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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승태] 의 서재입니다.

퀸(Queen) : 어느 소녀 프로게이머의 이야기

웹소설 > 일반연재 > 퓨전, 게임

완결

[한승태]
작품등록일 :
2016.04.07 23:09
최근연재일 :
2018.02.06 2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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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62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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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2,597,240

작성
17.11.12 2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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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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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
글자
19쪽

사건화 (2)

DUMMY

“우주전쟁 게임에서 조작을 하고 있는 선수 명단과 의심되는 경기의 날짜, 그리고 리플레이가 담긴 CD와 상황설명입니다.”

“그리고 이건 조작 경기를 하는 방법이에요. 예측이지만 거의 맞을거에요.”

“이건... 잠깐.. 잠깐만요. 하나씩 이야기합시다. 지금 여기 명단에 있는 선수들을 고소하는 건가요?”

“네. 업무방해 및 명예훼손, 그리고 불법 도박과 그에따른 범죄수익 회수를 요청합니다. 가능하면 최대한 형량 구형을 요청합니다. 자체적인 인지만으로는 계좌추적이나 이런건 저희가 할 수 없어서요. 결국 검사님께 말씀드려야 하는 일이라고 생각해서 가져왔습니다.”

“흠...”


김검사는 원재와 승아가 가져온 두꺼운 양의 서류... 가 아닌 A4클리어 화일 1장과 CD 여러장이 들어있는 CD케이스 1개를 받아들었다.


이 영상과 서류를 만드는 데에는 원재와 승아의 노력만이 아닌, 호진의 노력도 있었다. 호진은 김찬수의 범죄사실, 그러니까 돈을 불법 도박 사이트에 걸고 고의 패배를 한 사실을 알고는 윽박지르기와 달래기를 번갈아 하는 화전양면전술을 썼다. 이런 사실이 알려지면 넌 계약금을 토해내는 것은 물론, 법적인 조치도 받게 되는데, 일단 네가 지금 모든 것을 다 이야기하면 계약금을 회수할지언정 그 뒤에 팀 차원에서 너에게 추가로 금전적인 손해배상을 걸지는 않겠다고 한 것이었다. 보통 그런 경우 억대의 손해배상이 나온다는 말과 함께. 호진은 그렇게 아직 신인이고 어린 김찬수의 마음을 흔들어 범죄 사실 일체와 공범들, 범죄 방법을 전해들었다.


김찬수의 컴퓨터 안에 있는 자료와 김찬수의 통장 등의 증거도 전해받았다. 조작범들의 정확한 명단도 입수했다. 의외로 그들의 수는 많았다. 지금 김검사가 보고 있는 이름들은 그들이었다.


마승수, 김찬수, 조두철, 표대환, 정찬우, 조동원 이렇게 6명이었다. 더 조작한 사람이 있는지는 알 수 없지만, 김찬수의 증언으로 확보된 커뮤니티는 그들 뿐이었다.


김찬수의 이야기를 듣고 조작범이 확정되자, 원재는 재빠르게 행동했다. 전에 알던 것과 명단이 좀 달라지기는 했지만, 이제는 설득으로 버틸 사람은 다 걸러낸 뒤였다.


“오빠. 지금 이 문자에 있는 애들이 그거에요?”

“어. 호진이가 방금 전화로도 설명해 줬다. 찬수 털었대.”

“흠... 조작범들 목록에 계창업이 없네요?”

“그러게. 하지만 상욱이처럼 안했을 수도 있지. 그땐 그때고 지금은 지금이니까.”

“그래요... 오빠! 그럼 이제 명단도 확정된거니 바로 가야 하는거 아니에요?”

“어. 이젠 가도 되지. 말이 통하는 애들은 이미 다 걸렀다.”


원재가 보기에 몇몇이 더 있기는 했지만, 원재는 전에도 말했듯이 너무 크게 가는 것을 경계했었다. 자체적으로 해결 할 수 있는 사람들이나 그런 사건들은 그들이 게임을 더 못하게 할지라도 언론에 크게 펼쳐지기를 원하지는 않았다. 그래서 김찬수의 경우에도 먼저 호진을 통해 반 자수 형식으로 회유한 것이었고 말이다.


원재는 김찬수와 표대환은 그래도 나머지 넷에 비해서 인성이 괜찮다고 생각했다. 사실 조작을 한 것이 이미 인성이 글러먹은 것이지만, 그래도 유혹이 있으니 그런 것이고, 주도적으로 판을 짠 사람들은 몇몇 있었다.


마승수, 조동원, 조두철, 정찬우.


이 인간들은 정말... 갱생의 여지가 없었다. 전의 삶에도 지금의 삶에도 여전히 주도적으로 게임을 조작하고 있었다. 인간은 쉽게 바뀌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주는 결과였다.


표대환은 집안사정으로 경기에 못나온다고 하지만, 원재와 승아가 보기에는 팀 차원에서 알고 조치를 취한 것 같았다. 실제로 예전에도 그랬으니까. 그리고 추가로 김찬수가 걸렸다. 전의 삶과 달리 김찬수의 쌍둥이 동생인 김명수는 아직 프로가 되지 못해 조작을 참여하지는 않았다. 어쨌거나 갱생이 필요한 사람은 이미 적발을 마치거나 어느정도 처리가 된 다음이고, 갱생이 안될 것 같은 인물들만이 남은 지금이 검찰에 이야기하기 좋은 적기였다.


그런데 그들이 승부조작으로 벌어들인 돈이 원재와 승아가 생각하는 것보다 몇십에서 몇백배 컸다. 억대라니.... 예전 삶에서도 이랬는데 못 찾은 것인지, 아니면 더 인기를 끌고 판이 커지면서 더 많은 조작금액이 나왔는지는 몰라도 이건 원재가 처음 생각한대로 선처해주고 이럴 수준이 아니었다. 원재는 호진의 말을 전해듣고서야 급히 승아의 말대로 일을 뿌리뽑기 위해 진행시켰다.


원재와 승아는 이들의 죄목이 예전에는 업무방해와 명예훼손 뿐이었다는 것에 주목했다. 예전에는 죄목 자체가 이것밖에 되지 않았기에, 기껏해야 벌금 몇백만원이나 집행유예로 실질적인 감옥살이는 하지 않고 돈만 잔뜩 벌었던 조작범들이었다.


마승수의 경우에도 은퇴 뒤 개인방송인 유라시아에서 돈을 왕창 벌지 않았던가! 범죄 수익은 전혀 환수되지 않고 말이다. 지금 이대로 그냥 예전대로 흘러가면, 그들은 집행유예와 벌금형등만 받고 돈은 그대로 가지게 될 것이었다. 몇억이나 되는 큰 돈을.


그러면 안된다고 생각한 원재는 죄목을 더 걸 것을 준비했다. 물론 돈으로 법리를 검토할 변호사를 고용해서 조사시킨 것이지만, 어쨌거나 이것도 원재가 한 것.


변호사도 처음에는 업무방해와 명예훼손 뿐이라고 생각했지만, 이내 다른 법률들을 찾아냈다.


[국민체육진흥법 위반(불법도박) - 5년이하의 징역이나 5천만원 이하의 벌금]

[상습 도박 - 3년 이하의 징역이나 2천만원 이하의 벌금]

[도박범죄수익 몰수 추징 - 도박범죄 및 범죄수익은닉규제법 : ‘특정범죄’중 도박범죄로 얻은 재산인 범죄수익은 몰수할수 있다.]


일단 앞의 2가지가 예전의 세상에서 마승수와 같은 불법 조작꾼들에게 걸리지 않았다는 것이 신기했는데, 생각외로 사람들이 이 조항을 적용하지 않는 이유가 있었다. 변호사의 설명인 즉 업무방해나 명예훼손으로 재판을 걸어 이기게 되면 회사에서 업무방해에 대한 손실금을 추산해서 청구하는 민사재판이 가능하기에 이런 경우 업무방해와 명예훼손을 건다고 했다. 그랬기에 형사적인 형량이 낮은 조항들을 굳이 중복으로 적용을 할 필요가 없었던 것이다.


문제는 원재의 기억으로는 각 팀을 운영하는 기업들이란 놈들이 법을 잘 몰라서 그냥 ‘검사들이 알아서 하겠지...’하고 그 뒤에 손해배상 소송을 걸지 않아서 그들은 여전히 잘 먹고 잘 살았기 때문에 그 뒤로도 계속해서 승부조작이 터졌다는 점이다.


그래서는 안 되었다. 그들은 벌은 것 이상으로 토해내고, 최소한의 경우에도 벌은만큼은 토해내어야 했다. 벌도 받고 말이다.


원재도 여파를 줄이자는 것 뿐이지 그들을 무조건 용서하면서 일을 축소해서 다시 재발하기를 바라는 것은 아니었기에, 어차피 터질 일이라면 자수가 가능한 자들은 정보를 제공받고 찬수의 경우처럼 선처를 바라고, 그렇지 않은 경우에는 더 강하게 처벌의 수위를 높이고자 했다. 어차피 터질거라면 그들이 일벌백계의 표본이 되었으면 하는 바램이었다.


다행(?)인지 몰라도 호진에게 찬수의 말을 전해듣기로는 이들이 꽤 오랜기간 도박사이트를 이용해서 상습도박의 요건에 해당이 된다는 것이었다. 금액이 커지고 기간이 길어지면서 요건에 해당되면서 다른 죄가 더 추가된 것이다. 그리고 처음부터 범죄수익에 대한 몰수를 같이 해야 나중에 금액이 모자라도 추징금을 더 때릴 수 있다. 이 부분을 예전 세상에서는 사실 거의 못했던 것이 조작을 하고 돈을 받지 못한 조작범도 있었고, 조작을 했는데 도박 사이트에서 사기당한 경우도 있었고, 이미 돈을 쓴 경우도 있어서였다.


그런데 이번에는 우주전쟁의 인기가 높아지고 사람들이 더 많이 알면서 도박 사이트들도 여러개 잘 성업중이었고, 당연히 거기에 건 조작범들의 돈도 많아졌으며, 더불어 그들이 번 돈도 억대에 이르렀다. 그래서 원재는 그들이 얻은 수익을 몰수하는 것을 처음부터 검사에게 요구한 것이다.


김검사는 원재의 의도를 알아챘다. 그리고 원재가 가져온 문서를 한번 보는 것 만으로도 어떤 법조인의 손길이 닿은 문서임을 알아챘다. 한번 쓱 봐도 법조인이 쓴 문서와 일반인이 쓴 문서는 차이가 난다. 눈앞의 서원재는 자신이 좋아하는 게이머이기도 하지만, 삼촌에게 영향력을 미치는 부자이기도 하면서, 따로 변호사를 고용할 능력도 되는 인물이라는 이야기였다. 그 자신이 법을 잘 알고 있을지도 몰랐다.


- 서원재가 내가 알고 있는 게이머로서의 게이머만이 아니군... 치밀해.. 이대로면 프로야구 나 축구의 조작범들보다 더 큰 형량을 받겠어.


이런 생각을 가지게 된 김검사는 원재의 요구를 여느 20대 청년이 바라는 것처럼 쉽게 생각하지 못했다. 김검사는 원재에게 조사를 잘 하겠노라고, 위에 잘 이야기해서 사건화를 시키겠노라고 이야기를 하면서 원재에게, 그리고 승아에게 현재 게이머들이 한 것으로 추측되는 방법과 이야기를 더 듣고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이제, 칼바람이 몰아칠 때였다.


***


며칠 뒤 우주전쟁 승부조작에 대해 처음 기사가 난 것은 국내 1류 신문 중 하나인 국내일보였다. 국내일보에서는 이번 사태를 제법 중요하게 생각하는지 2면에 크게 때렸다. 2면이면 보통 정치나 사회의 큰 일들이 나오는 경우가 많았다. 1면에는 조금 못 미치지만 그 다음 중요한 기사가 나오는 것이었다. 국내일보의 머릿기사는 이랬다.


[우주전쟁 승부조작! 다수의 게이머 수사중!]


국내일보에서는 2면에 나왔지만, 그 뒤에 나온 상화신문에서는 1면 전면에 좀 더 내용을 보강해서 나왔다. 상화신문에서는 아직 검찰에서 실명을 발표하지 않아 누구라고는 이야기하지 않았지만, 뒤로 들은 소문으로 그 선수의 사진을 그대로 가져온 뒤 그 선수의 실루엣만을 투명한 회색으로 바꾸어서 누구인지 알아채지 못하는 방법으로 크게 사진을 띄운 뒤 좀 더 자극적인 제목으로 사람들의 시선을 끌었다.


[우주전쟁 억대 승부조작!! 인기 게이머 A씨, B씨, C씨 등 연루!!]


메이저 신문이라는 것들이 제목이 이정도가 되면, 인터넷 신문과 우주전쟁 사이트는 이미 난리도 아닌 지경임을 익히 짐작이 가능한 수준이었다. 사람들은 난데없이 터져나온 기사에놀라면서 각종 추측을 더했다.


- 지금 이 기사들 뭐임? 이거 찌라시임?

- 노노. 찌라시 아님. 이거 검찰에서 이미 1차 발표함. 보림일보에서 뜸. 우주전쟁 프로게이머들 중 승부조작을 한 다수의 게이머가 불법 도박까지 한 정황으로 이미 수사중이라고 밝힘.

- 승부조작을 근데 어케함?

- 어떻게 하긴. 발표된거 안 읽고 왔냐? 그냥 져주고 상대편에 돈 걸음.

- 와.. 돈 벌기 쉽네. 어떤 새끼냐? 그 죽일놈이.

- 이름은 아직 안나옴. 그냥 A씨, B씨, C씨임.

- 그럼 안씨 박씨 천씨 이런거냐? 박씨는 박사헌?

- 야. 안씨면 이성에 안창훈 아냐?

- 이 바보들아. A씨가 안씨냐. 그냥 순서 매긴거야. ㅇ씨 해야 이씨나 안씨지.

- 그래서 누군데?


사람들은 조작을 할 만한 선수가 누군지 아직은 알 수가 없었다. 여러 선수들이 거론되던 중 하나의 의견이 힘을 얻었다.


- 정창환 아님? 인기 게이머래잖아.

- 정창환? 하긴.. 많이 지잖아.

- 그치. 서원재만 만나면 지던데?

- 정창환이면 진짜 실망인데.. 난 GT폰 쓰는데 정창환이면 폰 부수고 XK로 갈아탄다.

- XK 이야기하니 XK도 만만치 않아. XK 마르스 최상욱이랑 김학도, 이종원 계속 지지 않음?

- 방금 셋 중에 김학도 정말 자주 짐. 김학도 솔직히 실력 별로고 계속 지는데 계속 주전으로 나오는게 전부터 이상했음.

- 나도 그렇게 생각했는데! 김학도 정말 실력도 안되는데 계속 나옴.

- 님 말하니 김학도 지난주 경기에서 근대 사이버 한광희한테 캐논포 러쉬 관광당한 경기에서 좀 이상했음. 캐논포 분명 봤는데 촉수건물도 안짓고 못보고 그냥 당함. 솔직히 괴물 종족이 어떻게 캐논포 러쉬를 당함?

- 아~ 그 경기? 나도 봤음. 진짜 눈 썩는 줄.

- 근데 실력이 아니라 그게 주작이야?

- 아무래도 김학도 맞는듯.

- 맞으면 인성이 문제고 틀리면 실력이 문제임. 어쨌건 김학도 쓰레기.


네티즌들은 학도를 주목하고 있었다. 학도의 경우 인기팀인 XK 마르스에 속해있었지만, 매우 많은 패배를 했다. 그런데 그러고도 게임에는 자주 나왔다. 그리고 나름 인기도 있었다. 물론 오타쿠적인 당당함이 오덕들에게 지지를 받아서이기는 하지만 널리 알려진 게이머이기는 했다는 것이었다. 신문에 나온 알려진 인기 게이머가 네티즌들은 그런 면에서 학도라고 생각했다.


사람들은 마승수 등이 신인치고 잘하기는 하지만 그래도 인지도가 있는 게이머 중에서 잘 지는 사람인 학도같은 사람을 먼저 생각했다. 못하는 팀에서 있는 선수들을 먼저 생각하지는 않았던 것이다. 설마 정찬우, 조동원등을 생각하지 못했던 것이다.


그리고 얼마 뒤 뜬 하나의 기사가 학도를 더 궁지로 몰아갔다.


[우주전쟁 승부조작은 프로게이머 김모씨의 자수로 수사!]

[김모씨는 누구인가?]

[이성 갤럭시아의 주장 김칠구와 김영재. 나는 아니라고 밝혀.]

[김씨성을 가진 프로게이머는 누가 있는가?]

[네티즌들이 유력 후보로 지목한 김학도 선수가 맞는지? XK 마르스 측 공식 발표 없어.]


그리고 자칭 우주전쟁 팬이라는 한 기자가 올린 칼럼이 거기에 석유를 부었다.


[....(전략) 본 기자는 이번 사건에 대해 검사를 직접 만나볼 수는 없었지만, 평소 친분이 있던 선수들을 상대로 전화를 돌리면서 김모씨가 누구인지 먼저 찾는 과정을 소거법으로 지워서 소기의 성과를 거둘 수 있었다. 일단 프로게이머로 김씨 성을 가진 선수는 꽤 많다. 일단 한국항공의 김옥지 선수, 그리고 X-게임넷의 김정수, 김지훈, 김길용, 이성 갤럭시아의 김칠구, 김영재, XK 머큐리의 김병기, 김범수 등 너무 많은 선수가 김씨성을 가지고 있다.


이대로는 누가 누구인지 알 수가 없다고 생각한 기자는 일단 몇몇 선수들에게 접촉을 시도해서 인터뷰를 따는 것이 제일 좋다고 생각했다. 이성 갤럭시아는 자신들은 절대 아니라며 극구 부인했고 다른 팀들도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XK 마르스와 머큐리 팀의 숙소인 XK 빌딩에 가서는 윤승아 선수를 만나서 인터뷰를 하려는 찰나, 윤승아 선수는 본 기자에게 불쾌한 얼굴을 하며 인터뷰를 피했다. 윤승아 선수의 경우 다들 알다시피 솔직한 발언과 어리지만 거침없는 발언을 하는 선수이다. 그런 윤승아 선수가 본 기자를 피한다는 것은 팀에 승부조작을 한 사람이 있어서라고 생각한다. 추가로....(중략)


..... 그렇기에 본 기자는 이상의 이유들을 통해 XK 마르스의 김학도 선수가 김모 선수가 아닌지 의심하고 있다.]


3류 신문이지만 게임기사를 많이 싣던 먼데이인천에 실린 추측성 칼럼이 학도가 승부조작을 했지만 자수한 김모선수라는 추측을 더하고 있었다.


그 기사를 본 XK 팀원들 사이에서도 서로 너 아니냐는 식의 질문이 오갈 정도로 정말 흉흉한 분위기가 선수들 사이에 돌고 있었다. 승아와 원재를 제외하고는 이 사건에 대해 잘 아는 사람이 많지 않기에 약간 혼란스러운 분위기였다.


숙소에서 종원은 친구인 학도에게 묻고 있었다. 정말 그가 조작을 한게 아닌지 말이다.


“야. 학도야. 정말 너 아니지? 김모 선수.”

“아냐! 임마! 날 어떻게 보고...”

“야!! 근데 너 저번달에 피규어랑 한정판 씨디랑 베게피 이런서 산거 다 무슨 돈으로 산거야! 그거 딱 봐도 몇백만원어치던데. 그거 얼마치야?”

“어휴... 야! 진짜 나 아니라니까!? 글고 베게피가 아니고 다키마쿠라야.”

“베게피나 다쿠라나. 하튼 그거 얼만데? 그래서 얼마치 산건데? 돈은 어디서 났어?”

“야.. 종원아. 섭섭하다. 너까지 나 의심하냐?"

"그래서 얼마?“

“400만.”

“400만? 야!?!”


학도의 답변에 종원은 친구를 더욱 의심스런 눈빛으로 쳐다보았다. 반면 학도는 억울해 미치고 펄쩍 뛸 노릇이었다.


“아니라고! 아... 진짜 아냐. 이거 사려고 돈 모은거라니까? 지난달에 한정판이 많이 나와서 그래! 진짜야! 와.. 이색기 눈 봐.. 너 나 못믿냐?”

“넌 믿는데, 니 지름신을 못믿는다. 너 진짜 아냐?”

“와.. 얌마. 아니래도! 와... 이거 아닌걸 아니라고하는데... 왜 못 믿냐?”

“야. 그럼 너 엄마 걸 수 있어?”


종원은 강수를 꺼냈다. 엄마 걸기.


엄마를 걸고 거짓말 하는 놈은 없을거라고 믿는 종원이었다. 혓바닥을 내밀고 주먹쥔 왼손을 내밀어 엄지와 새끼를 펴고 엄지 손가락의 끝을 내밀은 혓바닥에 대고 새끼손가락의 끝을 이마 중간에 대고 ‘찍고!’ 라고 외치는 짓을 학도가 한다면 정말 아닐지 모른다고 생각을 하기도 했다.


그런데 학도는 엄마를 걸지 않았다.


“야. 엄마는 아무데나 거는거 아니다.”

“그럼 마! 내가 이 상황에서 의심 안하게 생겼냐? 니가 돈 엄청 쓴게 보이는데? 엄마도 못걸고? 그럼 답이 나오잖아.”

“어휴...”


하지만 정말 아니어서 억울한 학도는 엄마를 이런데다가 걸기 싫었을 뿐이지, 정말 아니었는데도 친구가 자신을 의심하자 정말 답답했다. 정말 증명하고 싶었다. 지난달에 갑자기 한정판이 많이 쏟아졌는데 어떻게 하란 말인가!!


“야. 니가 내가 돈 많이 쓴거 보고 의심스러워하는 건 알겠는데, 정말 아냐.”

“정말 아냐? 근데 왜 신문이랑 커뮤니티에서 다 너래?”

“내가 어떻게 알어! 난 아냐. 정말 아니라고!! 임마. 내가 [오기소 세츠나 1:4 비율 피규어] 걸고 진짜 나 아냐! 내가 진짜 그 김모선수면 니가 내 피규어 다 부셔도 된다! 진짜!!”


학도가 울분을 토하며 외쳤다. 종원은 깜짝 놀랐다. 백색마약 이라는 미연시 게임의 히로인인 오기소 세츠나의 1:4 피규어는 최근에 학도가 제일 아끼는 피규어였다. 가격도 가격이지만 재질이 말랑말랑해서 정말 고급스러운 살색 피규어로 학도가 목숨만큼 소중히 다루는 피규어였다.


학도는 먼지도 묻지 않게 한다고 이 피규어를 넣기 위한 특수 투명 아크릴 보관장을 따로 구입하고 매일 먼지를 털어내고 신경쓸 정도였다. 빵을 먹어도 반을 잘라서 피규어 앞에 놓고 반만 먹고 남은 반은 잠시 뒤 ‘세츠나 쨩이 이미 먹었다’면서 버리기까지 하는 이 미친놈이 정말로 그 피규어를 건다면 진실한 거였다.


게다가 얼마나 화가 났는지 피같은 피규어를 다 부셔도 된다는 말까지 하다니!! 학도가 정상이라면 이런 말을 할리가 없었다. 왜냐면 놈은 비정상이라 이게 정상이니까.


종원은 신문기사와 인터넷 기사들만 보고 친구를 의심한 것이 갑자기 미안해졌다. 놈은 정말 돈을 아껴서 400만원어치 취미생활을 한 것 뿐이었는데.. 친구가 되서는 친구를 의심하다니...


“아.. 음... 미안하다. 니가 그거까지 걸었으면 진짜겠지. 음..”

“이제 믿겠냐?”

“어...”


엄마를 걸고도 신뢰를 회복하지 못했었는데 피규어 걸고 친구의 신뢰를 회복한 학도였다.


작가의말

오늘은 깁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5

  • 작성자
    Lv.83 팩트리어트
    작성일
    17.11.13 11:30
    No. 1

    작가님 조작관련해서 1심 법원 판결문 혹시 가지고 계신가요?
    이 소설 보다가 법원 판결문 보고 싶어서 찾아봤는데 판결문 전문을 못 찾겠네요
    혹시 있으시면 어디서 볼 수 있는지 좀 알려주세요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62 [한승태]
    작성일
    17.11.13 22:14
    No. 2

    판결문은 사건 번호를 알아야 하는데, 당시에는 저도 사건 번호에 관심이 없었습니다ㅠㅠ 모은 자료에도 사건 수사 과정은 있었지만 사건 내용을 자세히 알 수 있는 판결문은 당시 플레이xp인가 하는 스타 커뮤니티에서 누가 인용했던 것이 떠돌아다녔던 것으로 기억합니다만 확실치가 않습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62 [한승태]
    작성일
    17.11.13 22:12
    No. 3

    죄송합니다. 작가의 사정상 이번주는 월화목일이 아닌 화목금일로 연재될 예정입니다. 내일 뵙겠습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83 팩트리어트
    작성일
    17.11.14 00:06
    No. 4

    작가님 제가 뒤지다보니 1심 법원 판결문 전문을 찾았네요
    혹시 필요하시면 쪽지로 메일 주소 알려주세요
    제가 보내드리겠습니다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62 [한승태]
    작성일
    17.11.16 20:20
    No. 5

    글을 쓰면서도 사실 그 일에 대해 아쉽고 화나는 부분이 많았는데 판결문을 보면 우리나라 검찰분들이 일반적인 타 종목의 토토와 같이 생각한 것 같아 판결 과정이 아쉬운 부분이 많을 것 같아 사양 드립니다.. 더 화날거 같아요 보면.. ㅠㅠ 막 기존 다른 판결문들 복붙(ctrl+c, ctrl+v)했을거 같아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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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9 조 지명식이 아닌 조 추첨식 +1 17.11.26 445 22 16쪽
418 개인리그 예선 (4) 17.11.24 450 20 12쪽
417 개인리그 예선 (3) 17.11.22 460 20 11쪽
416 개인리그 예선 (2) +1 17.11.20 466 24 11쪽
415 개인리그 예선 (1) 17.11.19 473 19 11쪽
414 같은 것과 다른 것 (2) +2 17.11.17 519 20 14쪽
413 같은 것과 다른 것 (1) +2 17.11.16 511 24 16쪽
412 사건화 (3) +4 17.11.14 512 21 13쪽
» 사건화 (2) +5 17.11.12 519 21 19쪽
410 사건화 (1) +4 17.11.09 499 17 8쪽
409 이기는 빌드 (3) +5 17.11.07 495 15 11쪽
408 이기는 빌드 (2) 17.11.06 479 16 12쪽
407 이기는 빌드 (1) +1 17.11.05 474 16 12쪽
406 뭐하냐아? +1 17.11.02 500 16 11쪽
405 균열 (2) +2 17.11.01 486 19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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