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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r.who작가 님의 서재입니다.

히어로즈(Hero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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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라끌리에
작품등록일 :
2015.01.04 23:44
최근연재일 :
2015.01.27 20:07
연재수 :
52 회
조회수 :
33,400
추천수 :
229
글자수 :
348,419

작성
15.01.11 20:31
조회
582
추천
3
글자
10쪽

7. 잠입-(1)

DUMMY

“네? 이웃 마을로요?”


내가 눈을 동그랗게 뜨곤 내 앞의 사령관님께 소리쳤다. 마른하늘에 날벼락이 아닐 수가 없었다. 갑자기 내가 다른 마을에 파견이 되다니? 그럼 경찰차 콤비는 해체되는 건가?


“아쉽지만 정말 어쩔 수 없구나. 인력이 부족한 다른 마을에 소수의 영웅을 파견해야 되는데, 그만한 실적을 쌓아둔 영웅 중 하나가 바로 너, 히어로 화이트란다.”

“그러면 블루는요? 블루는 왜 이 마을에 남아있는 거죠?”

“블루는 이 마을에서 다른 영웅들과 새로운 팀을 결성하기로 했단다. 나도 정말 경찰차를 해체시키고 싶진 않았지만 어쩔 수가 없어. 위에서 내려온 명령이야.”


내가 아쉬운 표정을 짓자 사령관님께서 안타깝다는 듯이 말하셨다. 할 수 없지, 뭐. 사령관님도 명령을 받으신 대로 우리에게 전달하는 것뿐일 텐데.



나는 내일 짐을 챙기고 다른 마을로 떠나야 한다는 말에 마지막으로 카이닌과 축구를 했다. 이제 한동안 못 볼 텐데도 카이닌은 여전히 무뚝뚝한 표정으로 공만 찼다. 혹시 내가 떠난다는 이야기를 들으면 달라지기라도 할는지. 나는 카이닌과 번갈이가며 공을 주고받으며 사령관님께서 내게 말해주신 것을 그대로 카이닌에게 전달했다.


“그렇게 해서…… 내가 다른 마을로 가게 되었지 뭐야.”

“좋은 일이네. 이웃 마을에서 실적을 더 올려오면 네겐 더 좋은 거지. 우리 마을은 지금 영웅이 많아도 너무 많아.”

“야! 좀 슬퍼해준다거나 아쉬워해주면 어디가 덧나냐!”


내가 오른발로 공을 세게 차며 말했다. 카아닌은 그걸 두 손으로 재빠르게 잡아내었다. 반칙이다, 너!


“어차피 전화기로 통화는 할 수 있잖아? 그렇게 슬퍼할 것 없어.”

“얼씨구. 넌 저승에도 전화선 깔면 죽은 사람도 안 그리워하겠다!”


나는 카이닌이 도로 던진 공을 신경질적으로 발로 찼다. 그리고 바로 후회했다. 망할 축구공 녀석이 하필이면 플로라가 애지중지하는 꽃밭 위로 날아가서 모든 것을 뭉그러뜨리고 말았던 것이다. 나도 이런 내가 참 싫다!

플로라는 꽃들이 비명이라도 지르는 소리를 들었는지 집 밖으로 부리나케 달려 나왔다. 난 이제 죽었다.


“오빠! 이게 대체 뭐야! 어떻게 꽃들한테 이럴 수가 있어?”

“미안해, 플로라. 내가 대신 사과할게.”


플로라가 얼굴을 새빨갛게 붉히며 화를 내자 카이닌이 나대신 급히 사과했다. 어쭈, 너 말이야. 플로라한테만 그렇게 살갑게 나온다 이거지.


“머빈 오빠! 오빠가 그런 거지? 오빠도 당장 나랑 꽃들한테 사과해!”

“그깟 꽃이 뭐 대순가.”


나는 팔짱을 끼곤 플로라에게 퉁명스럽게 맞대응을 해주었다. 그랬더니 그 알량한 계집애가 내게 깨진 화분 조각이며 물뿌리개 따위를 던지는 것이 아닌가!


“오빤 정말 못됐어! 아예 다른 마을로 가서 돌아오지 말아버리지 그래!”



나는 플로라 때문에 집에서 쫓겨나고 정처 없이 거리만 헤맸다. 이게 뭔 꼴이람. 내일 다른 마을로 가는데, 거기다 언제 다시 돌아올지도 모르는데, 친구란 놈은 저리도 쌀쌀맞고 동생 녀석은 저리도 냉담하다니!

광장으로 공원으로 열심히 쏘다녔지만 딱히 정착해서 마음을 쏟을 곳은 없었다. 심심한 건달처럼 여러 군데를 들쑤시고 다니다가 흥미로워 보이는 장소에 도달할 기회가 생겼다. 그 장소라는 게 신기하고 즐거움을 느낄 수 있다거나 그런 곳은 딱히 아니었다. 왜냐하면 그곳은 악당의 기지였거든.


마을 사람들이 광장에서 떼를 지어 쑥덕거리고 있었다. 몇 번지 어느 가에 레치드란 악당이 거주하고 있는 것 같다고 말이다. 나는 고개를 갸웃했다. 원래 악당들은 집단 거주지에서 촌락을 이루며 살고 있지 않았던가? 레치드는 왜 민간인이랑 섞여서 사는 거지?


나는 호기심이 동해서 소문의 그 주소를 외워 두었다가 그 곳으로 발걸음을 돌렸다. 시간 때우기에 딱 이지 않은가. 재미있을 것도 같고. 마을 사람들이 위험하다고 가지 말라고 일제히 뜯어말렸지만 내가 누군가. 저들은 모르겠지만 히어로 화이트 아닌가! 두려울 것 따윈 없지! 난 그들의 걱정을 한사코 사양하며 레치드란 악당의 기지 앞에 다다르게 되었다. 물론 만약의 경우를 대비해서 히어로 화이트의 모습으로 찾아갔다.



레치드는 생각보다 평범한 집에 살고 있었다. 작은 오피스텔인 것 같은데 건물 벽에 문짝이 하나 붙어 있는 형태였다. 이게 어딜 봐서 기지라는 거지. 혹시 땅굴 속에 어마어마한 기지를 파 놓은 것 아냐?

나는 택배 아저씨를 가장하고 초인종을 누르려다가 그냥 문고리만 살짝 돌려보기로 했다. 그런데 문이 거짓말처럼 스르르 열리는 것이 아닌가! 대체 무슨 속셈인 거지? 혹시 개미지옥처럼 이렇게 사람들이 호기심에 동해서 스스로 찾아오게 만든 다음 잡아먹는다거나 잡아 죽이는 거 아냐? 나는 잔뜩 긴장한 채 안을 살짝 들여다보았다.


방안은 칙칙하고 끔찍할 거라고 예상했던 것과는 달리 그저 평범한 단칸방이었다. 보통 사람과 다를 게 있다면 책상에는 뭔지 모를 용액들이 플라스크에 담겨 있었고, 바닥 여기저기에는 기계와 부품들이 널브러져 있었다는 것들뿐이었다. 악당의 기지라기 보단 실험실에 가까운 곳이었다.

문 안쪽에서, 레치드는 등을 돌린 채 기계를 고치고 있었다. 레치드는 평소에 입던 검은 코트가 아니라 와이셔츠 따위의 사복을 입고 있었다. 왜 내가 들여다보는 걸 눈치 채지 못하는 거지? 내가 방심하길 기다리는 건가? 나는 살금살금 레치드의 곁으로 다가간 후에, 그의 등을 팍 쳐주었다. 그는 뒤를 돌아 나를 보곤 기절할 듯이 놀라는 것 같았다.

그런데, 솔직히 말해서, 나는 더 놀랐다. 레치드가, 가면을 벗고 있었던 것이다! 그는 가면 대신 무테안경을 쓰고 있었다. 나로서는 레치드의 맨얼굴을 난생 처음 보는 셈이었다.


“너! 여긴 어떻게……”

“응? 아아, 문이 열려 있기에 들어와 봤어. 그나저나 너 안경 쓴 모습 처음 본다. 물론 맨얼굴도 처음 보지만. 안경 잘 어울리네.”


그런데 녀석, 잘생겼잖아? 레치드는 그간의 내 추측과는 달리 짙은 회색 눈을 하고 있었다. 도저히 주업으로 악당 짓을 할 거라곤 생각할 수 없는 얼굴이었다. 순해 보이는 눈매만 해도 그런 생각이 들 정도였으니까. 한마디로 꽤나 사내 치곤 예쁘장하게 생긴 얼굴이었다.


하여간 악당 주제에 곱상하게 생겨가지고는. 레치드는 내가 계속 얼굴을 쳐다보고 있자 당혹감으로 얼굴을 빨갛게 물들였다. 그리곤 그는 안경을 벗어던지고는 자신의 얼굴을 두 손으로 가려버렸다.


“나를 쳐다보지 마! 눈 돌리란 말이다.”

“그렇게 부담되면 공평하게 나도 벗을게. 자, 봐봐. 나도 이제 맨얼굴이야.”


내가 가면까지 벗어가면서 그를 달랬지만 소용없는 일이었다. 그는 별로 놀라워하지도 않는 것 같았다. 원래 악당이 영웅의 정체를 들추어내면 신나서 떠들어대지 않던가? 참으로 이 악당 속은 모를 일이었다.


“필요 없다! 여기서 당장 나가라! 누가 마음대로 들어오래!”


레치드가 다짜고짜 내 등을 떠밀었다. 그러나 레치드가 나와 싸울 때 기계만 쓰는 이유가 뭐겠는가? 몸 쓰는 힘이 약하기 때문이지! 당연히 나는 밀려나가지 않았다. 나는 그렇게 버티고 서 있다가 책상으로 다가갔다. 나를 열심히 밀고 있던 레치드는 관성 때문에 넘어지고 말았다. 미안, 고의였어.


나는 나를 노려보는 레치드를 뒤로 하고 책장들을 뒤지기 시작했다. 책장에는 책도 많았지만 종이 뭉치들이 더 많은 것 같았다. 내가 종이 한 뭉치를 꺼내들자 책장에 위태롭게 꽂혀있는 책들이 도미노처럼 무너져 버렸다. 레치드는 그걸 헐레벌떡 주워들었다. 나는 그 틈을 타서 종이 뭉치를 대강 펼쳐서 훑어보았다. 이블 플랜이라 적혀진 그 종이 뭉치는 아무래도 대본 같아 보였다.


“이게 뭐야? 대본? 너 연극 하냐? 푸하하! 이게 뭐야! 너 나한테 날릴 대사들을 미리 구상해놓고 있었던 거냐? 너 진짜 웃긴다!”


나는 혼자 끙끙대며 머리를 싸매고 대본을 작성하는 레치드를 상상하곤 웃음을 터뜨렸다. 레치드가 꽤나 귀여운 구석이 있잖아?

그러나 레치드는 얼굴을 붉히는 것 대신 울상을 지으며 내 손에 들린 대본을 빼앗았다.


“그거 이리 내! 제발 여기서 나가!”

“뭐야. 기껏 찾아온 손님을 쫓아내는 게 어디 있냐? 용건도 안 물어보고.”

“요, 용건이 뭔데…….”

“나 하루만 여기서 재워주면 안될까?”

“절대 안 돼! 나가!”


그리고 작은 사투가 벌어졌다. 레치드는 기를 쓰고 나를 쫓아내려고 했고 나는 그런 그를 아주 조금씩만 막았다. 어차피 레치드는 기계를 정비중인지라 무기도 없는 판이고, 그가 맨손으로 날 때려도 난 하나도 안 아프다.

난투극의 결과는 아주 간단했다. 머빈 화이트의 승리! 단칸방은 그 짧은 순간에 아주 난장판이 되었다.


“아, 난 몰라……”

“정말 미안해. 내가 좀 심했네. 치우는 거 도와줄게.”


나 오늘 되게 여러 군데에 민폐만 끼치고 다니는 것 같다. 그런 생각까지 미치자, 나는 또다시 사고를 치고야 말았다. 레치드의 책상에 있는 미상의 용액을 쏟아버린 것이다. 그것이 레치드의 상의를 적셔버리자 나는 한시 바삐 미안한 기색을 내비치며 연신 사과를 해댔다.


“으아! 정말 미안하다야! 그거 염산 아니지?”

“난 네가 정말 싫어…….”


작가의말

늦었네요

죄송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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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 P. 여는 이야기(악당 이야기) 15.01.14 439 2 4쪽
21 E. 닫는 이야기(황혼에 머무는 자) 15.01.14 330 2 7쪽
20 11. 혁명 혹은 반란 15.01.14 419 3 8쪽
19 10. 배반자 15.01.13 472 3 12쪽
18 9. 은폐와 무지 15.01.13 424 2 14쪽
17 8. 지갑-(2) 15.01.12 506 2 9쪽
16 8. 지갑-(1) 15.01.12 426 3 13쪽
15 7. 잠입-(2) 15.01.11 408 3 10쪽
» 7. 잠입-(1) 15.01.11 583 3 10쪽
13 6. 툰드라-(2) 15.01.10 575 3 12쪽
12 6. 툰드라-(1) 15.01.10 479 3 19쪽
11 5. 레치드!-(2) 15.01.09 359 3 15쪽
10 5. 레치드!-(1) 15.01.09 478 3 11쪽
9 4. 구출과 구애-(2) 15.01.08 377 3 10쪽
8 4. 구출과 구애-(1) 15.01.08 666 6 10쪽
7 3. 마인드 리더-(2) 15.01.07 361 5 10쪽
6 3. 마인드 리더-(1) 15.01.07 661 9 16쪽
5 2. 영웅의 임무-(2) 15.01.06 858 11 13쪽
4 2. 영웅의 임무-(1) 15.01.06 1,151 11 11쪽
3 1. 경찰차-(2) +1 15.01.05 1,189 26 14쪽
2 1. 경찰차-(1) +1 15.01.05 2,482 22 15쪽
1 P. 여는 이야기(영웅 이야기) +2 15.01.05 3,624 46 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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