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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승태] 의 서재입니다.

퀸(Queen) : 어느 소녀 프로게이머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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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한승태]
작품등록일 :
2016.04.07 23:09
최근연재일 :
2018.02.06 2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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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2,597,240

작성
17.12.20 2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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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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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
글자
11쪽

서원재 (5)

DUMMY

피의 능선에서 전진 2막사를 시도한 원재, 원재의 의도가 승아에게 완벽히 안 걸릴 수는 없었다. 피의 능선은 1:1 맵이니만큼 승아도 정찰을 하게 되는데, 정찰을 하니 원재의 본진 입구를 완전히 보급고 1개로 막고 있는 것을 보게 되었다.


- 에? 입구를 막아?


“윤승아, 보급고를 봤습니다.”

“뭔가 이상함을 느끼겠죠?”

“그렇죠. 본진에서 앞마당으로 가는 유일한 길을 보급고로 막는다면, 이거 거의 뻔하지 않겠습니까? 러쉬죠. 러쉬.”

“그나마 다행인건 윤승아 선수가 선 앞마당 의도가 없었다는 겁니다. 본진 입구를 완전히 막지는 않았지만 윤승아도 입구에 보급고가 있거든요. 윤승아, 러쉬 막을 준비 하죠?”

“네. 서원재 선수도 걸릴 것은 알았을 겁니다. 입구를 저렇게 막는 건 대놓고 ‘나 러쉬야’하고 말하는 것과 같은 것이니까요.”

“물론 보급고 안쪽 본진에서 막사나 다른 테크를 타고 있을 수도 있죠. 바깥에 공장을 짓고 오토바이 러쉬를 가거나, 스텔스기만을 이용한 2비행장 빌드를 쓰기로 작정한 경우 그렇긴 합니다.”


승아는 원재의 보급고를 본 타이밍에 막사가 이미 지어지고 있었고, 원재도 센터에서 막사가 지어지고 있었다. 원재가 막사를 먼저 지었기에 조금 더 막사가 빨리 완성되었다.


원재는 센터 부근에 지은 막사에서 일단 소총병 1기가 나오는대로 바로 3시의 승아의 본진 앞쪽으로 도착하게 만든 뒤, 러쉬를 시작하려 했다.


“서원재, 소총병 벌써 나왔습니다!”

“윤승아, 입구 보급고와 막사로 안쪽에서 틀어막고 있습니다!”

“서원재, 서원재, 소총병 도착! 막사 공격!”


승아의 막사가 아직 덜 완성되었는데, 원재의 소총병은 전진 러쉬다보니 막사가 완성되기 전에 도착했다. 원재는 승아의 입구에서 처음에는 막사를 공격하다가, 바로 막사를 짓는 일꾼을 찍어서 공격하기 시작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승아가 3시라는 거였다. 같은 러쉬를 당하더라도 3시가 9시보다 막기에 수월했는데, 이유는 막사에서 나오는 소총병이 막사의 아래쪽으로 나오기 때문이었다.


3시는 위쪽인 2시쪽으로 앞마당 멀티가 있어 막사를 입구에 짓게되면 아래로 소총병이 나오게 된다. 이것은 지키기 쉽다는 이야기.


그렇다고 해도 첫 소총병이 이미 입구에 도달한 이상 건물을 짓던 일꾼을 결국 잡아낼 수 있었다. 일꾼이 이리저리 움직이면서 건물을 짓는다고 해도 조금씩 맞다보니 당연한 일이었다.


“서원재! 일꾼 킬!”

“윤승아, 일꾼 새로 붙여서 막사 이어 짓습니다!”

“서원재 소총병 추가 투입! 서원재는 센터 2막사입니다!”

“윤승아, 막사 완성! 소총병 나옵니다!”

“서원재, 다시 막사 짓는 일꾼 컷!”

“윤승아, 벌써 일꾼 2마리 컷 당합니다! 좋지 않아요!”


승아는 원재의 러쉬 의도를 정찰로 읽었지만, 원재의 소총병 투입이 워낙 빨랐다. 막사와 보급고로 입구를 막고는 있었지만, 원재는 소총병으로 막사를 짓는 일꾼을 점사하다가 보급고를 치다가를 반복하면서 승아가 신경쓰이게끔 계속했다.


승아가 아무리 컨트롤이 좋다고해도 당장에는 일꾼밖에 없는 상황. 승아는 본진에서 자원을 캐던 일꾼을 2기 더 올려 보급고를 수리하기도 했지만, 이 러쉬에 혼을 실은 원재는 그 보급고를 수리하는 일꾼마저 소총병으로 견제를 시작했다.


승아는 이를 악물고 소총병이 나올 때까지 버텼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정말 길게 느껴진 시간이었다. 이번 경기를 지면 안되기에 더욱 그랬다. 이번 경기를 지면 바로 3:0으로 패배 아닌가!


승아는 그나마 시작지점이 3시라서 소총병이 나오자마자 잡히지 않은 것에 안도하며 입구가 더 터지지 않게 소총병을 계속 뽑았다.


문제는 원재가 소총병이 더 있다는 것이었다.


원재는 이 한방에 승아를 끝내지 못하면 중반 이후에 힘들어진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아직 승아가 멘탈이 회복되지 않았을 때, 바로 끝내야 했다. 멘탈을 잡은 승아는 무서우니 말이다.


“서원재! 이번 공격으로 끝을 보려는 듯 소총병 계속 뽑습니다! 가스도 캐지 않습니다!”

“윤승아는 가스를 캐고 있는데.. 아! 서원재! 소총병들 입구 옆 언덕으로 올라갑니다!”


피의 능선에서는 입구가 보급고 1개 정도로 막히기 때문에 일부러 뒤에 반반 정도씩의 공간을 활용하여 보급고와 막사로 입구를 승아처럼 막고, 나중에 안에 있는 병력이 나가려면 막사를 들어올려서 나가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승아의 건설 위치가 그런 것.


그런데 이 맵은 그 호리병의 입구같은 본진 입구의 한쪽 옆이 앞마당의 뒤와 연결되는 언덕지형이라 유닛이 올라갈 수 있었다. 원재는 앞에서 공격하면서 조이던 소총병을 조금 뒤로 빼고는 그 언덕위로 올렸다. 그리고 언덕위에서 공격을 계속했다.


언덕 옆에는 바로 보급고가 붙어있어 언덕위 소총병의 공격 사정거리 범위안에 들게 되었고, 승아는 보급고를 수리하러 일꾼이 잠시 붙으려 했지만 이내 떨어져야만 했다. 더이상 지킬 수 없어 보였기 때문이었다.


승아는 입구 보급고가 깨지면서 마음이 급해졌다.

막사 바로 밑에 참호까지 짓고, 뒤에는 보급고를 지으면서 가스를 캐던 것을 전부 미네랄 캐는 용도로 돌렸다. 하지만 초반 보급고 1개가 깨진 것은 컸다.


“윤승아, 인구 막혔죠?”

“서원재는 소총병이 언덕위에서 보급고를 깨고 입구 막사도 공격합니다!”

“윤승아, 위기!”

“서원재, 언덕위에서 1기의 소총병은 내려와서 입구 막사를 공격합니다! 윤승아, 막사 조금 띄워서 약간 뒤로!”

“서원재, 언덕위에 소총병, 윤승아의 본진으로 들어가지 않습니다!”

“마치 안에 참호가 지어지고 있어서 들어가면 불리한 싸움을 해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는 것 같아요! 서원재 선수!”


원재는 승아가 참호를 지을 수밖에 없는 상황으로 만들고 보급고가 깨진 순간부터 역으로 입구 바깥. 그러니까 원래 승아가 멀티를 떠야하는 자리와 입구 사이쯤에 참호를 만들기 시작했다. 그리고는 본진에서 가스를 캐기 시작했다. 승아가 가스를 캐려다가 보급고가 막히고 미네랄이 부족하고 입구가 털려서 당장 가스를 캐지 못하는 것과 비교가 되는 순간이었다.


원재는 그렇게 입구 보급고를 부순 뒤부터는 자신이 유리해졌다고 생각했다. 입구를 참호로 막아서 탱크 없이는 나오지 못하게 한 뒤, 가스를 먼저 캐면서 공장을 먼저 올렸다. 승아의 입장에서는 이 피의 능선에서 안에 갇히면 드랍을 해서 나오든, 건물을 날리든, 아니면 스텔스기와 같은 공중 유닛을 뽑든 해야지 정면으로는 나올 수가 없게 된다.


원재는 이후로도 초반 유리함을 계속 지켜나갔다.


참호를 짓는 승아를 당장 잡을 수는 없으니 입구에 참호를 짓고 탱크를 1기 고정모드로 배치한 뒤에, 멀티를 먼저 떠서 자원에서 앞서가기 시작했다. 승아는 그 사이 탱크를 만들어 입구를 뚫기는 했지만, 이미 원재는 앞마당이 활성화 된 다음이었다.


원재는 그 뒤로 어떻게든 승아가 멀티를 뜨지 못하게 하는데만 주력했다. 승아는 드랍으로 활로를 찾아보려 했지만, 원재를 상대로 그건 안될 일.


“아! 윤승아, 마지막 희망의 드랍인데, 서원재 선수. 드랍이 올 것을 알기라도 하는 듯이 미리 탱크와 함께 소총병들이 기다리고 있어요.”

“바로 빼기는 했지만 이미 모르게 드랍하기는 힘든 상황.”

“윤승아 선수.. 패색이 짙습니다.”


승아는 원재가 제 3의 눈으로 보는 것을 알고 있음에도 뻔한 1방향 드랍을 시도할 정도로 당장에 입구를 봉쇄당해서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피의 능선은 대등한 싸움일 때는 능선 싸움이나 컨트롤의 여지가 있지만, 초반에 입구를 봉쇄당하게 되면 그 후 아무리 발버둥 쳐도 게임이 힘들어지게 된다.


승아는 그 뒤로 있는 병력을 전부 끌고 일꾼과 함께 입구를 봉쇄하는 원재의 참호와 탱크를 걷어내기는 했지만, 이미 자원의 차가 컸다. 그리고 뚫었지만 일꾼도 상한 상황.


그래도 GG를 치지 않고 계속 버티려고 했다. 지면 끝이니까.


그렇지만 기적은 일어나지 않았다. 승아가 입구를 걷어내는 사이 원재가 그동안 뽑은 병력이 승아의 본진에 드랍되었다. 승아의 병력은 입구를 뚫기 위해서 전부 앞마당 쪽에 가 있는 상황. 본진에는 병력이 없었다.


“아! 서원재! 윤승아의 본진에 소총병과 의무병 드랍합니다!”

“아.. 윤승아 선수.. 패배 직전...”


카메라는 승아의 초조한 얼굴을 클로즈업해서 보여주었다. 지난 시즌 우승자인 승아가 거의 패색이 짙은 순간의 모습은 방송에서 애써 클로즈업할 정도로 희귀한 모습이었다. 항상 승리만을 가져갔던 승아이기에 표정이 늘 변하지 않았었다. 얼굴 표정이 다양하지 않던 승아마저도 뒤집을 수 없는 지금의 전황에 얼굴색이 어두워 질 정도였으니 평소와는 다른 모습을 카메라가 잡는 것은 당연했다.


그리고 잠시 뒤.


승아는 결국 GG를 칠 수밖에 없었다. 초반 보급고 하나와 일꾼 2기의 손실, 그리고 테크의 느림에 자원의 상대적 열세까지 겹치자 평정심을 유지할 수 없었고, 승아는 최초로 개인리그에서 8강에서 떨어지는 결과를 내고 말았다. 그것도 0:3으로 말이다.


“아~ 윤승아 선수.. 고개를 떨굽니다.”

“윤승아 선수가 8강에서 탈락이라뇨! 이런 결과는 정말.. 저도 예상하지 못했습니다.”

“게다가 한 세트도 이기지 못했어요! 서원재 선수가 장담한 이유가 있었습니다! 오늘 전략이 다 먹혀들었어요!”

“그렇습니다. 사실 게임 전까지 커뮤니티에서 다들 윤승아 선수의 승리를 예상했거든요. 서원재 선수가 강력하기는 하지만 윤승아 선수에게 최근 상대전적으로 밀리고 있었거든요!”

“지난 시즌, 윤승아 선수가 개인리그 우승을 한 것이 바로 서원재 선수를 상대로 이겼던 것 아닙니까! 그런데 서원재 선수가 이번엔 반대로 윤승아 선수를 이기고 지난 대회의 패배를 설욕합니다!”


승아는 경기에서 지고 나서 부스를 차마 나서지 못했다. 마지막 3번째 경기는 뭐에 홀린듯이 어떻게 게임을 했는지도 모르겠는 느낌이 들었다. 승아의 뇌리에는 아무것도 남아있지 않은 느낌이 들었다. 승아는 차마 일어서지 못하고 머리속이 하얗게 된 채로 영혼이 빠진 듯 축 늘어졌다. 승아는 의자 뒤로 툭 하고 기댔다.


“졌어... 내가 진거야?”


승아는 현실이 믿을 수 없다는 듯 의자에 몸을 기댄 채 입을 살짝 벌리고는 눈을 감았다.

승아의 입에서는 작은 한숨이 나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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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3 서원재 (4) +1 17.12.18 440 15 11쪽
432 서원재 (3) +4 17.12.17 434 17 12쪽
431 서원재 (2) +2 17.12.15 437 16 16쪽
430 서원재 (1) +4 17.12.13 448 20 12쪽
429 김PD의 고민 (2) +1 17.12.11 459 20 17쪽
428 김PD의 고민 (1) +4 17.12.10 454 18 18쪽
427 삼각 교대 수리 17.12.08 426 21 15쪽
426 준비 +1 17.12.06 442 19 11쪽
425 A조 (6) +1 17.12.04 466 19 13쪽
424 A조 (5) +1 17.12.03 464 18 14쪽
423 A조 (4) 17.12.03 445 19 11쪽
422 A조 (3) +2 17.12.01 461 22 15쪽
421 A조 (2) +4 17.11.29 476 23 16쪽
420 A조 (1) +2 17.11.27 481 22 10쪽
419 조 지명식이 아닌 조 추첨식 +1 17.11.26 445 22 16쪽
418 개인리그 예선 (4) 17.11.24 450 20 12쪽
417 개인리그 예선 (3) 17.11.22 460 20 11쪽
416 개인리그 예선 (2) +1 17.11.20 466 24 11쪽
415 개인리그 예선 (1) 17.11.19 473 19 11쪽
414 같은 것과 다른 것 (2) +2 17.11.17 519 20 14쪽
413 같은 것과 다른 것 (1) +2 17.11.16 511 24 16쪽
412 사건화 (3) +4 17.11.14 512 21 13쪽
411 사건화 (2) +5 17.11.12 519 21 19쪽
410 사건화 (1) +4 17.11.09 499 17 8쪽
409 이기는 빌드 (3) +5 17.11.07 496 15 11쪽
408 이기는 빌드 (2) 17.11.06 479 16 12쪽
407 이기는 빌드 (1) +1 17.11.05 474 16 12쪽
406 뭐하냐아? +1 17.11.02 500 16 11쪽
405 균열 (2) +2 17.11.01 487 19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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