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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r.who작가 님의 서재입니다.

히어로즈(Hero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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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라끌리에
작품등록일 :
2015.01.04 23:44
최근연재일 :
2015.01.27 20:07
연재수 :
52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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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389
추천수 :
229
글자수 :
348,419

작성
15.01.06 19:05
조회
1,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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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글자
11쪽

2. 영웅의 임무-(1)

DUMMY

“비상사태가 발생했다. 방금 어느 악당의 집에 기밀문서가 유출되었다는 소식이 입수되었다.”


제퍼나이어 사령관님께서 꽤나 생뚱맞은 소리를 하셨다. 그것도 우리가 본부로 출근 했을 때에 맞춰서 말이다. 카이닌과 나는 어안이 벙벙해 아무 말도 못 하고 있었다. 기밀문서라니, 대체 관리를 어떻게 했기에 그게 하필 악당의 손에 넘어간 거지?

게다가 누가 훔쳐갔는지도 모른다니 그게 말이나 되나! 나름 진지하게 말했는데도 우리가 그것 참 큰일이네요 라든가 그러면 어쩌면 좋지요 따위의 반응을 보이질 않자 사령관님께서 무안하셨는지 헛기침을 하셨다.


“모든 악당들의 기지를 부셔서라도 그 ‘코드’를 가져와 주었으면 좋겠다. 자칫 잘못하면 세계가 위험해질 수도 있는 비밀 병기들의 설계도를 나타낸 문서란다. 아직 실험 차원에 있어서 미숙한 점이 많아. 그놈들이 개발했다간 우린 끝장이다. 그런데 그게 어느 악당의 기지에 있는지는 본부에서조차 알 수가 없어. 그래서 너희에게 맡기는 거란다.”

“이상하네요. 그렇게 위험한 설계도가 왜 악당들 손에 넘어가 있죠? 본부는 진즉에 그런 것도 압수 안하던가?”


내가 양 손을 뒷머리에 얹으며 말했고 카이닌도 고개를 끄덕이며 내 말에 동의했다. 어째 말로만 듣자면 굉장히 위급한 상황인 것 같은데, 별로 안달이 나진 않았다. 익숙해져서 그런가? 에이, 첩보 영화를 너무 많이 봤군.


“그러니까 경찰차를 출격시키는 것 아니냐! 너희는 아직 너희가 얼마나 대단한 역량을 가지고 있는지 깨닫지 못하고 있어. 머빈 그리고 카이닌! 악당들의 거리를 싹 다 뒤집어엎어서라도 그 문서를 찾아오너라. 이건 너희들만의 임무야!”


사령관님께서 허공을 가리키며 뭔가 대단한 지령을 내리듯 외치셨다. 대단한 지령은 맞긴 맞는데 별로 긴장감이 들지 않는 이 기분은 대체 뭔지…….


이쯤 되면 나랑 카이닌이 이 음침한 악당들의 집단 거주지에 덩그러니 서 있는 이유가 설명이 될는지 모르겠다. 악당들은 왜 인지는 모르지만 저마다 집단을 이루어서 모여 산다. 세계 정복 계획이라도 꾸미는 건지는 우리가 알 순 없지만 어쨌건, 이 자식들은 앞마당 하나 안 쓸고 산다는 점만은 자명할 수 있다.

지금 내가 서 있는 바닥만 내려다봐도 알 수 있었다. 이쪽에도 쓰레기, 저쪽에도…… 아, 저건 노숙자였군. 아무튼, 내가 악당 기지를 처단하러 왔는지 자원 봉사자로 왔는지 헷갈릴 정도였다.


“영웅들! 니들이 여긴 뭐 하러 온 것이냐! 뭘 더 빼앗으러 온 것이냐? 니들한테 줄 건 이제 더는 없다!”


정정한다. 노숙자가 아니라 악당이었다. 컁컁한 얼굴을 한 그 악당은 대낮에 술이라도 했는지 비틀대며 우리를 가리키곤 꽥꽥 소리를 질러댔다. 내가 어깨를 으쓱하며 말했다.


“어, 글쎄. 빼앗으러 온 건 맞는데, 너희가 먼저 가져간 거니까 되찾으러 왔다는 말이 더 어울리려나? 어떤 코드를 찾으러 왔어. 그게 어떻게 생겼냐 하면……”


어떻게 생기긴, 그걸 내가 어떻게 알아! 문서니까 종이처럼 생기지 않았을까? 나는 한심한 내 머리를 탓하며 창피함에 고개를 들지 못했다. 왜 찾아오라는 물건을 세세하게 알아오지 않았던 걸까.

이게 다 너무 유치찬란해 보이는 임무였기 때문에 사전 조사가 허술했던 거라고. 혼란에 빠진 나를 대신해 카이닌이 노숙자 악당에게 말을 걸었다.


“비밀 병기들의 설계도를 나타낸 문서라고 한다. 위험하므로 안전 차원에서 수거하겠다. 어느 집에 있지?”

“대낮부터 그게 뭔 개 같은 소리야? 돈이 있어야 비밀 병기든 변기든 만들 것 아냐? 입에 풀칠할 돈도 없는 판국에 무슨 비밀 병기는 얼어 죽을…….”


그 노숙자가 목을 긁으며 비아냥댔다. 이거 말로 해선 안 듣는군. 역시 악당들의 공통점이라니까, 좋게 말로 할 때 안 듣는 거 말이다. 그때였다. 그 악당의 목소리가 너무 컸던 게 화근이었다. 주변에서 슬금슬금 다른 악당들이 좀비처럼 몰려오는 것이 아닌가!

으악, 근데 하나같이 다 목욕도 안 하고 사나봐! 저 땟국 흐르는 옷들 좀 봐! 거지도 울고 갈 넝마들을 걸치고 있는 앙상한 몸매는 덤이었다.


“영웅 놈들아. 그런 헛짓거리 할 시간 있으면 식량이나 좀 내 놓고 가지 그래? 우린 굶어 죽을 지경이다!”


얼굴에 흉터가 나 있는 젊은 악당이 우리에게 손찌검을 해댔다. 뭔 밥을 사달래. 그건 네가 직접 벌어서 사 먹으라고! 악당들의 무리가 우리에게 점점 가까이 다가오자 우리는 할 수 없이 방어 차원에서 칼을 빼들었다. 여차하면 단체로 덤벼들 기세다. 머릿수가 많으면 꽤나 성가신데…….


설마가 사람 잡는다 했나 악당 무리는 그 젊은 악당의 공격지령이 떨어지자 단체로 덤벼들었다. 오른쪽, 왼쪽, 위쪽, 경로가 다 보이는 아주 단순한 돌진이었기에 칼집으로도 충분히 막을 순 있었다. 주로 정강이와 장딴지를 위주로 노리면 다들 지들이 알아서 넘어가기 마련이었다.

다만, 흉터가 나 있는 젊은 악당은 다른 악당들과는 다르게 노련했다. 나와 카이닌이 주변의 악당들 때문에 정신 없어하는 사이 단도를 빼들고 카이닌을 기습하려 했던 것이다.


불행하게도, 그 악당이 아주 잘못 알고 있었던 점이 있었다. 보아하니, 카이닌이 말수가 별로 없으니까 만만한 줄 알고 기습했나본데 그런 거라면 그 악당은 사람을 아주 잘못 본 것이다.

카이닌이 누군가, 검술을 특출 나게 잘 한다는 블루 집안의 외동아들이 아니던가! 그 악당이 검을 쳐들고 정수리를 노리자 카이닌이 검을 가로로 들어서 멋지게 막아냈다. 그에 대한 반작용으로 그 악당은 멀리 나가떨어져 버렸다. 인과응보다 이 자식아!


아주 간단하게 진압당하고 젊은 악당은 결국 바닥에 주저앉아서 자신의 기지가 부서지는 꼴을 보고만 있어야 했다. 우리가 부순 건 아니고, 갑작스레 들이닥친 영웅 처리반들에 의해서 집터만 남고 아주 싹 다 무너져 버렸다. 그리고 흩날리는 먼지 속에서 나온 것이 찌그러진 듀랄루민 케이스(duralumin case)에 담긴 여러 장의 설계도들이었다.


그 젊은 악당은 그게 왜 자신의 집에 있는지 영문을 모르겠다며 항변을 해댔지만 증거가 있기 때문에 그 변명은 씨알도 먹히질 않았다. 그래서 어찌 되었냐고? 수갑 찼지 뭐, 별 수 있나. 자세한 내용은 서에 가서 하라고 하는데 그럴 시간을 주는지 어쨌는지는 아무도 모른다. 그러기에 누가 간 큰 일을 저지르래.



그 비밀 코드 사건을 뺀다면 딱히 기억에 남겠다싶은 임무는 한동안 없었다. 나와 카이닌은 이제 임무에 상당히 익숙해져 있었다. 여러 사건 사고와 위험으로부터 민간인을 구출하면서 가끔 들어오는 임무를 수행하고 악당이 뜨면 잡으러 가는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만날 우리들만 출동하는 건 또 아니었다.


이 마을의 영웅이 우리만 있는 것이 아닌 것이기에 영웅 선배들도 우리와 교대로 출동한다. 솔직히 말하자면 우리가 그들이 출동하지 않는 시간을 채워서 나가는 거지만 말이다. 출격하지 않는 영웅들은 대부분 본부에 남아서 일처리를 한다. 나머지는 뭐하냐고? 그거야 낸들 알겠는가, 일부는 스케줄을 펑크 낸 영웅의 자리를 대신해 대타로 뛰기도 한다는 정도만 안다.


그리고 나와 카이닌은 출격하지 않는 때는 학교에 가 있지만 말이다! 악당들이 보통 점심이나 이른 오후에 나타나곤 하니까 우린 학교에서 가장 많은 호출을 받을 수밖엔 없었다.

가장 용서할 수 없는 점은, 그 녀석들, 주말에도 나온다. 특히, 학교 안 가는 유일한 날인 일요일에 가장 많이 설친다. 어디 나에게 악감정이라도 있는 건지, 이거야 원.



나와 카이닌이 교내 복도를 걸어가고 있는 중이었다. 자주 보는데도 불구하고 걔랑 나누는 이야기는 대개 상투적인 인사뿐이었다. 검술은 어디까지 진전 했냐, 동생은 잘 있느냐, 등등. 그럴 수밖에 없는 게 카이닌 이 자식, 말주변이 없다. 내가 이해해야지 어쩌겠어. 내가 그렇게 생각하곤 혼자 고개를 끄덕이고 있는데 난데없이 누군가가 내 등짝에 퍽 체중을 싣는 것이 아닌가.

으악, 어떤 놈이야, 무거워! 그리곤 그 미지의 인물은 나와 카이닌의 목에 친한 척 하며 어깨동무를 걸어왔다. 나는 그제야 그 무거운 체중을 지닌 인물의 정체를 알 수가 있었다. 실비엔 마가렛트!


“너네 무슨 얘기 해? 나도 좀 껴 줘라.”

“아서라. 우린 부업 뛰느라 바빠. 딴 말동무 찾아 봐.”

“부업? 너네 아르바이트라도 뛰는 거야?”


내가 손사래를 쳐 보였지만 실비엔이 고개를 갸웃했다. 아차, 실비엔은 아직 우리가 영웅 일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모른다. 당연히 블루와 화이트의 정체도 아직까지는 모른다. 실비엔이 끈질기게 물어오자 카이닌은 그냥 가게 점원 일이라며 얼버무렸다.

다행히도 실비엔은 다른 할 말이 있는지 여차저차 나의 실언을 그냥 넘겨버렸다. 그녀가 뒷짐을 지곤 말했다.


“그건 그렇고, 좋은 소식과 나쁜 소식이 있어. 뭐부터 들을래?”

“음, 둘 다 안 들으면 안 될까?”

“머빈 화이트, 너 정말!”


실비엔이 날카로운 눈으로 나를 쏘아보았다. 휴, 자제해야지. 까불다가 어깨 한 대 맞겠다. 실비엔이 볼을 부풀리며 말을 이었다.


“좋은 소식은 우리 학교에서 얼마 안가 수련회를 간다는 거야. 나쁜 소식은 반마다 장소가 다 다른데, 하필 우리 반 수련회 일정 이름이 서바이벌 혹한 캠프라나 뭐라나.”

“그게 대체 뭐지? 캠핑이라도 하는 건가?”


카이닌이 눈썹을 까딱하며 물었다. 뭐 그런 이름이 다 있어. 차라리 그냥 얼마나 학교 측에서 예산을 덜 쓸까 고민하다가 내린 결론이라고 하지 그러냐. 우리 마을 북쪽에 널린 것이 추운 벌판들이니깐 말이다.


“아쉽게도 반만 맞았어. 그것뿐만 아니라 툰드라 지역 비슷한 곳으로 가서 생태계를 조사한다나봐. 물론 지금은 여름이라 평균 기온은 좀 높겠지만 그래도 영구 동토층에 간다는데, 하여튼 정신 나갔나봐.”


내가 생각해도 정말 미친 짓인 것 같다! 멀쩡한 캠핑장 놔두고 왜 하필 그런 데를 가는지 모르겠다. 서바이벌은 무슨 얼어 죽을. 그래도 우린 아직 학생인데 살려 두기는 하겠지, 아무렴.


작가의말

분량이 절 매우 괴롭게 하는군요...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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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 8. 지갑-(2) 15.01.12 505 2 9쪽
16 8. 지갑-(1) 15.01.12 426 3 13쪽
15 7. 잠입-(2) 15.01.11 408 3 10쪽
14 7. 잠입-(1) 15.01.11 582 3 10쪽
13 6. 툰드라-(2) 15.01.10 575 3 12쪽
12 6. 툰드라-(1) 15.01.10 479 3 19쪽
11 5. 레치드!-(2) 15.01.09 358 3 15쪽
10 5. 레치드!-(1) 15.01.09 478 3 11쪽
9 4. 구출과 구애-(2) 15.01.08 377 3 10쪽
8 4. 구출과 구애-(1) 15.01.08 666 6 10쪽
7 3. 마인드 리더-(2) 15.01.07 361 5 10쪽
6 3. 마인드 리더-(1) 15.01.07 661 9 16쪽
5 2. 영웅의 임무-(2) 15.01.06 858 11 13쪽
» 2. 영웅의 임무-(1) 15.01.06 1,151 11 11쪽
3 1. 경찰차-(2) +1 15.01.05 1,188 26 14쪽
2 1. 경찰차-(1) +1 15.01.05 2,482 22 15쪽
1 P. 여는 이야기(영웅 이야기) +2 15.01.05 3,623 46 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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