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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r.who작가 님의 서재입니다.

히어로즈(Hero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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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라끌리에
작품등록일 :
2015.01.04 23:44
최근연재일 :
2015.01.27 20:07
연재수 :
52 회
조회수 :
33,409
추천수 :
229
글자수 :
348,419

작성
15.01.07 19:12
조회
361
추천
5
글자
10쪽

3. 마인드 리더-(2)

DUMMY

“머빈! 그만 자고 일어나. 약기운 떨어질 시간 다 됐어. 잠은 집에 가서 자라고! 너희들 날 두고 가더니 아주 쌤통이다, 쌤통이야!”


누가 자는데 이렇게 시끄럽게 구는 거야! 눈을 뜨자 천장의 빛이 어둠에 익숙해진 눈에 직접적으로 내리꽂혔다. 눈이 부신 나머지 나는 손으로 눈가를 가렸다. 어라? 그런데 나 왜 살아있는 거지? 몸도 잘 움직여지네?

나는 내가 아직도 목숨이 붙어있는 것에 놀라 몸을 벌떡 일으켰다. 주변을 둘러보니 카이닌과 실비엔이 보였고, 나는 본부의 소파에 누워 있었다.


“마인드 리더 녀석이 네게 주사했던 것은 수면제였어. 당연히 마인드 리더는 나랑 실비엔이 놀라는 틈을 타서 도망쳤고. 그래서 할 수 없이 내가 잠든 널 업고 본부까지 온 거야.”


카이닌이 내가 잠들었을 때 있었던 일을 차근차근 설명해 주었다. 나는 잠이 덜 깨 신경질적으로 앞머리를 쓸어 올렸다. 마인드 리더라는 자식, 진짜 목적이 뭐야! 분명 그는 우리보다 몇 수 더 앞서 있었기에 모든 것을 계획해놓곤 수면제 주사기까지 준비할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런데, 그 주사기라는 게 하필 수면제가 담겼을 이유는 또 뭔가! 영웅을 놀려먹다가 죽이고 싶었던 거라면 독약을 넣었으면 되었고, 몸값을 원했던 거라면 실비엔을 공원이 아닌 다른 곳으로 끌고 가서 협박을 했으면 될 일이었다.

애초에 이런 식으로 놀아나는 것 자체가 상당히 자존심이 상하는 일이었다. 잡혀 주기라도 하면 실적이라도 올라가지, 고양이를 실컷 놀리다가 쥐구멍으로 쏙 들어가는 쥐처럼 마인드 리더는 절대 곱게 감옥에 들어가 주지 않았다. 내가 이를 악물곤 다짐하듯이 말했다.


“그 망할 자식 기필코 내 손으로 감방에 처넣고야 말겠어.”

“야! 그건 그렇고, 너 어떻게 나한테 영웅인 걸 숨길 수가 있어! 플로라도 아는 사실을 나만 모르게 하다니! 너 때문에 경찰차에 대한 이 소녀의 환상이 가련하게 깨지고야 말았잖아!”


실비엔이 내 어깨를 잡고 앞뒤로 흔들어댔다. 그건 네가 멋대로 상상한 게 잘못이고! 게다가 플로라는 친동생이니까 그렇지! 원래 영웅들의 친족들이나 같은 영웅들은 그 영웅의 정체를 알 권리가 있다.

그 외의 민간인에게 말하는 것은 엄금이다. 물론 악당에게 누설하는 것은 더더욱 금물이고. 생각 할수록 열 받네! 대체 누가 말한 거야! 그것도 하필 다른 악당도 아니고 마인드 리더 녀석한테! 아무리 약점이 잡혀서 어쩔 수 없이 불었다고 생각해도 이건…… 잠깐, 약점이라고? 약점이라…….


“마인드 리더는 약점 같은 것도 없나?”

“약점이라고?”


카이닌이 내게 되물었다.


“우리가 그의 약점을 잡아내면 더 쉽게 잡을 수 있을 것 같아서.”

“머빈, 소용없어. 마인드 리더는 친구도, 가족도, 연인도 없어. 그러니 아무것도 두려울 게 없었던 거야. 더는 잃을 것이 없으니까.”

“그래도 잘 생각해봐. 우리는 그 악당하고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이 싸워왔어. 그 녀석이 당황했던 적이 분명 한번이라도 있었을 것 아냐. 그게 약점이 아니고 뭐겠어?”


카이닌과 나는 곧 심각하게 기억을 되짚어보기 시작했다. 내가 달라붙었을 때 당황했던 것은 연기에 불과했다. 더 뒤로 돌려보자. 광장에 있었을 때, 그가 꼬마에게 칼이 날아갔을 때 심하게 당황했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러고 나서 벌어진 일이 마인드 리더가 카이닌의 장검을 잡아채 꼬마의 목숨을 구했다는 것이다. 단순히 자신의 계획대로 돌아가지 않아서 당황했던 건가? 아니, 아니면……


“사람이 다치는 것을 두려워하는 게 아닐까?”


실비엔이 뜬금없이 끼어들었다. 그래! 내가 말하려던 게 바로 그거거든. 하지만 카이닌이 고개를 저었다.


“아니. 그보다 더한 거지. 마인드 리더는 사람이 죽는 것을 두려워하는 거야. 그래서 자신과 아무 관련도 없는 꼬마를 구했던 거고. 지금까지 그가 잡았던 인질들 중에 생명이 위험했던 인질은 단 한명도 없었어. 게다가, 우리의 신상을 털어낼 정도면 쥐도 새도 모르게 나와 머빈을 죽일 수 있었겠지. 실제로도 그런 기회는 몇 번 있었는데, 그는 그러지 않았잖아.”


이거 꽤나 좋은 정보인데? 나는 속으로 쾌재를 올렸다. 그런 거라면 계획이 딱 나오지! 나는 카이닌과 실비엔에게 가까이 오라고 손짓했다.


“방금 생각났는데, 마인드 리더를 감방에 처넣을 아주 멋진 계획이 있어!”



악당들은 참 광장을 좋아한다. 하긴 광장이 모든 사람들의 이목을 끌기에 더없이 좋은 장소이니 그러는 거겠지. 그래서 이번엔 우리 쪽에서 먼저 마인드 리더에게 도전장을 보냈다, 광장으로 나와라!


마인드 리더가 이런 초대장을 거절할 리는 없으니 그가 나올지 안 나올지는 걱정할 것이 없었다. 문제는 우리가 어떤 식으로 함정을 파 놓아야 하는가, 이거지. 그래서 우리는 제일 먼저 광장 맨 구석에 서 있는 게양대를 개조했다. 깃발을 내리고 그 자리에 사람 한 명이 올라갈 판자를 박아 놓는 것이다. 그리고 도르래를 조금 변형해서 마치 교수형 기구처럼 무시무시하게 만들어 놓았다.


이제 사형수를 연기할 사람만 있으면 되었는데, 고맙게도 실비엔이 자진해서 납셨다. 원래는 자칫 위험해질 수 있는 일이라 카이닌이 하려고 했지만 판자가 견딜 수 있는 무게는 실비엔까지였다. 이제 모든 준비가 끝났으니 마인드 리더만 오면 되겠군!


역시나 마인드 리더는 평범하게 등장하지 않았다. 어디서 튀어나왔는지 내게 기습을 하면서 나타났으니까. 내가 쉽사리 막아내자 그가 아쉽다는 표정을 지었다. 얄밉다, 얄미워!


“너처럼 악한 녀석은 세상에 없을 거야.”

“악하다고? 이봐, 세상에 절대악은 없어. 완벽한 악을 실천하는 자도, 완벽한 선을 실천하는 자도 없지. 그건 신도 예외는 아니야. 모두들 그저 중간 즈음에서 왔다 갔다 하는 거지. 루시퍼도 결국엔 신에 의해 악마가 된 천사야.”


쟤 또 헛소리 하는 거 봐라. 사실, 이건 시간 끌기에 불과했다. 실비엔이 카이닌의 도움을 받아서 게양대의 홈을 딛고 마인드 리더 몰래 올라가야만 했기 때문이었다. 나는 그의 잔소리를 들어주는 척 하면서 빼냈던 장검을 도로 검집에 집어넣었다. 이제부터가 시작이었다. 마인드 리더가 주변을 대강 둘러보더니 이상하다는 듯이 말했다.


“그런데 왜 네 녀석 혼자인 거지? 히어로 블루는 어디 간 거야?”

“응? 그건 나를 쿨쿨 잠들게 만든 너 때문이야. 너! 그 녀석은 걱정하느라고 못 왔어.”

“왜, 네 녀석이 부작용이라도 생겼다고 말할 생각은 말아. 나한테도 가끔 쓰는 약이거든.”


나는 퍽이나 안타까운 표정을 지어보이며―가면을 썼긴 하지만―그가 죄책감을 느낄 수 있도록 탄식했다.


“내가 쓰러지고 나서 실비엔이 그만 돌아버렸어. 죄책감 때문이래. 자기만 없었으면 우리가 위험에 빠지지 않았을 거라 하면서 자꾸 목을 매달려 하지 뭐야. 그래서 블루는 걔를 돌보느라 여기 못 왔어. 잘 알아듣겠어? 이 악당아!”

“그, 그게 왜 나 때문이야……”


역시나! 내가 예상했던 대로 마인드 리더의 얼굴에 살짝 경련이 일어났다. 이제와서 아무렇지 않은 표정 지어보려 해도 소용없을걸. 난 이미 너의 약점을 확신하고 있다고! 내 대사는 이걸로 끝이니 이제는 실비엔의 차례였다. 광장 저 구석에서 게양대에 올라간 실비엔이 연설하듯이 크게 외쳤다.


“히어로 화이트! 정말 미안해. 네가 그렇게 된 것은 순전히 나의 탓이었어. 이런 내가 네게 무엇을 해줬으면 좋겠니? 아, 역시 안 되겠어. 난 네게 죽음으로써 사죄하겠어. 이런 나를 용서해줄래?”


얼씨구, 연기 제법 잘 하는데? 누가 보면 뱃사람들에게 팔려가는 제물인줄 알겠어. 나는 갖은 절규를 다 해가며 실비엔을 막는 척 했다. 그러면서 슬쩍 마인드 리더의 표정을 구경했다. 그렇게 공포에 절은 표정일 수가 없었다.

이제 마지막 타격을 줄 때가 되었다. 실비엔이 목에 밧줄을 감곤 번지 점프를 하듯이 뛰어내렸다. 마인드 리더는 그 모습을 보더니 기절할 듯이 경악을 해댔다.


당연히 실비엔이 목이 졸리기 전에 숨어있던 카이닌이 칼로 밧줄을 잘라내고, 뛰어내린 실비엔을 받아내었다. 그 뒤에는 진짜 경찰차들이 몇 대씩 줄을 지어 사이렌 소리를 울리며 오고 있었다. 그제야 마인드 리더는 속은 것을 알고 도망치려고 했지만 이미 수갑을 꺼내든 내게 잡히고야 말았다. 내가 그의 목덜미를 잡곤 놔주질 않자 그가 반항을 더 거세게 해왔다.


“야, 너! 이게 대체 무슨……”

“뭐긴 뭐야. 꾀 많은 악당, 마인드 리더께서 속으신 거지. 용용 죽겠지?”

“이 미친 영웅 놈들아! 아무리 장난이라도 저런 짓은 해선 안 되는 거야. 그러다 진짜로 잘못되었으면 어쩔 뻔했어!”

“네, 네. 그건 네가 걱정할 것이 아니네요. 빨리 경찰차에나 오르시지.”


마인드 리더가 울상을 지으며 경찰차에 오르는 장면이 그렇게나 통쾌할 수가 없었다. 몇 년 형을 선고받으려나? 어림잡아 75년 형? 아무렴 어때. 경찰들이 우리에게 정말정말 감사하다며 기쁜 얼굴로 여러 번 조아렸다.

드디어 마인드 리더를 감방에 집어넣을 수가 있다고 말이다. 하지만 아마 이 중에서 제일 기쁜 사람을 고르라면 그건 실비엔일 것이다. 저것 봐. 카이닌의 품 안에서 저리 행복한 표정을 짓잖아.

어쨌건 오늘도 한 건 했다, 경찰차!


작가의말

3화 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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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 P. 여는 이야기(악당 이야기) 15.01.14 439 2 4쪽
21 E. 닫는 이야기(황혼에 머무는 자) 15.01.14 330 2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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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 8. 지갑-(2) 15.01.12 506 2 9쪽
16 8. 지갑-(1) 15.01.12 426 3 13쪽
15 7. 잠입-(2) 15.01.11 408 3 10쪽
14 7. 잠입-(1) 15.01.11 583 3 10쪽
13 6. 툰드라-(2) 15.01.10 575 3 12쪽
12 6. 툰드라-(1) 15.01.10 479 3 19쪽
11 5. 레치드!-(2) 15.01.09 359 3 15쪽
10 5. 레치드!-(1) 15.01.09 478 3 11쪽
9 4. 구출과 구애-(2) 15.01.08 378 3 10쪽
8 4. 구출과 구애-(1) 15.01.08 667 6 10쪽
» 3. 마인드 리더-(2) 15.01.07 362 5 10쪽
6 3. 마인드 리더-(1) 15.01.07 662 9 16쪽
5 2. 영웅의 임무-(2) 15.01.06 859 11 13쪽
4 2. 영웅의 임무-(1) 15.01.06 1,151 11 11쪽
3 1. 경찰차-(2) +1 15.01.05 1,189 26 14쪽
2 1. 경찰차-(1) +1 15.01.05 2,483 22 15쪽
1 P. 여는 이야기(영웅 이야기) +2 15.01.05 3,624 46 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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