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곰대리 님의 서재입니다.

치트 상점으로 망겜에서 살아남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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곰대리
작품등록일 :
2022.05.11 10:55
최근연재일 :
2022.08.31 1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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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9,2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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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5.11 1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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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마수사냥꾼들 (1)

DUMMY

끌려가서 풀려난 곳은 웬 헛간이었다.


규모가 꽤 큰 헛간에는 여러 짐승들과 함께, 나와 비슷한 처지의 노예들이 많이 있었다.


다들 얼굴이 거무죽죽하게 죽어있는 것이 일말의 희망도 없는 표정들이었다.


넓은 헛간은 소의 울음소리와 말의 투레질 소리로만 간간히 채워졌다.


나를 끌고 온 사람들 외에도 많은 사내들이 있었다.


나를 포함한 노예들과 확연히 구별되는 혈색과 체격, 장비들을 갖추고 있었는데,

그들을 면밀히 관찰한 결과 사냥꾼들임을 알 수 있었다.


그리고 간간히 밖에 보이는 마차, 장비들, 짐 구성과 인원구성들 따위를 보면서, 일반 사냥꾼이 아닌 마수 사냥꾼임을 짐작했다.

원래 게임에서도 마수사냥꾼들과 협업하는 퀘스트가 몇몇 있었기에 기억이 났다.


감옥에서 있을 때와 같이 시간이 많아, 자주 상념에 잠겼다.

종종 이어지는 작업 외에는 주로 헛간에서 대기하는 게 전부였다.


내가 밝은 곳으로 나갈 때마다 사냥꾼들이건 노예들이건 나를 신기한 듯 쳐다봤다. 내 모습은 그들에 비해 너무 튀었으니까.


키 173cm

체중 65kg


엄청 작은 건 아니지만 그렇다고 크지도 않은,

덩치 좋다 소리 한 번 들어보지 못했던, 지극히 평범한 서른 초반 대한민국 남자의 모습.


그에 비해 이 세계의 인간들은 뭐든지 상위호환이었다


다양한 색의 눈동자에 전반적으로 큰 키.

남자들은 평균이 180cm가 넘는 듯했고, 여자들도 상당히 컸다.


전사들이나 기사들 중에는 거의 2미터는 되어 보이는 거구들도 많이 보였다.


이 동네서 나는 평범에도 한참 못 미치는 하위호환의 잉여자원이었다.


내 모습을 물끄러미 내려 보다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내가 내 모습 그대로 이곳으로 전이되어왔다면

지구에서는 어떻게 된 걸까, 다들 나를 찾아 헤매고 있을까?


누군가 실종신고라도 해주었을까..?

생각해보니 그럴 가능성은 낮았다.


늦둥이인터라 부모님은 몇 년 전 돌아가셨고,

이십년 가까이 차이나는 큰 형님과 누님과는 데면데면한 사이라 명절에도 뵐 일이 거의 없었으니.


상상속의 동물인 여친은... 내게 원래 없었고,


친구놈들이야 뭐 내가 연락이 안 되면 바쁜가보다 하고 별 생각이 없을 것이었다.


회사에서도 무단결근한다고 전화, 폭탄 문자에 욕까지 퍼부어주는 열정은 보여줘도,

단기 계약직인 내가 잠수 탔다고 실종신고까지 해줄 리는 만무했다.


한마디로 나 하나 없어져도 지구의 내 주변세계는 아무 문제없이 잘 돌아갈 터였다.


잘 돌아가는 정도가 아니라 내가 없어졌다는 사실 자체를 아무도 모를 공산이 컸다.


거기까지 생각이 미치자 서러움이 북받쳤다.


지구에서도 존재감 없었던 나는, 이토록 머나먼 곳에 떨어져 더 존재감 없고 비참한 신세로 쓸쓸히 죽게 되는 건가.


처량하게 줄줄 흘러나오는 눈물을 흘리던 그때,


쾅-!


“■■■■! ■■■ ■■!”


덩치 큰 남자 하나가 문을 박차고 들어와 무어라고 소리를 질렀다.


지가 훈련소 조교야 뭐야.

이놈의 세계는 슬퍼할 여유도 주지 않는다.


다들 부산히 일어나 밖으로 나가는걸 보니 빨리 집합하라고 했나보다.


눈물을 훔치고 나도 얼른 자리에서 일어났다.

서러운 감상도 재촉하는 채찍 앞에선 사치였다.


끌려나가보니, 사냥에 필요한 짐을 마차에 싣는 작업이 기다리고 있었다.


며칠을 굶어 쇠약해진 몸으로 땀을 뻘뻘 흘리며 짐을 싣고 나니 완전히 탈진해 버렸다.


작업이 끝난 이후에는 다시 줄줄이 굴비처럼 엮여 헛간 안에 갇혔다.



* * *



헛간에서 대기하며 간간히 짐을 싣는 작업을 한지가 며칠,

드디어 마수 사냥을 위한 긴 행렬이 출발했다.


죽으러 가는 길임을 확증해주듯 출발하는 날은 먹구름이 잔뜩 끼어 어두웠다.


사냥꾼들은 짐마차나 말에 탔고, 노예들은 짐마차 옆의 고정 쇠에 쇠사슬로 손이 묶인 채 걸어야했다.


신발도 없이 마차의 속도에 맞추어 걷고 또 걸었다. 군대의 행군은 비교도 되지 않았다. 너무 힘들어 죽고만 싶었다.


해가 질 무렵,


“■■! ■■■ ■■■■!”


선두에 있는 사냥꾼 중에 하나가 소리치자, 행렬이 멈췄다.

그리고 사람들이 짐마차에서 내리고, 노예들은 야영준비를 하기 시작했다.


이윽고 노예들이 준비한 캠프에 둘러앉아 사냥꾼들이 먹고 마셨고, 노예들은 그들의 식사가 끝날 때까지 한쪽 구석에서 잠시 휴식을 취했다.


해가 완전히 지고, 덩달아 내 마음도 캄캄해졌다.


내 희망회로는 완전히 타버렸다.

감옥에서 다짐했던, 살아남겠다는 의지는 더 이상 솟아나지 않았다.


말 한마디 통하지 않는 게임 속 판타지 세상,

거기서 신분 하나 없는 출신불명의 외부인으로 어떻게 취급되어도 항의할 곳 없는 신세,

거기다 아마도 곧 죽게 될 확률이 매우 높은 마수사냥대의 짐꾼 노예로 팔려 사냥을 준비하는 상황의 한 가운데.


아니 그런 것들이야 아무래도 좋다.

나로 하여금 깊은 절망에서 헤어나지 못하게 하는 가장 큰 동인은 바로 이곳이 다름 아닌 [인피니티 브릿지]의 세계로 추정된다는 사실 그 자체다.


그걸로 끝났다.

아무리 발악해도 클리어할 수 없었던 극악의 망겜, 클리어의 근처에도 못 가봤던 똥겜.

결국엔 온 인류의 멸망으로 끝맺는 무조건적인 아포칼립스.


당장의 생존도 벅찬데, 하필 그 속으로 떨어진 건 최악의 절망이다.

차라리 북한의 정치범 수용소에 수감되는 것이 더 희망적이리라.


무슨 짓을 해도 벗어날 수 없을 이중 삼중의 재난이 나를 향해 밀려들고 있었다.


그래서 난 정신줄을 거의 놓아버렸다.


내 정신은 하얗게 멘탈이 날아가 버린 유령과 같이, 미치기 직전의 상태로 간신히 유지되고 있었다.


그 와중에도 자살할 용기는 차마 없었다.

시키는 일을 하고, 그저 때리면 때리는 대로 맞으면서 음식은 거의 먹지 않았다.

그저 빨리 죽어버렸으면 했다.


어차피 희망이라고는 1도 없는 절망의 바닥인걸.


내가 며칠을 굶어도 아무도 신경 쓰지 않았다.

도리어 다른 노예들은 자기들의 몫이 늘어 반기는 눈치였다.


단 한명을 제외하고는.


툭 툭.


한 소년이 더러운 나무그릇을 내 손에 갖다 댔다.

더러운 그릇에 담긴 돼지죽 같은 정체불명의 스프. 보기만 해도 역하다.

고개를 돌려버리자 몇 번을 더 권하더니 내 발 치에 그릇을 놓고 갔다.


약간의 시간이 더 흘러도 내가 스프에 반응을 보이지 않자, 어느새 슬금슬금 다가온 다른 노예가 그릇을 낚아채더니 허겁지겁 먹는다.

다른 한 놈이 그것을 또 빼앗으려고 엎치락뒤치락 했다.

역겹다.



* * *



가도를 따라 걷고 쉬다가, 밤에는 야영하는 것을 반복한지 닷새 만에 어떤 숲의 초입에 도착했다.


이들이 마수사냥꾼임을 감안할 때, 각 왕국에 자리 잡은 마수의 숲 중에 하나겠지.

어디든 내 무덤이 될 곳이었다.


말들이 숲 안으로 들어가기를 꺼렸기에, 사냥꾼들이 말을 채찍질하며 억지로 몰아 들어갔다.


마수의 숲은, 게임 속에서 접할 때와는 전혀 딴판이었다.


훨씬 더 칙칙하고 암울한 느낌.


숲 밖에서는 볼 수 없었던, 기이할 만큼 거대한 나무들이 빽빽이 자라 하늘을 향해 곧게 뻗어있었고, 무성한 가지와 잎이 하늘을 가렸다.

그래서 분명히 낮이었음에도 숲에는 최소한의 빛만 들어오는 듯 어두웠다.


음산한 기운에 오싹한 한기가 느껴졌다.


숲에 들어선지 반나절이 흘렀을 때, 선두의 사냥꾼들이 부산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마수였다.


늑대를 닮은 외형에 이족보행을 하는 괴물,


‘헉., 라이칸 스로프인가? 아니야 작다. 훨씬 작아.’


나뭇잎을 밟으며 빠르게 뛰는 마수들의 소리가 들렸다. 현실에서 마주한 마수는 상상보다 훨씬 무서웠다. 거의 줄을 놓고 있었던 정신에 긴장감이 바짝 죄어질 만큼.


놈들은 굉장히 빠른 몸놀림으로 사냥대를 향해 달려들었다.

보다 가까워지니 모습이 확연히 보였다. 코볼트였다.


“■■■! ■■■ ■■!”

“■■ ■■■ ■■ ■■■!”


서로 소리를 지르며 진형을 갖추는 사냥꾼들.


핑- 핑-


쇠뇌의 볼트들이 이리저리 날아다니고,

검을 뽑아든 사냥꾼들이 몸을 날렸다.


캥-

키엑-


코볼트는 금방 잡혔고, 상황은 종료되었다. 깔끔한 솜씨. 꽤나 노련한 사냥꾼들이었다.


그리고 그 때,

이변이 일어났다.


삐빅.


━━━━━━━━

반경 50m 안에서 마수의 죽음이 감지되었습니다.

27등급 마수, 코볼트 3개체 소멸.

8코인이 적립됩니다.

━━━━━━━━


눈앞에 떠오른 선명한 메시지와 함께 난 놀라 자빠졌다.



* * *



갑자기 일어난 엄청난 변화에 하마터면 소리를 지를 뻔했다.

눈을 감아도 떠도 메시지가 선명하게 보였다.


마음속으로 불러내면 창이 떴고, 해제하겠다고 마음먹으면 사라지는 창.


반투명하게 현실 위에 덧 씌워진 UI는 지구에서 보던 증강현실 같았다.


떠오른 메세지와 함께 거짓말처럼 내 속의 기운이 소생했다.

흐리멍덩한 눈에 빛이 돌아오고, 다 타버린 희망회로가 다시 돌아가기 시작했다.


이 미친 게임 속으로 떨어진 게 전부가 아니었구나.

그래, 내가 직전에 시도했던 치트코드는 제대로 먹혔던 거였어.


두근두근


심장이 요동쳤다.


파산하고 올라간 마포대교 위에서 무심코 펼쳐본 로또가 1등에 당첨되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을 때 이런 기분일까.


형언할 수 없는 흥분감이 온몸을 가득 채웠다.

주체할 수 없는 기쁨에 머리가 어질어질할 지경이었다.


‘이런 힘이라면... 어쩌면, 살아남을 수 있다!’


코볼트는 세 마리가 전부가 아니었다.

더 많은 무리가 몰려왔고 후방의 사냥꾼들까지 가세해 코볼트 사냥에 뛰어들었다.


사냥이 진행되는 동안엔 짐꾼 노예들은 할일이 없었다.

그저 몸을 웅크린 채 짐마차의 곁에 서서 전투의 불통이 튀지 않기를 바랄뿐.


난 그 여유 시간 동안 내게 일어난 변화에 집중했다.

이후 내 눈 앞에 단촐한 창이 추가로 떴다.


━━━━━━━━

보유 코인 : 8코인

최초 코인 획득으로 상점창이 활성화 됩니다.

━━━━━━━━


두 줄이 끝이었다.


‘뭐야 이게 다야?’


떠오른 메세지를 의식하며 상점창이 열리기를 속으로 되뇌었더니


어마어마한 목록이 눈앞을 가득 채웠다.


‘헙......’


수천? 아니 족히 수만은 될법한 가짓수였다.


그런데 대부분의 컨텐츠들이 회색의 글씨로 어둡게 표시되었고, 아주 소수의 컨텐츠들만 흰색의 글씨로 선명하게 표시되었다.


‘딱 봐도 활성화 비활성화를 뜻하는 것 같은데.’


자세히 살펴보니 상단에 탭이 있었다.


[구매 가능한 목록만 표시 / 전체 목록 표시]


‘아마도 전체목록으로 선택되어 있나보지.’


목록을 구매 가능한 쪽으로 바꾸자,

예상대로 목록은 수십 가지의 목록으로 축약되어 표기되었다.


모든 항목이 일목요연하게 정리되어 있진 않았지만 상위분류와 하위분류 정도의 단계로는 나뉘어 있었다.


치트코드를 적용할 때 확인했던 메시지처럼, 이 게임을 구성하는 모든 요소가 ‘구매 가능한 컨텐츠화’ 된 것 같았다.


지불할 코인만 있다면, 성채도 구매할 수 있고, 범선도 구매할 수 있었다.

물론 가격이 어마 무시하지만.


또 하나 놀라운 사실은 능력 습득에 있어서도 기본적인 시스템 제약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원래 게임 속에서 특정 직업군을 선택하면, 해당 직업에서만 전직을 하고, 해당 직업에 소속된 스킬만 쓸 수 있는 것이 기본이었다.


그런데 이 치트 상점에는 그런 제약이 없다. 아무리 창을 돌려봐도 모든 직업군의 스킬이 습득가능한 표기로 평행 나열되어 있었다.


직업 선택 자체가 없고, 해당 직업군 오픈 비용만 있을 뿐.

그리고 해당 직업을 열고나면 그 하위 항목으로 스킬들이 열거되는 식이었다.


그러니 어느 직업의 스킬이든지 다 배울 수 있는 셈.


그렇다면 전사의 돌진 스킬을 배우면서, 암살자의 은신 기술을 펼치고, 동시에 사제의 회복 스킬을 시전하면서, 마법사의 마력화살을 쏘는 것도 가능하다.


‘맙소사..’


쿵쿵.

심장이 미친 듯이 뛴다.


‘허... 이게 사실이라면, 코인은 거의 모든 것이다.’


이 망겜 속으로 전이된 이후로 죽지 못해 살아왔던 날들,

하루하루 죽을 날만 기다리던 내게 선명한 목표가 생겼다.


‘좋아. 코인을 번다. 그리고 최선의 아이템을 사서, 여기를 벗어난다!’


생존을 넘어, 난 뭐든 할 수 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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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숲을 벗어나 (2) +2 22.05.18 551 21 13쪽
6 숲을 벗어나 (1) +2 22.05.17 571 25 14쪽
5 마수사냥꾼들 (3) +3 22.05.13 597 23 14쪽
4 마수사냥꾼들 (2) +2 22.05.12 619 25 13쪽
» 마수사냥꾼들 (1) +7 22.05.11 669 28 13쪽
2 인투 더 게임 (2) +1 22.05.11 712 24 12쪽
1 인투 더 게임 (1) +2 22.05.11 1,051 37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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