악당들도 하나 둘씩 경찰차에 실리고 있었다.

악당들은 저마다 합창을 하듯 끌려가면서 하나의 구호를 외쳤다. 세상을 뒤집었을 때 세상이 될 때까지 우리는 날뛸 거야. 악당은 패배할지언정 포기를 모르지. 우리는 언제고 너희 발치에서 평등을 외칠 거야. 두고 보라고! 어디 한번 두고 보라고!



주동자와 반란의 무리들은 그렇게 본부로 끌려갔다. 히어로 화이트와 히어로 블루가 또다시 한 건을 한 것이다. 히어로 블루는 그 공로를 인정받아 다시금 본부에 복직했다. 물론 그는 전혀 기뻐하지 않았지만 악당들에게도 외면 받고 영웅들과 민간인들에게도 외면 받을 순 없는 노릇이었다. 이곳에서 살아가기 위해서는 적어도 한 부류에는 속해야만 했기 때문이었다.

히어로 화이트는 사령관과 악수를 나누는 히어로 블루를 보며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그는 허공을 바라보며 누군가에게 말하듯 혼자서 중얼거렸다.


“그것 봐……. 내가 뭐랬어. 반드시 카이닌을 구해 온다고 했지? 정의는 반드시 승리한다니까……”


작가의말

짧네요...

에필로그는 더 짧아요 흑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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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 P. 여는 이야기(악당 이야기) 15.01.14 439 2 4쪽
21 E. 닫는 이야기(황혼에 머무는 자) 15.01.14 330 2 7쪽
» 11. 혁명 혹은 반란 15.01.14 420 3 8쪽
19 10. 배반자 15.01.13 472 3 12쪽
18 9. 은폐와 무지 15.01.13 424 2 14쪽
17 8. 지갑-(2) 15.01.12 506 2 9쪽
16 8. 지갑-(1) 15.01.12 426 3 13쪽
15 7. 잠입-(2) 15.01.11 408 3 10쪽
14 7. 잠입-(1) 15.01.11 583 3 10쪽
13 6. 툰드라-(2) 15.01.10 575 3 12쪽
12 6. 툰드라-(1) 15.01.10 479 3 19쪽
11 5. 레치드!-(2) 15.01.09 359 3 15쪽
10 5. 레치드!-(1) 15.01.09 478 3 11쪽
9 4. 구출과 구애-(2) 15.01.08 378 3 10쪽
8 4. 구출과 구애-(1) 15.01.08 666 6 10쪽
7 3. 마인드 리더-(2) 15.01.07 361 5 10쪽
6 3. 마인드 리더-(1) 15.01.07 661 9 16쪽
5 2. 영웅의 임무-(2) 15.01.06 858 11 13쪽
4 2. 영웅의 임무-(1) 15.01.06 1,151 11 11쪽
3 1. 경찰차-(2) +1 15.01.05 1,189 26 14쪽
2 1. 경찰차-(1) +1 15.01.05 2,482 22 15쪽
1 P. 여는 이야기(영웅 이야기) +2 15.01.05 3,624 46 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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