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곰대리 님의 서재입니다.

치트 상점으로 망겜에서 살아남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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곰대리
작품등록일 :
2022.05.11 10:55
최근연재일 :
2022.08.31 1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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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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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9,2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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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8.31 1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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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쪽

로그힐 마을 (2)

DUMMY

다음 날, 장정들이 모인 마을의 공터로 나갔다.

아침마다 모여 검술 훈련과 격투 방법을 배운다고 하던데,


‘호, 이런 작은 마을에 그런걸 가르칠 교관이 있나?’


훈련시간을 맞춰 갔던 건, 단순한 호기심이었다.


“지르기 하나.”

“하나!”

“베기 하나.”

“하나!”

“들어 막기 하나.”

“하나!”


스무 명이 모여있는 공터는 이른 아침부터 군기가 바짝 들어있는 복명복창으로 후끈한 분위기였다.


하지만 직접 보니 목소리에 비해, 눈빛들에는 힘이 없었다.


‘호 제법인데? 무슨 정규군도 아니고 너무 과한 거 아닌가?’


훈련을 지도하던 남자는 나를 흘깃 보더니 더 목청을 높였다.


그래도 내가 더 가까이 다가가자 눈치는 있는지 훈련을 중단했다.


“좀 쉬었다 한다! 쉬어!”


그에게 다가가 손을 내밀었다.


“반갑습니다. 마을 방어를 지원 온, 션이라고 합니다.”


하지만 남자는 경계의 눈으로 쏘아보며, 내 손을 맞잡지 않고 팔짱을 꼈다.


“난 터커다. 외부의 도움은 필요 없어. 우리 힘으로도 충분히 마을을 지킬 수 있다. 난 실제 용병으로도 활동했던 경력이 있지. 이런 거 봤나?”


남자가 품에서 무언가를 꺼내 내밀었다. 용병패였다. 재질은 나무.


“목패... 용병?”

“그래, 이 마을에서 밖으로 나가 용병을 경험한 사람은 내가 유일하다.”


기가 막혔다.

목패 용병이 목에 힘을 줄 수가 있구나.

쥐들만 모인 곳에 가면 고양이도 왕 노릇을 할 수 있다더니.


‘촌장은 이런 본질적인 허술함을 알고 내게 전권을 위임한 거로군...’


“용병이셨군요. 대단하네요. 마수와 전장을 경험해 본 분이 있으니 이 마을은 걱정 없겠습니다.”


내 형식적인 인사치레에도 녀석은 우쭐해져 턱을 쳐들었다.


“그래, 바로 그렇지. 알고 있다니 긴 말이 필요 없겠군. 당신이 할 일은 없어. 마을의 귀중한 식량을 축내지 말고 얼른 돌아가.”


녀석은 승리의 미소를 지으며 등을 돌리려 했다.


“하지만.”

“하지만?”

“촌장이 내게 당신들에 대한 지휘를 맡겼죠. 그건 어떻게 생각합니까?”


순식간에 그의 얼굴이 흉신악살처럼 일그러졌다.


“흥, 늙은이가 노망이 난 거지! 안 그렇냐?”


쉬고 있는 청년들을 보며 남자가 소리를 빽 지르자, 몇몇이 마지못해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서, 감히 전직 용병인 내게 대항해 보겠다는 거냐?”

“바로 그거죠. 아니, 그런데 계속 듣고 있으니 기분 나쁘네. 넌 몇 살인데 계속 반말이냐?”

“하, 힘으로 안될 거 같으니 나이라도 내세우고 싶어졌나 보지? 난 스물 여섯이다. 여기에서 가장 선배이고.”

“아오, 스물 여서엇? 야, 넌 좀 맞아야겠다.”


내가 성큼 다가서자 놈이 움찔 물러섰다.


‘한 번은 짚고 넘어가야겠군.’


앉아 쉬고 있는 스무 명의 청년들에게 말했다.


“촌장님은 내게 전투의 전권을 위임하셨다. 나는 그에 응할 책임이 있고. 하지만 너희들을 이미 지도하고 있는 사람이 있는 듯하니, 결투로 지휘권을 결정할까 한다.”

“뭣!? 누구 맘대로!”

“왜 쫄리냐?”

“씨...”


허세로 먹고 사는 놈이 이런 분위기에서 더 물러설 수는 없을 터.


훈련하던 청년들에게서 목검 한 자루를 빌려 그에게 던졌다.

놈이 엉겁결에 목검을 쥐었다.


“자세 잡아. 목패 용병 실력 좀 보자.”


놈은 씩씩대며 얼굴에 핏줄을 세웠다.


“흐.., 대단한 자신감이군. 검도 들지 않겠다?”

“그래. 너 같은 초짜를 상대로 무슨 검이냐.”


터커가 목검을 쥐고 마주 섰는데 정말이지 엉성한 자세였다.


원래라면 현대인인 내 자세가 더 엉성했겠지만, 전문직업 '전사'를 오픈한 터라 내 모든 자세가 단단하게 보정되었기 때문.

더불어 남의 역량을 보는 안목까지 비교할 수 없이 향상되었다.


‘이런 건 여러 번 하기 귀찮은데.’


기를 꺾는 대련 따위는 한 번에 끝내야 한다. 무조건 납득 할 수밖에 없도록. 힘의 차이를 보여줘야한다.


그렇다고 해도, 녀석도 마을의 소중한 전력. 다치게 할 수는 없다.


‘속전속결!’


바로 속도를 6배로 올렸다.


빠르게 다가가 놈의 얼굴 앞에서 주먹을 네 번, 가슴 쪽에 네 번을 힘 있고 빠르게 내질렀고,

왼발 오른발로 발차기를 양 뺨 옆에다 갖다 붙였다가 거둬들였다.


실질적으로 터커의 몸에는 한대도 닿지 않게끔 힘을 조절해서 딱 멈추곤 그를 지나쳐 등 뒤에 섰다.


파바바밧-

후우웅-


빠른 속도로 인해 주먹과 발에서 일어난 풍압이 터커의 머리카락과 볼 살을 이리저리 쓸었다.


녀석의 입장에서는 눈으로 쫓을 수도 없을 만큼 빠른 주먹과 발이 번쩍인 뒤에 내가 사라져버린 것으로 보였을 거다.


꿈인가 생신가 하겠지.


“어.. 어.. 어...”


엉거주춤하게 서서 얼빠진 녀석의 뒤통수를 손가락 하나로 살짝 밀자, 놈은 넘어질 듯 풀썩 주저앉았다.


“우.. 우와아아!”


구경을 하던 청년들이 일제히 소리를 지르며 일어나 박수를 쳤다.


“익스퍼트, 익스퍼트야!”

“세상에! 나 이런 건 처음 봤어.”

“맙소사... 기사님이셨던 거에요?”


순식간에 둘러싸여 환호를 받았다.


문득 의문이 들었다.


“익스퍼트라니, 너희는 익스퍼트를 본 적이 있는 거냐?”

“아니요! 저희가 그런 분을 어디서 봤겠어요?”

“그런데 왜 익스퍼트 익스퍼트 하는거냐?”

“얘길 들었어요. 익스퍼트님들이 얼마나 대단하신지.”

“누구에게서?”

“종종 오시는 상인들이나 용병들에게서요. 참 지금 션님이 묵으시는 여관에도 한 분 계신데, 그 분도 익스퍼트를 보신 적이 있대요!”

“오, 그래?”


언제 한번 얘길 들어봐야겠군.


청년들을 지나쳐 무릎을 꿇고 멍하니 앉아있는 터커에게 다가갔다.

물끄러미 고개를 들어 나를 보는 녀석의 눈에는 아까는 없던 두려움이 스며 있었다.


난 별말 없이 손을 내밀었고, 잠시 머뭇거리다 내 손을 잡는 그를 일으켰다.


그리고 스무 명의 청년들을 향해 말했다.


“혹시 이 중에 터커보다 강한 녀석이 있냐?”


그러자 고개를 숙이거나 내 눈을 피하는 무리들.


쥐들의 모임에서 고양이로서 자리매김은 확실하게 했던 모양이다.


“너희들 훈련은 터커가 앞으로도 지도했으면 한다. 불만 있는 사람 있나?”


좌중을 한번 둘러보고 말했다.


“내 이름은 션, 서른 한 살이고, 익스퍼트는 아니다. 내가 최고 연장자인듯하니 앞으로도 말은 편하게 하겠다. 나보다 연장자이거나 더 강하다고 생각되는 이들이 있으면 언제든지 말해주도록. 그에 걸 맞는 예우를 해주겠다. 알겠나?”


““예!””


우렁찬 대답이 돌아왔다.


사실 나 스스로도 놀라고 있는 중이었다. 내가 원래 이런 성격이었나?

조용하고 소심한 성격이었는데, 지난 몇 주간의 일들이 나를 얼마나 바꾸었는지 나 자신도 적응이 어려웠다.


“마수 토벌에 관한 회의는 정오가 지난 후에 여기서 다시 모여 하겠다. 그 때는 싸울 수 있는 모든 사람을 다 불러오도록.”


“알겠습니다!”



* * *



멀리서 마을 청년들이 훈련하는 소리를 들으며, 나도 운동을 시작했다.


힘과 민첩 재생과 강도 등 전반적인 신체 능력을 업그레이드 하면서 한번,


전문직업으로 전사와 사냥꾼을 오픈할 때, 해당 직업에 걸맞는 최소 능력이 갖춰지면서 또 한 번, 두 번에 걸쳐 내 신체는 큰 변화를 겪었다.


그런데 그게 끝이 아니었다.

그 외에도 이후에 치른 전투들과 오랜 시간 걸었던 부분들이 내 육체에 또 다른 변화를 주고 있음을 느꼈다.


그간 틈틈이 진행한 몇 가지 실험을 통해 깨달은 것은, 모든 능력치는 가장 기본이 되는 내 신체 능력에 비례해서 적용된다는 사실.


예를 들어 원래 내 체력이 한 팔로 10kg의 물체를 들어올릴 수 있는 힘이었다면, 6배의 근력 증가로 60kg을 들 수 있게 된다.

하지만 내가 운동을 통해 기본 근력이 늘어 15kg을 들 수 있게 된다면, 6배의 증가치는 90kg을 들 수 있게 만들어 준다.

그러니 운동을 하면 할수록 더 강해진다는 것.


물론 이런 식으로는 한계가 있겠지만, 게을리할 순 없다.

할 수 있는 모든 수단과 방법을 동원해 더 강해져야 한다.


되도록 사람들 눈에 띄지 않는 마을 구석으로 이동해 여러 가지 운동을 했다.

망가져 버려진 듯한 수레가 하나 있기에 수레를 적절히 잘 활용했다.


수레를 들어 올리는 것으로 풀업을, 수레 아래에 엎드려 밀어 올리는 것으로 푸쉬업을 대신했다.


그리고 군대 유격 훈련에서의 PT체조를 떠올리며 근육이 비명을 지를 때까지 몸을 혹사 시켰다.

엄청나게 체력이 증가한 몸을 지치게 하기란 쉽지 않았다.


여러 아이디어를 짜내면서 땀이 비처럼 쏟아질 때까지 운동을 하고, 여관으로 돌아왔다.

카운터에 씻을 물을 부탁해 샤워를 하고 땀에 젖은 옷을 빨았다.


다시 옷을 입으려 할 때, 문득 내 몸을 내려다봤다.


엄청난 변화.


‘몇 주 걷고, 고생했다고 이런 몸이 되지는 않겠지.’


키가 더 크지는 않았지만, 몸 구석구석은 깊게 갈라진 근육들이 선명하게 도드라졌다.

초콜릿 같은 식스팩에 두 개의 방패처럼 단단하게 펼쳐진 가슴근육.

이두에서 전완근으로 이어지는 곳에는 굵은 핏줄이 돋아나 있었고,

손등에도 마디 사이사이에 근육이 들어 차 있었다.


전신 거울을 한번 보고 싶은데, 이 세계에는 거울이 희귀한지 볼 수가 없었다.


그간 내 모습을 본 것도 물에 비친 모습을 봤던 것이 전부.


‘이대로만 돌아갈 수 있다면 다른 거 아무것도 없이, 피트니스 모델만해도 먹고 살겠는데...’


그만큼 완벽해 보이는 몸이었다. 과하게 크지도 않고, 균형 잡힌 근육들.


바쁘고, 정신없고, 위태로웠던데다, 낡은 가죽 갑옷에 가려 제대로 감상하지 못했던 내 몸의 변화를 즐겼다.


그때 누군가 문을 두들겼다.


“션님, 안에 계세요?”

“타일러?”

“네.”


아직 옷을 입고 있지 않았지만, 타일러라면야 뭐.

별 생각 없이 들어오라고 문을 열었다.


“꺅!”


타일러는 손으로 눈을 가리더니 다시 제 방으로 돌아가 버렸다.


‘꺅...?’


나도 모르게 눈썹이 하나 치켜 올라갔다.


아무래도 또 하나 짚고 넘어갈 게 있는 듯하다.



* * *



똑똑.


“타일러, 나야. 안에 있어?”

“아, 네, 네, 들어오세요.”


끼이익.


오래된 문을 열고 들어서자, 단정히 침대에 앉은 타일러와 함께 한 켠에 깨끗이 씻겨 쌓여있는 나무 그릇들이 보였다.


“이야, 이걸 다 씻었어?”

“네, 전에 대충 닦아두기만 한 거라...”

“그러게 닦아 놓으니 때깔이 다르네. 이제 팔아도 되겠다.”

“그쵸. 사실 팔기 아까울 정도로 잘 만든 그릇들이에요.”


타일러와 사이에 잠시 어색한 침묵이 흘렀다.


타일러와 지냈던 몇 주간의 일들이 슬라이드처럼 지나갔다.


가슴은 무엇으로 압박했는지 표가 나지 않았지만,

그에 비해 숨길 수 없는 가냘픈 어깨와 잘록한 허리, 남자와는 다른 긴 골반.


뿐만 아니라,

남자보다 더 예뻐 보인 얼굴이며,

절대 함께 씻지 않으려고 한다든지, 벗은 내 몸을 부끄러워 한다든지 했던 일련의 일들.


무엇보다 즈베르 마을을 탈출하면서 업고 달렸을 때 등에 느꼈던 감촉.


사실 근거는 차고 넘쳤다.

단지 타일러가 억누른 목소리라던지, 남자 이름을 알려준 것이라던지, 기타 노력들로 자신의 성별을 감추고 싶어하는 것 같기에, 존중해주었을 뿐.


하지만 이 벽을 이제 허물 때가 되었다고 느꼈다.


“타일러.”

“네, 넷?”


평소와 다른 진지한 부름에 타일러가 흠칫 놀랐다.


“너, 본명이 뭐야?”

“네... 네?! 갑자기 본명이 뭐라니요? 타일러가 제 본명...”

“거짓말하지 말고, 여자 이름이 타일러일 리가 없잖아. 남장용 이름 말고, 본명이 뭐냐구.”


타일러의 눈이 튀어 나올듯 커지더니 동공이 사정없이 흔들렸다.

벌어진 입은 무어라 대꾸를 내놓지 못했다.


“왜 사실대로 말 안했냐고 뭐라 하려는 거 아니야.”


정말 그랬다. 힐문이 목적이 아니었다.

난 서투르지만 할 수 있는 한 다정하게 덧붙였다.


“그, 뭐냐. 너는 내가 이 세계에 와서 처음으로 소통한 사람이기도 하고, 또 믿을만한 사람이기도 해서, 앞으로도 계속 잘 지내도 좋지 않을까 생각 했고..., 그리고 그러려면 서로 숨기고 있는 것들은 꺼내 놓는 게 편할 것 같다고 여긴 것 뿐이야.”


“왜 숨겨 왔는지는 말 안해도 돼. 충분히 짐작이 가니까. 그래도 이제는 허심탄회하게 터놓고 오픈하고 지내는 게 좋겠다 싶었어.”


동공 지진이 오던 타일러의 커다란 눈에 그렁그렁 눈물이 맺히기 시작했다.

이내 고개를 푹 숙이더니 작은 어깨가 들썩이기 시작했다.


안도인지, 사과인지, 죄책감인지, 부끄러움인지 알 수 없었지만 타일러는 닭똥 같은 눈물을 뚝뚝 떨궜다.


“제 이름은... 유피니아예요.”


그리고 그녀는 눌러둔 이야기를 꺼냈다.



* * *



특별한 이야기는 없었다. 예상했던 이유들.


집안이 완전히 내려앉고 가까스로 살아남은 그녀는, 오갈 곳 없고 돌봐줄 이 없는 젊고 아름다운 여자가 이 세상에서 홀로 살아남기란 얼마나 가혹한지를 뼈아프게 배웠다.


그래서 남장을 결심하고, 긴 머리를 스스로 잘랐다.

천으로 가슴을 둘러 압박해 가렸고, 치마를 벗고 바지를 입었다.


그리고 남자 같은 목소리를 내려고 무던히 연습하며 애를 썼다.

몸짓도 과장되게 하고, 일부러 씩씩해 보이는 제스처를 하려고 연구도 했다.


워낙에 총명하던 그녀였기에 예리한 관찰력으로 연구한 남장 코스프레는 잘 먹혔다.


한동안은 잘 숨긴 채 지내왔는데, 마수 사냥꾼의 노예로 팔려간 이후에, 예쁘장한 남자 노예들을 건드리는 변태적인 취향의 사냥꾼들에게 이 사실을 들키고 말았다.


그들은 이 사실을 공개적으로 오픈하는 대신 자기들만 독점하는 유희로 삼았다.


덕분에 전체 인원에게 정체가 탄로 나 더 비참한 꼴을 당하는 일은 면했지만, 매일 밤 그들의 더러운 욕망을 받아내야 하는 끔찍한 나날들을 보내야 했다.


지옥과 같은 하루하루, 마수보다도 더 두려운 것이 사냥꾼들이었다.


고통스럽고 덧없는 삶이었으나 그래도 생에 대한 집착이 강해 죽지 않고 버텼다.


그러다 션을 만났다.


그에게 생명을 의탁한 것은 신의 한 수였다.


그는 자기 삶의 무너진 모든 영역을 회복시켜 주었다.


하지만 그의 신뢰가 더해질수록 마음의 짐은 무거워졌다.

과거, 본명, 성별, 어느 것 하나 진실되게 알려주지 못했는데, 일방적으로 받는 호의가 버거웠다.


그렇다고 이제 와서 정체를 공개하기엔 너무나 두려웠다.

그간 쌓였던 관계가 무너지고, 모든 것이 부정될 것만 같았다.


그렇게, 시간이 지날수록 숨겨둔 것을 꺼내놓기란 더 힘들어졌다.


하지만 지금, 그가 먼저 그 모든 벽을 허물어주려고 한다.


거기에 대한 고마움과 미안함, 안도감, 북받치는 서러움, 온갖 감정이 뒤섞여 눌러온 목소리 만큼이나 눌러왔던 울음이 터졌다.


나도 더 이상 도망가지 않고, 가만히 그녀의 어깨를 토닥여주었다. 별로 해줄 말이 없었다.


“힘들었겠다...”


그 한마디에 다시 더 큰 울음을 터뜨리는 유피니아.


그녀를 토닥여주며 말했다.


“이제 다시 머리도 좀 길러, 여성용 옷도 좀 사 입고. 나 돈 많으니 필요한 만큼 얘기하고.”

“네... 너무.. 너무 고마워요.. 션님.”


그간 억지로 억눌러 만들어냈던 어색한 남자 목소리가 아닌, 원래 그녀의 목소리는 맑고 고왔다.

예쁜 얼굴 만큼이나 매력적인 목소리였다.


“그리고, 이제 좀 편하게 불러.”

“네..? 그럼 뭐라고...”

“음, 삼촌 어때? 아님 그냥 이름만 불러도 되고.”

“전 삼촌이 없는걸요.”

“물론 진짜 삼촌은 아니지만, 내가 살던 곳에선 나이 차가 많이 나는 사람을 그렇게도 부르거든. 너랑 나 정도 차이면 완전 꼬맹이니까.”

“.... 그럼 그냥 션이라고 부를게요.”

“그래 알았어. 편히 해.”

“그런데 왜 종종 저보고 꼬맹이라고 그래요?”

“어..? 그야 내가 있던 세계, 아니 내가 살던 나라에서는 열 여섯이면 중학생.. 아니, 미성년자였으니까.”

“이 나라에선 아니에요. 열 넷이면 성인식을 하고, 열 여섯이면 완전한 어른으로 인정 받는 걸요. 전 그 중에서도 꽉 찬 열 여섯이에요.”


아, 몰랐다. 그건.


작가의말

연중작 임에도 꾸준히 [치.상.망.살]을 찾아주시는 독자님들이 계시네요 ^^;;


하드에서 자료를 찾다가, [치.상.망.살]을 접기 직전에 16화까지 써두었던 원고가 있음을 발견하고 이제서야 올려봅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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