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곰대리 님의 서재입니다.

치트 상점으로 망겜에서 살아남기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퓨전

곰대리
작품등록일 :
2022.05.11 10:55
최근연재일 :
2022.08.31 11:14
연재수 :
16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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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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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7
글자수 :
99,279

작성
22.05.11 1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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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인투 더 게임 (1)

DUMMY

그저 그런 학교를 나오고, 그저 그런 직장에 몸담은 결과는

그저 그런 삶이 아니었다.


그야말로 피곤한 삶.

박봉에, 야근에, 불투명한 미래의 삼박자.


뭐든 적당히 해온 결과물로는 고단한 삶이 기다리고 있을 뿐이었다.

어쩌면 치열한 경쟁구조의 대한민국에서 당연한 수순이었으리라.


적당히 쉬엄쉬엄 사는 게 모토라 그리 살아왔건만, 오히려 이 때문에 쉬엄쉬엄 사는 건 물 건너 갔다.

인생이란 돈이 있어야 쉴수도 있고, 돈이 없으면 은퇴를 해도 쉬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더라.


이런 우울한 팩트 속에서 먹이사슬의 최 하위권에 위치해,

경쟁사회의 변두리 주민으로 살면서 느끼는 박탈감을 해소하고 싶어서였는지도 모르겠다.


난 엉뚱한 곳에 몰두했다.


불가능한 게임에 대한 도전.


고퀄의 훌륭한 게임이지만 높은 난이도를 자랑하는 게임들을 골라 클리어하고 그것을 인증하는 쓸데없는 짓에 골몰했다.

평생 해 본적 없는 '치열한 도전'을 이렇게나마 해내고 싶기라도 했다는 듯.

퇴근 후에나 휴일이 되면 어김없이 자기만족의 도전을 이어갔다.


비록 아무도 알아주는 이가 없었지만 그런 괴랄한 취미를 이어가던 내게 도전장을 내미는 게임이 하나 있었으니,

혼자 하는 싱글 RPG, [인피니티 브릿지]가 그것이었다.


이 게임은 두가지 면에서 나를 자극했다.


첫째는 역대급 퀄리티.

세계관도 매력적이고, 정신 나간 그래픽과 어마무지한 자유도,

그리고 저사양 PC에도 최적화된 안정성 등 높은 완성도를 가지고 있기에 클리어하고 싶은 도전의식을 불러일으키는 잘 만든 게임이었다.


둘째는 최악의 난이도 였다.

그래픽에 혹해 게임을 접한 이들마다 쌍욕을 내뱉으며 게임을 접게 만드는 극악의 난이도.

단 한명도 엔딩을 본적이 없고, 클리어가 도통 가능한 것인지 가늠조차 되지 않는 최고 최악의 난이도.


오죽하면 이 게임의 장르도 RPG가 아니라 타임어택 생존 디펜스게임으로 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았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고인물들도 '버티기'가 고작이었고,

커뮤니티 게시판에는 나 같은 놈들의 버티기 인증들이 많이 올라왔다


[33일차 버틴 인증]


[42일차 버틴 인증입니다]


[첫 전쟁 발발하고도 살아남은 인증 띄웁니다]


그 중에서도 난 최상위권의 '장기 생존 인증자'였다.


[첫 웨이브까지 생존한 인증합니다]

└ 대박! 도대체 웨이브를 어떻게 보는 거에요 @@ 존경합니다

└ 거기까지 가다니 신컨이신듯b

└ 웨이브 장관이라던데 한 번 보고 싶다

└ 첫전쟁에서 벽을 느끼고 있습니다. 한수 가르침을 주시면 은혜 잊지 않겠습니다. 쪽지로 부탁합니다...


커뮤니티의 인증을 근거로 본다면, 첫 번째 웨이브를 본 사람이 나밖에 없었다.


물론 나도 거기까지가 한계였다.

게임전체 클리어나 엔딩을 보는 것은 커녕, 첫 번째 웨이브까지 도달하는 것.

딱 거기까지였다.


내 취미에 딱 부합하는 게임이었기에 도전을 멈추지 않았지만

[인피티니 브릿지]는 그야말로 난공불락의 성.

결코 넘어설 수 있는 가능성이 보이지 않았다.


그렇게 무수한 시간을 까먹고 연이은 도전이 다 실패한 뒤에, 어느 순간 그 도전의 즐거움은 짜증이 됐다.

높디높은 현실의 벽을 잊게 해주는 스트레스 배출구가 아니라 도리어 현실의 벽을 떠올리게 하는 스트레스가 됐다.


도무지 넘어설 수 없는 게임의 벽에서 인생의 벽이 연상되기 시작했다.


그래서 오기가 생겼던 것 같다.

도전 플레이에 관한 내 스스로의 원칙을 무너뜨리고 사도私道에 손을 댔다.


일명 치트키.


대개 게임마다 개발자가 넣은 이스터에그나 디버그용으로 넣은 특수한 코드들이 있는데 [인피니티 브릿지]에는 그게 없었다.

그렇다면 여러 코드 제작자들이 롬을 분석해서 해당 코드를 적용해보고 실험한 뒤에 성공적으로 적용되면 배포하는 치트코드라도 있을 법 한데, 그런 것도 검색되질 않았다.


‘내가 만들어보지 뭐.’


싱글 RPG라도 치트코드를 잘못 배포하여 판매량에 타격을 준다면 손해배상청구를 받을 수 있을테고, MMORPG면, 치트키를 만드는 순간 핵 사용자로 영구 밴 조치를 먹을 만한 일이었다.


‘하지만 뭐 어차피 혼자 써보고 말거라 남이나 회사에 피해줄 일도 없고, 치트키를 어디 배포하지만 않으면 괜찮겠지.’ 라는 느슨한 마음으로 시작한 게임 핵 메이킹이었다.


나름 인터넷을 뒤져 찾아본 치트키 제작 방식은 도통 먹히지 않길래, 친구들 사이에서 천재 해커라고 불리는 녀석에게 밥 한 끼 사주면서 우회 접근로를 배워왔다.


“오... 된다. 된다!”


치트키 적용이 성공했다.

모니터 앞에서 손을 번쩍 들고 만세를 불렀다.


뭐라뭐라 복잡한 영문 글들이 올라왔는데, 대강 번역해보니,

[게임 내 모든 구성요소가 게임화폐로 거래 가능한 컨텐츠로 전환 표기 된다]는 내용.


그 아래 구성요소들이 나열되는 것을 보니 별의 별 게 다 구매 가능 컨텐츠로 전환되고 있었다.

스킬, 장비, 아이템 등등 해당 게임을 구성하는 요소들 모두가 목록화 되어 펼쳐졌다.


거 신박한 핵일세.

즉사공격기, 무적방어, 자원무한 같은 핵을 기대했건만, 뭔가 좀 번거롭게 느껴졌다.


‘쩝, 그래도 이게 어디야... 그럼 이제 스타팅 소지 골드만 많이 설정해보면 되겠네. 아이고 어렵다. 어려워.’


여전히 접속된 우회 시스템으로 게임화폐 액수를 올려봐야겠다고 생각하고 방법을 찾아 메모해온 것들을 확인하고 있는데,


픽, 모니터가 새파란 화면을 띄웠다.


“뜨헉?!?”


그리고 떠오른 메시지,


[ 경고!

비정상적인 접속시도가 감지되었습니다.

부적절한 접근으로 당신의 브라우저가 심각하게 손상되었습니다.

이 페이지를 닫지 마세요.

5초 뒤 시스템을 재시작합니다. ]


“어... 어라.”


시스템코드를 잘못 건드렸나?


시스템코드를 잘못 건드린 치트코드는 다운으로 이어진다.

게임을 개발할 때는 당연히 이런 비정상적 접근을 상정하지 않고 만들고,

때문에 게임의 한계를 넘는 값을 출력하거나 코드가 상호 연결된 부분을 생각하지 않고 무작정 바꿔버리면 의도하지 않은 오류 값이 쌓이다가 게임이 다운으로 직결되기도 한다.


당황해하는 사이에 5초의 시간이 지났고,


모니터가 꺼지더니 이어 PC 전원이 완전히 나갔다.


‘뭐야... 정전인가?’


PC도 전원이 나가서 다시 불이 들어오지 않았다. 고개를 돌려 방을 둘러보니 전원 연결이 되어있는 디지털 벽시계는 제대로 작동하고 있다.


‘왜 컴퓨터만 나갔어. 멀티탭이 문젠가.’


멀티탭을 껐다 켜보고 기다리는데,

아예 전원이 들어오지 않는 PC, 그리고 여전히 꺼진 채로 있는 모니터에 가만히 초록색 글자가 떠올랐다.


[ 부적절한 접근으로 패널티가 적용됩니다 ]


순간 오싹하는 느낌이 들었다.


“뭐라고...?”


어두운 화면만큼이나 내 시야도 어두워지더니 빙글 한 바퀴 도는 기분이 들었다.

그리고 난 정신을 잃었다.



* * *



정신이 언뜻 돌아왔을 때, 난 끝없이 추락하는 중이었다.


“으악...! 으아아아아악......!”


얼마나 떨어졌을까?

떨어지는 도중에 잠깐 정신을 잃었다가 다시 눈에 빛이 들어오기 시작해 눈을 떴더니, 나를 기다리는 건 상상도 못한 생경한 풍경이었다.


주변에 몰려들어 나를 내려다보고 있는 사람들, 내 등에 깔려있는 박살난 집기들,

그리고 빗자루를 든 채 성나 보이는 남자... 응?


“■■■ ■■■■! ■■■■■■!!”

“아악.. 잠깐만요! 잠시만요!”


남자는 알아들을 수 없는 소리를 지르면서 빗자루를 휘둘렀다.

나는 빗자루를 맞으면서 혹은 막으면서 버둥거리며 어떻게든 그 곳을 벗어나려 했는데,

아뿔싸, 내 몸이 알몸이 아닌가.


주변의 사람들은 때 아닌 해프닝에 킥킥거리고, 화가 나 보이는 남자는 계속 나를 때렸다.


웅크려 맞으며 주변을 보니 상황이 대강 눈에 들어왔다.

내가 어딘가로 부터 추락하면서 이 남자의 가게 가판대 위로 떨어졌던 모양이다.

가판대의 물건은 박살이 났고.


옷이 하나도 없다보니, 어디론가 달려 도망갈 판단을 빨리 내리지 못하고 계속해서 빗자루를 막거나 맞거나 하고 있는데,


이내 경비병처럼 보이는 무장한 남자들 셋이 달려왔다.

그들은 여전히 알아들을 수 없는 말로 주인과 대화를 주고받더니, 나를 포박해 어디론가 끌고 갔다.

구경하던 꼬마들이 혀를 내밀며 돌을 던졌다.


뭔가 계속 어지럽고 정신이 아직 또렷하지 않았다. 내가 어딘가로 떨어져 주변 환경이 갑자기 바뀐 사건이 원인인지, 아니면 많이 맞아서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어지러웠다.


주변을 보니 낯선 풍경이 눈에 들어왔다.

유럽여행 따위는 꿈도 못 꿔본 인생이었을진대, 눈앞의 펼쳐진 풍경은 중세영화의 세트장 같았다.


그런데 어딘가 낯익다.

낯선데 낯익은 풍경. 이걸 뭐라고 표현해야할까? 분명히 처음 보는 것이 당연한데, 어디선가 봤던 풍경.

흐릿한 의식 속에서 뭔가를 기억해 내보려고 애를 썼지만 원활하지 않았다.


경비병들에게 이끌려 한참 만에 도착한 곳은 어느 성 앞이었다.


성의 입구에 내걸린 깃발과 거기 박혀있는 문양을 보는 순간, 모호했던 기억 속의 이미지를 끌어낼 수 있었다.

그리고 관련된 기억들이 한꺼번에 밀려오며 떠올랐다.


그랬다. 내가 늘 플레이하고 상당히 많은 시간을 쏟았던, 치트키를 써서라도 엔딩을 보고 싶었던 게임, [인피니티 브릿지]의 스타팅 포인트 도시의 중앙 성이었다.


‘이런 미친...’


가뜩이나 몽롱한데,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없는 상황들이 홍수처럼 밀려오자, 내 뇌는 모든 정보를 해석하고 통제하기를 포기했다.

그 반작용으로 어지러움이 몰려왔다. 의식이 오락가락했다.


‘제발 꿈이라면 좀 깨자.’


풀린 눈이 결국 뒤집어지면서 의식을 잃었다.

어지럽던 의식이 흩어지다 결국에 끊어졌다.


작가의말

잘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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