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곰대리 님의 서재입니다.

치트 상점으로 망겜에서 살아남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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곰대리
작품등록일 :
2022.05.11 10:55
최근연재일 :
2022.08.31 1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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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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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99,2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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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5.12 1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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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마수사냥꾼들 (2)

DUMMY

전투가 연이어 있었고, 사냥꾼들이 많은 코볼트를 잡았지만, 내게 들어오는 코인은 거의 없다시피 했다.

아무래도 ‘반경 50m’ 라는 제약 때문인 듯했다.


머리를 싸매고 치트 상점을 한참동안 뒤져본 결과 시스템 탭에서 유효한 항목을 발견했다.


[마수 처치 감지 반경 확장]


‘2배로 업그레이드 해 반경 100m까지 증가’시키는데 5코인이 소비된다는 구매 탭이 있었다.


‘지금 가장 절실한 건 코인 획득이다. 그렇지만 내가 직접 마수를 잡을 수는 없고 전적으로 사냥꾼들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망설일 것 없이 가진 8코인 중에서 5코인을 소비해, 마수 처치 감지 반경을 100m로 늘렸다.


그랬더니 해당항목은, ‘4배로 업그레이드 해 반경 200m까지 증가’로 변경 표기되었다.


‘1단계 업그레이드를 해야 2단계를 할 수 있는 식인가 보네.’


어찌됐든 결과는 좋았다. 반경을 100m로 늘린 후부터 다시 간헐적으로 코인이 들어오기 시작했다.


모든 전투가 끝났을 때, 상점을 열어보니 19코인이 추가로 적립되어있었다.


그저 가만히 있는 것으로 치트 상점이 개방되고 코인까지 들어오다니,

기분이 너무 좋아 자꾸 웃음이 났다.


며칠 간 반송장같이 있다가 이제 틈틈이 피식피식 웃기 시작하자, 다른 노예들이 경계의 눈초리로 나를 보며 거리를 벌렸다.

마침내 미쳐버렸다고 생각하나보다.

뭐 아무래도 상관없다.


코볼트 사냥이 끝나고 해체작업이 이어졌다.


가슴을 열어 마력석 유무를 체크하고, 가죽과 발톱을 따로 챙기고, 고기를 챙긴 뒤에 나머진 버렸다.


모든 노예들이 해체작업에 투입되었다. 나라고 예외는 아니었다.


해체작업을 하면서, 노예들 중에서도 등급차이가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해체작업의 보조만 하는 노예들과 달리, 주된 작업을 하는 노예들은 해체용 나이프를 지급받았고, 옷도 나 같은 넝마가 아니었다. 허름하지만 신발도 있었다.

대우가 다름에 틀림없었다.


해체작업을 함께 하고 있지 않았더라면 그들도 노예인 줄 몰랐을 정도.


이후 사냥대는 코볼트의 흔적을 쫓다가 군락을 발견했고, 초토화 시켰다.

거기서 또 많은 부산물을 챙겼다.


마수의 부산물들로 짐이 늘어나자 마차에 더 이상 실을 곳이 없었다.

마차가 꽉 찬 후부터 그 짐은 노예들의 몫이 되었다.

모두가 쇠약해져 후들거리는 몸으로 힘겹게 짐을 졌다.


코볼트 군락에서 많은 놈들을 쓰러뜨렸지만, 내 앞에 떨어진 코인은 고작 5코인이 전부였다.

거리가 너무 멀었던 탓.


누적 적립된 코인의 양은 이제 27코인.


20코인이 넘으니 살 수 있는 목록이 대폭 늘었다.


치트 상점창을 보고 또 보며 항목들을 익혔다.


무엇이 가장 급할까?

먹을 거? 장비?

방어수단? 공격수단? 회피능력?

우열을 가릴 수 없을 만큼 중요한 것이 많았지만, 개인적으로 가장 급한 게 있었다.


바로 언어였다.

말이 통하지 않는다는 사실은 단지 의사소통의 불편함으로 그치지 않았다. 그것은 모든 정보로부터 차단되는 것과 직결됐고, 이는 곧 생존의 문제와도 무관하지 않았다.


[아트록스 대륙 공용어를 20코인에 구매하시겠습니까?]


‘좋아. 구매한다.’


상점에서 처음으로 구매해보는 ‘능력’ 형태의 아이템.


구매를 승인하자 놀라운 일이 일어났다.


해당 언어를 수십 년 공부한 듯, 머릿속에 대륙 공용어가 새겨졌다.

단어와 문법, 구문, 용법, 용례... 수많은 지식들이 뇌에 직접 스며들었다.

불과 수 초 만에 대륙 공용어에 대한 이해가 끝났다.


한국어만큼, 아니 한국어보다 더 유창하게 이 언어를 구사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말만이 아니라, 공용어를 읽고 쓸 수 있다는 확신이 들었다.


“이 놈, 뭐 이리 얼타고 있어?”


갑자기 귀에 쏙쏙 들어오는 말에 고개를 휙 돌렸다. 갑작스레 들려온 ‘이해 가능한 말’에 내 눈이 튀어나올 듯 커졌다.

내 뒤에서 말을 내뱉었던 노예가 흠칫 놀랐다.


“다, 당신 금방 뭐라고...”

“뭐,.. 뭐야. 너야말로. 너 귀머거리에 벙어리 아니었냐.”

“아, 아니. 아무것도 아닙니다. 그리고 저 벙어리 아니에요.”


그에게서 다시 시선을 돌려버렸다.

이 변화를 설명하기도 어렵고, 굳이 편견을 갖고 있는 걸 정정해줄 필요도 없다.

내가 귀머거리에 벙어리라고 알고 있는 게 내게 유리할 수도 있다.


언어능력을 직접 경험해보니 너무 신기했다.

그럼 다른 능력도 이런 식일까?


빨리 코인을 모으고 싶어 안달이 났다.


치트 상점창을 계속 살펴보다가 몇 가지 사실을 더 알게 되었다.


상태창 따위는 아무리 속으로 외쳐 봐도 나오지 않았지만, 상점창의 구매목록은 열어볼 수 있었다.


‘구매목록.’


━━━━━━━━

보유 코인 : 7코인


구매완료 목록 :

- 마수 처치 감지 반경 확장 2배(100m)적용 5코인

- 아트록스 대륙 공용어 20코인

━━━━━━━━


그래, 이게 곧 내 능력이고 스탯이고 상태창이다.



* * *



또 며칠이 흘렀다.


사람들이 하는 말을 알아듣는 것만으로도 숨통이 트이는 것 같았다.

고립감이나 두려움도 한결 덜해졌다.


하지만 굳이 알아듣거나 말을 할 수 있다는 티를 내지는 않았다.


사냥대의 소득은 갈수록 지지부진했다.

덩달아 내 코인 수급도.


코볼트 군락을 쓸어버린 뒤에는 이렇다 할 만한 마수를 만나지 못했다.

딱 한 번, 자이언트 멧돼지 두 마리를 만난 게 전부.

다행히 해당 마수는 등급이 꽤 높은데다 비교적 가까운 곳에서 잡은 덕에 내게 16코인이 적립되었다.


그 외엔 간간이 일반 짐승들이 나올 뿐,

하릴없이 시간만 흘렀다.


사냥꾼들은 수입이 만족스럽지 못해서인지 마수의 숲 속에서 점점 거칠어졌다.

광기를 보이던 놈들은 노예들을 스트레스 해소의 배출구로 대했다.

마치 이것이 노예를 데려온 주 목적이라는 듯.


사냥꾼들은 마수 외에 일반 짐승들도 마주칠 때마다 사냥했는데, 활을 쏴서 맞히면 기분이 좋아서 노예에게 주먹질을 했고, 못 맞히면 기분이 나쁘다며 노예에게 발길질을 해댔다.


잘 못 먹어 가뜩이나 허약해진 몸, 무거운 짐을 계속 지고 이동하는 가혹한 노동에 약해질 대로 약해진 이들에게 사냥꾼들의 폭력은 감당하기 힘든 것이었다.

인간 이하의 취급을 받으며 죽음의 행군을 계속하는 노예들.


그러다 지쳐 쓰러지면 식량을 축낼 입을 줄인다면서 가차 없이 목을 베었다.

쓰러진 이가 들던 짐은 나머지가 나누어 들어야 했다.


자기들이 데려온 말은 때리지도 않을 뿐더러 잘 먹이고 쓰다듬어 주면서, 노예에겐 짐승만도 못한 취급을 했다.


‘빌어먹을 놈들.’


뭐가됐든 어떻게든 여길 벗어나야한다.



* * *



숲 안쪽으로 들어온 지도 일주일이 넘게 지났다.


마수의 숲이라는 이름이 무색하게도 마수는 더 이상 보이지 않았고, 식량은 바닥을 보이고 있었다.

곧 식량이 다 떨어지면 마수고기를 먹을 수밖에 없는 상황.

마수 고기는 독성이 강해 일반적인 방법으로는 먹을 수 없다. 굉장히 번거로운 독 제거 작업까지 병행해야 했다.

꼬이는 일정에 사냥꾼들의 짜증이 짙어졌다.


그 날 오후,


거대한 사슴 마수를 발견했다.

코끼리만큼 커다란 사슴이었다.

넓은 뿔에 불타는 듯 붉은 코를 가진 자이언트 사슴,


게임할 당시 유저들 사이에서는 그 코가 인상적이어서 '루돌프'라 불렸던 마수였다.


실제 눈앞에서 대하니 그 거대함이 게임 내에서 보던 것과는 위용이 달랐다.


상당히 대형마수였음에도 사냥꾼들은 겁먹지 않았다.

이 정도 마수는 익숙하다는 듯 빠르게 흩어져 포지션을 잡았다.


한 조는 덫을 놓았고, 한 쪽에서는 나무 위에서 떨어지는 그물을 설치했다.

몇몇은 움직임을 봉쇄하기 위한 작살 끝에 밧줄을 매었고,

마지막 일격을 가해 숨통을 끊는 역할을 맡은 참수조는 커다란 도끼의 날을 세웠다.


사냥꾼들이 노련하게 자이언트 사슴 잡이를 준비하는데, 가슴 한켠이 불안했다.


‘뭐지...’


엄습하는 불안감, 알 수 없는 찝찝함.

무언가 중요한 걸 놓치고 있는 느낌.


삐이이이-

끼이이이-


몰이조의 공격을 받자 고음의 소리를 내며 자이언트 사슴이 돌진해왔다.


거대한 뿔이 나무에 걸릴 법도 한데, 오히려 작은 가지들을 다 부서뜨려버리고 맹렬히 달려왔다.


하지만 사냥꾼들이 더 노련했다.


콰직-!


커다란 덫에 사슴의 앞발이 갇히면서 사슴의 앞다리가 부러졌다. 사슴은 달려오던 관성 때문에 앞으로 고꾸라졌다.

이어 작살조가 풀숲에서 뛰어나와 사슴의 양 가슴과 갈빗대 사이에 작살을 꽂아 넣었고,

작살에 연결된 밧줄을 큰 나무에 빠르게 감았다.


자이언트 사슴이 울부짖으며 발버둥 쳤다.

나무 위에 그물 조가 그물을 낙하시키자, 버둥거리는 사슴의 힘은 도리어 스스로를 얽매는 족쇄가 되었다.

그물이 온통 얽혀 고치 속에 갇힌 것 같은 형상이 되었다.


마지막으로 참수조가 사슴의 머리를 쳐 떨궜다.


목이 어찌나 굵은지 한 번에 떨어뜨리질 못했지만, 양쪽에서 대형 도끼로 연거푸 내리쳐 기어코 목을 잘라냈다.

죽은 자이언트 사슴의 피가 분수처럼 솟구쳤다.


“피해 상황 보고해! 바로 해체작업에 들어간다!”

“그물 걷고! 덫 수거해!”


사슴의 힘에 몇몇 사냥꾼의 어깨가 빠지기도 했지만, 큰 사상자 없이 잡은 편.


하지만 별로 기대했던 마수가 아니었던지 사냥꾼들의 얼굴에는 크게 기쁜 기색이 없었다.


자이언트 사슴이 쓰러졌음에도 내 마음은 여전히 불안했다.


장비들을 수거하는 사냥꾼들 사이에서 욕설이 오갔다.


“시발, 뭐 이런 잡몹들만 계속 나와. 힘은 힘대로 빼고, 돈 되는 건 없고. 에이 재수가 없을라니까. 캬악- 퉷.”

“이러다가 이거 본전치기도 못하겠는데.”

“야, 지금까지 마력석은 몇 개 나왔어?”

“아직 한개도 없지 말입니다.”

“이런 염병...”

“어이 런트, 얘기 좀 하자.”


상급자로 보이는 한명이, 팀의 부리더로 보이는 이와 한쪽으로 이동해 조용히 말을 주고받았다.


그 바로 근처에 내가 있었는데, 귀머거리에 벙어리라 생각했는지 개의치 않고 자기네들끼리 할 말을 했다.


“야, 어떡하지?”

“어떡하긴 더 깊이 들어가야지. 이번에도 제대로 못 벌면 이거 장비 대출도 못 갚는다.”

“그건 그런데 식량도 많이 줄었고.”

“입을 줄이면 되지. 노예들은 이제 굶겨.”

“오케이, 일단 어두워지기 전에 더 들어가자.”


둘은 짧은 합의를 끝내고는, 자이언트 사슴을 해체하고 있는 노예들에게 소리 질렀다.


“휴식 끝! 숲 안쪽으로 들어간다. 준비해.”

“아직 해체하려면 멀었습니다만...”

“대충 뿔과 가죽만 챙기고 이동한다! 서둘러!”


체구만큼이나 어마어마하게 나오는 사슴 가죽을 보며 짐꾼 노예들의 얼굴이 어두워졌다.


‘잠깐.’


숲 더 안쪽.

그 말을 듣는 순간 찜찜함의 정체가 생각났다.


루돌프는 중요한 경계수境界獸 중의 하나였다.

마수들의 영역과 영역을 나누는 경계를 보여주는 마수.

내 기억에 분명히 루돌프가 경계수로 등장하는 숲 라인 안쪽에는...

맙소사.


얼굴에서 핏기가 쫙 가셨다.


다급한 마음에 리더로 보이는 사냥꾼을 붙잡고 말했다.


“저, 숲, 더, 더 안쪽으로 들어가면 안 됩니다! 자이언트 사슴이 나왔다는 말은 여기가 경계란 뜻입니다!”


그동안 그들이 나를 귀머거리에 벙어리로 알고 있었거나 말거나, 그런 것을 따질 때가 아니었다.


내 다급한 외침에 사냥꾼들의 시선이 일제히 내게 쏠렸다. 그들의 표정이 묘했다.


“하... 이 새끼 봐라. 너 말할 줄 알았네? 지금까지 벙어리인척 했던 거야?”


사냥꾼 하나가 살벌하게 웃는 얼굴로 목을 꺾으며 다가왔다.


“아니.. 그게 중요한 게 아니라...”

“그게 중요하지 새끼야. 그럼 뭐가 중요한데, 니가 이제 쳐 맞아서 곧 뒤질 거라는 게 젤 중요한 거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뒷걸음질을 치고 있는데,

내 얘기를 주의 깊게 들은 듯 사냥꾼 하나가 물었다.


“야, 가만있어 봐. 조지는 건 이따 해도 안 늦어. 지금 이동해야 해서 바쁘다. 그래서, 너, 말해봐. 경계가 무슨 경계인데?"

“그건...”


그 때, 한 곳을 응시하고 있는 몇몇 사냥꾼들의 중얼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가만, 저, 저게 뭐지?”

“어... 어.”


사냥꾼들의 얼빠진 중얼거림에 하나 둘씩 시선이 그쪽으로 향했다.

모두가 하던 일을 멈추고 사람들의 시선을 따라 같은 곳을 쳐다봤다.

그들이 바라보는 방향을 같이 바라본 나도 얼어붙었다.


나를 두들겨 패러 다가오던 놈도, 내 얼굴에 서린 공포를 눈치 채고 내 시선을 좇아 고개를 돌렸다.


저 멀리 절벽 위에 한 인영이 서 있었다.


작가의말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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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숲을 벗어나 (2) +2 22.05.18 554 21 13쪽
6 숲을 벗어나 (1) +2 22.05.17 574 25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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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수사냥꾼들 (2) +2 22.05.12 622 25 13쪽
3 마수사냥꾼들 (1) +7 22.05.11 670 28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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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인투 더 게임 (1) +2 22.05.11 1,053 37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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