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곰대리 님의 서재입니다.

치트 상점으로 망겜에서 살아남기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퓨전

곰대리
작품등록일 :
2022.05.11 10:55
최근연재일 :
2022.08.31 1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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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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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7
글자수 :
99,2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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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5.11 1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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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인투 더 게임 (2)

DUMMY

철퍼덕 -


또 얼마나 지난건지,

몸이 내동댕이쳐지는 충격에 의식이 돌아왔다. 냄새나고 차가운 돌바닥이었다.


“■■■■, ■■■!”


간수처럼 부이는 살벌한 인상의 남자 하나가, 내게 더러운 천 조각 같은 것을 던지며 소리쳤다.

대충 알몸을 가리라는 뜻인 것 같았다.


흙을 담던 마대자루로 만든 것 같은 재질의 거적 데기였다. 이걸 옷이라고 준건가, 기가 막히는 디자인이었다.


철그럭, 철컥 -


남자는 철창문을 잠그더니, 어디론가 사라졌다.


뭔 놈의 빗자루가 그리 묵직했는지, 야구배트로 얻어맞은 듯 온 몸이 욱신거렸다.


이게 도대체 무슨 일일까. 꿈이라면 제발 깨기를... 이 끔찍한 꿈을 계속 버텨낼 자신이 없었다.


‘계속 알몸으로 있을 수는 없으니...’


더러운 거적을 주섬주섬 입고, 어두운 감옥 안에서 몸을 웅크리고 누웠다.


혼란스러운 현실에 머리가 지끈거렸다.

맞은 자리가 쓰라리고, 차가운 바닥의 한기에 몸이 벌벌 떨렸다.


‘감기에 몸살도 걸릴 거 같은데... 그래도 한 숨 자고 나면 이 지랄 맞은 꿈도 다 깨겠지.’


그리고 잠이 들었다.



* * *



“■■■. ■■■.”


귀여운 목소리와, 따뜻한 온기가 머리를 만지는 느낌에 잠을 깼다. 작은 손짓이었다.


가까스로 눈을 떠보니, 작고 귀여운 아이 둘이 눈에 들어온다.


결국 내가 그 차가운 바닥에서 얼어 죽었나...? 아기 천사들인가?

아니면 다른 꿈으로 이어졌나. 아까 꿈보다는 낫군.


그렇다기엔 천사들이 너무 꾀죄죄하다. 나보다 나을 것 없는 거적 데기 같은걸 입고...

엑?


욱신거리는 몸을 겨우 일으켜 앉아 아이들을 바라봤다.


컨디션이 최악이었다. 아무래도 열이 좀 나는 것 같았다.

젠장, 꿈이 아직도 안 깬 것 같다.


아이들은 열심히 내게 무어라고 말을 걸었지만, 한마디도 알아들을 수가 없었다.


“미안, 뭐라고 하는지 모르겠어.”


내 말에 아이들은 눈을 동그랗게 뜨고 서로를 쳐다보더니, 이후로는 손짓 발짓으로 의사를 전달하기 시작했다.


한 아이가 무어라고 하면서 작은 나무통을 하나 내밀었다. 물이었다. 정신없이 물을 들이켰다.


“고마워.”


통을 돌려주며 감사를 표하자 작은 아이가 배시시 웃는다.


둘은 남매로 보였는데, 나와 같은 철창 안에 갇혀 있었다.

원래 있었는데 내가 발견을 못했던 건지, 아니면 잠든 새 들어왔는지 모르겠지만.

사실 어제는 주변을 살필 경황이 없었다.


오빠로 보이는 큰 아이는 7살쯤 되어 보이는 사내아이였고, 동생으로 보이는 작은 아이는 4살쯤 되어 보이는 여자아이였다.


“이렇게 어린 애들이... 얘들아. 너희 부모님은?”


아이들도 내 말을 알아듣지 못하는 듯 그저 웃는다.


작은 아이가 구석에서 시커먼 돌덩이 같은걸 하나 가져와 내밀었다.

그리고 먹는 시늉을 했다.


뭔가 자세히 봤더니 빵이었다.

하지만 얼마나 냄새가 나고 딱딱한지 도무지 먹을 수가 없었다.


“난 괜찮아. 너희들 많이 먹어.”


아이들에게 빵을 도로 내밀었다. 그러니 사양하지 않고 입에 물어 녹여 먹는다.


아이들이 귀여웠지만 더 소통할 체력이 없었다.

몸살에 걸린 듯 온 몸이 아팠다. 난 다시 누워 잠을 청했다.


자다 깨다가를 반복하기를 몇 번,

정신이 들어 머리가 약간 맑아졌을 때는 햇살이 들어오는 아침이었다.


다행히 큰 병은 아니었는지 충분한 휴식만으로 몸은 조금씩 회복세를 보이고 있었다.


시간이 많이 흘렀고, 이제 알겠다.

이건 지독한 악몽 따위가 아니었다.


할 수 있는 건 다 해봤다.

볼도 꼬집어보고, 뺨도 때려보고, '이건 꿈이다.' 라며 자각하려고도 해보고,

보통 꿈에서는 되지 않는 복잡한 사고도 해봤다.


결국 이 모든 것이 꿈이 아니라는 사실만 재확인할 뿐이었다.

하지만 꿈이 아니면 도대체 어떻게 이런 일이 있을 수 있단 말인가.


알 수 없는 공간, 온통 모르는 사람들, 이해할 수 없는 언어들.

건축 양식과 문명의 모든 것이 현대가 아님을 보여주고 있었다.


‘한 순간에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지..? 도대체 난...’


서른을 넘긴 내 뇌는 급변하는 상황에 적응이 쉽지 않은 듯 보였다.

모든 것이 꿈이라는 최후의 희망이 사그라들기 시작하자, 받아들이기 버거웠던 현타가 뒤늦게 찾아왔다.


머리가 어지럽고 시야가 핑 돌았다. 귀가 먹먹해지고 삐- 거리는 이명이 들려왔다.

구토감이 밀려왔다.


웨에엑-!


속에 있는 것을 죄다 비워낸 이후에도 머리는 빙빙 돌았다.


아침식사를 넣어주러 잠시 들렀던 간수가 마침 그 장면을 봤다.

그는 인상을 찌푸리고 혀를 끌끌 차며 알 수 없는 말로 무어라 지껄였다.

알아들을 수 없었지만 그 경멸의 눈빛은 딱 나를 미친 사람 대하듯 보는 것이었다.


‘이 친구 미쳐가는구만.’

딱 그렇게 말하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미쳐가? 내가? 그래 미쳐가는 것 같다.’

최소한의 판단의 벽마저 무너지려 할 그 때, 한 켠의 의지가 무너지는 정신을 힘겹게 다잡았다.


‘안돼... 고작 이런데서 미쳐버리고 죽어버릴 순 없다.’


‘살아남는다. 살아남아서... 내 세상으로, 내 삶으로 돌아갈거다...’


벌겋게 충혈 된 눈을 부릅떴다.


톡톡.


누군가 건드리는 느낌에 내려다보니, 여자아이가 물이 든 나무사발을 권하고 있었다.

아이의 머리를 쓰다듬어주는 것으로 감사를 표하고 물을 들이켰다.

덕분에 정신이 좀 돌아왔다.


감방 구석에 등을 기대고 앉아 심호흡을 했다.

그래도 한바탕 게워내고 나니 좀 나았다.


아이들이 걱정스런 눈으로 나를 올려다봤다.


또 며칠이 지났다.

간수는 돌 같은 빵과 물을 넣어줄 때 외에는 철창 근처로 오지 않았다.

태평한 시기라 그런지 감옥에는 여러 칸이 있었는데, 나와 아이들 외에 다른 칸은 모두 비어있었다.


작은 아이들은 얼마나 붙임성이 좋은지 절로 정이 갔다.

아이들은 말도 못하게 꾀죄죄했지만 귀엽고 예뻤다. 커다란 눈에는 비취색 눈동자가 빛났다.


아이들과 여전히 말은 통하지 않았지만,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통하는 바디랭귀지로 서로에 관해 많은 것을 알 수 있었다.


아이들의 부모님이 계시지 않다는 것, 거지로 살아왔다는 것, 너무 배가 고파 먹을 것을 훔치려고 했다가 감옥에 들어왔다는 것까지 이해했다.


여자아이는 아직 너무 어려 부모의 품이 그리웠는지, 자주 내 품을 파고들었기에, 많이 안아주기도 했다.


한편으론, 어린 나이임에도 가혹한 삶을 살아왔을 아이들이 나보다 얼굴이 밝아보였다.

내가 지금 남 걱정해줄 처지가 아니라는 실감이 났다.


한 번의 고비를 넘긴 뒤 진정되지 않던 가슴을 가라앉히고 주위를 보니,

조금씩 상황이 객관적으로 보이기 시작했다.


상황을 정리해보자.

여긴 게임 속이다.

아니 게임 속인지 100퍼센트 확언은 못하겠지만, 적어도 내가 하던 게임, [인피니티 브릿지]와 아주 흡사한 다른 세계에 들어왔다는 건 확실하다.


그리고 이건 꿈도 아니고, 연출도 그래픽도 아니다. 그냥 현실 그 자체다.


그렇다면 여기서 어떻게 나갈 것인가?

이 세계로 들어온 방법이 있었으니 나갈 방법도 있을 거다.


만약 [인피니티 브릿지]라면..., 난 나름 고인물 이었잖아.

생각을 해보자. 난 이 게임에 대해 많은 지식을 이미 가지고 있다.

그 지식을 바탕으로 효율적으로 움직이다 보면 분명히 살아날 길이 있을 터다.



* * *



일주일쯤 되었을까 며칠 째인지 불확실한 어느 날, 이른 아침부터 사람들의 소리가 들려 잠이 깼다.


낯선 남자 둘이 간수와 함께 왔다.

죄수 신분은 아닌 듯 보이는 놈들은 모두 체구가 좋았다.


두 사내는 나를 가리키며 간수와 알 수 없는 말로 한참을 떠들더니, 한 놈이 작은 가죽주머니를 꺼내 간수에게 던졌다.

절그럭 거리는 소리를 보니 돈 주머니인 듯싶었다.

간수는 주머니를 열어보더니 누런 이를 드러내며 웃었다.


놈들은 숨길 것도 거리낄 것도 없다는 듯 내 앞에서 거래를 마쳤다.


그들이 하는 대화는 알아들을 수 없었지만, 정황상 내가 팔려가는 것 같았다.


간수가 철창을 열고 셋이 함께 들어오더니 우악스러운 손으로 내 양팔을 단단히 결박했다.


“저.. 저기... 이봐요 여긴 재판이나 그런 게 없나요? 다짜고짜 사람을 잡아오더니 감옥에 가두질않나, 이제 어디로 데려가는 거요.”


짝-! 짝-!


내 항의에 돌아온 대답은 따귀였다. 따귀를 몇 대 맞고 나자 어질어질해 뭔가 더 말할 엄두가 나지 않았다.

어차피 말해봐야 알아듣지도 못할 테고.


변호인은커녕, 재판도, 판결도 없을 뿐더러, 감옥에 갇힌 죄수를 마음대로 매매하다니 얼마나 시스템이 개판인지 가늠이 되지 않았다.

불법적인 뒷거래의 제물이 된 것이리라.


내가 끌려 나가자, 큰 아이가 애처로운 눈빛으로 철창에 매달렸다. 여자 아이는 내 바짓가랑이를 잡고 울음을 터뜨렸다가 간수의 발에 채여 나동그라졌다.

속에서 뜨거운 것이 올라왔지만 해줄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었다. 개처럼 질질 끌려 나갈 뿐.


여자아이가 오빠를 붙잡고 울기 시작하는 모습을 마지막으로 시야에 담았다.


아이가 울거나 말거나 다시 철창을 걸어 잠근 간수는 앞장서 감옥을 나섰고, 거친 사내들은 나를 이끌고 그를 뒤따랐다.


성 밖으로 나서자, 며칠 만에 쬐는 햇빛에 눈이 부셔서 눈을 제대로 뜰 수가 없었다.


남자들에게 끌려가면서 주변을 보니 확실히 기시감이 있는 풍경이었다.


익숙한 시내의 구조, 더 멀리 뵈는 산의 모습.

특히 독특한 산세를 보니 확실히 알겠다. 여기가 [인피니티 브릿지] 안이라는 것을.

원래의 게임이 디테일한 그래픽을 자랑했었기에 더 잘 알아볼 수 있었다.


두리번거리며 걸음이 느려지자 남자 하나가 뭐라 지껄이면서 내 머리를 휘갈겼다.


한동안 길을 따라 걷다가 도시를 가로지르는 시내에 이르렀을 때, 두 놈들 중 하나가 무어라 하자 우리는 시냇가에 섰다.

그는 소변이 급했는지 한쪽으로 달려가 급히 볼일을 해결했다.


잠깐의 시간동안 난 시내에 비친 내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며칠까지만 해도 멀쩡한 행색의 평범한 직장인이었던 내 모습은 온데간데없고, 더벅머리와 덥수룩한 수염에 잔뜩 야윈 몰골의 남자만 있었다.


어찌됐든 원래 내 모습이었다.

이 세계의 사람들처럼 금발에 청안이 아닌 그저 검은 머리에 까만 눈동자의 한국인.


미루다 미처 이발을 하지 못했던 머리며, 쌍꺼풀 하나 없이 쭉 찢어졌지만 작진 않다고 자부하는 눈매에,

한국 남자들을 외모로 줄 세우면 100명중에 38등 정도는 할 거라며 나름 만족하고 살았던 내 얼굴.


이름 없는 작은 회사에서 비정규직으로, 적당한 생산관리직을 맡았던 서른 초반 청년.


주제를 알기에 큰 욕심 없이 살아왔고, 뛰어나진 않지만 부지런히 살아왔던 내 인생이었다.


하고 싶은 건 많지만 현실의 벽이 높아 적당히 포기하고 어느새 적당히 눌러 앉았던,

일단 다니는 직장이 있기에 당장 먹고 살 걱정은 안했지만 무료했고,

장기적인 미래는 상당히 불투명한 그런 삶.


로또 1등, 코인 대박 같은 허황된 기대는 하지 않았지만,

그래도 뭔가 활력소가 있을만한 재미난 일은 늘 기다렸던 그런 나였다.


그랬는데,

그래도 이건 아니다.


맹세코 흥미로운 모험을 원했지, 처절한 생존을 원했던 적은 없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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