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곰대리 님의 서재입니다.

치트 상점으로 망겜에서 살아남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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곰대리
작품등록일 :
2022.05.11 10:55
최근연재일 :
2022.08.31 1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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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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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9,2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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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5.24 1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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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이상한 마을 (2)

DUMMY

거만하게 테이블 위에 발을 걸치더니 징그러운 미소를 짓는 놈들.

눈은 웃고 있질 않았다.


놈들은 희번덕이는 징그러운 눈빛들로 우리를 훑었다.


뭔 인간의 눈빛이 저런지. 살인에 익숙한 부류의 인간 같았다.


압박감에 타일러는 눈을 내리깔고 손을 떨기 시작했다.

전해 오는 살기에 주눅들만도 한데, 나의 높은 정신력 스탯은 평온한 마음을 보장해주었다.

오히려 능청스럽게 대처할 수 있는 여유까지.


“그 가도를 따라 왔다던데, 뭐 본 거 없소? 사람들이라던지, 아니면 시체라던지.”

“음, 저희는 그런 건 전혀 못 봤네요.”

“가도가 길이 여러 갈래도 아니고, 어째 못 봤을까?”

“우리가 가도로만 온 게 아니라 숲과 가도를 번갈아가며 와서 그럴 수도 있습니다.”

“숲?”

“며칠 전부터 우리가 준비한 식량이 다 떨어져서 말이죠. 중간 중간에 토끼라도 잡으려고 숲을 여러 번 경유해서 왔더 랬죠. 숲을 지나며 오는 동안은 가도를 쓰지 않았으니까요.”

“흠...”

“이제 말이 되는군, 하긴 이 비리비리한 놈들이 어찌.”


한 놈이 흥미가 떨어졌다는 듯 일행의 어깨를 툭 치고는 자리를 털고 일어났다.

나머지 한 놈도 잠시 우리를 노려보더니 따라 일어났다.


타일러는 이후로 딸꾹질만 해댔고, 더 이상 음식을 먹을 상태가 아니었기에 일단 방으로 데리고 올라갔다.


“타일러, 놈들이 우리 테이블에 오기 전에 하는 얘길 들었는데, 길에서 만난 도적떼가 일행인거 같더라고.”

“힉.., 어떻게 여기서 운 나쁘게 딱 마주쳤네요. 왜 하필 저런 놈들도 이 마을에...”

“아냐. 저 놈들도 운 나쁘게 이 마을에 온 건 아닌 거 같아.”

“그럼요?”

“순번, 당번 어쩌고 그런 얘길 하더라고. 내 생각엔 이 마을 전체가 도적떼의 아지트가 아닐까 싶다.”

“아!”


타일러의 눈이 커졌다.


“아, 그러면 설명이 돼요. 이 마을에 이상한 점들이...”

“우리가 도적떼의 소굴로 들어 온 거지.”

“아 어쩌다가... 너무 죄송해요...”

“네가 뭐가 죄송해?”

“제가 이리로 인도해 온 거잖아요.”

“됐어. 알고 그런 것도 아닌데 뭘 그래. 마음 쓰지 마.”

“그래도...”

“그런 거에 일일이 심력 낭비할 때가 아니야. 그나저나 영주는 어떻게 이런 걸 간과하고 있지?”

“아마도... 도적들이 잘 숨기고 있지 않을까요? 아니면...”

“아니면?”

“세금 명목으로 상납금을 많이 내고 있어서 눈 감아주고 있거나.”


충분히 그럴 수 있겠다 싶었다.

도덕성이 개차반인 귀족들이 흔해 빠진 세상이었다.


창을 살짝 열어보니 저녁 노을로 물들어 있었다.


“타일러, 일단 지금 좀 자둬.”

“네? 저, 전 괜찮아요. 피곤하지 않아요.”

“그래도 억지로라도 좀 자 둬. 오늘 여기서 잠들면 안 될 거 같거든. 느낌이 안 좋아.”

“네, 알겠어요.”

“밤이 깊어지면 그 때 마을을 빠져나가자. 옷도 갈아 입지마. 신발도 신고 자고.”

“네.”


타일러가 침대 한쪽에 몸을 웅크리고 뉘였다.

나도 그 옆에 쪼그려 앉아 잠시 눈을 붙였다.

많이 걸은 탓인지 눈을 감으니 금세 잠에 빠졌다.


“션님.”


타일러의 부름에 눈을 번쩍 떴다.

생각보다 많이 잔 듯 밖에는 완연한 어둠이 드리워있었다.


“밤이에요.”

“어두워진지 얼마나 됐지?”

“잘 모르겠어요. 꽤 된 거 같긴 해요.”

“그래 나가자.”


방문을 살짝 열고 내려다보니, 아직 취해 떠들고 있는 놈들 몇몇이 아래층 홀에 보였다.

다시 방문을 조용히 닫고 들어왔다.


“이쪽은 안 되겠어. 창문으로 나가자.”


로프를 내리 달아 타일러를 먼저 내려주고, 사뿐히 뛰어내려 착지하는 순간,


“여어, 야밤에 어딜 그리 급히 가시나?”


처마 안쪽에서 일련의 무리들이 횃불을 들고 우르르 나왔다.


“이야 진짜네?”

“내가 뭐랬어. 야반도주할거라니까.”

“도망가는 거 보니 진짜 뭔가 있군?”


“아.. 하하하...”


낭패다.


“야반도주라니요, 하하... 산책이라도 좀 갈까 싶어서.”


변명을 해봤지만 씨알도 먹히지 않았고,


“오, 창문으로 산책을 가는 중이었구먼?”


와하하 웃음을 터뜨리는 놈들.


“내가 아까 낮에 찔러보니, 보부상이 아니야. 살기를 쏘아 보내는데도 그렇게 담담할 수 있는 보부상이 어디 있나.”


그것 때문이었나.


놈들이 왁자지껄 우릴 둘러싸고 시간을 끄는 동안, 점점 더 많은 무리들이 모여들었다.


여관 안에서 술을 마시던 놈들, 도박을 하던 놈들도 나왔고, 주택들에서도 사내들이 창을 젖히고 내다봤다.


순식간에 마을 주민 전체에게 포위된 형국.


‘미치겠군...’


낮에 마음대로 합석하며 위협하던 놈이 앞으로 나섰다.


“이제 속 시원히 터놓고 얘기해보지 그래? 로크 패거리를 어떻게 한 거야?”

“난 모른다고 했다.”


마을 전체가 도둑놈 소굴.

더 이상 존대는 필요 없었다.


“뭐 입을 안 열면 입을 열게 만들어야지. 우리가 또 그런데 전문이거든.”


놈이 누런 이를 드러내며 웃자, 안쪽에 금색 이가 반짝였다.


“어이! 이놈들 배낭이 없는데?”


언제 여관 2층에 올라갔는지 몇 놈이 우리가 묵었던 방 창문에서 소리 질렀다.


“하, 그새 배낭은 어디 숨겼냐. 좋게 말로할 때 불어.”

“......”

“이거이거 입을 열게 할 일이 한두 가지가 아니구만.”


타일러는 내 등 뒤에 꼭 붙어 허리춤을 붙잡고 있었다.

손끝에서 떨림이 전해져왔다.


“아, 쫑알쫑알 시끄럽네. 애송이 둘 데리고 언제까지 이러고 있을 거야. 빨리 치우고 자자. 나 피곤해.”


이 새끼들, 이런 식으로 하는 게 처음이 아니다.

마을 전체가 강도.


다 죽일까?

가능할까?

아니, 가능하더라도 뒷일을 감당할 수 있을까?


전에 쓰러뜨린 놈들은 가도에서 행인을 터는 도적들이었고, 여기는 마을이다.

엄연한 차이가 있다.


한 마을이 전멸하면 영주가 가만히 있을까?

그럴 가능성은 희박했다. 특히나 타일러의 추측대로 상납금을 많이 내던 곳이라면 더더욱.


미처 죽이지 못하고 살아남은 자들이 고발하면 우리 둘에 대한 수배령이 영지 전역에 내걸리지 않을까?


여러 가지로 피곤했다.


저놈들이야 우릴 죽이고 어디 묻어버리면 아무도 우릴 찾지 못하겠지만,

우리는 무슨 일을 벌이든, 이후에 족쇄가 될 게 분명했다.


‘최대한 충돌하지 않고 벗어난다.’


타일러를 내려주고 수거했던 로프를 꺼내들었다.


“타일러, 내게 업혀.”

“네? 아니 전...”

“실랑이 할 여유 없어. 죽느냐 사느냐야. 얼른 업혀.”

“네, 네...”


타일러를 등에 업자, 또 웃음을 터뜨리는 놈들.


“이건 또 뭐하는 짓이래. 크크. 하 이거 골 때리는 놈들일세.”

“신종 동반 자살인가. 한방에 꿰뚫어주세요. 뭐 이런?”


놈들이 비웃거나 말거나, 나는 로프를 둘러 타일러를 등에 단단히 고정했다.

격렬히 움직여도 떨어지지 않도록.

그리고 놈들을 향해 씹어뱉듯 말했다.


“너희들, 이후의 일이 귀찮아질 것 같아서 그냥 가는 거다. 너희 생명을 건진 걸 은혜로 여겨라.”

“하, 이놈이 허세는. 이제 그만 지겹다. 잡아! 몇 군데 부러져도 상관없다!”


놈들이 무기를 쳐들었고, 나는 긴장감을 팽팽히 끌어올렸다.


힘을 끌어올리자 온 몸에 근육이 터질듯 팽창했다.

타일러를 업고 있었지만, 체중이 50kg에도 못 미치는 타일러는 6배의 힘에 그다지 무겁게 느껴지지 않았다.


“뭐, 뭐야!”

“도망친다! 잡아!”


그리고 시간이 느리게 흘렀다.


허둥대며 느리게 움직이는 놈들이 보였다.

인상을 찌푸린 놈들의 일그러진 입술이 천천히 움직이는 게 우스꽝스럽다.

저마다 손에 든 무기들은 대부분이 몽둥이나 날붙이.

활이나 쇠뇌는 없다.


천천히 휘둘러오는 몽둥이나 손을 가볍게 피하며 포위망을 손쉽게 뚫었다.

놈들이 슬로우 모션처럼 허우적대며 멀어지는 게 보였다.


나는 곧바로 마을을 두른 목책을 향해 방향을 잡았다.


타다다다닷!


타일러를 등에 업었다고 해도, 체감 상 8kg 정도.

그를 업고 100미터를 20초에는 넉넉히 주파할 속도로,

6배의 민첩 증가 시간 배율이 적용된다면, 약 3.3초에는 주파할 속도로 달렸다.


인간을 초월한 속도에 근육과 인대들이 비명을 질렀다.


아무리 증폭된 힘과 속도라고 해도, 타일러를 업은 채 목책을 한 번에 넘기는 어려워보였다.

상당히 높은 목책.


빠르게 주변을 탐색해 적당한 주택을 하나 찾아냈다.


해당 주택을 목표로 달려, 주택 앞에 널브러진 수레를 밟고, 건물의 지붕까지 몸을 날렸다.


타탓.


그리고 지붕에서 최고 속도로 도움닫기하고 도약해, 가까스로 목책을 넘었다.


쿠웅-


한 사람을 업고, 상당한 높이에서 떨어지니 무릎과 발목에 전해지는 충격이 상당하다.

강화된 신체가 아니었으면 박살이 났을 터.


어우우우우우우

우우우우어


느려진 시간 때문인지,

목책 반대편에서 아우성치는 소리들이 좀비들의 악다구니처럼 들렸다.


뒤도 돌아보지 않고 달렸다.


한참을 달리자, ​멀어진 마을은 더 이상 시야에 잡히지도 않았다.

그래도 힘껏 달려 밤의 어두움 속으로 몸을 묻었다.



* * *



“헉... 헉...”


어딘지 알 수도 없는 밤의 숲에서 뜀박질을 그쳤다.


증폭된 재생이고 뭐고, 에너지를 다 썼다.


‘재생의 포션을 불러내 먹을까? 아냐, 아직 버틸만하다.’


여전히 내 등에 꼭 붙어 가쁜 숨을 몰아쉬는 타일러.

로프를 풀고 내려주니 바로 한쪽으로 달려가 속에 있는 것을 다 게워냈다.


‘하긴 그렇게 뛰었으니.’


“괜찮아?”

“네, 네. 괜찮아요.”

“이제 충분히 멀어진 거 같다. 여기서 좀 쉬어가자.”


몇 배나 증폭된 힘과 민첩을 있는 대로 끌어다 쓴 탓에 온 몸의 기력이 남아나질 않았다.

난 그냥 바닥에 드러누웠다.


타일러는 토사물이 묻은 입가를 닦으며 숨을 고르는 나를 멍하니 쳐다봤다.


“헉... 헉... 뭐 하나 쉽게 가는 게 없네. 후... 운도 더럽게 없지.”

“......죄송해요.”

“또 그 소리. 그래도 우린 마수의 숲에서도 며칠씩 야영했던 몸 아니냐. 이런데서 야영하는 거야 뭐 우습지, 안 그래?”

“네, 저런 마을에서 묵는 거 보다야 훨씬.”

“문제는 이제 어디로 가야할지를 전혀 모르겠다는 건데.”


애초에 이 마을 방향을 추천한 것이 타일러였기에 은근히 기대를 갖고 물었다.


타일러는 마수의 숲과 우리가 묵었던 마을, 그리고 우리가 달려온 방향을 바닥에 그려보더니, 한쪽 방향을 짚었다.


“이쪽으로 가면 마을이 또 하나 나올 거예요. 마을 이름은 잘 모르겠지만...”

“너도 참 대단하다. 어떻게 그런 위치를 다 외우냐.”

“아, 아뇨. 이 정도는 누구나...”

“아무나 못해. 난 죽었다 깨도 못한다.”

“그런데 이 마을에도 제대로 된 정보가 없었듯이 거기도 어떨지는 몰라요.”

“고민할게 뭐 있어. 설마 또 이 지랄은 아니겠지. 거기로 가보자.”

“네.”


새롭게 방향을 잡고 걸으려다, 문득 떠오른 생각.


“가만.”


인벤토리에서 이전에 도적떼 두목에게서 얻은 열쇠를 꺼냈다.


“이건 써보고 가야지. 계속 당하고 도망만 다니려니 너무 억울해서 안 되겠다.”

“너무 위험하지 않을까요?”

“위험해도 가봐야지. 생각해봐. 우리가 방 값이랑 목욕물 값까지 미리 다 냈는데 써보지도 못했잖아. 손해배상청구는 제대로 해야지.”

“그럼 저도 같이 가요.”

“아냐. 넌 일단 여기 있어. 금방 올게.”


타일러가 몸을 보호할 수 있도록, [튼튼한 텐트S]를 설치해주었다.

마수가 아닌 다음에야 충분히 안전하리라.


그리고선 다시 마을 쪽으로 달렸다.



작가의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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