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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승태] 의 서재입니다.

퀸(Queen) : 어느 소녀 프로게이머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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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한승태]
작품등록일 :
2016.04.07 23:09
최근연재일 :
2018.02.06 2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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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01.10 2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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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2쪽

결승전의 최강자 (2)

DUMMY

화면뿐 아니라 경기장의 조명이 무대, 관객석 가리지 않고 모두 꺼졌다.


“아.. 지금.. 경기 진행 도중에 경기 화면이 꺼졌는데요.”

“세번째 세트, 서원재 선수가 윤승아 선수의 1시 병력을 잡고 본진까지 들어가려는 와중에, 갑자기 화면이 꺼졌어요. 아.. 이게 무슨 상황인가요.”


경기를 보던 관객도, 방송을 하던 해설진도, 경기를 하던 선수도 모두 당황했다.

경기중에 갑자기 화면이 꺼진 것은 옵저버, 그러니까 방송화면을 보여주는 사람의 컴퓨터만 꺼진 것이 아니었기 때문이었다. 해설진들은 지금 화면이 꺼진 것만 이야기하고 있었지만, 이 화면이 꺼진 것이 아니라 경기하는 선수들의 컴퓨터 전원 자체가 차단되어 컴퓨터들이 동시에 꺼진 것이 문제였다.


컴퓨터로 게임을 하는 E-스포츠의 특성상, 컴퓨터가 꺼지면 아무것도 하지 못한다. 게임도 컴퓨터로 돌리는 프로그램의 일종이기 때문이었다. 당연한 말이지만, 컴퓨터가 꺼지면서 게임도 꺼졌고, 그리고 승아와 원재가 전투를 하던 화면도 꺼졌다.


화면이 꺼지자 제일 당황한 것은 게임을 하고 있던 선수들이 아닌 해설진들이었다. 뭐가 보여야 해설을 할텐데, 해설할 거리가 없었다. 본부석과 연결된 이어마이크에서는 그저 시간을 끌라는 지시만이 내려올 뿐이었는데, 뭘로 시간을 끈단 말인가.


“에... 지금 상황이 일단 맵의 왼쪽은 윤승아 선수가, 맵의 오른쪽은 서원재 선수가 차지하고 있던 부분이거든요.”

“네. 그런 상황에서 서원재 선수가 계속적인 드랍을 시도했고, 윤승아 선수가 잘 막고 있기는 했지만 그 때문인지는 몰라도 7시쪽에서 나오는 입구가 막혀서 생산된 병력이 나오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눈치를 너무 늦게 챘어요.”

“그리고 그 사이에 서원재 선수가 1시쪽에서 센터에 걸쳐있던 윤승아의 병력을 꽤 잡아주었고 이제 본진으로 들어가서 밀기만 하면 끝나는 상황이었거든요.”

“아니죠. 7시 윤승아 선수가 쌓였던 병력으로 나와서 막을 수도 있었을지도요. 1시에서 생산된 병력과 같이 샌드위치처럼 누르면 윤승아 선수가 좋은 컨트롤로 전투를 이끌어 갈 수도 있었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이미 이렇게 된 이상 해설진들의 논의는 쓸모가 없었다. 게다가 해설진들이 평소처럼 ‘50:50’ 내지 ‘결과는 모른다’ 식으로 해설을 하자 이어마이크에서는 질책이 들려왔다.


- 이봐요! 누가 지금 어떻게 될지 모른다고 하라고 했어요! 광고 돌릴테니까 일단 쓸데없는 말 하지 말고 상황보고 방송한다고 해요!


주최측에서는 해설진들이 ‘싸웠으면 상황이 어떻게 되었을지 모른다’ 식으로 이야기하는 것에 기겁해서 바로 말을 잘랐다. 아니, 그런 가정을 준다는 것 자체가 논란거리를 주는 것 아닌가! 가뜩이나 지금 일시적인 정전으로 인해 정신이 없었는데 그 사이 저런 말을 한다는 것은 결국 주최측의 책임을 더 크게 부각시킨다는 것을 알기에 바로 끊고 광고를 내보내는 주최측이었다.


우주전쟁은 일단 컴퓨터가 꺼지면 재경기 이외에는 답이 없었다. 중간부터 시작하는 개념이 없다는 것이다. 롤플레잉 게임과 같은 싱글게임에서는 저장하는 것과 그것을 불러오는 세이브, 로드의 개념이 있지만, 실시간 전략 시뮬레이션 장르인 우주전쟁 게임에서는 그런 개념이 전혀 없었다. 그저 잠시 경기를 멈추는 것은 기능에 있지만, 그 도중 게임이 꺼지면 그 사람은 그냥 나가지는 것이었다. 하물며 경기를 하던 두 선수의 컴퓨터가 동시에 꺼지면 그냥 그 게임은 속칭 ‘나가리’였다. 끝이 난다는 이야기.


경기가 화면이 검어지며 중단되자, 관객들도 웅성대며 이야기했다.


- 방금 경기만 안보인게 아니라 여기 조명도 다 꺼지지 않았었나?

- 여기 다 정전 같은데?

- 그럼 경기 어떻게 되는거야?

- 재경기 아니겠어?

- 근데 재경기하면 윤승아가 억울하지. 이제 막 7시 병력 끌고 나와서 본진공격하던 서원재 병력 잡으려고 했는데.

- 무슨 개소리야. 방금 윤승아 1시 병력 거의 괴멸된거 못봤냐? 눈이 삐었어?

- 맞아. 1시에 병력 거의 다 털려서 7시 병력 올라와도 각개격파 수준 아냐?

- 아니지. 샌드위치처럼 협공하면 모르지 않나?

- 이게 무슨 괴물이나 기계 종족전이냐? 인간 종족은 탱크 고정모드 하면 먼저 자리잡는 쪽이 이기는거 모르냐? 서원재가 이미 1시 자리잡은 윤승아가 유리한데도 밀었고, 그 뒤에 먼저 자리잡고 7시에서 나오는 병력 잡을 수 있으니 서원재가 유리하지.


관객들의 의견이 분분했지만 20분이 지나도록 경기가 재개되는 기미는 보이지 않았다.

재경기가 치루어져야 할 시점인데, 그 때까지도 결과는 발표되지 않았다.


게임이 중단 되었을 때, 가장 타격을 받을 것처럼 보이는 당사자인 승아와 원재는 정작 얼굴에 별 표정을 드러내지 않고 있었다. 단지 투명한 부스 안에서 플라스틱 벽들을 사이에 두고 서로의 시선을 교환하고 있었다.


- 승아야. 이건..

- 그거네요. 온풍기.

- 그게 여기서 터질줄은..

- 그게 여기서 터지네요.


서로의 말은 통하지 않았지만, 뜻은 이미 통하고 있었다.


둘이 말하는 내용은 온풍기.


둘이 회귀하기 전 어느날의 결승전에서도 추운 날씨에 경기장 안에 온풍기를 거세게 틀었는데, 전력량 소모가 컸는지 컴퓨터고 조명이고 지금처럼 다 나가버린 사태가 발생했었다. 승아도 원재도 그 사건을 기억하고 있었다.


둘이 회귀하기 전, 원래 정전이 되고 컴퓨터가 꺼지면서 피해를 보는 선수들은 원재와 승아가 아니었다. 시기도 무려 5년 뒤. 하지만 회귀전보다 우주전쟁이 더 빨리 퍼지고, 더 인기를 끄는 것이 급속화 하면서 우주전쟁만을 방송하기 위한 지금의 경기장이 만들어지는 것이 빨라졌고, 더욱더 빨라진 그러한 경기장의 공사는 바로 무리한 일정 속에 가능했다.


게임리그의 일정이 다 갖추어진 상태에서 그 일정에 맞추어 무리한 개관을 하다보니 그러지않아도 회귀전처럼 전기 배선에 문제가 있던 이곳의 전기 설계에다가 허술한 관리가 그대로인 것에 추가로 시공까지 부실하여 문제가 되었다. 덕분에 몇년 뒤에나 터질 일이 더 빨리 지금 터지게 된 것.


승아도 원재도 한동안 잊고 있었지만, 온풍기 사건은 워낙 유명한 사건이었다.

당시 인간종족의 조영호가 이 경기로 피해를 입었는데, 어디 시골집 차단기가 내려가는 것도 아니고, 경기장의 차단기가 한방에 내려가는 것이 말이 되는가! 보통 이렇게 큰 시설에는 이러한 사태를 대비하기 위한 장치가 다 되어 있는 것이 보통이었으며, 애초에 어떤 곳에서 전력을 많이 소모하더라도 다른 곳에 피해가 없게끔, 그러니까 전력이 차단되지 않게 설계되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하지만 설계도, 시공도 모두 부실했던 이 경기장 건물은 결국 결승전 경기중 정전이라는 희대의 사태를 불러왔다. 승아와 원재가 알던 것보다 더 빠르게.


당시 회귀전 심판들은 조영호가 불리하다고 생각하여 상대에게 우세승 판정을 내렸는데, 지금은 그러기에도 애매했다.


물론 승아가 원재보다 약간 불리한 것은 사실이지만, 우주전쟁을 잘 아는 관객들이 1시의 승아의 병력이 밀렸음에도 승아의 7시 병력이 오면 상황을 반전시킬 수 있다고 믿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은 그만큼 승아가 같거나 적은 수의 병력으로도 전투에서 승리를 이끌어 낸 적이 많기에 변수가 있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보기에는 원재가 승아의 병력을 너무 많이 잡았고, 승아의 본진을 타격하기 직전이었다. 멀티수가 같다고는 하지만, 원재가 유리한 상황에서 경기가 중단된 것임은 확실했다.


일단 하던 경기를 다시 하는 것은 현재의 우주전쟁의 시스템상 불가능한 것이 사실. 이제 주최측과 심판진이 어떤 결정을 내리느냐에 3세트 경기의 향방이 달려있었다.


광고가 나가는 사이 현장에서는 주최측과 심판진들이 경기에 대해 머리를 맞대고 의논했다. 그리고는 결과가 정해졌는지 심판진 한명이 앞으로 나와 발표를 했다.


“현장에서 심판진들이 공정하게 판단한 결과, 윤승아 선수의 병력이 많이 괴멸되었고, 서원재 선수가 병력을 잡아내고 본진을 타격하기 직전인 등 우세한 점이 판명되어, 서원재 선수의 우세승으로 3세트를 판정하고, 4세트 경기를 시작하겠습니다.”


- 뭐.. 뭐여?

- 아니, 재경기가 아니야?

- 이거 당연히 재경기 아냐?

- 그전까진 재경기 했잖아?

- 잠깐만.. 그전에 꺼진거래봐야 실수로 발로 컴퓨터 전원 누른거 정도인데... 그게 언제지? 처음 프로리그인가?

- 어. 그때였지. 근데 다시 했어. 발로 컴터 끄는거 실수였다고.

- 그런데 재경기 안하고 서원재가 이긴다고?

- 이거 좀 이상한데?


관객들이 웅성거렸지만 경기는 바로 속행될 듯 했다.

경기를 재개하기 위해 이 결정을 발표한 뒤에, 방음부스안에 있던 각 선수들, 승아와 원재에게 경기 판정 내용을 전달하고 4세트 경기를 준비하게 하기 위함이었다.


관객들이 웅성거리며 논란거리가 생길 것을 주최측에서는 알고 있었다.

어차피 이미 정전이라는 사태가 발생한 이상, 어떤 결정을 내리더라도 반발하는 관객은 생긴다. 모든이의 입맛에 맞출 수는 없는 법. 하지만 결정이 내려지면 당연히 따라가게 될 것이었다.


이번 결정에 제일 관여를 한 것은 주최측의 한이사였다.

우주전쟁 협회의 이사 중 한명인 한이사는 협회에서 재정을 담당하고 있었는데, 내부에서 발언권이 상당했다. 덕분에 이번 사태에 대해 심판진들이 협의하는 과정에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었다.


한이사의 관심거리는 오직 재정, 돈이었다.


이번 사태가 어떤 방식으로 흘러가든, 돈이 중요했다.


재경기를 한다면, 결국 한경기를 더 치뤄야 한다. 그에 드는 비용, 조명 등의 전기료는 있는 반면에 광고는 넣어봤자 이득이 없다. 어차피 몇세트를 할 지 모르는 우주전쟁 경기의 특성상, 하나의 경기, 결승전 전체에 광고가 걸린다. 그러니 방송 횟수가 아니라 “4강전, 결승전” 등으로 광고를 묶어서 팔 수밖에 없고, 이러니 재경기를 해서 방송을 더 한다고 해도 협회에는 전혀 이득이 없었다.


반면 경기를 빨리 결정지으면 협회는 전기세를 절약한다. 그리고 빨리 시즌을 마무리하고 퇴근시간도 빨라진다. 그리고 애초부터 이번 개인리그는 서원재를 밀어주기 위해 준비된 판이었다. 윤승아의 팬들도 많지만, 서원재의 팬들도 아직 많다. 윤승아의 스타성도 있지만, 서원재의 스타성은 정말 극성 여성팬들을 포함 구매력이 엄청난 사람들이 많다. 인터넷 중고거래 사이트에서 서원재가 쓰던 중고 유리 물컵이 100만원에 팔리는 것을 보고 얼마나 놀랐던가! 그 물컵은 사기로 판명되었지만, 그런 물건도 돈을 주고 살 만큼 서원재의 팬들은 구매력이 대단했다. 어차피 서원재를 위해 패자부활전까지 연 마당에, 우세한 경기가 정전된 지금 그 경기를 서원재의 승리로 확정지어서 나쁠 것은 없었다.


그렇게 생각한 한이사의 생각이 반영되어 심판진 회의에서도 결국 원재의 우세승으로 경기가 판정되었고, 그것이 발표된 것이었다.


그렇게 3세트 경기 결과를 선수들에게 전하고 4세트 경기를 하러 움직이려는 주최측이었지만, 생각지도 못한데서 암초를 만났다.


“전 이거 인정 못하겠는데요?”


그래. 뭐 이런 결정을 할 때부터 윤승아의 반발은 예상했다. 여자인데다가 승부욕이 강한 윤승아가 이런 결과를 받아들이지 못할지 모른다고 주최측에서도 생각했다. 그래서 규정 일부를 끌어다가 ‘이외의 상황시 주최측의 판단에 따른다’는 조항을 들먹여서 따르지 않을 경우 실격패를 언급하며 경기를 진행시킬 생각이었다.


문제는...


지금 우세승을 인정한다는 결과를 받아들이지 못하겠다는 말이 나온 사람이 윤승아가 아닌 서원재라는 거였다.


작가의말

공지입니다.


다음주 중으로 새 글이 하나 연재될 예정입니다. 그 글은 이 글과 다르게 주 몇회 연재가 아닌 연재주기가 랜덤이며 불규칙합니다. 새 글의 장르는 일상물/현대물/이능물입니다. 이능이 중점이 되는 현대물이라고 보시면 되겠습니다. 


친구와 원래 웹툰으로 준비했던 시놉이었던 [퀸(Queen)-어느 소녀프로게이머의 이야기] 와는 달리, 처음부터 장르문학으로 쓰는 글이니만큼 읽기가 지금 글보다 더 편하실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새로 다른 글이 올라가는 대로 다시 인사 드리겠습니다.
승아의 이야기도 기존의 요일에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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