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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승태] 의 서재입니다.

퀸(Queen) : 어느 소녀 프로게이머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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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한승태]
작품등록일 :
2016.04.07 23:09
최근연재일 :
2018.02.06 2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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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2,597,240

작성
17.01.14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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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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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
글자
12쪽

결승전의 최강자 (4)

DUMMY

“4세트 경기가 시작되지 않고 있는데요.”

“지금 저희 심판진들이 서원재 선수에게 가서 이야기를 하고 있는데요. 다른 무슨 문제라도 생긴 걸까요?”

“전기 계통의 문제는 아까 해결이 다 되었다고 저희가 연락을 받았는데요.”

“지금 윤승아 선수도 진행요원에게 뭐라고 이야기를 하더니 부스 밖으로 나갑니다.”


승아는 궁금함에 원재의 부스로 이동하기 위해 헤드셋을 벗고는 부스 밖으로 나갔다.

게임중에 상대 선수의 부스를 가는 것은 보통 거의 없는 행위였지만, 아직 4세트 경기가 시작되기 전이고, 승아의 요구를 진행요원이 받아들여서 승아는 원재의 부스로 이동할 수 있었다.


승아가 원재의 부스로 이동해서 방음부스의 문을 열고 들어가자마자, 원재와 진행요원이 대화를 하는 것이 승아의 눈에 들어왔다. 둘은 대화에 몰두해서인지 뒷쪽의 부스 문이 열리는지도 모르고 서로 대화에 열을 올리고 있었다.


“아니, 왜 안된다는 겁니까?”

“조금 전에도 말씀드렸지 않습니까, 서원재 선수. 이미 결정이 나서 발표가 된 사항이기 때문에 번복은 불가능합니다.”

“저도 조금 전에도 말씀드렸지만, 4세트 경기가 아직 시작되지 않았고, 정전이라는 것은 다른 스포츠라면 천재지변에 준하는 사고 아닙니까? 제가 진 것을 이기게 해달라는 것도 아니고, 재경기를 해 달라는 겁니다. 이게 안된다구요?”

“죄송합니다. 곤란합니다. 서원재 선수.”


둘이 이야기하는 내용을 잠시만 듣고서도 승아는 무슨 일인지 파악할 수 있었다. 고지식한 면이 있는 원재가 자신에게 돌아온 공짜 승리인 ‘우세승’을 거부하고 있었던 것이었다.


승아가 부스를 열고 들어가자 원재는 잠시 말을 멈추었다. 원재가 말을 멈추자 진행요원도 마찬가지로 멈추었고, 잠시 기다리라고 말한뒤 부스 밖으로 나갔다.

승아가 투명한 부스를 통해 밖을 바라보니 계속 본부석과 이어셋으로 통화를 시도하는 듯했다.


승아는 원재를 바라보며 지금 일어난 일에 대해 눈으로 묻듯이 쳐다보았다. 원재는 승아의 눈빛에서 설명을 요구하는 기색을 읽고 설명해 주었다. 내용의 요지는 ‘우세승’ 이라는 선례를 만들어서는 안된다는 것. 그리고 지금 이긴 것으로 하라는 것은 부당하다는 거였다.


“하지만.. 오빠. 주최측에서, 협회에서 이렇게 발표까지 한 것을 뒤엎은 경우는 예전에도 없었고, 이번 생에서도 없었어요.”

“.....그랬지.”

“오빠 마음은 알겠지만, 현실적으로 이미 결정된 거에요. 빨리 4세트를 하는게..”

“승아야.”


승아가 원재에게 이만 빨리 게임을 하자고 이야기를 했지만 원재가 승아의 말을 끊었다. 이대로 진행되면 승아가 유리해서가 아니었다. 승아가 그런의도로 이야기한 것이 아닌 사람인 것은 원재도 알았고, 원재가 아는 것을 승아도 알았기에 직설적으로 결과만 이야기한 것이었다. 둘은 서로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었으니까.


하지만 원재는 승아의 말을 끊고 재경기로 만들어야만 하는 이유를 말해주었다.


“지금 이런 선례를 남기면 안돼. 정전시 우세한 쪽이 이긴다는 선례를 남기면 E-스포츠에서 정전이라는 사례가 생길 때마다 이런 일이 반복될거다. 그런걸 바라니?”

“오빠. 하지만 오빠도 알잖아요. 그 이후로는 그런 일이 거의 없었던 것.”

“그래. 거의 없었지. 하지만 그건 ‘그 전’의 일이야. 이번에도 그런 일들이 일어나지 않는다고 장담할 수 있겠니?”

“그건 아니지만... 오빠. 어차피 우주전쟁2가 나중에 나와요. 그리고 거기서는 중도에서부터 게임 플레이가 가능하다구요. 그 뒤에 나오는 게임들도 다 마찬가지에요. 중도 시작이 가능해지고 의미가 없다구요.”

“그때까지 게이머들이 계속 협회에 끌려다녀야 한다는거냐? 앞으로 2탄이 나올때까지 거의 10년이 있어야 해. 예전보다 리그가 빨리 시작했다. ‘그 전’과는 달라. 그리고 이건 시작에 불과해. 너도 알잖아. 그 뒤로도 툭하면 몰수패에 게임정지.. 지금 협회를 잡아두지 않으면 그때까지 고생하는 건 선수들이야.”

“그렇지만..”


승아는 원재가 너무 민감하게 구는 것이 아닌가 생각했다. 3세트 한경기쯤 결과가 어떻게 되면 어떤가! 회귀전에 몰수패를 당하는 것도 화면에 타자를 잘못 쳐서 그렇게 된 것인데, 승아나 원재는 채팅을 오히려 적극적으로 이용했던 부류인 만큼 그것에 대해 말하기도 좀 뭐했다. 답답하다고 채팅을 친 전적이 있는 승아이니 만큼 그에 대해서는 할말이 없었다. 그리고 원재의 의도는 이해가 가지만, 그렇다고 여기서 경기를 거부해야 할 정도인가에 대해서는 승아의 생각은 같지 않았다.


“알았어요. 오빠. 일단 결과가 어떻게 되든 전 제 부스로 갈게요.”

“그래.”


승아가 자기 부스로 돌아갈 때까지도 경기는 시작되지 않았다. 경기 발표가 이미 끝났다고 버티는 협회측과, 재경기를 굳이 해달라는 원재 사이에 실랑이가 계속 일었기 때문이었다.


그렇다고 바로 경기를 뒤엎을 수도 없는 것이 결승전이다. 무려 결승전.

후원사가 붙고 비록 X-게임넷이라는 케이블 방송국이지만 정식으로 방송국에서 방송되는 큰 행사. 그런데 원재가 계속 고집을 부리자 협회측에서는 강수를 두었다.


“서원재 선수. 다 아시는 분이 이러면 곤란합니다. 이만 인정하시고 4세트 경기 진행해 주십시요.”

“4세트가 아니라 3세트 재경기라면 경기에 임하겠습니다.”

“후우.. 저희 주최측에서 많이 이 문제에 대해 토의해 보았지만 이미 발표한 부분이고 규정에 의거한 부분이라 곤란합니다. 자꾸 이러시면 경기에 들어오지 않아 몰수패 처리를 할 수밖에 없습니다.”

“몰수패요? 하.. 그러시죠.”

“네?”

“그러시라구요.”


주최측이 자꾸 뻗대는 원재에 당황하는 것처럼, 원재도 주최측에 요구가 들어먹지 않자 많이 화가난 상태였는데, 몰수패 운운하자 그냥 질러버리고 말았다. 몰수? 그러라고 말이다.


회귀 전 선수노조같은 ‘선수협회’까지 조직했던 원재의 입장에서는 그럴 수 있었겠지만, 그렇게 나오는 원재의 입장을 들은 협회측 상층부에서는 오히려 화가 났다.

이번 시즌 패자부활전까지 하면서 서원재를 띄워주었는데, 그런 자신들의 노고는 모르고 오히려 저렇게 뻗대다니? 참는데도 정도가 있었다. 그리고 어차피 발표를 번복할 수는 없었다. 이미 발표하면서 규정이 어쩌고 다 이야기 했는데 그걸 뒤집는다면 규정을 뒤집은 것이 된다. 원재의 말에 따라가고 싶어도 이미 그럴수 없었던 것이다. 차라리 발표 전에 원재가 재경기를 해야하지 않냐고 이야기를 했다면 경우가 달랐을지도 모르지만, 주최측인 협회에서는 지금 상황을 유지할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지금 상황의 유지에서는 서원재는 게임을 하지 않겠다고 한다.


그러면 답은 정해져 있었다.


잠시후.

처음 발표가 있은지 약 40분이 지난 시점이었다.

주최측은 다시 공식적인 발표를 했다.


“결승전 3세트가 지난 상태에서 4세트를 시작하여야 하나, 서원재 선수가 경기를 속행하지 못하여 서원재 선수의 기권패를 선언합니다.”


짧은 발표였지만 파장은 적지 않았다.


- 뭐야? 서원재 기권패?

- 뭔소리야? 저게. 아깐 우세승이라더니 4세트 해야 되는거 아냐?

- 그러니까 2:1에서 그거 4세트 안하고 기권해서 2:2가 됐다는 건가? 아까 정전게임은 서원재가 이기더니 이번 4세트도 그냥 윤승아가 이긴거야?

- ㅋㅋㅋㅋ. 이거 뭐야? 어이 없네. 이게 무슨 소설이냐? 뭔 상황이야?

- 어처구니 없는 상황이다. 진짜.


팬들이 혀를 찰 정도의 어이없는 상황이었다. 5전 3선승제의 경기 중 제대로 경기를 한 것은 2세트까지와 정전이 되어 없어져 버린 3세트의 일부분 뿐. 거의 2시간 가량을 경기 없이 논의만 오가다가 발표, 또 발표하면서 어영부영 승자가 결정되는 결승전이라니. 이건 3연속 참호 러쉬로 올라가는 결승전보다 더 심하지 않은가!


결승전 시간이 길어지면서 밤 11시가 되어가면서 먼 곳에서 보러 온 팬들은 차량이 끊길 위기까지 있었는데도 불구하고 기다린 것은 승아와 원재의 명경기를 보기 위함이었지, 이런 졸속행정을 보려고 한 것이 아니었다. 관객들은 술렁거리기 시작했다.


승아는 부스에 앉아서 4세트 경기를 기다리다가 갑자기 뒤에서 전해들은 이야기에 얼굴이 멍해졌다.


- 아니.. 원재 오빠가 그렇게 이야기 했다고 기권패가 된다고? 이게 뭐야?


승아도 원재와 생각이 달랐을 뿐이지 협회측의 행태가 마음에 드는 것은 아니었다. 자신이 실력으로 역전할 수 있다고 생각했었는데 3세트를 재경기가 아닌 그냥 넘어간 것까지는 그러려니 했다. 그런데 4세트 마저 기권패라니? 내용을 뒤의 진행요원에게 들어보니 3경기 내용 따지다가 4세트 경기 하러 게임에 접속을 하지 않아서 그렇다고 했다. 그렇다고 기권패라니?


그리고 그때 발표가 나고 관객들이 술렁거리고 승아가 멍해지던 때, 원재는 아예 짐을 싸서 부스를 나왔다. 그리고는 부스를 내려가서 무대뒤로 사라졌다.


- 저건 뭐야? 서원재 왜 나가?

- 아니, 주최측이 뭐라고 했길래 나가?

- 아무리 그래도 게임은 해야지...

- 프로 의식이 부족한거 아냐?

- 서원재만큼 프로의식 있는 사람이 어딨냐? 그동안 개념발언 한거 윤승아랑 서원재밖에 없었다. 그런데 저렇게 나갈 정도면 뭔가 있는건데.

- 아니.. 그러면 이거 뭐야.. 3세트 4세트 5세트... 아주 망한거 아냐?

- 저기 윤승아도 뭔가 싶어서 당황한다.


주최측은 4세트 발표 뒤에 원재가 아예 나가버리자 5세트에 대한 발표도 하려는지 앞에 나와서 다시금 발표를 했다.


“방금 서원재 선수가 나가버려서 5세트도 기권처리가 됨을 알려드립니다. 그리하여 3:2로 서원재 선수를 누르고 윤승아 선수가 개인리그 우승을 차지하였음을 알려드립...”


그의 말이 터지자마자 관객들의 인내심도 한계에 달했다. 웅성거리는 소리가 커지다 못해 고성이 튀어나왔다.


“야이.. 대체 뭔 개같은 운영이냐! 뭔 놈의 결승전을 이따위로 해!”

“내가 이런거 보려고 여기 온 줄 알어?”


무대 위 발표하는 직원들에게 먹던 음료수 캔이 날아들고, 각종 욕설도 날아들었다.

승아는 자리에서 이런 광경을 보며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우승이라고 발표되었고 이야기를 들었지만 전혀 기쁘지 않았다. 이런 분위기에서 웃으면서 앞에 나가서 불꽃폭죽이 터지는 사이에서 트로피를 치켜들고 활짝 웃을 기분이 날 리도 없었다.


승아는 장비를 챙기며 자리에서 일어나면서 뒤에 기다리던 진행요원에게 말했다.


“후.. 저도 트로피 안 받을래요.”

“네?”

“원재오빠도 가버렸잖아요. 이런 우승이 무슨 의미가 있어요.”

“아니. 그래도... 잠시만요! 윤승아 선수!”


승아도 장비를 챙겨 무대 앞이 아닌 뒤쪽으로 나가자 진행요원은 이어셋으로 본부석에 계속해서 이것저것 이야기를 했지만, 승아도 이미 짐을 챙겨 나간 뒤였다.

이어진 관객들과 주최측의 혼란은 덤이었고, 이번 시즌 개인리그의 우승자는 공식적으로는 승아였지만, 우승자가 트로피를 들고 있는 사진도 없는 졸전이 된 개인리그가 되었다.


......그리고, 팬들 사이에서는 이때의 개인리그의 진짜 우승자는 원재도 승아도 아닌 온풍기라는 이야기가 우스개 소리로 남았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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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 ' 3

  • 작성자
    Lv.1 [탈퇴계정]
    작성일
    17.01.15 01:52
    No. 1

    협회한테 제대로 빅엿을 주네요 통쾌하다!! 어디서 프로게이머 덕에 먹고살면서 대우는 해주질 못할망정 지 이익을 위해 조작이나 하다니 싹다 망해버려라!! 백퍼 좌천이나 해고 당할듯 리그관리 개판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43
    작성일
    17.02.13 00:31
    No. 2

    규정에 없는 것이나 애매한 것에 규정을 대신하는 결정을 내리는 기관이라면 규정이 있다면 이럴것이다 하는 결과가 나와야지 납득이 가겠죠 관객 입장에서는.
    꿀잼!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Personacon 서비스
    작성일
    17.08.29 11:06
    No. 3

    이거.예상보다.일찍.없어질수도.있겠네요...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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