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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승태] 의 서재입니다.

퀸(Queen) : 어느 소녀 프로게이머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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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한승태]
작품등록일 :
2016.04.07 23:09
최근연재일 :
2018.02.06 22:14
연재수 :
462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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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2,597,240

작성
17.12.06 2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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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41
추천
19
글자
11쪽

준비

DUMMY

게임은 강행군이었지만, 승아의 입장에서는 개인리그가 확실히 팀 리그보다 편했다. 적어도 초반은 그러했다. 게임은 연속해서 이어지지만, 실제로 게임을 하는 것은 A조가 게임을 하고 난 뒤에 다음날 B조가 게임하고, 그 다음날 C조가 게임하는 식이다 보니 승아의 입장에서는 이보다 편할 수가 없었다. 팀 리그와 달리 혹사당하지 않았다.


시즌 중에는 팀 경기가 거의 매일 있었는데, 그 경기마다 승아는 나가야 했다. 정말 프로리그에서 상장을 준다면 개근상을 받아야 할 정도. 그 뿐 아니라 승아가 팀의 에이스이기 때문에 세트스코어가 3:3 동점인 상황에서는 거의 다 에이스 결정전에도 나가야 하니 하루에 1~2경기가 치뤄지게 되었었으니 승아의 부담은 정말 컸다.


이런 상황에서는 아무리 승아지만 지칠 수밖에 없다. 하지만 개인리그가 되자 승아는 오히려 여유롭게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으갸갸갸갹!!!”


의문의 괴조가 울부짖는 듯한 소리를 내며 승아는 의자에 앉은 채로 양손을 들어 기지개를 폈다. 한가했다. 한가해도 너무 한가했다. 예전에는 농땡이 치느라 한가했다면, 지금은 할걸 다 하고, 그 뒤에도 너무나 열심히 연습하자 동운이 감독에게 말해서 승아 집에서 좀 쉬고 오라고 하자고 해서 간 휴가였다.


휴가라고는 해도 승아가 특별히 어디 가거나 하는 것은 아니었다. 휴가에 조건이 있었다. 승아가 휴가를 올 때, 조건이 하나 붙었다.


“승아야. 너 집에서 좀 쉬고 올래?”

“쉬라니.. 휴가요? 언제까지요?”

“H조 경기날.. 그러니까 3일 뒤까지?”

“연습할게 많은데.. 아직 경기 분석도 좀 덜 됐고 빌드도 더 깎아야 되요. 그러기는 좀...”


연습하려는 의지가 활활 타오르는 승아를 보는 동운은 어이가 없었다.


- 중간이 없냐.. 애가...


승아는 열심히 할때, 그러니까 지금처럼 한번 확 꽂히면 열심히 하는 것을 넘어서 식음을 전폐하고 연습을 하고 승리를 위한 방법을 찾으러 노력하며 하루에 자는 시간을 빼고는 우주전쟁에 몰두하는 반면, 설렁설렁 대충대충 할 때에는 경기를 무단 불참하는 경우도 있었으니 중간이 없다고 동운이 생각할 만했다.


뭐... 무단 불참하고 노는 것 보다야 지금의 열심히 하는 상태가 좋기는 하지만, 적당히 휴식을 주는게 필요하다고 옆에서 보기에 보여졌기 때문이었다. 승아는 저런 불규칙한 극단적인 생활패턴 덕에 몸이 아픈 경우도 많았는데, 이게 숙소 단체 생활을 해도 케어가 완벽할 수가 없었다. 그저 밥 먹을 때 같이 먹는 정도가 그나마 나은 정도라고나 할까.


개인의 관리는 개인이 하는 것인데, 다행히 지금 승아네 집에는 승아를 케어해 줄 사람이 하나 와 있다는 것을 승아로부터 들은 상태였다.


승아의 오빠인 승태. 바로 그였다.


나름 동생을 배려하면서 눈치가 빠른 그가 병장휴가를 나와있다는 것을 승아로부터 들어서 승아에 대해 케어를 해 주기를 바랐던 동운의 바램이 감독에게 받아들여져서 승아는 휴가를 가게 되었다.


단, 하나의 조건이 붙어있기는 했다.


어디 놀러다니지 말고 그냥 쉴 것. 대놓고 그냥 집에서 쉴 것을 승아 휴가의 조건으로 걸었다. 이렇게 쉬라고 해도 승아가 어느정도 게임을 하기야 하겠지만, 승태가 붙어있다면 충분히 가능한 조건이었다. 승아는 조건부로라도 쉬게 만드려는 동운에게 떠밀려서 집에서 있게 되었다.


하지만 동운이 하나 착각한 게 있다면, 승태가 휴가를 나와서 승아와 같이사는 집으로 온 것은 맞지만, 군대에서 휴가나온 사람이 가족과 함께 시간을 보낼리가 없다는 것이었다.


“야! 윤승아! 나 나간다!”

“오빠! 어디가는데?”

“정훈이랑 민철이 만나고 온다.”

“또? 어제도 봤다며?”

“어제랑 같냐.”

“또 늦어?”

“늦다니. 내가 얼마나 일찍 다니는데.”

“어. 일찍 다니시겠지. 아침 7시에. 밤 새고 술마시고 아침 7시에 들어오잖아. 그때부터 지금까지 자고 또 술 먹으러 나가겠다고?”

“하하... 야. 군인은 휴가 때 제일 바쁜 법이야. 야! 엄마한테 잘 말해놔! 알았지?”

“오빠!!”


.......


뭐 다 그렇겠지만, 군인이 휴가 나와서 집에 붙어있을 리는 없었다.


이렇게 승아를 케어하면서 밖으로 나가지 않게 감시해 줄 승태는 사라졌지만, 승아는 특별히 나가고 싶은 마음이 없었다. 노는 모드나 될대로되라-케세라세라 모드가 아닌 프로게이머 모드의 승아는 쉬는 와중에도 천천히 다른 선수들의 경기를 분석하고, 게임을 준비하고 있었다.


- 어제까지 연습한 빌드도 복기 해 보고.. 오늘 있을 경기도 빌드 예측을.. 보자...


그렇게 며칠이 더 지나고 H조의 경기가 끝난 오늘까지 승아는 집에서 재충전의 시간을 가졌다.


그렇게 며칠간의 시간이 지나고 B조 2위와의 16강 경기가 이틀 앞으로까지 다가왔다. 휴가로 주어진 날짜는 오늘이 마지막.


- B조 2위랑 붙는게.. 모레지? 상대가.. 길용오빠네? 뭐.. 길용오빠면.. 준비한대로..


승아는 B조 경기를 하면서 길용이 올라올 경우에 대비해서 경기를 찾아보고, 길용의 스타일에 대해 상욱에게 물어보기도 하면서 빌드에서부터 사소한 습관까지 전부 준비하기 위해 노력을 해 둔 것이 있어서 그다지 걱정되지는 않았다.


지난 1주간, 그러니까 A조 경기가 끝나고 나서 다른 조 경기가 치뤄지는 동안, 승아는 충분한 시간을 가지고 경기를 준비할 수 있었다. 연습실에서는 정말 많이 연습을 하고, 휴가를 받아 집에서 있으면서 다른 조 선수들의 경기도 TV로 보았다. 집에 있는 컴퓨터로 래더에서도 연습하기도 했다. 먼저 A조로 첫날에 경기를 마쳤다는 것은 H조의 16강 진출자가 결정될 때까지 1주일이라는 기간이 남는다는 거였기에 이렇게 승아는 휴식을 취하고 연습을 하고 분석까지 다 할 수가 있었다.


다른 조의 선수들은 자신의 경기까지 긴장해야하고, 16강에 먼저 올라가는 것이 먼저였기 때문에 당장이 문제지 뒤를 볼 수가 없다. 하지만 먼저 경기를 한 A조의 승아의 경우에는 마음이 편할 수 있었다.


시드를 받고 올라온 사람들의 경우에는 개인리그 준비에 있어서도 예선에서 한경기만 져도 떨어지는 등의 긴장감이 없기에 편안하게 준비할 수 있었는데, 거기에 앞쪽 조에 걸린 선수들은 더 편하게 16강을 대비할 수 있었기에 장점이 있었다는 것이다. 반면 오늘 경기를 끝낸 H조의 진출자인 히데요시나 문상진은 심리적으로 많이 지쳐 있을 것이었다.


그 외에도 홀수 조냐 짝수 조냐에 있어서 경기에 임하는 자세가 틀리게 되는 것이 개인리그 조별 위치의 특이성인데, 홀수조인 A조이면서 제일 빨리 경기가 끝난 장점까지 가진 승아는 뒤에 B조에 걸릴 상대를 대비할 시간이 많았다.


반면 B조의 선수들 입장에서는 진출을 해도 암담했다. 조 2위를 하게 되면 대진표상 A조 1위와 붙기에 조에서 1위를 해야 제일 좋은데, 같은조에 서원재가 있다......


뭐, 승아나 원재라고 항상 이기는 것은 아니지만, 개인리그에서의 원재는 프로리그보다 더 빛났고, 승아는 거의 넘사벽. 승아를 실력적으로 이기기보다는 승아의 컨디션이 안좋기를 바라는 것이 더 빠를 정도의 피지컬이다보니 승아의 멘탈과 컨디션을 노리는게 승아의 게임상 허점을 노리는 것보다 빠르다는 평이 선수들 사이에 퍼질 정도였으니 원재를 제외한 B조의 선수들은 경기중에도 표정이 기뻐보이지 않았었었다.


승아의 멘탈은 그들에게는 불행히도 지금은 탄탄했고, 다른 곳에 한눈을 팔지도 않고 있었다. 지금도 승태가 없고 부모님도 자리를 비웠지만 다른 일을 하지 않고 컴퓨터 앞에 앉아서 리플레이를 보는 승아였다.


딸칵. 딸칵.


은은한 모니터빛만으로 밝혀진 어두운 방안에 승아가 마우스를 클릭하는 소리만 울려퍼졌다. 승아가 보는 것은 방송 중 16강 상대로 내정된 B조 2위 길용의 경기가 방송된 부분의 동영상.


“길용오빤.. 보자..”


승아가 찾아낸 길용의 패턴은 3가지. 캐논포로 앞마당을 막고 멀티 후 병력을 가거나, 그냥 생멀티, 아니면 초반 기계전사 푸쉬.


여기까지는 다른 기계종족들과 다를 것 없어 보이지만, 초반 푸쉬를 제외하자면 길용의 특징이 하나 있었다.


“인간 종족을 상대할 때에 항상 아크를 먼저 뽑아서 사거리 싸움으로 견제한다.. 이게 특징이네.”


길용은 초반 기계전사를 찔러넣는 러쉬를 할 때를 제외하고는 전부 첫 유닛이 아크였다. 아크를 뽑아서 인간 종족의 탱크가 나오기 전에 아크로 보급고나 참호를 때리면서 인간 종족 상대의 신경이 입구에 쏠리게 해서 컨트롤이나 자원 등에서 이득을 챙기는 플레이를 차곡차곡 해 나가는 스타일이 바로 길용의 스타일이었다.


“그래봐야 수리 하면서 버티면 탱크가 나오고.. 탱크 컨을 못하는 사람은 여기서 잡아먹네. 하지만 난 아니란 말씀! 그리고....”


승아는 계속해서 중얼중얼 거리며 길용의 지난 경기들의 방송을 찾아보며 맵이 바뀌더라도 길용이 하는 패턴들을 찾으려 애썼다.


그 노력은 헛되지 않았다. 길용이 아크를 주력으로 먼저 뽑는다는 것과, 생긴 것과 다르게 차분한 운영을 한다는 것이 길용의 운영의 포인트. 길용은 낙수물이 돌을 뚫듯이 차분히 이득을 챙겨가는 스타일일때 강점을 보이는 선수였다. 험악한 외견만 보자면 마치 모든 경기를 기계전사 올인을 할 것 같이 생겼지만 그러지 않았다. 오히려 실제로는 그런 외관을 이용해서 편견을 심어주고 차분히 상대를 몰아가는 지능적인 침착함을 보여주는 스타일이었다. 금융 상품으로 치자면 작전주 주식투자로 한방을 노리는 스타일 같이 생긴 외모를 가졌지만 실상은 꼬박꼬박 월급의 반을 넣는 적금을 10년간 부어온 스타일이라고 말할 수 있겠다.


승아는 집에서 쉬는 와중에도 길용의 습관을 체크하며 사소한 것이나마 앞서가려 애썼고, 쉬는 시간마저도 시간을 투자한 것이 헛되지 않아 길용의 최근 스타일을 제대로 분석했다.


실력에 노력까지 더해지고, 상대까지 분석되었다. 승아는 마음 한구석에 있는 미세한 불안감마저 해소되는 것을 느끼며 살포시 미소지었다. 방 안에 누가 있었더라면 이 미소를 보고 마음이 흔들렸을지도 모르겠지만, 승아의 미소를 보는 것은 오직 컴퓨터 화면 뿐이었다.


조금이라도 더, 조금이라도 더 승리에 가까워지기 위해 승아는 이렇게 재능만 믿고 다른 곳에 한눈을 판 때와 다르게 많이 노력하고 있었다. 지난 시즌에 이어 다시 우승을 하기 위해.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1

  • 작성자
    Lv.95 혼연무객
    작성일
    17.12.06 21:49
    No. 1

    그렇게 승아는 학창시절에도
    모니터를 계속 보는등으로 눈이 혹사당해서...
    안경을 쓰게 되는데?..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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