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곰대리 님의 서재입니다.

치트 상점으로 망겜에서 살아남기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퓨전

곰대리
작품등록일 :
2022.05.11 10:55
최근연재일 :
2022.08.31 11:14
연재수 :
16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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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284
추천수 :
347
글자수 :
99,279

작성
22.05.17 1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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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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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쪽

숲을 벗어나 (1)

DUMMY

미약한 사람의 목소리.

거의 속삭임 같이 끊어질 듯 소리가 나는 곳으로 다가갔다.


한 사람이 짐마차에 하반신이 깔린 채 신음하고 있었다.


나처럼 짐마차 아래에 숨었다가 마차가 부서지면서 깔린 듯.


자세히 보니, 내게 음식을 권했던 유일한 노예 소년이었다.


내가 멘탈이 박살나지만 않았어도 아마 그럭저럭 잘 지냈을 유일한 사람.

치트 상점을 오픈하고는 거기에 골몰해 주변에 신경을 쓰지 못했었다.


“살려주세요...”


소년은 거의 풀려버린 눈으로 흐느낌 같은 중얼거림을 계속 반복하고 있었다.


짐마차를 한 바퀴 돌아보아보며 이곳저곳을 밀어 보았는데 아무래도 가망성이 없었다.

한 두 사람이 움직일 수 있는 무게가 아니었다.


특히 소년의 하체는 짐마차의 부서진 나무들에 깔려 거의 짓이겨 있었다.


“흠...”


그렇다고 눈앞에서 죽어가는 사람이 있는데, 그걸 망연히 지켜본다는 것도 영 찜찜하다.

이래봬도 아직 정상적인 현대인의 도덕성을 가지고 있는 나였다.

방법이 없을까.


‘아, 어쩌면...’


소년의 곁에 쪼그려 앉아 치트 상점을 열었다.


‘여기 어디쯤에... 분명히 본 적이 있었는데..., 아, 여깄다.’


[근력 향상 : 2배로 업그레이드를 10코인에 구매하시겠습니까?]


허, 힘이 두 배로 늘어나는데 고작 10코인?

저렴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갑자기 일회용으로 소비했던 30코인짜리 초대형폭죽이 아깝게 느껴졌다.


아니, 쓸데없는 생각이다. 그거 아니었으면 살아있지도 못했을 텐데,

겨우 힘 두 배 가지고 살아남을 수 있었겠나.

힘이 열 배였어도 어림없었을 터.


‘아무튼 능력 업그레이드야 일회용이 아니니 언제 하든 아까울 것 없다.’


바로 구매를 선택했다. 온 몸의 근육에 긴장감이 도는 게 느껴졌다.


예상대로 해당항목은 한 단계 위의 내용으로 변경 표기되었다.


[근력 향상 : 4배로 업그레이드를 20코인에 구매하시겠습니까?]


[근력 향상 : 6배로 업그레이드를 40코인에 구매하시겠습니까?]


이어 두 단계를 더 구매했다.


‘아쉽네. 돈은 계속 배로 받으면서 능력치가 기하급수적으로 올라가진 않는구만.’


6배까지 근력을 올리니, 온 몸에 힘이 끓어오르는 것 같았다.

근육이 근질근질한 느낌, 한 번도 느껴보지 못한 고양감이 들었다.

나만한 사람 여섯 명의 힘. 엄청나다.


짐마차의 주변을 돌며 짐을 내리고 부서진 파편들을 뜯어내며 무게를 최대한 줄였다.


그리고 무게의 축으로 보이는 곳을 잡고 마차를 들었다.


“끄햐아아압!”


끼이이. 우지직-


들린다. 들렸다. 스스로 움직이면서도 믿을 수 없는 힘.

짐마차의 귀퉁이를 들고 기울여 가까스로 넘어뜨렸다.


“후우...”


마차를 치우자 소년의 짓이겨진 하반신이 드러났다. 골반까지 깔리진 않았고, 허벅지 즈음부터 그 아래로 두 다리가 부러져 기이한 형태로 뒤틀려 있었다.

생각보다 상태가 심각했다.


다리 골절 정도로 당장 죽지야 않겠지만, 마수의 숲에서 움직이지 못하는 인간은 이미 죽은 목숨이나 다름없다.


‘아이고, 어떡하냐.’


소년의 몸 상태를 안타까운 눈으로 살펴보다 문득 내 몸을 내려다봤다.


사실 내 몸도 꼴이 말이 아니었다.

두들겨 맞은 곳들마다 멍이 아물지 않았고, 채찍에 맞은 곳은 여기저기 피딱지가 앉았다.

소독이나 치료가 제대로 되지 않은 곳은 곪기도 했다.

맨발로 숲길을 걷느라 발은 너덜너덜했고, 계속 짐을 들었던 어깨에도 피멍이 들어있었다.

게다가 굶주림으로 인해 몸의 전반적 회복 기능이 약해진 상태.


이 지경인데 참 늦게도 인지했다.

상점 발견 후 흥분으로 분비된 엔돌핀, 도파민, 아드레날린이 아니었으면 벌써 몇 번이고 쓰러졌을 거다.


‘그래 나도 치료하고, 하는 김에 얘도 해보자.’


다시 상점을 뒤졌다.

언제든 급할 때가 많을 것 같았기에 포션의 위치는 기억해두고 있었다.


[최하급 치유 포션 1개(일회용)를 5코인에 구매하시겠습니까?]


‘아니, 두 개 산다.’


내 손바닥 위에 최하급 치유 포션 2개를 구매, 구현했다.

손가락 길이의 작은 플라스크에 코르크 마개가 단단히 씌워진 병.


퐁-


마개를 열자 향긋한 꽃향기가 진하게 풍겨 올랐다.


‘마셔도 되는 건가..? 약간 향수 같은 느낌인데.’


향이 강해 찜찜했지만 여태 상점이 보여준 물건은 헛된 것이 없었기에 믿고 단숨에 들이켰다.


맛은 썼지만 효과는 놀라웠다.

찢겨진 발이 순식간에 아물고, 불과 수 초 만에 찢기고 멍든 모든 부위가 깨끗하게 나았다.

피부의 자잘한 상처들도 말끔해졌다.


“호, 이게 최하급...”


특수효과처럼 실시간으로 치유되는 몸 구석구석을 보며 나도 모르게 감탄이 나왔다.

어쩌면 지금 나란 놈의 능력치가 최하급이어서 효과를 크게 본 것일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한 병은 소년에게 먹이기 위해 다가갔다.


통증 때문인지 피를 많이 흘려서인지, 소년은 정신이 오락가락했다.


엎드린 채로 있던 소년을 바로 눕히자 고통에 신음을 흘렸다.

그의 망가진 다리가 이리저리 힘없이 뒹굴었다.

왼 팔에 소년의 어깨를 받쳐 안고 고개를 살짝 젖혀 입 안으로 포션을 살살 흘려보냈다.


꿀꺽.


약효가 돌자, 소년의 바짓단 속에 뱀이라도 들어있는 것처럼 뒤틀린 소년의 다리가 꿈틀대며 움직이기 시작했다.

왠지 징그럽고 기괴한 느낌.

이내 불가능한 방향으로 부러져 꺾여있던 뼈들이 살아있는 듯 움직여 제자리를 찾고,

찢어진 피부가 아물기 시작했다.


자잘하게 긁힌 상처들까지도 깨끗하게 아물고 나자 통증이 가셨는지 소년의 얼굴도 편안해졌다.


부서진 짐마차에서 물주머니를 찾아와 소년에게 조금씩 먹이니 눈빛에 힘이 돌아왔다.


“좀 어때?”

“아... 고맙습니다... 고맙습니다. 이렇게 귀한 걸... 어찌 저 같은 것에게...”

“아냐, 나도 전에 고마웠어. 이걸로 빚은 갚았다.”

“네? 저는 아무것도 해드린 게 없는데...”

“됐어. 신경 쓸 거 없다.”


그나저나 이제 어떡하느냐를 좀 고민해야한다.


소년을 마차에서 꺼내고 치료하는 동안 해는 완전히 졌고, 숲은 어두워지고 있었다.


“여기서 어떻게든 밤을 버텨야할 것 같아.”

“네. 그럼 제가 불을 피울게요.”


소년은 불을 피우는데 능숙했다.


그나마 시신이 없는 위치를 찾아 모닥불을 피웠다.

다행히 부서진 마차로 인해 땔감은 쉽게 구할 수 있었다.


“좀 걱정이야.”

“네?”

“여기 시체가 많잖아. 이거 냄새 맡고 마수들이 꼬일텐데...”

“음... 제 생각엔 괜찮을 거 같습니다.”

“그래? 왜?”


소년이 미노타우르스의 시체를 가리켰다.


“저 괴물이 어떻게 쓰러진 건지 모르겠지만, 저 정도 괴물이면 굉장히 상위마수일 겁니다. 아마도 이 숲의 주인 급일 가능성이 높아요."

“오.”

“그러니 놈의 체취가 아직 있는 한 그보다 하위 마수들은 이 근처에 얼씬도 하지 않을 거예요.”

“와, 그럴 수도 있겠다. 그렇다면 어디 안가고 여기 있길 잘했네.”


합리적인 지적이다. 나름 최선의 선택을 한 듯싶었다.


뭐라도 먹으려고, 모닥불 위에 냄비를 걸었다.

그리고 사냥꾼들의 짐에서 수거했던 식재료들을 이것저것 넣어 스튜를 끓였다.


소년이 부산하게 요리준비를 도왔다.


끓는 냄비와 타오르는 불을 보며 우리는 한동안 말이 없었다.


어둠이 완연한 하늘 위로 모닥불 연기와 불똥이 흩날렸다.


온통 시체로 가득한 곳에서 밤을 맞으니 숲의 스산함이 더 짙게 느껴졌다.


“저...”


정적을 깬 건 소년이었다.


“그... 저, 뭐라고 불러야...”

“성시헌. 그게 내 이름이다.”

“썽션..? 어, 어려운 성함이네요.”

“...... 그냥 션이라고 불러.”

“네, 션님.”

“네 이름은 뭔데?”

“타일러, 타일러에요.”

“몇살이야?”

“전, 열아홉이요.”


세계적으로도 우리나라사람이 실제 나이에 비해 유난히 어려보인다는 얘길 들은 일이 있다. 그래서 외국인들이 우리나라 사람 나이를 잘 가늠하지 못한다고.

그렇다는 건 거꾸로는 들어 보일 수 있다는 거겠지.

딱 봐도 스무 살은 되어보였지만, 혹시나 싶어 떠봤다.


“거짓말하지 말고.”

“사실, 열, 열일곱이에요...”

“놔두고 간다.”

“열여섯이요. 이건 진짜에요.”


눈을 가늘게 뜨고 쳐다봤지만, 사실인지 더 깎지는 않았다.

열여섯이면 중3 나이 아닌가. 뭐 이리 겉늙었어?


“요 꼬맹아, 내가 한참 형님이니까 깍듯이 모셔라.”

“저, 션..님은... 나이가 얼마신데요...?”

“너 두 배는 살았다.”

“힉.”


불신의 눈빛을 한가득 쏘아내는 녀석을 보니 왠지 멋쩍어졌다.


“그래서 왜? 아까 뭔가 말하려던거 아니었어?”

“아, 션님은 원래 말씀을 못하시지 않았나요? 다들 귀도 안 들리고 말도 못한다고 해서 저도 그런 줄 알았어요.”

“맞아. 그땐 못했지.”

“아하.., 에..? 네?”

“그런데 지금은 할 수 있게 됐어. 나도 잘 모르겠다. 설명하기 어려워.”


소년은 놀랍다는 듯 복잡 미묘한 표정을 지었다.


다시 침묵이 흘렀다. 소년은 무언가 계속 말하고 싶은 눈치였지만, 난 상점창을 보느라 소년에게 집중하지 못했다.


힘을 6배까지 올리고 최하급 포션을 두 개 구매한 후,

이제 남은 코인은 260코인.


엄청난 액수다. 코볼트를 수십 마리 잡아도 이만큼을 얻기가 힘들다.


‘이 코인으로 뭘할까.’


고민은 길지 않았다.

어떻든 나는 현대인.

그리고 이건 게임이 아닌 생생한 현실이다.


그렇다면 생존이 최우선.


그간 상점에서 부지런히 봐둔 항목들도 주로 살아남기에 유용한 것들이었다.


신체의 재생력 업그레이드,

신체의 강도 증폭,

포션 류, 영약 류,

사제 힐링 류의 스킬,

마법사 쉴드 류의 스킬,

여러 가지 방어구, 방패.


물론 다 사면 안심이겠지만, 그러기에는 금액이 부족하다.


‘그 중에 가장 먼저는...’


[정신력 향상 : 2단계로 업그레이드를 5코인에 구매하시겠습니까?]


사실 나는 평범한 남자다.

아니 어쩌면 상남자들이 가진 악이나 깡다구도 없는 평범 이하의 남자.


주차장에서 사소한 시비만 붙어도, 혹은 층간 소음으로 윗집과 얼굴 붉힐 밀만 있어도 가슴이 두근두근 터질 것 같고 손이 떨렸던,

그런 소심한 성격의 나였다.


그런데 이게 뭔가,

살아생전 처음으로 죽음의 아가리 속에 들어갔다 나오고,

또 살면서 시체를 처음 봤는데, 그것도 실시간으로 시체가 만들어지는 장면들을 계속해서 봤다.

아파트만한 괴수에게 밟혀 죽을 뻔하기도 하고,

다시 생각해도 미친 짓이었지만 그런 괴수의 가슴을 열어 마력석을 꺼내고,

이제는 그 시체가 가득한 곳에서 잠을 자야 하는.


이런 엄청난 일들을 연속적으로 계속해서 버텨줄 멘탈이 내게 있을 리 만무하다.


모든 상황이 종료된 밤이 왔지만, 아직 몸은 진정이 안됐다.

쇼크들을 다 소화하질 못했다. 계속 손이 떨리고 긴장감에 정신이 또렷했다.


긴장해 있기는 소년도 마찬가지였다.

잔뜩 웅크린 채 모닥불을 바라보는 연약한 어깨가 잘게 떨렸다.


낮에 미노타우르스를 맞닥뜨렸을 때 공포감에 몸이 굳어 꼼짝할 수 없었던 게 생각났다.

그래도 기지를 발휘해 살아남았지만,

다음에도 이런 요행이 받쳐 주리라고는 기대할 수 없다.


거기까지 생각이 미치자 망설일 것이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정신력 업그레이드]


혹자는 하등 쓸데없는 능력이라고 생각할지도 모르겠지만 적어도 내겐 그렇지 않다.


다행히 정신력 증가는 무형의 항목이라 그런지 가격이 저렴했다.

싼 맛에 단 번에 두 단계를 올렸다.


[정신력 향상 : 4단계로 업그레이드를 20코인에 구매하시겠습니까?]


두 단계 업그레이드를 마치자 해당항목은 상위 항목으로 변경 표기되었다.


마음속에 알 수 없는 평화가 깃들었다.

마음이 평온해지면서 널뛰던 불안감도, 흔들리던 혼란도 고요해졌다.


마수의 숲에서 떨던 기분이, 마치 예전에 친구들이랑 지리산 오토캠핑장에 놀러갔을 때처럼 힐링 되는 기분이 되었다.


‘신기하다 이렇게 기분이 달라지나.’


정신력 증가는 육체능력처럼 ‘몇 배’의 개념도 아니었고 ‘단계’가 적용되어있었는데 그것이 정확히 무엇을 의미하는지 알 수 없었다.


‘구체적인 의미가 뭘까’를 궁금해 하며 정신력 향상 탭을 가만히 응시하니, 세부사항이 표기되어 보여 졌다.


- 정신력 향상 2단계 : 당황, 초조, 불안 등 감정의 요동 완화

- 정신력 향상 3단계 : 모든 공포(피어) 유발 저항


‘호오. 이거 생각보다 괜찮은데.’


내가 아직 구매하지 않은 4단계의 내용은 보이지 않았지만, 설명을 보니 3단계만으로 충분할 듯싶었다.


남은 245코인.


난 살아남기 위한 투자를 계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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